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 258호 2009.10.20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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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편집자가 가려뽑은, 편집자에게 권하는 책
 
 
  격주마다 출간되는 기획회의에서 눈여겨 보는 기사는 특집이다. 258호의 특집 주제는 편집자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현직 출판사의 편집에 몸담고 있는 17명의 편집자가 세 권씩 51권의 책을 권하였다. 편집이 기본이라 생각되는 교정과 관련된 한국어 관련 도서부터, 마케팅,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소개되었다. 50권이 넘는 책 중에서, 분야별로 인상적인 책을 골라보았다.
 
  가장 많이 추천된 책은 제임스 마치너의 『소설』이었다. 제임스 마치너가 쓰고,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이 책은, 작가와 편집자, 비평가, 독자, 책과 관련된 4명을 중심으로 책 만드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다고 한다. 수 많은 원고에서 주목받을 원고를 골라, 책을 만들어 내지만, 킹메이커처럼 자신은 드러나지 않는다. 편집자로써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추천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편집과 한국어와 관련된 책에서는 고종석씨의 『감영된 언어』가 눈에 띄었다. 누구보다 언어에 대해 깊은 사색을 한 흔적이 느껴지는 길이기에, 한국어의 위치와 책에 사용되는 언어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자신만의 사색의 꺼리를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이오덕님의 우리말 바로쓰기와 우리 문장쓰기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용하는 자연스런 입말을 사용하자는 주장이 마음에 들었다. 가진자들이 타자와 자신을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의 벽이, 출판계에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에, 책은 지식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책을 추천한 편집자의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편집과 디자인에 관련된 책에서는 궁리 출판사의 『세계만물그림사전』이 눈에 띄었다. 11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5개국어로 다양한 사물의 정확한 명침이 담겨있는 사전은, 편집자 뿐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가까이 해야 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편집과 관련해서는 마쓰오카 세이고의 『지의 편집공학』이 눈에 띄었다. 편집을 책을 넘어, 세상을 모든 것을 해석하고, 재조직하는 방향으로 관점의 틀을 키우는 그의 주장은 고민거리가 되어, 가슴에 남았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마케팅 전쟁』이, 디자인 분야에서는 프로파간다 편집부가 엮은『GRAPHIC』이 눈여겨 볼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고, 고뇌하는 편집자의 노고가 있기에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등장한다 생각한다. 이제까지 저자와 독자와의 만남으로 책을 생각했다면, 기획회의가 중간에 매개자가 되어, 편집자의 눈에서, 마케팅의 관점에서 책이 어떻게 독자에게 말을 걸고, 소통하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다양한 유통과정과, 다양한 흐름들이 출판계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  편집자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재발견.
 
 
  아트북스 정민영 대표의 편집자가 알아야 할 북디자인 연재물이 다양한 좋은 연재물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이미지와 보여지는 모습이 중요한 시대이기에, 표지와 책 내의 디자인이 저자의 콘텐츠 못지않게 큰 영향력을 지니는 시대가 되었다 생각한다. 디자이너가 보는 책의 관점과 편집자가 보는 표지와 문안의 접근 방식의 차이가 인상적이었다. 한 권의 책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들, 그 모두를 조율해내는 일을 편집자가 해야 하기에, 편집자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디자인 쪽은 자꾸 주춤하게 되는데, 이번 연재 시리즈를 통해, 어색함을 친근함으로 바꿔보기로 마음먹기로 했다. 어려워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어렵다고 생각하기에, 거기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는 자신이 보였다.
 
  책과 출판에 대해 이야기하는 매체가 드문 현실에서 258회까지 꾸준히 출간되는 기획회의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잡지가 세상의 흐름을 읽는 전부가 될 수 없지만, 잘 짜여진 책은, 사회의 흐름을 읽는 좋은 키워드가 된다고 믿는다. 포멧은 다양하게, 원칙은 꾸준하게 유지하는 기획회의가 되었으면 한다. 읽어보고 싶은 책의 목록이 또 늘어났다. 열심히 시간을 쪼개, 책을 읽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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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257호 2009.10.05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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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게 말을 건넨다는 건, 나의 생각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언어를 이해하는 범주가 다르기에, 오해와 소통의 힘겨움을 느끼기도 한다. 기획회의 257호의 특집은, 말로 쓰여진 책, 강연을 책의 형식으로 옮긴 책들에 이야기한다.
 
  『유정아의 말하기 강의』,『인생사용설명서』,『인터뷰 특강』,『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거꾸로, 희망이다』까지, 강연이 책으로 옮겨진 책들에 대해, 출판사 관계자가 출간의도와 책에 관한 에피소드가 글로 담겨있다. 기획회의 격주간지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달라지는 특집 주제 속에서, 출판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하는 독자들의 질문에 부응하기위해, 『인생사용설명서』와 『인터뷰 특강』이 나오게 되었고, 말과 글로 소통을 잘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유정아의 말하기 강의』와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가 출간되었다. 지금 시대가 힘겹다고 느끼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현 시대의 흐름을 잡아주는 『거꾸로, 희망이다』이 시대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함을 알 수 있었다.
 
  정보화 시대,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인해, 이미지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가 그를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말과 글, 기존의 가치들이 현재에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과도기의 흐름이기 때문에, 다양한 해결책들이 출간되는 책을 통해서 짐작해 볼 수 있음을 느낀다. 정답은 없다. 자신에게 잘 맞는 더 나은 답이 있을 뿐이다.
 
  2주간 새로 나온 책에 50권의 넘는 책들이 소개되었다. 밤에 잠들었다가, 눈을 뜨는 하루 사이에도 수백권의 책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독자에게 소개되고, 대부분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도, 책은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어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기획회에서 연재되었던 두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편집에 정답은 없다』와 『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라는 책이다. 편집자에게 편집의 틀을 알려주는 『편집에 정답은 없다』연재분은 절반정도, 『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역시, 후반부부터 잡지로 만나게 되었다. 격주마다 한 꼭지로 만날때는 은은한 빛이 돋보였는데,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오니, 한 호흡에 읽게 되는 매력이 느껴졌다. 좋은 글은 홀로 서거나, 묶여 나오거나 독자의 손길을 받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에 힘이 실린, 작가들이 많이 출간되고, 다양하게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과 출판 시장에 대해 말해주는 책이 없기에, 257호까지 나온 기획회의가 힘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목차를 보면, 출판과 편집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출판계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독자의 눈에서 보는 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릴레이 형식으로 들어보는 일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다. 작가와 출판사의 직원, 독자, 세 명이 함께 이야기하는 공간이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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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에디터 - 고경태 기자의 색깔 있는 편집 노하우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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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재미 고경태 달인의 20년, 편집 이야기. - 제목만 봐도 내공 팍팍
 
 
  한 길을 10년 이상 걷는 이를 프로라고 한다면, 20년을 걷는 이는 달인, 30년 이상은 명인이나 전문가라 생각한다. 저자는 19년차, 1000번의 마감을 넘긴 달인이다. <한겨레 21>의 창간호부터 표지와 잡지광고의 문안을 작성하였다. 한겨레 주말섹션 <ESC> 편집장을 거쳐, 지금은 <씨네 21>의 편집장이다.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 적당한 뻥이나, 도를 넘지않는 낚시질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재미만이 살길이라 주장하는 독특한 편집론을 주장한다.
 
  목차의 제목만 보더라도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재미있으면 용서하라?에서 편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재미의 힘을, 다이어트, 다이어트와 제목을 갖고 놀자에서는 기사, 표지의 헤드라인을 뽑을 때, 핵심을 추려내는 압축과 관심가는 제목 뒤에, 진땀나는 제목짓기의 어려움이 드러난다. 그래, 사기 좀 쳤다!에서는 약 13년간 600여개의 표지와 광고문안에서 가려뽑은 스스로 평가했던 웃기거나 나빴거나, 논쟁적이였던 경험담을 보여주고 짧은 글을 덧붙인다. 코멘트를 읽다보면, 후배 편집자에게 들려주는 저자의 편집관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무기 사용 설명서에서는 국어를 다루는 편집자에게 필요한 글쓰기 능력에 대해, '음모'를 획책하라에서는 콘텐츠를 써 줄 필자관리법과 아이디어 찾는 방법을 소개한다. 첫 경품당첨의 기쁨, 주간지 <한국농어민신문>, 정치광고회사, <ESC> 편집장, <씨네 21>까지 에세이에서를 읽고나면, 문외한이 일을 맡으면서 두드렸던 노력과 실패의 경험, 도전하는 마음 등 긍정적인 저자와  고투 속 깨달음의 알맹이와 만나게 된다.
 
 
#  하나도 놓치면 안돼 - 헤드라인과 지면관리, 글쓰기 능력, 기획력
 
 
  일간지에서 편집만을 배우는 이가 아닌, 때에 따라서는 기획도 해야 하는 기획편집자를 마음에 두고 쓴 책이다. 중소잡지, 일간지에서 둘 다 잘해내야 하는 이가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편집에 뛰어든 저자의 삽질과 모방, 응용뒤에 오는 노하우는 자주 읽을수록, 약이된다. 저자는 편집자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헤드라인과 지면관리, 글쓰기 능력과 기획력을 강조한다. 편집실무강의에서 경험한 수강생과의 상호교류의 흔적과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자신의 생각을 코멘트한 점이 인상적이다. 실제 수강생의 당혹스러운 감정과 그 후 변화된 자세까지 솔직하게 고백하는 부분을 읽었을 때는, 실력과 대면할 땐 괴롭더라도, 만남 이후, 성장의 힌트를 가장 잘 느끼게 만드는 수업이라는 생각을 했다.
 
 
# 해 봤더니... - 표지와 헤드라인의 뒷이야기, 나를 딛고 넘어봐.
 
 
  이 책 만의 강점은 600개가 넘게 만든 표지와 헤드라인을 추려 뽑아,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논쟁적인 부분을 짚으며, 자신의 편집관을 설명한 4부이다. 표지의 목차를 구해, 자신이라면 어떤 표지를 넣을 것인지, 연습하고, 차이를 찾다보면 자신의 강점과 개선점을 찾게 될거라 생각한다. 주간지 편집 일을 처음 한 <농어촌 신문>에서 모르는 기사는 물어가며, 도서관에 들려, 다른 주간지와 신문을 보며, 레이아웃과 글씨체, 헤드라인과 제목짓는 요령을 6개월간 꾸준히 노력한 저자의 경험기는, 편집을 하고 싶지만, 경험이 없다는 생각에 빠져있거나, 편집을 하고 있는데, 넘기 힘든 벽을 느끼는 편집자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오래 엉덩이를 붙이고 궁리하다보면 결국 이름이 나오더라는 말처럼, 꾸준히 노력하고, 응용하고, 배우려는 노력이 자신의 강점을 찾고, 자신을 더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란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즐겁게, 재미있게 하려는 마음가짐은 엉덩이를 붙어있게 하려는 큰 힘이다.
  
  편집에 관한 많은 책들이 나와있지만, 편집에 관심이 있는 문외한이나, 편집외에 기획안도 내야 하는 중소편집자들에게 노하우를 전해주는 책은 없었다.   원리를 가르치려 하지, 실제 하나하나 꼼꼼히 지적하지 않는 현실에서, 저자의 지적은 핵심을 짚고, 예리하기에 소중하다. 경험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 하나로도 편집자의 삶을 꿈꾸거나, 실무에 편집이 필요한 이에게 반면교사 또는 따라하고 싶은 배움의 의욕을 전해주는 책이다. 편집자 생활, 19년을 돌아보는 회고록과 닮은 책이기에, 노하우가 강조된 책이다. 이론만 내세우거나, 요령을 가르쳐 주지 않는 글보다  매혹적이고 끌린다. 자신을 넘어 자기만의 글쓰기와 편집 스타일을 찾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바램처럼, 모방하거나 발끈하는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자기만의 편집의 결이 나올거라 생각한다. 변하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생각은 간절한데, 방법을 찾기 어려워 고민하는 이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다. 경험의 엑기스가 담긴 알찬 책이다. 노하우를 지닌 편집자들의 다른 책들도 출간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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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 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유정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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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말하기, 참 어렵다.
 
 
  말하기에 관한 어려움을 피부에 와 닿도록 느낀 적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개학을 하고 한 달이 지났을 때로 기억한다. 길고 긴 자율학습과 지친 학생들을 위해, 기억과 학습에 좋은 방법을 알려주시기도 하고,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셨던 담임선생님께서 종례를 마치면서 놀라운 제안을 하셨다. 담임선생님이 종례를 하는  때에는, 반장을 시작으로, 어떤 주제라도 상관없으니 1분 스피치를 하고, 노래 한 곡을 부르도록 했다. 반장이 제일 먼저 하고, 다음 차례는 반장이 지목한 이가 하는 릴레이식였다.  스피치와 노래를 부른 다음, 다음 학생을 지목할 때면, 발표자의 눈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얼굴이 빨개지고, 더듬더듬 거리면서, 모두가 한 차례의 발표를 끝났을 때,  서로 조금은 더 친해진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친구들 앞에서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직접 이야기를 해 보니, 단상에 앞에서 무언가 말을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잘 들어주는 일이 말하는 이에게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3명이서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잘 하던 아이가, 생각과 달리, 단상에서 발표할 때는 더듬더듬 떠는 모습과 평소에 말이 없던 친구가, 단상 앞에서 씩씩하게 이야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들이 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트로트와 댄스곡을 불러,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친구들도 있었다. 말하기가 어렵을 뿐 아니라, 오랜시간 함께 학교에서 생활했지만, 서로가 알지 못하는 각자만의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느꼈다.
 
  가족, 연인, 친구라 하더라도, 내가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으면, 그들이 내 마음을 알 수 없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통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알면서도, 말과 글을 통해, 다양한 매체의 수단을 활용해서,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상대의 마음을 듣기 위해 노력한다. 사회생활이 힘든 일 중 하나는, 상대의 마음을 알더라도, 적확하게 그 사실을 전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무력함, 마음과 달리 다르게 발언하는 자신의 말하기, 듣고 싶지 않는 말을 들어야 하는 소통의 어려움이 큰 역할을 한다 생각한다. 스피치와 말하기에 관한 책이 많이 소개되어 있지만, 설득적인 말하기와 토론의 발언에 무게를 둔 책들이 많다.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는 말하기의 본질에 대한 깊은 바라보기를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많은 말하기 책들 속에서 빛을 잃지 않은 이유이다.
 
 
#  한 학기 말하기 강좌의 강의실을 옮긴 듯한 알찬 내용들.
 
 
  서울대에서 5년간 강의했던 말하기 강좌의 강의록을 정리한 형식의 책이다. 말하기를 배워야 하는 이유로 저자는 말이 소통의 수단임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  세상과 타인에게 말을 걸고 싶지 않는 이는, 말을 잘 해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자신’만의 입장을 상대가 늘 이해해 줄 수 없듯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자신의 말하기 방식을 돌아보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다. 남들 앞에서 말할 때 자주하는 말하기 불안 증상이, 이제까지 자신이 살아온 말하기에 대한 경험과 마음의 자세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타인과 잘 소통하기 위해서, 자신과 먼저 소통해야 하듯, 내가 어떤 불안감을 가지고 있고, 이 불안감의 원인을 살펴,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감은 높아지고, 상대 역시, 말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인정하게 되며 상대의 발언에 귀기울여 듣는 배려의 마음이 생긴다. 잘 들어주려는 노력은, 자연스럽게 말하기의 능력을 키운다는 점을 배웠다.
 
  말하기의 맞춤 강의 시리즈로 대화, 인터뷰, 토론, 정보 스피치와 설득 스피치를 할 때 알아두어야 할 사항과 범하기 쉬운 실수와 개선점에 관한 정보도 좋았지만, 말하기를 할 때 가져야할 소통의 마음가짐과 발성과 발음, 낭독의 기술의 중요성을 설명한 1,2장의 내용이 알찼다. 좋은 재료(바른 언어,이야기의 내용)를 확보하려는 노력과 좋은 쟁반(바른 발성)이 좋은 음식을 만드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비유가 좋았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자신에 걸맞는 발성을 찾아,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말하기 방식을 선택한 후, 바른 언어와 바른 발음을 하는, 형식적인 틀이, 말하기에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읽고 따라해보며 인정하게 되었다.
 
 
# 잘 선물했구나.
 
 
  먼 거리에 있는 지인을 2년만에 만날 기회가 있었다. 뜨거운 햇살과 선선한 저녁날씨를 걷고,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지인이 학교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일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헤어지기 전, 기차역의 서점에 들릴 기회가 있어『세계의 끝, 여자친구』사인본과 함께, 서점에서 이 책을 사서 선물했다. ’말하기까지 공부해야 하나요?’라는 부담섞인 농담도 들었지만, 주변의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주라며 안겨주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선물한 건,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타인을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메시지를 잘 전하는 소설이었기 때문이였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 노력은 말하기와 글쓰기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말하기는 천부적인 능력이 아니라, 누구나 노력하는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실천하면 가능한 일이기에, 그가 말하기에 힘겨움을 느꼈을 때, 이 책이 해답은 아니더라도, 지인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길잡이가 되어줄거란 마음으로 2장까지 밖에 읽지 못했지만, 그에게 선물했다. 시간이 흘러, 책을 다 읽고 나니,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꼭 필요한 말하기의 기술과 마음가짐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설교가 될 것 같아, 차마 얼굴보고 있을 땐 이야기 하지 못했다. 글을 통해, 대신 그때의 마음을 남겨둔다.
 
  가장 좋은 말하기는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가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대화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몸짓, 말 한마디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는 그 시선이, 아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더욱 더 자신있게 말을 하는 아이로 만들어 준다 믿는다. 사랑에 빠진 이가 전하는 언어는, 그 언어가 세련되지 않더라도, 연인에게는 매혹적인 언어로 전달된다고 믿는다. 진정을 담은, 진심이 담긴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믿는다. 잘 들어주는 이가 없다면, 잘 말하는 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책이 인생을 바꿔준다는 글을 좋아한다. 책이 인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라도 변화해야 겠다는 마음을 먹은 이에게, 그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 그를 변화시키게 만드는 힘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는 글의 힘을 믿는다. 변화하려는 마음만 있다 하더라도, 꾸준히 실천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변화하기 힘들다. 말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더 나은 말하기를 열망하는 이에게, 시간내어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책에 있는 내용을 다 알고 있지만, 말하기가 힘들다면, 정보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잘 말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간절히,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쪼개서 자신을 돌아볼 용기를 지닌 이에게, 특히 청소년과 대학생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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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인간의 경제학 - 경제 행위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 탐구
이준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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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많은 걸 설명해 주는 책.
 
 
  딱딱한 경제학을 귀를 쫑긋하게 만들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책이 있다. 『행동경제학』이란 책이다. 그 책을 통해,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며, 욕망을 위해 최선의 합리적을 선택한다는 기존의 경제학 이론의 무력함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합리적으로 선택하면, 어쩌면 더 나은 경제성장을 할 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실수도 많고 서투르고, 욕망에 허덕이는 인간의 모습을 좋아한다.
   
  행동경제학이란 이론은 냉정한 인간의 이성에, 따스한 감성이 있음을 알려주는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36.5 인간의 경제학은, 형태경제이론 이라는 이름으로, 행동경제학을 설명하고 있다. 2-30년이 되지 않은 최신경제이론으로, 아직 학문으로 정립받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많은 검증과 새로운 연구를 필요로 하지만,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심리학 요소가 많이 결부되어 있어, 책을 읽는 일을 즐겁게 만든다.
 
 
# 주먹구구식으로 행동하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경제 행위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 탐구라는 부제처럼, 책은 인간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억편향, 휴리스틱, 부존효과, 틀짜기 효과 등 처음 듣기에는 생소해 보이는 용어지만,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통해, 듣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백화점과 자동차 판매 등, 마케팅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행동 뒤에 숨은 경제적 의도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게 되면, 왜 마트에서 5개로 묶어 판매하는지, 의미없는 숫자에 영향을 받아, 물건 구매에 흔들리는 심리와 단순한 언어 표현의 차이가 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이유,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효과를 준 비합리적인 방식과 공포상황에 빠졌을때 경제가 흔들리는 이유에 대해 알 수 있다. 경제 이론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려워보이지만, 심리적인 행동과 실제사례가 결부되어 쉽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각 장을 넘어갈때마다 생활속의 행태경제학이란 이름으로 각장의 내용을 정리하며, 실제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연관시키는 글이 흥미롭다. 네안데르탈인보다 교환과 분업을 했기에 현대인이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이론은 독창적인 면이 끌렸다. F 폭격기의 추억은 저자가 학생들에게 준 학점에 관한 이야기와 휴리스틱이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알 수 있어 신기했다. 자신이 받은 학점으로 선생을 평가하는 일,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서 많은 판단을 하는, 현대인의 비합리성을 잘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자선활동의 역사로 미국의 다양한 자선가를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한국에서도 그런 자산가들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좋아 보인다고, 꼭 좋지 않은 것처럼, 다양한 욕망과 다양한 이득을 위한 행위를 통해, 인간은 구매와 경제적 결정을 행한다. 경제학이라는 딱딱한 학문을 소설처럼 재미있게 마음을 끄는 학문으로 소개하고 싶다는 저자의 바램이 충족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행동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이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다. 외국 저자가 쓴 행동경제학 이론의 책과 함께 읽는다면, 더욱 도움이 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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