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말하셨지 - 내 인생을 바꾼 아버지의 한 마디
송정림.손정연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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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버지를 기억하며...

아버지에 대한 어린 시절 기억이 별로 없다거의 유일한 기억으로는 어느 해 여름 방학 때 고모할머니가 사지는 항구도시로 가는 기차를 타고 갔다는 것이다나이 들어가면서 잊혀지지 않은 기억이다이런 기억으로 인해 내 아이에게 남겨줄 기억을 함께 하고자 무척 노력한 일상이었다.

 

그런 아버지였기에 최후의 이별 맞이하기 전 몇 해가 아픈 가슴으로 남아 있다투병 중임에도 바른 자세와 정신을 놓치지 않으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휴일 틈을 내 방문한 아들에게 어머니를 부탁하던 그날이 마지막일줄 몰랐다차가운 겨울 새벽 별 따라 가신 이후아버지라는 단어가 들어간 다양한 무엇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그만큼 못 다한 마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인생을 바꾼 아버지의 한 마디라는 부제를 단아버지는 말하셨지라는 이 책은 이미 특별했던 아버지와 이별한 후 그 아버지를 기억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한두 살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말의 힘을 깨닫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별한 아버지를 생각하는 말로 이처럼 아픈 말은 없을 듯싶다. “때로는 따끔한 회초리가때로는 나침반이그리고 때로는 따뜻한 난로가 되어주었던 아버지의 조언들이 시간이 지날수록어려운 일을 겪을수록 더 새록새록 되살아난다상황은 이미 아버지가 안 계신다는 것이다있을 때 잘할 걸 하는 후회의 시작이 여기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아버지당신이 그립습니다.” 지나간 사랑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는 잊고 살던 존재가 어느 순간 떠오를 때가 그렇다삶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기억 속에 존재하는 아버지의 말이 생각나고 그 말로 인해 힘을 얻었던 경험을 속 깊은 이야기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특히언니와 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기억 속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들의 경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아버지에게서 얻은 삶의 지혜를 자신들의 아이들을 키우는데 바로 적용하면 더 크게 그리워하며 존재의 부재를 아쉬워한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모두 비슷하다사랑은 가득하지만 쑥스러워서 사랑한다는 말도 못한다자식에게 해줄 말이 많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마음에만 담아둔다.” 아버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식들 역시 마찬가지다늘 때론 놓치고 나서야 후회하는 것이 부모에 대한 마음인 것이다.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데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세삼 느끼게 된다.부모가 계시면 부모에게 그렇지 못하면 자식에게 못 다한 마음을 때를 놓치지 말고 표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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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6-07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에게도 ˝carpe diem˝. .

[그장소] 2015-07-1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있을 때 잘 하라,는 말..

몬스터 2015-07-25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시간이 흘러가는게 무서울 때가 있어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평생 살 듯이 시간을 사용하는 듯 해요. 제목 보고 방문했다가 울컥 하고 가요. ㅎㅎ

[그장소] 2015-08-08 00:38   좋아요 0 | URL
님의 말씀에 또, 울컥 하고 가요!^^
 
류성룡, 7년의 전쟁 - <징비록>이 말하는 또 하나의 임진왜란
이종수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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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을 보는 다른 눈류성룡

선조광해군류성룡이순신 이들의 공통분모는 임진왜란이다임진왜란의 당사자이지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는 처지의 다름으로 해서 임진왜란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가 달랐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왕 선조는 이 전쟁의 총괄적 책임자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본래 임무를 방기한 것이나 매한가지인 모습을 보였다왕세자는 어려운 시기 다음 왕위를 계승할 지위에 있으면서 분조를 이끄는 등 한계 지워진 자신의 임무를 임했다류성룡에 의해 천거된 후 자신의 임무인 바다를 철통같이 지켰던 수군의 이순신이들과는 다소 다른 자리에서 전쟁의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류성룡이다.

 

여기에서 주목하는 류성룡은 징비록이 있기에 매우 특별한 존재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징비록으로 기억되는 사람이기에 징비록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다. ‘징비록은 류성룡이 1592년부터 7년에 걸쳐 진행된 임진왜란의 원인과 전황 등을 기록한 전란사다유성룡(柳成龍, 1542(중종 37)~1607(선조 40))은 조선 중기의 문신·학자이다호는 서애(西厓)이다. 21세에 이황을 찾아가 수 개월 동안 근사록을 수학하였다학문적 업적보다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수습한 경세유로서의 업적이 보다 주목되는 인물이다.

 

이종수의 류성룡, 7년의 전쟁은 바로 그 징비록를 바탕으로 한 류성룡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징비록를 따라가면서 주목하는 것은 류성룡의 마음 속 이야기를 저자의 시각으로 따라간다는 점이 특이하다실록과 류성룡이 남긴 징비록’, 그리고 문집들을 중심으로 저자 이종수는 임진년부터 무술년까지, 7년간의 전쟁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또 하나의 임진왜란사로 볼 수도 있다임진왜란사를 류성룡이라는 한 인물에 집중해서 재조명한다는 것이다.

 

류성룡, 7년의 전쟁은 전쟁사로 읽히지만 류성룡의 삶의 중심이 되었던 징비록에 기록된 그 7년의 시간에 한정하여 삶을 조명한다그렇기에 혹독한 삶의 현장에 처한 한 인간의 고뇌와 결단이 중심이 된다물론전쟁을 함께 이겨나갔던 당시의 선조를 대할 때마다 가슴 아파했던 마음의 거리당파가 달랐지만 이덕형을 향한 깊은 신뢰, ‘그의 바다를 지킨 이순신을 향한 마음무엇보다 전란을 가장 고통스럽게 견디는 백성들에 대한 연민 등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징비(懲毖)’는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대비하라는 뜻이다주어진 일에 최선을 대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는 것이다징비록을 남긴 류성룡의 본심은 살아남은 자의 책임을 말하고자 했다는 것이다.이 마음을 바탕으로 하여 이종주의 시각으로 본 류성룡과 임진왜란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다징비록에 대한 단순한 해설이 아닌 명확한 목적의식을 갖는 시각으로 바라본 류성룡이라는 점이다.

 

텔레비전 드라마와 각종 책의 발간 등으로 류성룡과 징비록이 주목받고 있다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바로 징비(懲毖)’에 있다고 보인다국가와 백성의 안위가 최우선이었던 징비의 목적이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여기에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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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 동백 숲길 맑은 그늘 물 끝난 곳 구름 이네
정민 지음, 김춘호 사진 / 글항아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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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빛나는 곳백운동 별서정원

선비정신이 오롯이 깃들어 있는 곳 중 하나가 서원이다서원의 현재적 가치는 그리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이런 이유로 인해 전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서원은 퇴락의 길에서 겨우 숨을 쉬는 꼴로 건물이나 지키는 것이 현실이다하지만이런 공간도 후대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활용되는가에 따라 옛정신과 현대의 사람이 만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기도 한다그 한 예로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속한 월봉서원에 있다월봉서원은 고봉 기대승의 선비정신을 모신 곳으로 뜻있는 사람들과 후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힘입어 이 시대에 어울리는 정신의 함양과 문화 활동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드러나지 않았다고 잊혀진 것은 아니다관심을 갖고 지켜오고 또 곁에서 말없이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언젠가는 세상에 빛을 발하는 날이 올 것이다월봉서원이 그렇듯 또 한곳이 옛사람의 정신과 현대인의 만남이 준비되고 있는 곳이 있다강진 백운동 별서정원이 그곳이다.

 

2014년 봄 강진군에서 백운동 별서정원을 관광지화하겠다는 계획을 듣고 백운동 별서정원의 역사와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 가치를 일깨워주고자 관련 역사 기록의 정리를 자청하고 나선 것이 그 출발이다따라서 이 책은 강진군 향토문화유산 제22호로 지정된 전통 정원인 백운동 별서정원의 문화적 잠재 가치를 확인하고 남아 있는 각종 문헌 자료와 시문을 통해 이 권역의 역사와 문화를 일반에 널리 알리고자 집필되었다숨어 있는 공간을 어떻게 하면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문화콘텐츠로 개발하고 이를 통해 현대인들이 누릴 수 있는 정신과 문화가 함께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그 의도다.

 

이를 위해 정민교수는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이 가지는 가치를 밝히고 있다우선숨어 있는 백운동 별서정원의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아직 남아 있는 문헌 기록을 통해 백운동 별서 원림의 연원과 유래를 밝히며다산 정약용이 남긴 백운첩을 통해 백운동 12경을 사진과 함께 제시해 별서 원림의 세부 윤곽을 그린다그 외백운동을 노래한 시문들과 이를 남긴 문인들의 자취를 좇아가며 다산과 백운동에 얽힌 인연에 대한 이야기도 찾아 본다다음으로 차문화를 탄생시킨 산실로서 백운동의 위상을 정립하고자 한다.마지막으로 이를 종합하여 한국의 전통 별서 원림과 문화공간으로서 백운동이 점하는 지위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조선시대 전통 원림의 원형이 세월의 흐름에도 녹슬지 않고 그대로 간직돼 제 속살을 드러낸다담양의 소쇄원과 명옥헌강진의 다산초당 및 해남의 일지암과 견줄 만한 이곳은 조선 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조선시대 시문학의 작은 축을 형성했다 할 만큼 숱한 작품들의 산실 공간이다.”

 

김창흡과 김창집 형제신명규와 임영송익휘와 김재찬이하곤 등과 더불어 19세기 이후 정약용황상,이시헌초의와 소치 등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나고 있지만 현재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대한 이러한 발굴이 앞으로 어떤 문화적 가치로 자리매김할지 지켜보고 싶다.

 

동백림과 비자나무 숲을 이룬 길을 따라 백운동白雲洞이라 새겨진 바위를 지나고 작은 폭포를 이루는 계류를 만나는 곳이 숨어 있는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이 정민 교수의 제안에 따라 전통정원의 공간에 시문학과 차가 어우러지는 문화콘텐츠가 구축된다면 우리시대 또 하나의 살아 숨 쉬는 전통을 만들어가는 귀중한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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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피를 토하라
한승원 지음 / 박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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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옷 입은 백성들의 소리

조통달, 김일구, 송재영, 윤진철, 왕기석, 송순섭, 정회석, 김경호, 박춘맹, 왕기철 모두 남자 소리꾼으로만 채워진 무대가 있었다. 이런 호사가 없다. 남도의 귀명창들이 모여 내노라하는 남자 소리꾼들의 소리를 듣는다. 하여, 소리하는 소리꾼이나 듣는 관객이나 긴장 속에서 있긴 매한가지다. "수궁가, 적벽가, 흥보가, 심청가, 춘향가" 판소리 다섯바탕을 한자리에서 듣기도 쉽지 않은 기회였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된 소리의 가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소리꾼과 청중이 함께 소리의 향연을 누리는 것에 있다고 본다. 그 자리가 펼쳐진 공간이니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수많은 청중이 한 마음이 되어 추임세를 넣고 그에 호응하듯 더 좋은 소리로 화답하는 소리꾼의 만남. 이보다 더 좋은 자리가 어디있을까? 이런 기회가 자주 있어 우리 시대에도 살아 숨쉬는 판소리의 흥과 멋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매년 초가을 남도 땅 광주에서는 해마다 펼쳐지는 국악 경연대회가 있다. 이른바 임방울 국악제가 그것이다.이 지역출신 소리꾼 임방울 명창의 예술업적을 기리고, 판소리 계승 발전을 목적으로 개최되는 대회다. 임방울은 어떤 인물일까? 임방울(19041961)는 전라남도 광산 출생으로 14세 때 박재현 문하에서 춘향가 흥보가를 배웠고, 유성준으로부터 수궁가’, ‘적벽가를 배웠다. 25세 때 상경하여 송만갑의 소개로 처녀무대에서 춘향가가운데 쑥대머리를 불러 크게 인기를 얻었다. 이것을 계기로 그의 창작으로 전하는 쑥대머리를 비롯한 많은 음반을 내었다. 그를 판소리 전통을 최후까지 고수한 사람으로 보고 있으며 서편제 소리의 최후 보루라고도 하고 있다.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특히 춘향가’, ‘수궁가’, ‘적벽가를 잘하였다고 한다.

 

이 지역 출신 작가 한승원에 의해 작품으로 탄생한 사랑아, 피를 토하라는 바로 그 임방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내가 너를 가질 때에 달을 품었더니라.”소리꾼의 길을 간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으라고 본다. 무녀인 어머니의 적극적 후원을 시작된 소리꾼의 길에서 오재익, 공창식, 유성준을 거치는 동안 자신의 소리를 찾아간다.

 

작가는 임방울의 개인적 역량보다는 나라 잃은 백성들의 설움과 한을 달래주는 데 자신의 재능과 예술혼을 아낌없이 불살랐던 국창 임방울에 주목한다. 하여, 장터나 모래사장 등 서민들이 모이는 장소에 서기를 더 즐겼던 소리꾼으로써의 삶에 더하여 뜨거운 가슴으로 사랑했던 여인들과의 에로티시즘, 어머니를 바탕으로 하는 토속적 감성 등이 함께 어우러진다. 뿐만 아니라 서편제, 동편제, 강산제 등 판소리의 계보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한다.

 

작품은 죽음을 앞둔 시기와 어린 시절부터 소리꾼으로 상장하는 과정을 번갈아가며 그려가고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정서적 분위기는 달이 주는 정서와 맥을 같이한다. 소리꾼의로 소리를 완성해가는 지난한 과정,일제 식민지 치하의 암울함 등이 달의 음적 이이지와 겹쳐진다. 작가가 아홉 살 되던 해, 젊은 아내와 사별한 동네 청년이 아내의 무덤 주위를 진달래꽃 무더기로 장식하며 서럽게 부르던 추억이라는 노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으니 참으로 오래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만큼 진한 정서적 공감이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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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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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진리를 찾아가는 길

싯다르타’,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으로 기억되는 헤르만 헤세. 문학작품과 거리감을 두고 책읽기를 하던 중 세계문학 100권 읽기라는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되면서 만난 작가 중 한명이다. 세계 문학작품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그나마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작가가 바로 헤르만 헤세였다. 그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었던 동양적 정서와 그를 바탕으로 한 인간 본연의 탐구가 정서적 공감대 형성에 도움이 된 것으로 짐작한다.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의 작가 정여울이 이런 헤르만 헤세와의 특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작가 자신이 헤세를 만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 헤세로 가는 길이다. 작가는 인생의 변화를 맞이하거나 특별한 기회마다 헤세의 작품과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헤세에게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정여울의 헤세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먼저 헤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고 느끼는 것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것과 두 번째는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만났던 헤세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그것이다.

 

어쩌면 쉽게 헤세로 가는 길은 정여울이 안내하는 첫 번째가 아닐까 싶다. 헤르만 헤세가 태어난 도시 칼프와 그가 생의 마지막 날들을 보내며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마침내 구원을 찾고 잠든 도시 몬타뇰라로 떠나는 여행의 동반자로 함께 하는 것이다. 헤세를 중심에 두고 떠나는 문학기행이 그것이다. 시인, 소설가, 화가로 살았던 헤세의 일상을 더듬어 보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생생한 화보가 함께하기에 문학기행의 흐름을 따라가는 맛이 절로 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헤세에게로 가는 길은 두 번째일 것이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한 이야기도 바로 작품을 통해 헤세의 가치관 속으로 들어가는 의미에서 그렇다. ‘수레바퀴 아래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데미안’, ‘싯다르타의 작품 속으로 안내하는 정여울의 시각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선 헤세를 알고 좋아하는 많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오기에 적절한 이야기들이라고 보인다. 그만큼 헤세가 가지는 독특함과 일반성이 강한 까닭일 것이다.

 

헤세로 가는 길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에게 열려있다. 당신이 헤세의 책을 읽는다면, 당신이 헤세의 소설을 읽고, 시를 읽고, 산문을 읽는다면 헤세는 항상 당신 곁에 있어줄 것이다. 우리가 책갈피를 소중히 넘기는 순간, 헤세로 가는 길은 우리의 마음속에 환하게 드러날 것이다.”

 

정여울은 한때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때문에, 세상에 대한 분노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자기 자신 때문에 제대로 미쳐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진리여행자인 헤르만 헤세 문학의 본질과 만나는 길에 들어선 것이라고 말한다. 그 길에서 만난 헤세는 결국 독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내면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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