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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 소리로 비 그침을 안다. 

미미하게 산기슭을 내려오는 바람결에 물기를 덜어내며 여름밤이 그렇게 깊어간다.

긴ᆢ밤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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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하다'
마음 껏 쏟아내며 바람까지 동반하던 비도 어쩌지 못한다. 뿌리 내리고 품을 키워가는 이 연약한 생명 앞에서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미풍의 바람에도 흔들리면서 더 쎈 바람 앞에선 가지런한 모습이다. 이래저래 어지러운 세상 속에 발딛고 살아가는 내 마음자리도 이와 다르지 않길 바래본다.

비 그친 아침이 정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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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란 본래 겹치고 엇갈리는 것은 당연지사이니 내가 발딛고 서 있는 이 곳이 출발점이며 가야할 길 위에 서 있음을 안다.

지나온 시간보다 다가올 시간에 주목한다. 잘 왔으니 잘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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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6-07-0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가변차선이 불안하게 이어지는군요. 이 녹슨 모습이 더 눈에 철분을 제공하는듯합니다.

무진無盡 2016-07-07 19:31   좋아요 0 | URL
녹슨거 보면 상시사용이 아니라는 말일텐데..그래도 길을 안내하는 제 역할은 있을 것이라 여겨봅니다.
 

긴 여름날의 하루가 다 지나도록 떨치지 못한 속내가 남아 서쪽 하늘이 멍들었나 보다. 곧 쏟아낼런지도 모를일이기에 여름밤이 그리 길지 않으리라.

이런 날들이 쌓여 반이 지났고 그 힘으로 새 날을 맞이할 여유를 얻은 것이다. 

눈물샘이 염증으로 막혀 주사기로 뚫는 고통이 지나가니 세상이 밝게 보인다. 한 숨 쉬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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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야희우春夜喜雨'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當春乃發生당춘내발생
隨風潛入夜수풍잠입야
潤物細無聲윤물세무성
野徑雲俱黑야경운구흑
江船火燭明강선화촉명
曉看紅濕處효간홍습처
花重錦官城화중금관성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니 내리네.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소리 없이 촉촉히 만물을 적시네.
들길은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둡고
강 위에 뜬 배는 불빛만 비치네.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금관성에 꽃들이 활짝 피었네

두보의 시다. '喜雨 희우'
이 이쁜 단어가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두보가 시에 차용하여 그 뜻이 더 살갑게 다가오는 걸까? 

봄도 아니고 더욱 밤도 아니지만 비를 기다리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잔뜩 흐린 하늘에 지금 비라도 내린다면 그 비가 두보의 그 '喜雨 희우'라 우겨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 무더운날 지금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다.

물벼락 맞고 선 일월비비추가 잠깐이나마 몹시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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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6-07-04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벼락 맞고 선 일월비비추... 알고 사진을 다시 보니 정말 멋집니다...^^

무진無盡 2016-07-04 23:45   좋아요 0 | URL
비오는 날 계곡에서 문득 눈맞춤했답니다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