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 1
다이애나 뉴월 지음, 엄미정 옮김 / 시공아트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상주의라는 말보다는 인상파라는 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인상파 하면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사람들인 마네, 모네, 고흐 등을 생각한다.

 

그들이 빛을 그림으로 끌어왔다고, 빛에 따라서 그림의 색깔이 달라졌다고 배웠다. 하지만 직접 그림을 본 적이 없으니, 빛이 도대체 어떻게 그림 속으로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고흐의 그림이나 마네 또는 모네의 그림들이 지식으로 머리 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별다른 감흥도 없이 왜 그것이 명작인지도 모른채 어쩌면 그림의 이름과 그 그림의 경향, 작가들을 외워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왜냐고? 시험에 나오니까?

 

누구는 시험으로 평가하지 않으면 공부하지 않는다고 하던데...오히려 시험이 제대로 된 지식 습득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다는 걸 알기나 할까?

 

특히 예술 분야에서는 시험이 제대로 된 예술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그것을 교육에 반영해야 할텐데...

 

이들 인상주의 화가들도 여러 차례 작품전에 냈다가 고배를 마시지 않았던가. 그들의 새로운 경향이 처음부터 찬탄을 받았던 것이 아니고, 처음에는 엄청난 비판에 휩싸이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이들은 그것에 굴하지 않고 '낙선전'이라고 자신들의 전시회를 열고, 이것이 인상주의라는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잡게 되지 않았던가. 그러니 시험은 예술활동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역시 미술이나 음악을 시험을 위해서 공부했지, 즐기기 위해서 공부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이 책은 인상주의 전반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지는 않다.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인상주의 작품전에 출품했던 작품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여 이 책에는 고흐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마네, 모네, 세잔, 르누아르, 드가 등이 나오니... 우리에게 친숙한 화가들이 제법 많이 나오는 편이다.

 

총20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데, 개괄적인 내용으로 시작하여 작품의 색조에 관해서 구체적인 설명으로 넘어간다. 하여 이 작품에 어떤 색이 쓰였고, 그 색이 빛을 어떻게 그림으로 끌어들여왔는지,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그림도 전체적으로 보여주고,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부분으로 다시 설명해주고 있어서 인상주의 그림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단지 시험용이 아니라 인상주의가 어떤 색깔을 어떻게 이용하여 그림에 들여왔는지를 이 책을 보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작품을 제작 년도 순으로 배열하여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시기에 따른 차이를 느낄 수 있게 해주고, 또 인상주의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그들의 관심사가 다 달랐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인상주의는 그림이라는 2차원적인 대상에 빛을 도입함으로써 3차원의 그림을 마련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이들의 그림이 대부분 유화이니, 유화는 물감의 질감을 그림을 통해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수채화와는 다르게 평면에서도 입체를 느낄 수 있고, 물감만이 아니더라도 빛을 통해, 빛에 따라 변하는 그림의 모습에 따라서 입체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이 그림이라는 2차원에 빛을 끌어오고, 물감을 이용하여 3차원의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인상주의 화가들 아니었나 하는 것이었으니...

 

올해 '오르셰 미술관'전도 개최했는데... 이 오르셰 미술관에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이 많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고 하던데...

 

오래 전 미술 시간에 배웠던 '인상주의' 아니, 나에게는 '인상파'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게 해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개정증보판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8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영화 "명량"이 엄청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순신 장군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도, 그리고 명량해전에 대해서는 알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이렇듯 영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 영화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바로 어려움 속에서 그 어려움을 이겨가는 모습 아닐까? 위기를 극복해가는 지도자의 모습. 위기다 위기다 하면서도 위기인지도 모르는 지도자가 있고, 위기라는 사실을 알기는 하지만 어떻게 헤쳐나아가야 할지를 모르는 지도자가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지도자가 필요할지를 이 영화를 통해 국민들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천만명이 넘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본 이유이기도 하리라.

 

그렇다면 지도자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당연히 영화를 통해서 무엇이 지도자의 덕목인지, 어떻게 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지 않나.

 

자신들만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국민의 평화를 위해서,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를 늘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리라.

 

이런 관심 속에서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읽었다. 조선시대에 관해서는 학교 다닐 때 국사 시간을 통해서 배웠지만 오랜 시간이 지났고, 또 조선시대에 대해서 한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책이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텔레비전에서는 '정도전'이라는 드라마도 했고, 이번 영화는 '명량'이고 예전에는 또 '세종대왕'때라든가, '세조' 때에 관한 드라마, 그리고 '숙종'이나 '정조'때에 관한 드라마가 나와 조선시대에 대해서 부분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 시대에 어느 지점에 속하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여기에 '조선왕조실록'은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정리가 잘 된 기록유산인데... 지금은 인터넷으로 정리가 되어 온라인 상에서도 언제든지 살펴볼 수 있지만, 내용과 분량이 너무도 방대해 전문가가 아니면 이 내용들을 다 살펴볼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이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해서 정리를 한 책이 필요하고, 이 한 책으로 조선왕조 519년의 역사를 한 눈에 살필 수가 있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조선 태조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황제인 순종까지 27대 임금의 기록을 잘 정리해주고 있다. 실록의 내용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사'를 중심으로 정리를 하고, 주요사건과 주요 인물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으며, 실록이 어떻게 편찬되었는지 실록 편찬경위를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그 임금 때 세계 역사를 간추려서 설명해주고 있다.

 

하여 왕의 즉위부터 사망까지 주요한 정치사 및 인물, 사건 그리고 세계 역사까지 한 눈에 살필 수 있어서 좋다.

 

역사는 단지 과거의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역사는 현재의 입장에서 과거를 해석한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역사는 현재를 알기 위한 초석이 되며, 미래로 나아가는 발판이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의 수많은 사건 중에서 왜 그 사건이 기록으로 남았는지, 또 여러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이 그런 결과를 남겼는지를 현재의 입장에서 정리한 것이 바로 역사다.

 

조선왕조실록도 마찬가지다. 후대의 왕이 선대의 왕 때 일어난 수많은 일들 중에서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을 모아 정리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역사는 자신이 나아갈 길을 알려준다고 생각했기에 이렇듯 꼼꼼하게 정리한 것이다.

 

비록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이지만, 이 한 권에서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를 정리할 수가 있다. 이런 정리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실(史實)들로 나아간다면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국사를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 적어도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 정리된 역사책을 읽고 더 자세한 사항을 스스로 찾아 읽는 습관을 지닌다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겠지.

 

한국사 교과서 왜곡 사건도 말이 많은데, 정작으로 국민들의 역사의식이 깨어 있다면 굳이 학교에서 교과서로 가르치지 않아도 될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 - 행복한 공간을 위한 심리학
에스더 M. 스턴버그 지음, 서영조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신경건축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있다고 한다. 신경학과 건축학이 융합되었다고 보면 되는데, 더 포괄적으로 말하면 의학과 건축이 융합된 학문이라고 보면 된다.

 

현대는 융합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데,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매몰되어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살리되 이들이 함께 모여 연구하는 '융합'이 현대의 화두가 된 것이다.

 

그 중에서 우리 삶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분야가 바로 의학과 건축학인데, 얼핏 전혀 다를 것 같은 학문이 '신경건축학'이라는 학문으로 융합이 되어 활발히 연구하고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듣는 말인데도 친숙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우리가 지닌 본능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우리의 건강에 주변 환경이 주는 영향을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는 인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건강이 의학 분야라면 주변 환경은 건축학 분야라고 할 수 있으니, 우리가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서 의학과 건축학이 융합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학문으로 발전하기 이전에 이미 직관적으로 우리는 이를 알고 있었고 또 실천하고 있었으리라.

 

예전의 요양소들을 보면 풍경이 좋은 곳, 공기가 좋은 곳에 지어졌으니 말이다.

 

그것을 과학적으로(이를 경성과학이라고 한다. 무언가 증명이 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할 수 있는 과학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막연히 그럴 것이다. 또는 객관적으로 자료를 제시하기 힘든 과학을 연성과학이라고 한다) 밝혀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어 있는데, 영어 제목으로 하면 '치유공간' 정도 될 것이다. 오히려 번역 제목이 책에 더 흥미롭게 접근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다른 말로 하면 건강이고, 마음에 따라서 우리의 육체적 건강이 달라질 수 있음을 최근의 의학적 사실들과 연구결과들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 주고 있다.

 

즉, 공간에 해당하는 우리의 감각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정말로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가 하는 점을 면밀하게 살핀 것이 1부라면... 어쩌면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우리를 편하게 해주는 것들, 자연풍경부터 자연의 소리, 음악소리,좋은 냄새, 부드러운 촉감 등등이 어떻게 우리의 몸에 영향을 주는가를 뇌과학의 성과를 인용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냥 그렇겠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나 직관적으로 여기던 것들을 뇌과학이나 신경과학의 결과들을 통하여 증명해주고 있으니, 공간이 우리의 몸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실제 건축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디즈니월드나 보건원 건물들을 통하여 공간이 어떤 과학적인 고려하에 건축되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마음에 작동하는 과정도 실제 건축을 예로 들어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좋고, 이를 바탕으로 3부 치유의 공간으로 넘어간다.

 

프랑스에 있는 기적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루르드로 3부를 시작한다. 기적, 치유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루르드에서 현대과학이나 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치유가 일어난 사례들을 들고, 이들이 결국 공간이 우리의 마음에 작동해서 치유를 이끌어냈음을 설명해내고 있다.

 

이런 설명은 명상으로 이어지고, 명상에 이어서 병원의 건축이 어떠해야 하는가로 넘어간다. 현대의 가장 대표적인 치유의 공간이 병원 아니던가.

 

그렇다면 병원의 공간이 어떻게 건축되어야 사람들이 더욱 효과적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병원 건축이 반환경적이고 반인간적이며 오히려 고통을 주는 공간이 된다면 이곳에서 병을 치유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악화되어 나올 뿐이니 말이다.

 

하여 병원이 최근의 '신경건축학' 결과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건물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음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첨단의 기계만을 들여놓으면 가장 좋은 병원이 되는 양 착각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형병원들, 자신들의 병원 환경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운영에도 또 환자들의 처지에서도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3부인데... 여기서 더 나아간다.

 

'신경건축학'이 개인의 건강에서 그래서 병원의 건축까지 나아간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우리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도시건축이 정비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도시라는 건축들의 집합소가 건강을 위한 도시 건축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이런 도시 건축이 한 나라에 국한되어서는 안되고, 전세계적으로 공유가 되어야 우리의 건강이 제대로 유지된다고 하고 있다.

 

환경은 못 사는 나라, 못 사는 동네에서부터 나빠지기 시작하며, 이렇게 나빠진 환경으로 인해서 건강상 가장 피해를 보는 집단은 못 사는 나라, 동네에 살고 있는 빈민층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건축이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면서 이 책이 마무리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행복한 공간을 위한 심리학"이라고 책의 겉표지에 적혀 있는데, 이보다는 "건강한 생활을 위한 공간 심리학"이라는 말을 붙이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공간은 우리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실천을 하는 학문이 '신경건축학'이니, 신경건축학은 작은 학문이 아니라 도시건축과 또 세계건축과도 연결이 되는 우리네 삶에 필수적인 학문이라는 생각이 다지게 만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덧글

 

책의 곳곳에 굵은 글씨로 강조한 부분이 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사람, 먼저 그 굵은 글씨들만 몇 번 읽어보아도 이 책의 주장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의 주장을 더 쉽게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책은 다 읽어야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들, 의학적 성과들을 자세하게 인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가고 있으니, 우리가 직관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과학적 사실로 증명해준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소개할 때 굵은 글씨들 많이 도움이 된다. 또 다시 한 번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릴 때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휴대폰의 눈물 라임 청소년 문학 4
엘리자베스 스튜어트 지음, 김선영 옮김 / 라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휴대폰 사용량이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휴대폰은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광대역이니 엘티이니, 초고속통신망이니 하는 것들부터 시작하여 최신 기기가 넘쳐나는 세상이고, 길거리 어디에 나가보아도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사람들 천지다.

 

하다못해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도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의 폰을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인 현실이기도 하고.

 

그런 휴대폰에 얽힌 이야기는 신문에서 또는 책으로도 접하게 되는데...

 

가령 '고릴라는 핸드폰을 싫어해'라는 글을 보면 핸드폰에 들어가는 원료인 콜탄을 채취하기 위해서 숲을 파헤치기 때문에 고릴라들의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어 고릴라들이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여기에 우니나라 모기업에서도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는 얘기가 기사로도 나오고 있는 현실이라서 휴대폰에 관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실을 형상화함으로써 마음을 울리게 하는데 소설의 한 기능이 있다고 하면, 휴대폰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작가들이 쓴 소설도 있겠지만 이번에 읽은 이 '휴대폰의 눈물'은 세 사람의 처지에서 내용을 전개해 나가고 있어서 읽으면서 흥미를 느끼게 된다.

 

한 번 손에 쥐면 그 다음이 궁금해서 끝까지 읽게 하는 매력이 있는 작품인데... 원제가 blue gold(푸른 금)이라고 하는데, 이는 콜탄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영어의 원제목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휴대폰의 눈물'이라는 제목이 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고, 이해하기도 쉽다는 생각이 든다. 잘 붙인 번역 제목이다.

 

내용은 세 사람의 처지를 형상화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원료 채취단계인 아프리카 콩고 사람인 '실비'

 

그녀가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는 휴대폰으로 인해 성폭행을 당하고 고향에서 쫓겨나며,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 상황이 나타난다.

 

또 다른 하나는 제품 생산단계인 중국의 '레이핑'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 그녀가 어떻게 착취당하고 있는지, 얼마나 힘든 노동을 견디고 있는지를 작품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은 제품 소비단계인 캐나다의 '피오나'

 

그녀는 휴대폰에 자신의 가슴이 나온 사진을 올렸다가 곤경에 처한다. 휴대폰에 아무 생각없이 올린 사진이나 글들이 문제가 되어 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작품을 통해 보여 주고 있는데... 특히 청소년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경각심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본다.

 

서로 동갑인 이들이 각기 다른 나라에서 다른 경험을 하지만, 이들의 경험은 휴대폰으로 엮여 있다. 그리고 그 휴대폰이 얼마나 비인간적일 수 있는지, 남의 고통을 바탕으로 해서 최종소비자의 손에 들려 있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휴대폰을 사용하지 말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휴대폰으로 인해 고통을 겪은 피오나 역시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지는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휴대폰을 절대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의 말미에서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휴대폰에 얽혀 있는 이야기들을 우리가 알고, 가능하면 윤리적인 소비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잘 사용하는 길...

 

그것은 우선 아프리카에서 채취 단계에서 윤리적일 것.  

 

두번째는 생산단계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그들의 생계와 생활을 책임질 수 있는 인권적인 환경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공장 환경을 조성할 것. 

 

마지막으로는 소비자로서 윤리적인 소비를 할 것. 즉 휴대폰의 기능에 맞는 사용을 하고, 그것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할 것.

 

휴대폰...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엄청나게 소비하고 있는 물건이다.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간혹 잘못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비윤리적으로 채취되고, 생산된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이 얼마나 다른 사람을 고통에 빠뜨릴 수 있는지 이 소설은 세 소녀의 모습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작품의 내용이 행복한 결말이어서 읽는이로 하여금 안도감을 느끼게 하는 맛도 있고, 그리고 내 손 안의 작은 세계인 휴대폰이 실질적으로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얽혀 있음을 인식시키는 역할도 하는 소설이다.

 

또한 윤리적인 소비가 왜 필요한지를 마음에서부터 깨닫게 하는 소설이기도 하고. 적어도 내가 쓰는 휴대폰에 눈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청소년들... 어른들... 자신의 손에 있는 작은 세계인 휴대폰. 그 휴대폰에 얽혀 있는 세계를, 삶들을 마음으로 느껴보고 싶으면 이 소설을 읽으라. 마음에 어떤 울림이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목이 마음에 든다.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안과 밖으로 나뉘었다는 물리적인 이야기말고, 우리네 삶 자체도 안과 밖으로 나뉠 수 있다는 이야기.

 

자신 속으로만 침잠하는 사람과 사회 속에서만 자신의 삶을 발견하는 사람.

 

그러나 사람은 안과 밖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존재이니, 우리는 안에 있으면서 밖에도 역시 있어야 한다.

 

시인은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라는 질문을 하면서, 우리가 지닌 껍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껍데기가 무거워서, 또는 무서워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이 말에 나는 껍데기를 아직도 지고 사는 내 자신의 삶이 떠올랐다. 나에게 껍데기는 무거운 걸까? 아니면 무서운 걸까?

 

시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얼핏 보면 우리가 안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껍데기가 무거워서> 혹은 <껍데기가 무서워서>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껍데기가 그렇게도 무거워서 껍데기가 그렇게도 무서워서 우리는 밖으로 솟구쳐 날으지 못하는가? ...습관적으로 자기 영토(땅)를 고정하고 공간만들기를 좋아하고 권력이 만들어놓은 제도와 관습 속에서 속령화된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고자하는 정주민의 욕망이 우리가 안에서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이 시집은 아마도 우리를 제도화된 욕망 속에 가두고 그럼으로써 우리를 폐쇄된 코스모스(안)에 주둔시킴으로써 우리를 마음껏 지배하고 있는 얼굴 없는 권력의 마수, 혹은 그것에 질질 끌려가는 내 욕망의 파시즘에 관한 해부의 기록이다.

 

(김승희,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세계사.1993년 1판 5쇄 '자서'에서

 

그래... 어쩌면 안이 주는 편안함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하는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밖을 그냥 관음증 환자처럼, 또는 텔레비전의 중계방송처럼 보기만 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참여는 하지 않은채.

 

세상이 변하지 않음을 개탄하면서, 밖의 위험성에 대해, 밖의 야만성에 대해서 말만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편안함에 이끌려서. 

 

시가 찰나를 노래하지만, 그 찰나가 영원하다는 생각을 했는데...이 시집에서도 지금...바로 우리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시를 보고서 역시, 시는 찰나를 노래하지만 영원을 보여주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안과 밖... 그것을 가로지는 벽. 그 벽에 대해서...

 

   벽지 바꾸는 시대

 

지금은 벽을 부수는 시대가 아니다

벽을 부수는 시대가 아니다

기울어진 벽을 부수고

새벽을 짓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벽을 부수려는 시대는

지나갔다

 

상복을 입은 여인들이 울고 있다

4월에도 울었고

5월에도 울었고

6월에도 울었고

상복을 입은 여인들이 일년 내내 달력

속에서 울고 있는 울먹임의 역사

이런 역사를 만장과 더불어

벽장 속에 깊이 올리고

 

지금은 새로운 벽지를 바꾸려고

도배집 앞에 줄지어 서서

새로운 무늬 벽지를 고르는 시대

어떤 아름다운 무늬의 벽지가

벽의 결함을

감춰줄 것인가

(벽의 파손을 막아줄 것인가)

그런 것을 꿈꾸는

넋 나간 시대

 

그런데, 너, 너,

너는 또 뭐냐?

충치로 구멍 숭숭 뚫린 썩은 이빨과

풍치로 화농 흘러 뭉그러진

검은 잇몸(구강의 총체적 난국)

위에

아침 낮 저녁으로

치석 방지 치약

니코틴 제거 치약

딸기향을 첨가한 향긋한 후르츠 향의

온갖 치약거품들을

쓰러질 듯 갸우뚱 걸린 벽거울 앞에 서서

황홀하게 황홀하게 도배하고 있는 너는?

 

김승희.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세계사. 1993년 1판 5쇄. 74-75쪽

 

벽을 바꾸어야 할 시대에 겨우 벽지만 바꾸고 있는 모습. 우리가 지금 그렇지 않은가. 내가 그렇지 않은가. 이 시에서 처음에는 사회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다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

 

벽지만 바꾸는 사회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이 겨우 치약만 바꾸는 나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안과 밖이 이렇듯이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세상은 벽지만 바꾸고도 근본적인 것이 바뀐 양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 시에서처럼,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는데, 벽지만 바꾸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제는 벽지가 아닌 벽을 바꿀 생각도 해야 하는데... 20년 전에 쓰여진 시가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니...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어야 햇는데, 우리는 그동안 벽지만, 무늬만 바꾸고 있었단 말이지...참...

 

그래서 벽지가 아닌 벽을 바꿀 수 있는 시대(밖)가 되기 위해서는 안에서 나와야 한다. 나와서 살아야 한다. 그래야 밖이 변한다.

 

그 점을 이 시집에서 마지막 시로 이야기하고 있다. 희망의 끈, 놓지 않고 있다.

 

그 시(보리수나무 아래로)의 마지막 부분.

 

(전략)

쓰러질 때까지 사랑했던 사람

쓰러질 때까지 일했던 사람은

그가 어느 나무 아래 길을 걸었다

하더라도

결국은

보리수나무 아래 길을 걸은 것이라고

 

이제야 비로소 난

모든 사람의 길과 나 자신의 길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 듯하다.

모든 길이란, 아마도, 나,

자신의 보리수나무 아래로 가는

길이므로.

 

김승희.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세계사. 1993년 1판 5쇄. 122쪽. '보리수나무 아래로' 부분

 

깨달음의 길... 그것은 나와서 걷는 일이다. 껍데기를 깨고 나와 사는 일이다. 어떤 삶? 자신의 전생애를 건 삶을 사는 삶. 그것이 바로 깨달음의 길이고, 그러한 깨달음의 길에는 하나의 길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도 많은 깨달음의 길이 있다.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길, 껍데기를 깨는 길... 하나가 아니다. 다ㅏ 자기만의 길이 있다. 이 길들을 가는 순간 벽지만 바꾸던 삶에서 벽을 부수는 삶으로, 벽을 부수어 길을 내어 그 길을 가는 삶으로 바꿀 수가 있다.

 

그래 나에게 무슨 껍데기가 그리도 무겁고, 무섭겠는가.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지 못하고, 밖의 권력에 휘둘리거나, 안의 편안함에만 안주하는 그런 삶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20년 전에 나온 시집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시집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