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건축에 관해서 부쩍 관심이 늘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내 손으로 만들지 못한 지가 오래되었는데, 내 손으로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고를 수는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건축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멀었다. 건축을 바라보는 눈을 갖기에는. 그렇다고 남들의 이야기를 마냥 따라가기만 해서는 안된다.

 

집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집을 통하여 나를 표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량생산된 아파트라는 건물을 집으로 삼고 살고 있지만, 이런 아파트들도 자신들만의 구조로 만들 수 있게 건설사들이 바꿔가고 있는 실정이니, 곧 자신만의 건축을 만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부지런히 건축에 대한 안목을 높여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건축에 나를 맞추지 않고, 나에게 건축을 맞출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이 책 참 재미있다. 단지 재미만이 아니라 이 사람이 이렇게 건축에 대해서 조예가 깊었나 싶을 정도다.

 

건축의 아름다움부터 시작하여 결국 어떤 건축이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지, 왜 그런지를 자신만의 관점에서 탐구해 가고 있다.  

 

하여 그가 건물을 바라보는 입장은 보통과 다르다. 그는 건물이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건물은 민주주의나 귀족주의, 개방성이나 오만, 환영이나 위협, 미래에 대한 공감이나 과거에 대한 공경을 이야기한다. 76-77쪽

 

이 말을 보면 우리나라 몇몇 시청이나 구청들의 건물들이 생각난다. 주변 환경이나 지역 조건은 생각지도 않고 오로지 위압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건물들... 이런 건물들은 무슨 말을 할까?

 

이런 건물들을 보면 보통의 말을 내 식으로 번역해서 말한다면 '공무원은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민 위에 군림하겠으니 국민들은 위압감을 느끼고 경건한 자세로 이곳에 들어오라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건축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그 건축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파악하게 되고, 따라서 건축에 대해서 소홀해질 수가 없게 된다.

 

다양한 건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특히 '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것이 바로 집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집을 가져야만 한다.

 

  어떤 장소의 전망이 우리의 전망과 부합되고 또 그것을 정당화해준다면, 우리는 그곳을 '집'이라는 말로 부르곤 한다. ... 어떤 건물과 관련하여 집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단지 그것이 우리가 귀중하게 여기는 내적인 노래와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방식일 뿐이다. 집은 공항이나 도서관일 수도 있고, 정원이나 도로변 식당일 수도 있다.

  집을 사랑한다는 것은 또 우리의 정체성이 스스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물리적인 집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의미의 집도 필요하다.  111쪽

 

이런 집을 지니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은 행복에 한 발 더 다가간 사람이리라. 그렇게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에게서 다른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릴 수 있다. 나만의 행복이 아닌 모두의 행복을 고민하게 된다.

 

그런 고민을 건축 역시 하게 되는데, 우리가 건축에서 의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우리의 일그러진 본성을 바로잡아주고, 우리를 지배하는 일 때문에 희생해버린 감정들을 되살려주는 능력 때문에 어떤 건물들을 귀중하게 여긴다. ... 건축은 금방 사라지는 소심한 경향들을 포착하여, 그것을 증폭하고 견고하게 만든다. 그 덕분에 우리는 건축이 없다면 가끔 우연히 경험할 수밖에 없는 넓은 범위의 감정적 질감들에 더 지속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127쪽

 

인간이 혼자서만 살 수 없듯이 인간은 자신의 몸을 누일 공간을 필요로 한다. 또 함께 생활한 건축도 필요로 한다. 하여 좋은 건축은 우리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밖에 없다. 무언가 불편한 건축, 이것은 제대로 된 건축이 아니다.

 

세계 곳곳의 건축에 대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읽기에도 편하고, 또 많은 건축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그래서 읽을만하다. 아니 읽어야만 한다.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집, 건물, 그리고 장소들을 이해하고, 그 장소들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행복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 좋은 책이다.

 

덧글

 

책을 찾아보니, 이 책의 새로운 판이 나왔나 보다. 출판사가 달라졌으니. 도서관에서 빌려본 이 책은 2007년 판인데, 아마도 새로운 출판사에서 나온 책도 번역자가 같은 것을 보니, 판권만 바뀌지 않았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발과 패턴 - 복잡한 세상을 읽는 단순한 규칙의 발견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시공사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연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해석할 수는 있지만, 예측할 수는 없다.

 

물론 예측은 가능하다. 예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능력 가운데 중요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이라는 말 대신에 예측이라고 하면, 미래의 일을 미리 알아내는 능력을 말한다. 하여 예측은 현실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인간세상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이렇게 예측해서 맞는 경우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러니 세상일은 일어난 다음에 원인 규명을 하고 해석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일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일어날지를 예측할 수는 없다는 말이 성립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상일은 예측불가능하니까 그냥 내버려두었다가 나중에 해석만 하면 된다고 하면 큰일이 난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냥 그냥 살다가 일이 일어나면 그때 그때 해석만 한다면 짐승보다는 조금 낫겠지만, 인간만이 지닌 특성을 잃고 말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틀릴 줄 알면서도 예측을 한다.

 

세상을 좀더 인간의 눈으로 파악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또 인간의 눈으로 파악이 된 세상은 좀더 단순하고 인간이 살만한 세상이 된다.

 

비록 끊임없이 예측이 우리를 배신하고,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일이 일어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이러한 인간 세상의 복잡성을 해석하려는 의도로 쓰여졌다. 인간 세상의 일이 복잡하고 우연히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우연성, 복잡성에도 어떤 규칙이 있음을, 그래서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과 같은 인간들이 일으키는 일들로부터, 지진이나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 인간의 행위로 인해 일어나는 증시 등을 분석해서 이들이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고 있음을, 그리고 이러한 패턴이 물리학이나 수학으로 설명이 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설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쿤의 '패러다임'이라는 개념도 빌려와 설명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인간 세상의 복잡성을 지금은 설명하지 못하지만, 복잡성을 설명하려는 실패들이 모이고 모이면 결국 인간 세상의 복잡성을 설명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형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그러한 일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고.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멱함수"이다. 프랙탈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되고, 임계상황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되지만, 인간 세상을 설명하고 있는 주요 용어는 바로 "멱함수"다.

 

이 "멱함수"적인 관계가 지금까지 인간세상에 일어난 복잡한 일들의 규칙성이라고 한다.

 

가령 지진이 일어나는 횟수를 보면 작은 지진들과 큰 지진들에는 숫자상 역비례관계가 성립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의 인구수에서도 역시 역비례관계가 성립된다고 한다. 단지 그 비율의 차이만이 다를 뿐이지, 모두가 "멱함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하여 영어 제목이 'ubiquity'다. 보편성, 편재 정도로 해석이 되는, 전혀 우발적이고 다른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제목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이러한 "멱함수"적인 관계로 보편성을 띠고 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 세상의 복잡성을 해석해내고 예측해낼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예측불가능성,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크기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러한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으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러한 임계상황에 있음이 바로 보편성이라고 하겠다.

 

그 크기가 어떻게 될지는 '멱함수'로 예측을 해보면 될테고...

 

이를 역사에 적용하면 이런 말이 성립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현재의 경향이 계속된다고 볼 수도 없다.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미래는 끊임없이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다는 것이다. 이것이 역사가 흥미로운 이유가 될 수 있다. 역사는 정적이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변하지도 않으며, 이 둘 사이의 중간에 불안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 따라서 역사는 모래더미처럼 언제나 극적인 요동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간다. 340쪽

 

그렇다. 우리 인간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임계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임계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음이 보편성이라면 임계상황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작은일에서 큰일을 볼 수 있는 것이 프랙탈이론이라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작은일들이 큰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가 아닐까 싶다. 

 

덧글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멱함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단지 멱함수란 일들의 관계가 역비례관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예를 들면 인구 천만이 도시가 하나면 인구 오백만인 도시는 넷, 인구 250만인 도시는 여덟...이런 식인데...

 

이것을 거꾸로 비례관계로 바꾸면 그 관계가 성립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화하면 작은 전쟁 천 번에 중간 정도 전쟁 250번, 좀 큰전쟁 60번, 좀더 큰전쟁 15번, 더 큰전쟁 4번, 아주 큰 전쟁 1번 하는 식이면, 최근 몇 년 동안의 전쟁을 분석하면 큰전쟁이 일어날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런데 이 책에 나온 '멱함수'에서는 횟수만이 나왔지 기간은 변수로 나와있지 않으므로... 이런 계산이 불가능한가? 여러 생각이 나는데 명료하지 않고 부옇다.

 

세상을 단순화해서 규칙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이 규칙 역시 해석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만 있으니...

 

역시 인간 세상은 복잡하고 어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
최경숙 지음 / 맛있는책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와 함께 가는 옛 건축 기행'이라는 작은 제목이 달린 책이다. 건축가인 저자가 혼자 여행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우리나라 옛 건축들을 찾아 여행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했다고 하지만, 아이들에게 옛 건축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냥 아이들과 함께 다닐 뿐이다. 다만 경험하게 할 뿐이다.

 

이를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를 소홀히 하는 현상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경험'은 '호기심'으로 이어져 옛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답사가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준다는 점은 제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경험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9쪽

 

해외 여행이 붐을 이루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쩌면 우리 것을 소홀히 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외국의 화려한 건축물에 대해서는 감탄을 하면서도 정작 우리의 건축물에는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우리 것을 소홀히 여기면 결국 우리의 문화가 발전할 수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우리 것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경험을 하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옛 건축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아주 잘 알려진 건축에서부터 처음 들어보는 건축까지 곳곳을 찾아다니며 그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이 이런 아름다움을 그냥 경험하게 해주고 있다. 이 경험이 나중에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에 대한 지식으로 나아가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아이들의 품성에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옛 건축을 통해 역사를 대면하고, 큰 강줄기로 역사를 이해하고, 놀이를 통해 자연의 순수함을 알아가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이 진정 배워야 할 것들이다. 선행학습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수학과 이유도 모른 채 4-5세부터 일상이 돼버린 영어 대신에 말이다." 365쪽

 

나는 이 말에 완전히 동의한다. 지식을 파고들 나이가 있고, 지식을 떠나 그냥 경험할 나이가 있다. 적어도 중학생 때까지는, 아니 더 줄이자, 초등학생들은 지식을 떠나 다양한 경험을 그냥 할 필요가 있다. 무엇에 쓰겠다는 목적의식없이, 그냥.

 

우리 것들에 대한 경험도 마찬가지다. 한옥에 가서 보고 놀고 자보는 경험은 한옥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저자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을 하게 해준다. 그리고 자신은 건축가답게 그런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감탄하고 남들에게 알리려 하고 있다.

 

하여 이 책을 읽어가면 직접 그곳에 가보지 않았더라도 마치 그곳에 가 있는 것처럼 느낄 수가 있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옛 건축들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우리 건축들이 정말로 아름답다는 사실을, 그냥 사라지게 하기에는 너무도 아깝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 번 양동마을에서 민박을 한 적이 있다. 초가집에서 자는 경험...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양동마을을 휘둘러보는 재미도 참 좋았다. 그리고 자연을 거스리지 않고 자연과 어울리면서 마을이 이루어지고 그 마을에서 큰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홀로 존재하지 않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으로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옛 건축들은 집에서부터 읍성, 절, 서원, 탑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은 한 가지로 수렴된다.

 

모두가 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건축되었다는 사실. 다른 존재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 함께 어울린다는 사실.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는 사실로 수렴된다. 

 

이제는 한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한옥에서 살려고 하는 사람도 많고, 옛 건축들도 민박이나 문화시설로 이용을 하고 있다. 우리 옛 건축이 현대와 공존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그러니 이젠 무작정 해외로 갈 것이 아니라 우리 옛 건축들을 느끼는 여행을 가족이 함께 할 필요가 있다. 이게 진짜 교육일 수 있다.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 그것은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껴안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가 옛 건축에서 무엇을 껴안아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의 수업 자유학기제, 아일랜드에서 찾다 - 아일랜드 전환학년제와 직업체험 매뉴얼 작성법
양소영 지음 / 미디어숲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부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학생들이지만, 학업에 대한 관심은 가장 없는 학생들에 속하는 우리나라 학생들.

 

공부에 대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세상을 떠나는 학생들이 많은 나라.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르는 나라 중 하나.

 

그런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은 너무도 피곤해하고, 이런 피곤함이 점점 공부로부터, 자신의 행복한 삶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려고 하고, 2013년부터 시범실시를 하고, 올해는 많은 학교에서도 실시를 하고 있는데.

 

2016년 중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기는 자유학기제로 하는 것을 의무화한다고 하니, 내후년이면 중학교에서 모든 1학년 학생들은 이 자유학기를 경험하게 될 터이다.

 

그런데 자유학기제란 무엇인가부터 어떻게 운영되는가를 잘 모른다. 학교에서도 반대가 많다. 이유는 사회적인 시설이나 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학기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너무 무리라는 것이다.

 

자유학기란 학생들에게 시험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공부)을 찾아 스스로 하게 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여 교육부에서 나온 안에 의하면 오전에는 기본교과를 공부하고 오후에는 동아리 활동이나 다른 다양한 활동을 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오전-오후로 나누어도 좋고 요일별로 구분해도 좋은데, 다만 한 학기는 시험을 보지 않는다는 것, 기본교과는 최소한으로 하고, 나머지 다양한 활동들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보면 참 좋다. 아이들에게 시험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아서 할 시간을 준다는 것. 정말로 모든 교육자들이 바라던 바가 아니던가.

 

그리고 이런 자유학기제와 비슷한 일을 아일랜드에서는 '전환학기제'라는 이름으로 이미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나라도 자유학기제가 실시되어도 된다는 근거가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점에 착안하여 아일랜드를 직접 방문하여 아일랜드의 '전환학기제'에 대해서 공부하고 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점과 우리나라의 자유학기제와 비교하면서 이 책을 써나가고 있다.

 

아일랜드에서 직접 전환학기제를 운영하는 교사들과 경험하는 학생들과 직접 면담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펼쳐보이고 있어 전환학기제가 어떤 유용성이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더 좋은 점은 우리나라의 자유학기제와 비교하여 자유학기제에 대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 실시하고 있고, 2016년에 전면 실시되는 자유학기제에 대해서 잘 알 수 있게 되어 있어서 교사들에게는 특히 도움이 되겠지만, 자유학기제를 잘 모르는 학부모를 비롯하여 사회에서 일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책이다.

 

다만 이 책에서는 자유학기제의 좋은 점만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물론 자유학기제가 좋고 꼭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현실과 사회현실에서 적용이 가능한가는 철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자유학기제가 단 6개월만의 연구로 시범실시가 되고, 2년여의 시범실시를 거쳐 전면화되는데... 3년이란 시간은 교육제도가 정착하기에는 너무도 짧은 기간이다.

 

여기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진로체험을 해야만 자유학기제가 의미가 있는데, 지금 전국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구축되어 있는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고 섣불리 실시되었다가는 혼란만 가중시키다 폐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 더 더하면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학년에 관한 문제다. 아일랜드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고1과정에서 전환학기제를 실시한다. 이는 아일랜드의 제도가 6년으로 중등과정을 묶고, 전반기-후반기로 나누어 교육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중학교 과정과 고등학교 과정이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중1에서 자유학기제를 실시하기로 했는데... 갓 중학교에 들어온 아이들에게 진로에 관한 경험을 하게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적어도 중3은 되어야 제대로 된 진로체험, 진로 고민을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활동을 통하여 자신의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그래서 대안을 제시한다. 지금처럼 중1때 자유학기제를 했다면, 고1때 한 번 더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중1부터 고3까지는 너무 멀다. 그리고 중1은 사실 진로에서 멀어져 있다. 아이들에게 시험에 대한 중압감을 벗어나는 경험만을 하게 한다면 중1도 좋지만,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가장 중요한 경험을 하는 기간으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한다면 시기는 조정될 필요가 있다.

 

또 한 학기는 너무 짧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적어도 일년은 해야 실효성 있는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저런 점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인데... 시범실시하고 있는 학교의 교사들과 학생들이 모두 만족하고 이 제도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이 책에 나와 있는데, 이것이 더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런 점을 시범기간 동안에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자유학기제... 공부에 찌든 우리 학생들을 살릴 수 있는 좋은 제도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잘 정착되도록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사회적 기반도 마련해야 하고.

 

이 책에는 학생들이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도 제시되어 있고, 어떻게 할지에 대한 활동지도 실려 있어서 지금 시범운영을 하고 있는 학교에서나 앞으로 할 학교들에서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자료들이 많다.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길로 제시된 자유학기제... 정말로 아이들을 살릴 수 있게 효율적인 운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추천사에는 교사들에게 필독을 권한다고 되어 있는데, 나는 오히려 이런 책은 교육관료들이 특히 교육부 장관이 먼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지금 펼치고 있는 자유학기제를 어떻게 하면 더 내실있게 운영할 수 있나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60년을 묻다 - 박정희 시대의 문화정치와 지성
권보드래.천정환 지음 / 천년의상상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0년대인 지금 왜 "1960년을 묻다"란 책이 나왔을까? 그게 의문이었다. 이 의문점에 대해서 이 책의 작가들은 여는 글에서 답을 하고 있다.

 

1960년대는 지금 우리를 규정하는 시원이라고... 따라서 1960년대를 보면 지금의 우리를 알 수 있다고.

 

  우리는 '좋은 전설'로 아직 살아 있는 1960년대와, 우리들 삶과 마음속의 어두운 망령인 1960년대를 함께 성찰하고 한꺼번에 벗어나야 한다. 사실 그럴 만한 때가 되지 않았는가? 여는 글에서 7-8쪽

 

1960년대는 무엇으로부터 시작하는가? 바로 4·19다. 그리고 이 4.19는 5.16으로 끝나게 된다. 민주와 자유를 우리에게 알려주었던 4.19. 그리고 이런 4,19를 계승했다고 표방하면서 오히려 4.19를 무덤으로 끌고 가버린 5,16.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5.16에 침묵하거나 찬성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군사독재의 길로 들어가게 되는 1960년대.

 

1960년대의 문화, 사회, 정치 등 다방면에 걸쳐서 연구한 결과물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너무도 전문적이어서 학자들이나 또는 전공자들이나 보아야 하는 책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전문적인 연구서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대중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표현방식을 택하고 있어서, 50년 우리 사회가 궁금한 사람이 읽으면 재미있게 읽거나 또는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책이다.

 

작은 제목이 '박정희 시대의 문화정치와 지성'이라고 달고 있어서 박정희라는 개인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하는 점을 제목에 부각시키고 있지만, 이 책 내용에서는 박정희 개인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다만 그로 인해서 문화가 어떻게 왜곡되거나 변질되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서 살피고 있을 뿐이다.

 

하여 '1960년을 묻다'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1960년대 중에서도 정치사와 경제사는 빠지게 된다. 문화를 중심으로 1960년대를 살핀 책이라고 보면 된다.

 

4.19이후 단 1년 만에 5.16이라는 군사쿠테타로 인해 자유는 저 멀리 사라지고, 민주 역시 역사의 뒤안길에 머물러 있게 되고, 문화는 군사정권의 논리에 의해 왜곡되기 시작하고, 국민들은 그전의 삶과는 다른 삶을 맛보기 시작한 때.

 

알게 모르게 경제 논리가 사회에 침투해  자유와 민주를 경제가 서서히 밀어내기 시작하는 때. 그런 전환점. 그래서 1960년대는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의 시원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과정과 비슷한 일을 우리는 겪지 않았던가.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을 거쳐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 헌법 개헌... 그러나 지금은 다시 한계에 봉착하고 1990년대의 아이엠에프를 거쳐 우리 삶을 장악한 경제논리.

 

결국 경제논리에 의해 다른 것들이 다 묻혀버린 지금 이 시대를 1960년대는 미리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1960년을 묻는 행위는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를 묻는 행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60년대를 거쳐 암울한 70년대, 그러나 곧 80년대가 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는데...

 

인간은 밥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우리들이 '신자유주의'의 논리에 갇혀 오로지 경제논리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지금... 어쩌면 지금은 1960년대의 쌍생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쌍생아는 아니다. 우리는 이미 한 번 겪었다. 알고 있다. 이 알고 있음을 행위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도 다시 1960년을 물어야 한다. 묻는 행위, 이것은 행동하겠다는 표현에 다름 아니다.

 

같은 길을 가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그리고 답을 찾았으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덧글

 

다른 부분도 다 읽을 만하고 재미도 있지만 특히 4장 "내 귀에 도청장치"는 간첩을 다룬 이야기로서 지금 시대와 비교하면서 읽으면 참 생각할 것이 많다. 헤겔 철학의 권위자인 임석진이 어떻게 동백림 사건과 연결이 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을 송두율과 비교하면서 보여주고 있는 장면... 어쩌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 많은 간첩사건들... 1960년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이 4장에서는 처절하게 느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