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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여 들어다오 3
사무라 히로아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8월
평점 :
사무라 히로아키의 <파도여 들어다오> 3권이 출간되었다. 2권 읽고 4개월 만에 3권이 나왔으면 빨리 나온 셈인데 오래 기다린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그건 내가 이 만화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지 ㅎㅎ
이 만화는 장르가 불분명하다. 호러도 있고, 오컬트도 있고, 러브 스토리도 있고, 코믹도 있는데 전체적인 줄거리는 주인공 미나레가 카레집 점원에서 라디오 퍼스낼리티로 성장하는 이야기란 말이지. 작가 후기를 보니 작가 자신은 이 만화를 '무궤도 오컬트 카레 라디오 만화'로 규정한 듯한데, 뭔가 딱 뜰어맞는 것 같지는 않지만 작가 자신이 이렇게 말한다면야...
술집에서 처음 보는 아저씨를 붙잡고 실연 토크를 늘어놓았는데 하필 그 아저씨가 지역 라디오 방송국 디렉터라서 순식간에 라디오 퍼스낼리티로 데뷔하게 된 '코다 미나레'. 대망의 첫 번째 방송은 자신을 버린 전 남친을 죽이는 설정이었는데, 안 그래도 아직 실연의 상처가 다 낫지 않은 미나레는 혼신의 연기를 펼쳤고, 이 방송이 의외의 호평을 받으면서 점점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두 번째 방송은 오디오 드라마 <심야의 매장극>. 미나레가 매장해야 할 대상은 역시나 전 남친. 허구인지 실제인지 알기 힘든 설정 속에서 미나레는 또 한 번 신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단한 연기를 펼친다. 방송이 끝난 후 미나레는 대본의 절반 이상이 공란이었다고, 디렉터가 나를 미워하는 게 분명하다고 따지지만, 디렉터의 말에 따르면 미나레의 잠재력을 보기 위한 일종의 시험이었다고. 그 후 미나레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떻게 되긴. 또 좋아서 다음 방송 준비 시작했지 ㅋㅋ
세 번째 방송은 청취자가 보낸 메일로부터 시작된다. 메일의 내용은 죽은 전 애인이 자기를 놔주지 않고 저 세상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는 것. 미나레는 처음에 노망이 든 노인의 소행으로 치부하지만, 메일을 쓴 사람의 이름을 확인하고 메일의 내용이 진짜인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바꾼다. 메일을 쓴 사람의 이름은 '오키 신지'. 미나레가 사는 아파트의 아래층에 사는 사람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는 '여러 가지 의미로' 공포스러우니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여러 가지 의미란, 무섭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복선도 있고 반전도 있다는 뜻).
이 만화의 재미는 뭐니 뭐니 해도 진지한 상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유머다. 특히 일본의 유명인 이름이 나오는 유머가 재미있는데, 목이 꺾인 남자친구의 시체가 미나레를 데려가려고 하면서 '미토짱'(일본의 유명 아나운서)과 '마츠코'(연예인)의 이름을 들이대거나, 미나레가 자신을 '키리타니 미레이'(일본의 유명 모델이자 탤런트)의 염가판이라고 착각하거나, 일본의 유명 코미디언 콤비인 '다운타운', '타카토시'의 이름이 등장하는 대목은 일본 대중문화에 친숙한 사람이라면 어김없이 웃음을 터트릴 듯하다.
작가의 깨알 같은 지식이 빛나는 대목도 적지 않다. 일본의 유명 코미디언 콤비 중 하나인 '샌드위치맨'이 신인 시절의 은혜를 갚기 위해 출연료를 받지 않고 지역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이야기도 처음 알았다. 이만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작가가 대단한 대중문화 팬이거나 적어도 대단한 라디오 팬인 것 같다. 다음 4권에선 또 어떤 기상천외한 이야기와 유머를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