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이 담긴 시선으로 - 나에게 묻고 나에게 답한다
고도원 지음, 조성헌 그림 / 꿈꾸는책방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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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묻고 나에게 답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나도 그렇다. 김태주의 풀꽃이라는 시다. 제목처럼 풀꽃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님을 누구나 안다. 삶의 주인공인 나 스스로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그렇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본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스스로의 성찰이 갖는 긍정적 기능에 주목하여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는 사람이 있다. 이른바 희망배달부라는 아침편지의 발행인 고도원이 그 사람이다. 그는 나에게 묻고 나에게 답한다라는 부제를 단 혼이 담긴 시선으로라는 책에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때 혼을 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 고도원은아침편지350만 명의 가슴을 깨우고. ‘깊은산속옹달샘에서 치유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그의 신간 혼이 담긴 시선으로는 지난 10여 년간 깊은산속옹달샘의 다양한 명상 및 여행 프로그램에서 만난 이들, 아침편지 독자들과 함께 나누었던 인생의 질문과 답변 중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가장 공감할 만한 40여 편을 선별하여 에세이로 풀어낸 책이다.

 

자신이 직접 운영하고 있거나 참여했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고비에서 한번쯤 묻게 되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 삶을 보다 용기 있게 꾸려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자는 이야기를 담았다.‘천천히 그러나 충만하게’, ‘사랑은 위험한 서커스다’, ‘혼이 담긴 시선으로’, ‘나를 사랑한다는 것’, ‘당신이 곁에 있기 때문에’, ‘꿈의 씨앗을 심기 위해서’, ‘마음의 숲에서 나를 만나다’, ‘그리고 천 년의 꿈으로등으로 구분한 모두 여덟 가지 주제를 다룬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가 정작 하고싶은 마음은 머리말에 다 담았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는 머리말에서 수백 번의 셔터를 눌러도 혼이 담기지 않으면, 단 한 장의 사진도 건질 수 없다! 우리의 인생도, 우리의 사랑도, 우리의 꿈도!” 모두 그렇다는 것이다. 여기서 혼을 담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고도원의 말을 빌리자면 마음을 담는다는 것이다. 마음을 담는다는 것은 마음을 기울여 말하고 혼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고, 사랑이 담긴 손을 건네는 순간 세상은 빛이 나고 저마다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는 것이다.

 

인생의 고비는 살아가는 동안 내내 함께한다. 어느 시기 특정한 때에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때마다 지금 나의 인생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놓치고 있는 소중한 가치는 무엇일까? 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제시하며 그 답을 찾아간다면 조금은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문자답(自問自答)만이 답일까? 대부분의 문제에서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무든 문제를 개인에 귀속시킨다는 점에선 모두를 긍정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반영물이라는 것이다. 하여, 사회구조적 문제와 개인의 문제를 결합하여 사고할 때 보다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산다는 것은 결국 마음을 담은 눈으로 자신과 세상을 볼 때 가능해진다. 앞만 보고 뛰어가는 일상에서 가끔은 멈추어 숨을 고르고 어디로 가는지 자신에게 물어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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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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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속 매화가지와 전화 속 달은 같은 마음이다

손편지가 사라진지 한참이나 되었다. 내 학창시절 때만해도 펜팔이라는 것이 있어 손편지로 사귐이 가능한 시절도 있었다. 시절이 변했으니 편지글도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 것은 당연하다 여기지만 그래도 못내 아쉬운 것은 그 손편지에 담았던 마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모양은 달라져도 지금도 여전히 유지되는 것은 있다.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거의 자유로운 SNS라는 도구가 있어 손편지를 대신해서 즉각적으로 마음을 전달하고 그 반응을 확인한다. 손편지와 SNS의 차이를 좋고 좋지 않음을 떠나서 그래도 손편지에 담았던 그 정성과 마음은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옛사람들은 편지라는 매개를 통해 마음속 정회를 털어놓아 기약 없는 만남을 대신했다그리운 벗이나 가족, 연인사이 이런 편지를 통해 마음과 마음을 나눴다. 시간을 담보로 한 편지에는 그 담보한 시간만큼 애틋한 마음이 가득했을 것이다. 유일한 소통의 수단이기도 했던 편지는 대개 두벌을 썼는데 하나는 상대에게 보내고 또 하나는 자신이 소중하게 간수하였다고 한다. 또 편지에 서린 상대의 음성은 물론이거니와 종이에 남은 필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기 위해 편지만을 따로 묶어 작은 책자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런 연유로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옛사람들의 편지글이 많다. 이 책 한시 러브레터는 바로 그런 편지글에 주목하여 그 속에 담았던 시를 선별하고 옛사람들의 마음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고려 후기 문인인 이규보를 포함하여 조선 시대에 편지로 주고받은 한시들을 모아 그 이면에 숨은 이야기들을 곁에서 들려주듯 풀어놓았다

 

국화꽃에 꽂혀 있는 벗의 시, 병들고 가난하더라도 함께 늙어 가요, 대지팡이를 보낸 뜻, 나는 완전 바보, 그대는 반절 바보 등으로 구성된 이 책은 내용상 구별하더라도 딱히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벗, 가족, 부부, 연인 등 그들 사이에 주고받았던 편지글 속 마음 나눔이 중심이다.

 

이화우 흩날릴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메

 

매창의 시다. 매창과 유희경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주고받은 사랑의 노래만으로는 다 알지 못하는 무엇이 있다.

 

기약하고 어찌 이리 돌아오지 않나요

뜰에 핀 매화도 지려하는데

문득 들려오는 가지 위 까치 소리에

부질없이 거울 보며 눈썹 그려 봅니다

 

그 마음 이옥봉이라고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어제밤 매화 피니 나무에 봄이 가득

매화 가지 껶어 들고 멀리 그리움 전하고파

강남에서 보냈을 역사는 언제나 찾아올까

만발한 꽃 바람에 지니 정겨운 사람 몹시도 그립네

 

가을날 매화가지 하나를 시와 함께 보내온 이에게 김창협이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동색이리라.

 

여기에 더하여 책 읽기를 최고의 낙으로 여기는 유희춘(柳希春)과 술맛과 풍류를 아는 그의 아내 송덕봉(宋德峯)이 주고받은 시, 호연한 기상으로 고을 원님과 친정 오라버니들에게 돈을 꾸는 편지를 쓴 김호연재의 시뿐 아니라 절친한 벗 사이에, 귀양 간 남편과 아내가, 서로 신임하는 임금과 신하가 주고받은 편지시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옛사람들에게 편지는 이렇듯 그 속에 담은 시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은유적으로 전하지만 결코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부럽다. 일생생활을 꾸려가는 모습은 오늘날과는 다르지만 그들의 사람 사귐의 내용과 방법이 부럽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마냥 부러운 것만은 아니다. 편지 속에 꺾은 매화 가지를 보내는 예사람의 마음과 달이 떳다고 전화해 주는 현대인의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달라진 환경에 맞게 내용을 더 풍부히 해서 사람 사귐에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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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관계 심리학
수잔 존슨 지음, 박성덕 외 옮김 / 지식너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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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배워야 한다

인적교류의 창구는 넓고 다양해졌다. 시공간의 제약도 사라진 느낌이다. 그렇게 수많은 창구를 통해 관계를 유지하며 소통하는 사람들이 외롭다고 말한다. 이렇듯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정작 더 고립된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이런 현대사회의 모습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고립감은 보다 적극적인 인간관계를 요구하기에 이르지만 늘 다양한 어려움에 처해 곤란을 겪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뿐 아니라 개인적인 관계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특히, 가장 친밀한 교감을 요구하는 사이라 할 수 있는 연인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모습을 반증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썸단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관계가 아닌가 싶다.

 

연인 관계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확인과 소통에 의해 시작되고 유지된다. 이런 연인 관계에서 빈번하게 보여 지는 모습은 사랑을 목말라 하면서도 그 사랑에 구속되는 것을 싫어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나타내는데 이런 이중적인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연애의 양상은 비록 달라도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똑같은 마음이다. 누구나 진짜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 이해요구를 어떻게 실현해갈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대한 현대 심리학적 접근이 관계심리학이라는 영역에서 활발하게 모색되어왔고 그 대표적인 학자가 수잔 존슨이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책 역시 수잔 존슨의 그간 연구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을 토대로 구성된 책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사랑을 하고 사랑의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무엇이 사랑을 멈추게 하고 지속시키는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얻는 것에 있다.

 

수잔 존슨은 애착 이론의 창시자 존 보울비의 애착이 사람의 정서와 상호 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 성인의 사랑은 애착 결합이라는 사실 에 주목한다. 관계의 혁명, 사랑의 과학, 행동하는 사랑, 새로운 응용과학의 크게 4가지 파트로 구분하여 사랑의 핵심적 요소에 집중한다. 하여, 정신활동 및 감정의 흐름에서부터 육체적 관계에 이르기까지 연인 관계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를 비교 분석한다.

 

수잔 존슨이 살피는 연인 관계로는 결혼 전의 연인에서 노년기의 부부까지 수많은 커플들의 사례를 살피고,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다양한 연령대의 커플을 분석한다. 이 관계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외로움, 심리적인 거리감, 섹스, 자녀 양육 방식 차이, 외도, 빈 둥지 증후군등을 연구하며 증명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이 애착 결합이라는 점이다. 이 점을 활용하여 자기 자신과 상대방의 애착 유형을 파악하고 그 특징을 이해하는 것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한층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보면 사랑 일반론으로 훈수를 두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로 구체화 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 일반론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안다. 무엇이 문제일까?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이 점에 대해 수잔 존슨은 사랑은 분명 적극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고 통제될 수 있으며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배울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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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기록하다 - 침몰·구조·출항·선원, 150일간의 세월호 재판 기록
오준호 지음 / 미지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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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세월호이어야 한다

놀람, 안심, 충격, 배신감, 허탈, 분노. 세월호. 한 사건을 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겪었던 감정의 변화다.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좌절감과 분노는 현재까지 여전히 남아 있다. 아니 오히려 더 증폭되고 있다. 단기간의 이러한 감정의 흐름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트라우마로 작동할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무엇보다 먼저 사건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히고 난 이후 책임소재를 따져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는 것이다. 어쩌면 지극히 단순한 이 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에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아픈 가슴으로 노란 리본이라도 달고자 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것 수많은 사건들이 그렇게 의도적으로 왜곡된 결론을 강요받아왔기에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 작금의 현실을 뒤집을 힘이 없는 이상 무력하게 불의 앞에 무릎 꿇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럴 때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 기록이다. 기록이 존재하기에 훗날이라도 그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고,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 중 하나다. 하여,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 출발이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이라고 본다.

 

세월호를 기록하다의 저자 유준호도 이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의 일원으로 현장에 있었다. 저자는 특별히 주목한 것은 세월호 관련 재판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5개월간에 걸쳐 33차례 이루어진 세월호 공판을 방청하면서, 수만 쪽의 증언과 증거 자료, 피고인, 검사, 변호인 사이의 공방에서 드러난 것을 바탕으로 사고의 원인을 밝혔다. 150여 일간 재판의 법정 기록을 일일이 확인하며 세월호 사고를 재구성한 결과물이 이 책 세월호를 기록하다이다. 생존자, 해경, 어민, 해운사 및 하역업체 관계자, 조선공학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재판에서 한 증언은 세월호 사고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게끔 해 주었다.

 

법정 기록에 주목해서 세월호 사건을 살핀 저자는 상식 밖의 어떤 거대한 일격이 있었을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과는 달리, 보통 사람들의 비겁하고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들이 세월호 참사를 낳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안전불감증, 개인이기주의, 관피아와 같은 구조적 모순이 응집되어 나타난 결과로 본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를 낳은 것은 우리가 정상으로 여기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일상의 사회 시스템이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세월호에 관한 모든 사실관계가 생생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렇다면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구조와 사후 처리 과정에서 벌어진 일연의 사건은 어떻게 봐야할까? 원인이 무엇이었든 사건은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그 사건의 수습과 사후 처리과정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주 정상적인 국가 상태라고 믿는 그 사회시스템에서 이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이 사고를 둘러싼 정치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무력감을 느기게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평화학자 더글러스 러미스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가 더 이상 이런 무력감을 느끼게 만드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참된 민주주의를 세우는 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바로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는 민주시민의 바른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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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역사를 경계하여 미래를 대비하라, 오늘에 되새기는 임진왜란 통한의 기록 한국고전 기록문학 시리즈 1
류성룡 지음, 오세진 외 역해 / 홍익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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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심판은 준엄한가?

역사의 심판이 준엄하다면 무엇으로 증명될까? 일본제국주의자들에게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이완용을 비롯한 친일세력은 역사의 심판을 받았을까? 그래서 오늘날까지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역사가 준엄한 잣대로 심판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공염불이나 매 한가지 아닐까?

 

현실정치무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그들도 준엄한 역사의 심판이라는 말의 가치는 알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들이 벌이는 모습은 그와는 동떨어진 모습이 전부라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듯싶다. 그들에게 역사는 무엇일까?

 

공영방송의 드라마를 선두로 해서 유성룡의 징비록(懲毖錄)’이 주목받고 있다. "미리 경계하여 후환을 대비한다." 징비록은 치욕의 역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출발한다. 치욕의 역사 그 무엇이 치욕이며 그 치욕을 잊지 않는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를 가질까? ‘징비록을 쓴 류성룡의 간절한 마음이 오늘의 현실을 본다면 또 무엇을 징비하자고 할까?

 

홍익출판사 간행 징비록(懲毖錄)은 류성룡의 징비록을 해석하고 그 사이에 보다 깊이 있는 징비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열 일 곱 가지의 징비록 깊이 읽기를 새로이 추가하였다. ‘징비록7년여에 걸친 임진, 정유 전란 동안 조선의 위정자들이 보여준 비굴한 모습을 밝히고 백성들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상황을 기록하고 일본의 만행을 성토한다. 더불어 그러한 비극을 피할 수 없었던 조선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침으로써 후대에 교훈을 주고 있다.

 

류성룡이 이렇게 징비록 속에 자세한 전쟁의 상황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쟁의 중심에서 전쟁을 이끌었던 장본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위로는 임금을 보좌하고 아래로는 백성의 안위를 살피면서 전쟁의 빠른 종식을 위해 그가 했던 일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치욕의 역사, 그것을 잊지 말자는 이야기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유용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말이 가지는 가치는 어떤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지만 이 말을 금과옥조로 여겨야할 이들(정치인, 지식인, 사회지도층이라 자부하는 모두)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그들에게 역사의 평가는 자신이 죽고 난 후의 일이기에 상관없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렇게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역사를 경계하여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은 단죄해야할 것은 반드시 단죄해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우리에게 단죄해야할 1순위는 친일이 그렇고 친미가 그렇고 분단이 그렇다. 징비록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되어간다. 지난 1년 동안 세월호 사건과 관련하여 벌어졌던 일련의 행위에 대해 훗날 역사는 무엇이라 기록할까? 침략전쟁으로 민족이 경험했던 치욕의 전란이라며 류성룡이 징비록을 남겼듯 누군가는 이 내부적으로 더 치욕스러운 사건에 대해 기록을 남길 것이다. 훗날 사람들이 징비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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