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똑똑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미술은 똑똑하다 - 오스본의 만화 미술론 카툰 클래식 13
댄 스터지스.리차드 오스본 지음, 나탈리 터너 그림, 신성림 옮김 / 서해문집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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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미술을 만들어온 사람들
사람들이 보는 세상은 다 다르다. 심지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한 곳을 바라보고도 다른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을 느끼며 놀라기도 한다. 나는 볼 수 없는 것을 다른 사람은 보는 것이다. 그 사람이 보는 세계는 내가 경험한 그것과 다른 것은 아니지만 분명 다른 느낌을 얻고 그렇게 바라본 세상에 대한 느낌으로 살아가는 것,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다름에 대해 극명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화가들이 그리는 그림이 아닐까 싶다. 다른 모든 예술가들처럼 그들도 자신이 바라본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느낌을 간직하고 그것을 화폭에 고스란히 옮기지만 화가들 마다 다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 각기 다른 화가들의 그림마다 온전히 한 화가의 세상일지 모른다.

‘미술은 똑똑하다’는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 책이다. 인류가 동굴에 벽화를 남긴 이래 도구를 사용하여 자신의 감정이나 목적의식을 표현한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출발하여 각 역사적 전환기를 미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살피고 있다. 고대 그리스, 동양의 미술, 중세 기독교 미술, 르네상스 시대를 넘어 산업사회의 발달로 급속도로 변모해 온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인류역사의 전 과정에 대해 다양하게 펼쳐졌던 미술 사조를 중심으로 개괄하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그러한 다양한 미술 사조를 다소 흥미위주의 편집을 통해 말해준다. 만화 기법의 가벼운 구성은 다소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미술사 이야기를 친근감 있게 다가설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분류하고 구성된 미술사조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미술사를 개괄 할 수 있다. 특이할만한 것은 미술이라는 것이 꼭 그림을 그리는 화가만의 몫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당시 물질문명의 수준과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소멸하거나 변화를 모색해 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유클리드, 피타고라스, 갈릴레이, 데카르트, 칸트, 루소, 헤겔, 마르크스 등 문학, 철학, 과학, 종교 등과의 밀접하게 결부되어 발전해 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화가와 미술은 동일한 선상에서 바라보게 된다. 미술이라는 예술장르의 주된 창조자가 바로 화가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생산자인 화가와 그림을 보는 대중의 공감이 없다면 형성될 수 없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 양자 사이를 이어주는 중개상이나 미술평론가들의 역할 또한 미술 세계의 중요한 구성부분이라는 점이다. 이 점은 그동안 전문가인 화가나 평론가 중심의 미술로 대중과 구별되는 분위기가 팽배하여 대중들로 하여금 미술과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지금 우리가 미술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나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창조자인 화가와 대중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발간된 책이 분명하다. 특히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이 무엇보다 중요한 현대미술에 대한 배려는 더욱 돋보인다. 화가를 비롯하여 미술의 다양한 분야에 속하는 창조자들의 창의성이 마음껏 발휘되는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는 난해하기 그지없다. 그러한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알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은 미술과 대중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일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미술은 화가들만의 전유물에서 사회 구성원 전체로 영역을 넓힐 때 그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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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재기 외 을유세계문학전집 33
히구치 이치요 지음, 임경화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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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 영원을 살아갈 작가
모든 사람의 삶은 살아가는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부정하고 싶더라도 알게 모르게 영향 받으며 그 속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간다. 이러한 점은 작가라고 해서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때론 작가는 은연중에 그 시대를 반영한 작품을 쓰게 된다. 한발 나아가 자신이 처한 환경을 보다 적극적으로 작품에 활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런 작가의 작품을 대할 때면 우리가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시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키 재기’ 저자 히구치 이치요가 바로 그런 부류의 작가가 아닌가 싶다. 자신의 삶을 보다 구체적으로 작품화 한 작가 말이다. 그녀는 일본이 근대로 접어들면서 격동기라고 할 수 있는 막부시대 하급 무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책벌레로 부를 만큼 책을 좋아하고 문학적 재능이 있어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후원으로 글쓰기 학교에 들어간다. 그 후 부모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가족의 급속한 몰락은 경제적 어려움과 더불어 가정의 파탄에까지 이른다. 경제적 탈출구로 글쓰기를 선택하고 23세 때 ‘키 재기’ 발표를 시작으로 ‘문예구락부’, ‘탁류’, ‘십삼야’, ‘갈림길’, ‘나 때문에’ 등을 잇달아 발표한다. 저자의 중심적인 주제는 자신의 삶이 반영된 여성들의 삶을 반영한 글쓰기였다. 시대가 바뀌는 전환기의 격동적인 모습, 사치와 빈곤, 해학과 슬픔 등을 소년 소녀들의 모습으로 담아낸 것이다. 

을유문화사 발행 ‘키 재기 외’ 에는 ‘섣달그믐’, ‘키 재기’, ‘ 탁류’ 등 여섯 편의 그녀의 주요 작품들이 담겨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혼란기에 소년 소녀들이 겪을만한 일들을 주요한 내용으로 하는 ‘섣달그믐’과 ‘키 재기’는 아이들의 시각에서 당시 시대상황을 대변한다. 특히, 요시와라 유곽을 배경으로 하는 키 재기는 소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자신의 배경을 중심으로 ‘큰길파’와 ‘골목파’로 편을 가르고 대립하고 있다. 우리나라 60~7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익숙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또한, 여성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탁류’, ‘십삼야’, ‘나 때문에’ 등이 있다. 이들 이야기에서 보이는 여성들의 모습은 경제적 궁핍, 봉건적 가부장 제도의 모순, 유곽 생활 속에서 번민하는 여성, 이혼문제 등으로 여성들이 처한 환경에 대한 당야한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한국 문학의 어머니로 불리는 박완서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그녀 역시 여성의 시각으로 자신이 살아온 삶을 소박하고 담백하게 그려내 많은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작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소설 ‘그 남자네 집’을 통해 전후 혼란기를 극복해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히구치 이치’나 ‘박완서’ 이미 그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이 남긴 작품을 통해 그들이 말하고 싶었던 그 무엇은 오랫동안 독자들과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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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기초 명상 수행 - 꿈명상 역경, 전환의 명상, 원초적 지혜의 명상
갸툴 림포체 지음, 도솔 옮김 / 청년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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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다스리는 또 다른 방법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한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다. 내 마음먹기에 따라서 세상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이 달라 다가오는 것이라는 말일 것이다. 이 말에 현혹되어 ‘마음 다스리기’라는 욕심을 부려본다. 욕심을 부린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말을 나의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될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지만 그 안에서도 찾아보는 것은 결국 실천의 문제라는 것이다. 무엇이든 내 스스로 실천하고 답을 얻지 못한다면 늘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천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수많은 수행법에서 종교적 가르침을 바탕으로 명상이나 참선 수행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만만한 과정이 아니며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실천하기 어려움 점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 ‘티베트 기초 명상’ 역시 담고 있는 내용 자체를 이해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대승불교가 주류를 이루는 우리의 종교 환경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티베트 밀교에서 전해지는 수행법이라는 점이 흥미를 끌기는 하지만 왠지 모른 낯선 느낌이다.

‘티베트 기초 명상’은 오로지 삼보(불, 법, 승)에 의지해서 수행에 전념한다면 부처님이 속세의 고난을 헤치고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어떤 역경도 쉽게 헤쳐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식사의 요가, 죽음의 요가, 살생의 요가 등 다소 낯선 수행법을 제시하며 영적 훈련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우선은 흥미롭다. 

이 책의 중심은 ‘꿈 요가’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꿈은 잠자는 무의식 상태에서 꾸게 되는 것이지만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자각할 수 있다면 현실과 꿈에 대한 진정한 실체를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밀교의 신비스러운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통을 웃는 낯으로 맞이하는 사람은 없으며 되레 고통이 웃는 낯으로 사람에게 다가올 뿐. 그래서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기는 하지만 고통의 원인을 알고, 고통을 중단시키길 원한다면, 수행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 흥미를 넘어선 무엇이 있다. 분명 자신만의 수행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나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나를 둘러싼 외부환경에서 오는 다양한 자극에도 굴하지 않고 평삼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뜻을 마음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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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가의 장수비결
정지천 지음 / 토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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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장수비결은 없을지도 모른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의 꿈이다. 그 중 인류의 역사는 생명을 연장하려는 꿈을 실현해오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삶의 방식이 변하고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류는 그 꿈을 실현해왔다. 특히 의학의 발달은 이제 100년을 넘어 그 이상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제 인류는 오랫동안에 멈추지 않고 건강하고 오랫동안으로 생명에 대한 꿈을 확장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고 싶은 인류의 소망은 다만 생물학적 의미의 생명 연장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건강하게’라는 말 속에 이미 늘어난 시간을 살아가는 동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실현해 가려는 ‘삶의 질’의 문제와 직결되어 온 것이다. 

현대인의 생활과 비교도 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온 앞선 시대의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통해 그러한 꿈을 실현했을까? 지난 시간 역사 속에서 그러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을 살펴 무엇이 그것을 가능케 했는지 알아보는 것이 이 책의 발간 목적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저자 정지천은 한의학을 공부하고 오랫동안 인간의 건강한 삶에 대해 연구한 사람이다. 그는 조선시대 왕들을 비롯한 명문가들이 가문을 유지하고 계승해온 그들의 고유한 생활 습관과 전통, 역사적 배경 등을 살펴 한의학적인 근거를 밝히고 있다. 그러한 연구결과를 모아놓은 책이 ‘명문가의 장수비결’이다. 저자가 관심가지고 살핀 조선시대 명문가로는 이익, 정약용, 이정구, 조헌, 김정희, 이항복, 박지원, 서유구, 윤선도, 이황, 정온, 송시열, 송준길, 허목, 허엽 등 조선시대를 당당하게 살았던 열다섯 명과 그들의 집안이다. 또한 장수를 누렸던 중국과 조선의 왕들에 대해서도 살핀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큰 발자취를 남겼던 이들의 삶은 그리 평탄한 것이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학문에 열중하고 자신과 가문의 영광을 위해 출세에 대한 압박, 당쟁을 비롯한 어지러운 정치 환경에서 권력과 신분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 등 당시 그들이 살아가는 동안 겪었을 정신적, 물질적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 압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환경에서도 건강하게 오랫동안 살았던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이 저자가 이 연구를 출발한 근거가 아니었을까?

장수한다는 것은 어쩜 곧바로 먹는 음식과 직결하여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먹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 말이다. 하지만, 저자가 살펴본 그들의 일상에는 특별한 그 무엇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저자는 그들의 일상을 살펴 찾아낸 비결로 우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선천적으로 강한 몸이라 본다. 건강한 부모 밑에 건강한 자식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엄격한 가풍 속에서 공부를 통해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검약한 생활 습관, 넉넉한 마음 씀씀이, 강인한 정신력, 의학적 지식 등을 바탕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늘 살펴 과하지 않은 음식 습관이 그 비결의 기본이라는 점은 특별한 장수비결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것으로는 놀라울 만큼 평범하다. 특이할 점은 이들 명문가들의 가풍으로 이어져 온 음식습관에는 그들 집안의 선천적인 체질에 맞는 콩, 양탕, 녹차, 고구마, 고사리, 구기자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적절한 음식 습관이 유지되었다는 점이다. 어쩜 바로 이 점을 밝히고 싶은 것이 저자의 관심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건강하고 오랫동안 살고 싶은 인간의 소망을 시현하는 것에는 특별한 비책이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자연과 더불어 살며 넉넉한 마음 씀씀이에 넘치지 않은 생활이면 그 소망은 현실로 다가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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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 천 년의 지혜를 담은 그릇
오윤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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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을 고스란히 담아낸 대장경
모든 것이 시간 앞에 장사 없다. 한 번 만들어진 것은 없어지기 마련이다. 유사 이래 인류가 이룩한 거대한 문화유산 역시 대부분 사라지고 남은 것은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이 또한 시간이 흘러가면서 점점 사라져 갈 것이다. 그렇기에 무엇인가를 기념한다는 것은 사竄낡킬� 잊혀져가는 그 무엇을 현 시점에서 그것이 가지는 현재적 가치와 의의를 다시 살려내는 것이리라. 100년도 살지 못하는 사람에게 1000년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 의해 가치를 발현하기에 지나간 1000년의 시간도 오늘, 지금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하여 역사를 보는 것도 오늘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인 것이다. 

1000년 전 누군가에 의해 시작된 조그마한 출발이 1000년 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시 다음 1000년 후를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고려대장경이 올해로 조성 된지 1011년부터 2011년 까지 꼭 1000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한다. 상상도 못하는 그 긴 시간동안 숱한 사람들의 손과 마음에 의해 존재해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의미일 것이다.

대장경, 고려대장경(해인사 팔만대장경)은 유네스코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이제는 세계문화유산이다. 한국 그리고 아시아를 넘어 인류가 이룩한 귀중한 세계의 문화유산이라는 것이다. 이 ‘대장경, 천 년의 지혜를 담은 그릇’은 바로 그 대장경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대장경이 불교의 가르침을 담아놓은 그릇이라고 하면서 그 가르침이 대장경으로 담겨오는 과정, 그리고 공간과 시간을 넘어가는 동안 늘어난 그 가르침에 대한 말을 기록, 고려대장경으로 불리는 재조대장경이 가지는 가치의 의의, 그 의의를 표현한 교정의 이야기 등이다. 송나라의 개보대장경, 거란의 거란본대장경(단본), 고려의 초초대장경과 재조대장경에 이어 일본의 대정신수대장경 등 이 모두가 같은 부류의 그릇에 속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 대장경에 대해 한 나라 특정한 사람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인도에서 불교가 시작되어 부처가 가르침을 설하고 사후 결집을 통해 가르침을 담아내고 그것이 중국을 거쳐 고려에 그리고 일본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는 동안 함께했던 사람들과 나라의 모든 것을 담아왔기에 당시 아시아의 공동된 유산으로 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렇게 해야만 대장경이 가지는 올바른 의의를 되살릴 수 있으며 지나온 1000년과 다가올 1000년을 이어가는 올바름이라고 본다. 그러한 결과가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은 대장경의 또다른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그동안 고려대장경연구소를 비롯한 저자가 이 대장경에 헌신한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가 대장경을 보는 시각은 독특하다. 대장경에 담긴 다양한 분야의 기록물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있지만 무엇보다 저자는 지나온 1000년의 시간과 다가올 1000년의 시간의 한 가운데 서서, 시간이라는 거대한 강물이 흘러가는 것을 관조하는 모습으로 대장경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시각은 대장경이라는 그릇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부처로부터 시작된 말이 다양한 그릇에 담겨 시간과 공간을 건너와 우리가 사는 시대에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기는 그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공력을 빠뜨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사십이장경’이 서기 67년 중국에 들어오고 그 후 고려에서 대장경이 만들어진 것이 꼬박 1천년 후라고 한다. 그리고 이제 그 대장경이 만들어진 지 또 꼬박 1천 년이 흘렀다고 한다. 2011년 음력 3월 10일 해인사에서 벌어질 ‘팔만대장경 정대불사’를 기다리는 마음은 불자를 넘어선 관심이 주목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종교를 넘어 인류문화유산이라는 가치를 지닌 고려대장경을 소장한 우리로써 그간의 과정이 자부심만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한 둘이 아닌 것 같다. 태워버려도 아깝지 않은 무엇으로 바라봤던 조선시대의 시각이나 분명 소장하고 있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우리의 과거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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