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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 상자
파울로 코엘료 외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추억보다는 현실의 감동을 간직하자
부부사이 자식이라고는 딸아이 하나다. 그 아이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지를 생각하다가 부모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남겨주기로 했다. 걸어 다닐 쯤부터 시작된 나들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마도 내 기억 속 유년시절의 초라함 때문이었으리라. 아버지와의 유년시절 기억이 거의 없는 내 경험이 비추어 나 아이는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생각나는 추억거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 시작이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무엇인가 되살릴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은 현실을 살아가는 커다란 희망이 된다. 그 시간은 나고 자라며 뛰어다니던 고향의 산천이 될 수도 있으며 아버지와의 나들이도 될 수 있고 할머니의 품에서 듣던 옛날이야기 아니면 또 다른 무엇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성장한 후에도 그러한 기억을 자양분삼아 지금의 내로 성장했기에 어쩌다 떠오르는 유년의 기억에서 따스하게 전해지는 조그마한 울림을 보듬고 살아가는 것이다.

‘뽀뽀상자’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발간된 책이라고 한다. 에이즈 아동 보호 연대(Sol En Si)에 도움이 되고자 작가들이 모여 유년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집필하고 책으로 발간하였다는 것이다. 중심은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전하는 보살핌이지만 이는 전 계층, 인종을 아우르는 사람들 가슴속 따스한 마음이 담겨 있다. 파울로 코엘료, 파스칼 브뤼크네르, 알렉상드르 자르댕, 낸시 휴스턴, 장 도르메송, 클로드 미슐레, 단 프랑크 등 참여한 작가가 열일곱 명에 이른다.

‘뽀뽀 상자’(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줄리엣, ‘그날 밤 조에는 숨을 쉬지 않고……’(얀 케펠렉)의 조애가 보여주는 아이들의 속 깊은 가족 사랑이나 ‘작은 낙원’(낸시 휴스턴), ‘아르멜과 스틱스’(미셸 델 카스티요), ‘기차를 기다리던 아이’(장 도르메송) 등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자식 간의 운명처럼 이어진 피할 수 없이 무엇이 있다. 한발 나아가 ‘벽의 저편’(파스칼 로즈)처럼 유난히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내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선생님은 여자’(알렉상드르 자르댕)에서 여자선생님에 대한 묘사, ‘내 사랑 라이카’(다니엘 피쿨리)의 여자친구 만들기는 누구나 한번쯤 거치며 지나온 잊지 못할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이 속에 담긴 이야기는 다양한 이유로 유년시절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던 ‘꿈과 희망’에서 멀어진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유년시절의 잊혀진 ‘꿈과 희망’의 시간을 돌려주기에 충분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아직은 세상이 만들어 놓은 규범이나 법률에 의해 자신의 삶을 저당 잡히지 않은 시절 눈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어른으로 성장한 우리의 현주소를 확인하게 한다.

한 번도 멈추지 않은 시간은 사람들 기억 속에 어떤 모습으로 남는 것일까? 좌절하고 절망하지만 다가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기대를 위안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남아 있는 지난 시간의 힘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내 가슴에 남기는 법은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에 의하지만 그 근저에는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을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소소한 가슴울림의 경험을 그대로 보네지 않고 내게 머물게 하는 힘을 키워간다면 현실에서 오는 혼란스러움이나 절망은 그리 힘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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