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문의 강산무진도
오주석 지음 / 신구문화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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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분석으로 본 강산무진도

우리의 옛 그림하면 우선 조선시대 화가들을 떠올린다. 그중에서도 조선후기는 정선, 김홍도, 신윤복, 이인문, 김득신, 최북, 이명기, 이재관, 이한철, 유숙 등이 주목 받으며 활동 했다. 김홍도, 신윤복을 중심으로 한 풍속화가 주목 받으면서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그 외 활발하게 활동했던 화가들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옛그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김홍도의 벗이지 동료화원이었던 이인문을 그의 작품 강산무진도를 통해 작품을 분석하고 있는 오주석의 이인문의 강산무진도가 주목된다.

 

이인문(李寅文, 1745 ~ 1821)은 조선 후기의 화가로 산수를 비롯하여 도석인물, 영모, 포도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였다. 화풍은 남종화와 북종화 등 각 체의 화법을 혼합한 특유의 화풍을 보이고 있으며 당시 화단의 한 주류를 대변하고 있다. 김홍도와 기량이나 격조 면에서는 쌍벽을 이루었던 화가로 조선 후기의 회화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고 평가 받는다.

 

이인문에 주목한 미술사가 오주석(1956~2005)은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동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호암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연구원을 거쳐 중앙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간송미술관 연구위원, 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및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 200525일 지병으로 별세하였다. 저서로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단원 김홍도등이 있다.

 

오주석은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를 분석하기 위해 이인문의 작품을 먼저 분석하고 있다. 작품제작년도가 확인된 작품과 제작년도가 불분명한 작품으로 구분하여 살핀다. 오주석이 이렇게 분석한 이인문의 작품 특성을 다음 다섯 가지의 특성을 이야기 한다. 첫째, 주제면에서 보면 정형산수가 중심이다. 둘째, 구도 화면 구성에 최우선적인 배려와 집요한 천착하고 있다. 셋째, 대다수의 그림이 세필을 주사하여 그린 섬세한 화풍을 티고 있으며 비교적 사실적인 느낌을 준다. 넷째, 화면 전체에 떠도는 투명하고 맑은 분위기다.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강산무진도를 분석한다. 우선 강산무진도는 횡권으로 된 비단바탕에 수묵담체로 그렸다. 44.0cm X 856.6cm로 상당한 크기의 그림이다.

춘하추동 4계절의 대자연 경관을 연이어 그린 그림으로, 강산 만리의 변화무쌍한 풍경이 섬세한 세필로 수산, 농경, 해운에 이르는 인간들의 평화로운 생활상이 적나라하게 그려졌으며 유교적인 가치관이 맥맥히 서려 있다. 한국의 그림으로는 드물게 보이는 정력적 대표작이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수화가 이인문의 만년의 관록을 여실히 드러낸 작품이다.”(두산백과)

 

오주석은 강산무진도를 전체 흐름을 먼저 살피고 나서 기법에 따른 분석에 집중한다. 원근법, 준법, 태점법, 묵법 및 설채법, 기타 기법으로 분석하며 주제와 작업환경에 이르기까지 전반적 분석을 하고 있다. 위와 같은 분석이 그동안 강산무진도에 대한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오주석은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춘하추동 4계절의 대자연 경관을 연이어 그린 그림이다라는 분석에 가을의 한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는 분석을 내 놓고 있다.

 

결론적으로 오주석에 의하면 강산무진도는 조선왕조의 막바지 아직은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던 시기에 당시 최고의 기량을 보유하고 있던 노년의 궁중화원에 의해 제작된 대작으로 조선왕조의 성리학 사상이 장대한 횡권의 전개 속에 펼쳐진 작품으로 이인문 자신이 인생의 황혼기에 처한 평생의 신조로 간직해온 유교적 세계관에 대한 믿음과 평생 쌓아온 회화적 기량과 개성을 총체적으로 표출한 작품이라고 분석한다.

 

풍부한 도판에 도판의 적절한 이용을 통한 분석은 그림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로써 조선 후기를 빛냈던 화원 이인문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분석을 내놓았다고 보인다. 고 오주석의 우리 옛그림에 대한 애정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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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무를 보다 - 전 국립수목원장 신준환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화두
신준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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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부터 사람에게로 돌아오다

늘 숲으로 간다. 사는 곳이 숲과 가까운 곳이긴 하지만 도시에 살았던 때에도 숲을 찾는 기회가 많았다. 그것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게 되는 숲이며 조건이 여의치 않으면 도심의 공원이라도 찾아갔다. 그러던 어느 한 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시간이 바뀌면서 변화하는 숲을 보기 위해 일정한 구간을 정해 두고 매번 찾아갔다. 지형을 읽히고 숲을 구성하는 존재들의 위치에 주위를 기울이며 숲을 찾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구석구석 눈여겨보게 되는 특별한 대상이 나타난다.

 

그렇게 주목한 대상들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그런 대상들이 구성하는 숲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감지하게 된다. 숲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숲과 숲을 구성하는 대상들에 겹쳐져서 만들어가는 숲의 변화를 알게 된 것이 내 일상에도 영향을 준 커다란 매개가 된다. 숲은 위안이며 쉼이고 보금자리이다. 오늘도 여전히 숲으로 간다. 숲을 이루는 주요한 요소는 나무다. 수많은 종류의 나무가 주를 이루며 숲을 구성하고 그 나무들에 의지하여 또 다른 생명들이 깃들어 살아간다.

 

이런 나무와 함께 살아온 사람의 나눔 이야기를 듣는다. 전 국립수목원장 신준환은 다시, 나무를 보다를 통해 자신이 나무와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펼쳐 놓고 있다. 어린 시절 낙엽송으로부터 시작된 나무와의 인연으로부터 2014년 국립수목원 원장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나무와 함께 살아오며 나무를 배우며 사람을 생각하자는 주제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크게 3부로 구성된 이야기는 나무의 인생학, 나무의 사회학, 나무의 생명학 등으로 테마를 설정한 이야기들이다. “나무는 흔들리지 않아서 강한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서 강하다.”는 저자 신준환의 말처럼 서로 어울려 숲이 되는 나무를 보면 삶의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우리 눈앞에 서 있는 나무 안에 그 길이 있다.

 

마음이 허전한 어느 날, 나무 뒤의 나무가 보이더니 숲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마음에 허전함이 있어 숲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나무보다는 오히려 나무 사이의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고 숲은 단지 나무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빈 공간이 이어지며 숲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의 이 말에 공감한다. 숲에 일정시간 머물며 숲에 대한 깊은 성찰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일생을 나무와 함께 살아온 저자이기에 체험에서부터 나온 성찰의 결과라 여겨진다.

 

숲은 나무와 빈 공간이 서로 드러내주면서 이루어진 것이고, 나무와 뭇 생물도 서로가 서로를 드러내주며, 심지어 나무와 나무도 서로 드러내주고 사라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숲을 이룬다. 이제는 이런 숲에서 인생이 보일 때도 있다.”

 

결국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나무를 통해 사람을 보자는 것이고 나무의 일생을 보며 깨달은 것이 사람들의 삶의 향기와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나무와 숲은 강한 것, 좋은 것이 따로 있다고 믿고 추구하는 우리에게 큰 것 작은 것, 센 것 약한 것, 가는 것 굵은 것의 모든 다양성이 공존해야 숲도, 우리 사회도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무의 인생학, 사회학, 생명학을 이야기하기 위해 신준환 저자는 기형도의 시, 작자미상의 시조, 본인의 자작시, 여러 철학자들의 개념, 해외의 과학실험, 국내 연구자들의 저작물 등 다채롭게 스크랩해온 자료들을 활용하여 나무 연구 30, 가슴속에 켜켜이 각인된 나무의 지혜를 통해 사람의 삶으로 돌아온다.

 

나무와 함께 살아온 우리민족은 나무로부터 멀어짐으로 사람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다시 나무를 본다로부터 사람에게도 돌아가자는 저자의 이야기는 자아를 잃어버리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울림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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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5-1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의 정성이.!!!!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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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창훈이 글에 담고 싶은 것

조정래의 황홀한 글감옥이후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을 접하면서 작가들에게 글쓰기의 일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작가 김훈에 의하면 솔직한 밥벌이 수단이라고 고백하고 있지만 그것만이 아님은 누구나 안다. 작가가 자신이 글에 담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그 무엇인가를 담아 독자와 공감해야 하는 일이기에 글쓰기는 만만한 작업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글에는 직접적으로 글 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도 있지만 글이 담고 있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자신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담는 것에 주목한다.

 

심심찮게 작가들이 스스로 자신의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황홀한 글감옥이나 소설가의 일뿐 아니라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읽힌다.

 

그러나, 문학을 키우는 것은 비문학적인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기다리면 올 것은 온다. 떠난 것이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라고 이야기하는 작가 한창훈의 글은 무엇을 담고 싶었던 것일까?

 

이 책은 소설가 한창훈이 지금까지 글에 담아왔고 앞으로도 담아갈 무엇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산문집이다. 2009년에 출간된 한창훈의 첫 산문집 한창훈의 향연의 개정판이다. 글과 사진을 빼고 새로운 글을 더하여 만든 책이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바다와 섬, 떠나고 도착하는 사람들의 삶이 담긴 항구와 그 사이에 삶의 거처를 옮겨가며 여수, 광주, 부산 등지를 떠돌아 다시 거문도로 들어가기까지 경로를 따라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글, 가족과 동료, 선배들과의 만남 속에 얽힌 이야기들을 담았다. 자신을 키워온 섬과 바다, 구체적인 일상에서 만났던 사람들, 같은 길을 걸어가는 선후배 문인들. 이들과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한창훈의 글 속에는 결국 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았다.

 

무엇하나 추상적인 글쓰기가 아니다. 섬과 바다, 항구가 키워준 자신의 삶을 담은 글도 그렇지만 문인들과의 인연을 그려내고 있는 글 속에는 한창훈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들이 마치 현장에 있는 듯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기에 현장감이 강하게 살아나는 글들이다.

 

작가 한창훈은글을 쓰는 것은 기교가 아니라 삶을 궁리하는 방법에서 나온다는 것에 주목한다. 그렇기에 그의 글쓰기의 원동력은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글쓰기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중심만, 권력만, 웃는 것만, 달콤한 것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데에서 한창훈의 글쓰기는 출발한다.

 

나는 왜 쓰는가는 곧 나는 무엇을 쓸 것인가로 읽힌다. 한창훈만의 글쓰기에 대한 구체적 방법은 아니다. 그동안 담아온 글에 자신의 삶을 비켜난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한창훈의 다른 글을 만난다면 왜 그것이 그렇게 그려진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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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중인들 - 정조의 르네상스를 만든 건 사대부가 아니라 중인이었다
허경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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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인, 조선을 일구어낸 사람들

조선 후기의 역사를 보면서 주목하는 것은 사람관계였다. 박지원, 박제가, 홍대용, 이덕무, 유득공, 이서구 등을 중심으로 소위 백탑파로 불리워지는 일련의 사람들의 사귐을 보면서 저런 사귐을 하고 싶다는 부러움과 동시에 현실에서의 어려움으로 인한 좌절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단순히 벗이라는 사귐의 범위를 넘어서 당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한 사람들이다. 특히, 철저한 신분사회에서 그 신분의 차이를 극복한 만남이 돋보인다. 이들이 활동했던 조선 후기는 조선 왕조에서 학자군주로 통하는 정조의 치세기간 이기도 했다. 조선의 르네상스라는 시대적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지만 그 시대적 환경을 만들어가는 적극적인 활동이 맞물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처럼 조선후기의 특수한 상황에 자신의 처지와 조건을 발판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중인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조선시대 중인은 넓은 의미로는 양반과 상민의 중간 신분 계층을 뜻하고 좁은 의미로는 기술관리만을 의미를 한다. 넓은 의미의 중인은 15세기부터 형성되어 조선 후기에 이르러 하나의 독립된 신분층을 이루었다.

 

양반을 비롯한 사대부의 고급관료들은 정책결정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를 했다면 이들 밑에서 실질적인 일의 중심에 선 사람들이 바로 중인이며 이들에 의해 실무가 처리되었던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종사했던 전문직으로는 의료(의원), 법률(율관), 금융(계사), 외교(역관), 천문지리(음양과), 미술(화원), 음악(악공), 문학(시인) 등 전문지식 분야와 예술 및 문화 분야가 주 활동 무대였다. 한 사회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일처리의 중심이 있었다는 것이며 이를 통해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계층으로 부상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허경진의 조선의 중인들은 바로 그 계층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문학동인 송석원시사는 조선 후기 위항문학(委巷文學)의 대표적인 모임이고 일본에서 인기 있었던 역관시인 홍세태와 달마도를 그린 김명국를 비롯하여 아희원람’,‘계몽편을 편찬한 장혼, 고약전문 피재길, 침술의 대가 의원 허임과 백광현, 김정희에서 세한도를 받은 역관 이상적,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학사 역관 변수, 바둑천재 유찬홍, 민족신문 만세보를 발행한 오세창처럼 각기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찾아보고 그 사람들의 활동을 바탕으로 조선 후기의 상황을 살피고 있다.

 

이들 중인들은 왕실 및 조정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생활 터전도 궁궐 근처에 있어야 했다. 많은 중인들이 궁궐 뒤 인왕산 기슭 굽이진 골짜기나 청개천 일대의 좁은 골목에 마을을 이루고 살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인을 위항인이라 부르게 된 것은, ‘마을 가운데 꼬불꼬불한() 작은 길가()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그들의 거처에 따른 것이다.

 

이들 속에서 인맥을 형성하며 한 흐름을 주도했던 조희룡을 주목한다. 19세기 대표적 여항시사인 벽오사(碧梧社)의 중심인물로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도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는 위항인으로 시서화에 두루 능한 사람이었다. 그를 주목하는 주된 이유는 학문·문장·서화·의술·점술에 뛰어난 사람들의 행적을 기록한 호산외사(壺山外史)’의 저자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박제가에서 김정희 그리고 이상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문화계의 흐름을 알 수 있다.

 

그간 조선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왕조사 중심이어서 한쪽 날개를 잃어버린 역사인식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조선 사회를 구성했던 다양한 계층으로 폭을 넓혀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이 추가되어 반갑기만 하다. 허경진의 조선의 중인들이 돋보이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인다. 등한시하거나 일부러 외면했던 중인들에게 주목하여 역사를 일구어갔던 사람들을 재조명하면서 새로운 역사인식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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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바고 문화사
안대회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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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를 넘어선 담배로 본 조선 문화사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어쩌구저쩌구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친숙한 옛이야기의 시작임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말이다. 이런 이야기기 통용될 수 있는 것은 담배라는 기호품이 널리 사랑받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오늘날 담배를 혐오감으로 보는 시각이 널리 확산되어 애연가들이 위축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할 때 격세지감을 느낀다.

 

수 천 년 우리 역사에서 담배가 등장한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다. 한껏 올려 잡아 봐야 조선조 일본의 상인을 통해 동래왜관에서 거래되기 시작한 1610년대이니 지금으로부터 400여년이 지났을 뿐이다. 우리 역사에 등장하면서부터 급속도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남녀노소, 신분에 고하를 불문하고 사랑받아왔던 기호품이 담배다. 차나 술과 같은 기호품과는 또다른 역사를 가진 담배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무엇이 있을까?

 

안대회의 담바고 문화사는 바로 그 담배에 주목하여 담배가 가지는 문화사적 의미를 탐구한 결과물이다. “잠시도 일상생활에서 떼놓을 수 없던 물건, 조선뿐 아니라 몽골과 일본까지 사로잡으며 교역의 중심에 있었던 물건,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경제를 들었다 놨다 했던 물건임에도 우리는 담배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했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담바고 문화사에서는 담배가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시기에 관한 이야기에서부터 담배의 명칭의 유래, 담배의 종류, 애연과 금연의 중심에 섰던 사람들, 담배와 경제, 문화예술 속 담배, 구한물 흡연문화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역사에서 담배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이야기를 찾고 그 배경을 탐구하고 있다.

 

장유, 신광수, 신광하, 허필, 정조, 정약용, 심노승, 조희룡, 황현 이들의 공통점은 조선시대 내노라하는 애연가들이었다는 점이다. "담배를 버린다면 살아 있다고 해도 무슨 재미가 있겠소?" 만백성이 담배 피울 날을 꿈꾼 조선 정조 임금의 말이다. 정조를 비롯하여 사대부, 할머니, 기생, 어린아이 등 담배르 매개로 펴려쳐지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게 전개된다.

 

특히, 김홍도, 신윤복 등이 남긴 풍속화 속에 담배가 등장하는 장면을 선별하여 삽입해 놓아 당시 사람들의 담배와 관련된 구체적인 생활상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또한 일곱 가지의 깊이 읽기를 통해 담배와 관련된 본문의 내용을 부연설명하면서도 또 다른 시각을 전달해 주기도 한다.

 

오늘날 담배는 마치 건강을 해치는 주범인양 취급받고 있다. 물론 담배가 주는 폐해를 모르는 바는 아니기에 이러한 취급을 수긍하는 측면이 많고 또한 온갖 법적 장치를 동윈 해 흡연자들을 구석으로 내모는 것도 수용한다. 그러나 담배가 기호품을 넘어 혐오의 대상에다 세금을 징수하는 편리한 도구로 변하는 것에 대해 깊은 사고를 요구한다.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하여 손쉽게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려는 의도는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담바고 문화사를 통해 안대회는 담배는 “17세기 초기 이래 한반도의 절대다수가 즐긴 기호품의 제왕이자 경제의 블루오션이었고, 일상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이었다. 담배는 문화와 예술, 사회와 경제, 의식과 풍속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하였다. 이는 조선시대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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