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오디세이 1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알 수 없는 그 무엇을 알 수 있게 하는 1
아름다움에 대한 절대적 보편성이 있을까? 어떤 대상에 대해 모두가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전재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사람의 감정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이나 변화하기 마련인 것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 역시 그런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의 발로라고 한다면 이 아름다움에 대한 보편성은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움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아름다움은 인류가 이룩한 창조물에 부여하는 가치는 시대에 따라 그 흐름을 달리해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 아닌가 한다.

바로 이러한 문제를 논하는 것이 미학일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말하는 미학에 대한 규정은 너무 어렵다. ‘예술, 자연, 인생 따위 위에 널리 경험되는 다양한 미를 미적(美的)이라 총칭하고, 이 미적 현상이 지닌 본질이나 법칙성을 명백히 하는 학문을 미학’이라고 한다니 출발부터 막막한 느낌을 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미학에 대한 벽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적 속성이 분명 있다면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이나 인간의 창조물을 보고 자신이 느끼는 그래서 기쁘고 때론 우울하고, 슬픔까지 느끼는 그 어떤 감정은 무엇일까? 이런 기본적인 감정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에 예술이란 학문을 넘어선 일반 대중과의 공감과 소통이 가능한 것이리라. 하여 이런 것을 다루는 미학이 넘어서기 어려운 분야에 머물고 있다면 이는 어쩜 그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명백한 한계가 아닐까 한다.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는 그런 장벽을 허물면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을 누구나 누릴 수 있다는 전재가 있어 보인다. ‘그들만의 미학에서 우리 모두의 미학’으로 변화를 꿈꾸었다는 대단한 작업의 일환이 아닐 수 없다. 에셔와 함께 탐험하는 아름다움의 세계는 인류의 역사와 그 맥을 함께하면서 알타미라 동굴벽화에서 현대 다양한 예술 장르에 이르고 있다. 

이 책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 ‘에셔’(1898~1972)는 네덜란드 출신의 판화가로 수학과 논리학의 난제를 다룬 독특한 작품을 발표한 사람이다. 교묘한 수학적 계산에 따라 작품활동을 했는데 ‘뫼비우스의 띠’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라고 한다. 이 책은 바로 미학의 중심주제를 바로 ‘에셔의 세계’로 이름 붙이며 전개하고 있다.

‘미학 오디세이 1’은 그 예술의 출발선으로 ‘태초에 아름다움이 있었다’로 시작한다. 예술 작품은 시간의 영원성에서 보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영원히 남는 것은 없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원시예술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자주 들어서 이미 잘 알고 있는 동굴 벽화에 대한 이야기로 한정 된다. 하지만 동굴 벽화에 대한 시각은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의 출발이기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여겨진다.

이 책에서는 인류 역사의 전개과정에 맞추어 예술의 변화를 따라가고 있다. 원시예술에서 고대, 중세, 근대 그리고 현대의 예술에 대한 중요한 사람과 작품을 통해 당시 미술사조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독특한 글맛으로 전개되고 있다. 역사의 전개되는 과정에서 특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시대를 비교하며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이집트와 그리스에 조각상의 차이점이나 중세 모든 것에 우선이었던 종교 그리고 논리학을 비롯한 수학자과 과학들이 예술의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등은 오늘날 학문 간의 벽을 허물고 소통하고자 하는 통섭의 이론을 보는 듯하다.

이러한 이야기의 전개는 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규정을 어떻게 하는가의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개인이 느끼는 감정이라면 객관성을 가질 수 있는 지, 취미는 논할 수 없다는 논리로 본다면 공통의 아름다움이 있을 수 있는지의 여부처럼 예술을 바라보는 기본 시각의 변화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고 보인다.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오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미학 오디세이 1’은 바로 이러한 부분으로의 이야기를 모아오고 있는 것이다.

생생한 사진과 그림 등이 다소 어렵고 딱딱함을 벗어나게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비평가들의 전문적인 용어를 피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구성된 책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또한 플라톤과 아리스의 대화형식으로 중요한 점을 강조하듯 보여주는 부분에선 알지 못하는 사이에 미소가 번지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지음 / 더블유북(W-Book)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혼자 읽은 책이 공유되는 모습을 본다
읽는 책마다 느낌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한 사람이 같은 시각으로 볼 때도 책마다 다른 느낌이다. 책이 달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읽을 때마다 사람의 감정 상태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같은 책을 다시 읽을 때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렇게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사람들이 가지는 궁금증 하나가 다른 사람은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책을 소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흥미롭기만 하다.

책은 언제나 혼자 읽기 마련이다. 책을 발간한 저자와 읽어가는 독자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속에서 어떤 것이라도 분명 소통되는 무엇이 있기에 책은 늘 혼자 읽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는 저자와 독자의 다양한 감정이 노출되게 된다. 이렇게 같은 책에 대한 다른 느낌을 확인하고 싶은데 여건이 허락하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인 것이다. 독자들의 이런 한계를 해결해 주는 것으로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책과 관련된 각종 블러그 활동이나 카페들이 있게 되는 근거가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자신이 가지는 한계를 넘어선 더 넓고 깊은 책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리라.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는 바로 이런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네이버 책 카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서 활동하는 그야말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을 통해 자신을 포함한 다른 세상을 경험한 또 다른 느낌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5만 명이 넘는 회원들 중에서 카페에서 1차적인 검증을 거친 리뷰를 다시 선별하여 담았다고 하니 우선 내용의 충실성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책 속에서 같은 사람들의 다른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는 묘한 기분이 앞선다.

이 서평 집에는 다양한 장르의 책이 담겨있다. 그것도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책은 소설과 시, 에세이는 물론 인문 사회, 경제 분야 등 여러 분야의 책이 망라되어 있다. 이미 읽은 책은 다른 사람들의 느낌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 아직 접해보지 못한 다른 책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출발인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이미 발간된 책에 관한 책들은 한 사람에 의해 일관된 시각을 보여주는 장점이 있지만 이 책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이기에 더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점이 매력적인 점이다.

이 책은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특수한 환경에서 발간된 책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본다고 해도 편집자의 시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5만 명 중에서 회원들이 선정한 베스트 글이라고 하지만 특정한 사람들의 중복적인 선정은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다. 특히, 인문, 사회, 경제 분야에서 그러한 점이 집중된다. 한 사람 서평이 2~3개, 혹은 5~6개나 들어간 점은 사람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그 서평이 특출해서 일까? 또 다른 한 가지는 회원들의 서평을 모은 책이라는 의미를 상실하게 하는 책 소개가 그것이다. 그 지면을 활용하여 보다 많은 회원들의 다양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더라도 이 책의 발간 목적이 우선 좋다. 순수하게 책이 좋아서 책을 읽는 사람들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 그리고 발생되는 수익금을 사회 환원한다는 점 등은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본다. 어떤 무엇에도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 일반인들의 책이 발간되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책읽기에 대한 새로운 모습의 창출이 아닐까 싶다. 이를 출발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책과 더불어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별 리뷰 - 이별을 재음미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 책 읽기
한귀은 지음 / 이봄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별의 완성이 사랑으로 가는 길일까?
사랑은 대부분 사람들의 공통된 화두다. 사랑이라는 보이지도 않고 확인도 불가능한 감정에 대해 대단한 호감을 가지면서 그 주변을 멤 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 많은 사랑에 대한 격언이나 정의 등이 있지만 막상 당사자에겐 무용지물처럼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사랑은 철저하게 개인적이면서 가장 현실적인 사람들의 감정인 것이다.

이별은 또 다른 사랑의 시작이라고 하지만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 하는 이별은 없다. 이별이라는 말 속에 이미 다른 사랑이 내재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처럼 특정한 단어나 상황 또한 감정이 이처럼 이중적이고 모순되는 상황의 중첩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 것일까?

‘이별 리뷰’ 이 책은 바로 그렇게 이중적이고 모순되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극서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주제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랑의 시작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는다. 바로 ‘이별’이 사랑의 시작이며 ‘이별’에 대한 완전한 작별만이 그 새로운 사랑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찾아가는 이별은 현실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모두 문학 작품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실마리로 풀어가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다. 이 또한 문학이 현실의 모습을 다른 언어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이라면 아주 밀접하게 현실 개개인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는 역설이 성립된다.

저자가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살피는 문학작품은 무려 서른두 편이나 된다. 황지우-너를 기다리는 동안, 배수아-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이만교-결혼은 미친 짓이다, 깃믕옥-무진기행, 황순원-소나기, 전경린-물의 정거장, 김경옥-장국영이 죽었다, 김훈-칼의 노래, 공무도화, 박완서-그 남자네 집, 그 여자네 집, 김형경-외출,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우애령-정혜, 박현욱-아내가 결혼했다 등 모두 사랑과 이별에 대한 선이 굵직한 이야기들이다. 이렇게 이미 익숙한 문학작품 속에서 찾고 있기에 더욱 친근하고 현실감 있게 다가서는 이야기들이다.

‘호모세퍼러투스-
이별하는 사람, 즉 너무 많이 생각하는 사람, 너무 많이 집착하는 사람, 너무 많이 배려하는 사람, 너무 많이 이해하는 사람, 그래서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 그래서 더 사랑받으려고 애쓰고 집착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사람. 그만큼 상처받는 사람’

이 범주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직면해야 하는 것이 이별이다. 주변 가까운 사람 누구도 이별을 겪었지만 그들이 내 이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이별은 그래서 다 자신이 감당해야한 운명인지도 모른다. 즉, 스스로 어떻게 이별과 완전한 작별을 하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이별은 이미 다른 사랑을 포함하는 말이다. 결국 저자가 이 다양한 사례를 들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 속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새로운 ‘사랑’에 대한 역설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다른 사랑에 대한 존중, 그것은 누군가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의 이 말은 한때 영화로 만들어져 파문을 일으켰던 ‘외출’이라는 작품을 이야기 하며 이 책의 저자가 한말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별이 가슴 무너지는 슬픔이고, 견기기 힘든 아주 구체적인 현실인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갈망하고 그 사랑의 완성을 꿈꾸는 사람들이 반드시 지켜가야 할 모범답안이 아닐까 한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 이별을 예감하는 사람, 이미 이별로 인해 아픈 사람 누구든 이 책에서 제시하는 서른두 편의 문학작품을 한번쯤 따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여 지금 자신의 마음 상태에 대한 숨김없는 진단을 해 보고 싶을 것이다. 그러기에 충분한 저자들의 작품이기에 말이다. ‘이별한 자는 불안정한 책이다. 그러므로 다른 책의 힘으로 다시 편집해야 한다.’는 것처럼 자신의 이별을 편집하고 다시 맞이할 사랑에서 이별을 지워야 할 것이다.

‘이별리뷰’는 이별이 중심이 아니다. 오히려 그 뒤에 붙어 있는 리뷰에 있다. 이별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리뷰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일 것이다. 저자는 그 경험을 문학작품 속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이 방법이 어쩌면 어느 누군가의 이별에 대한 아픔을 구체적으로 건드리지 않고도 일반화 시킬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묘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가철학 이야기 100 - 인간과 관계의 철학
김소연 옮김 / 서책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현대인에게 필요한 동양사상의 진수를 말하다
사회가 변화해 온 것은 곧 인간관계의 변화에 의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현대사회는 불특정 다수와의 예측이 불가능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살아가지만 가족이나 친구 직장 등 대부분 아주 근접한 부분에 대해서만 인식하고 살기 마련이다. 그러한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한 인식과 그를 바탕으로 하는 타인과의 소통이 핵심으로 되어 진다.

많은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는 바로 그런 인간관계 속에서 일어나기에 나와 구별되는 타자와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된다. 인류가 이룩한 대부분의 사상은 바로 자신을 올바로 성찰하는 것과 타인과의 올바른 소통을 어떻게 하는가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양사상의 진수라고 이야기하는 유가사상 역시 자신에 대한 성찰과 타인과의 소통에서 무엇을 중심에 두고 살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해져가는 현대사회의 인간관계 속에서 유가사상이 여전히 유효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 ‘유가철학 이야기 100’은 유가사상에 근거를 둔 다양한 이야기를 뽑아내 그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을 밝히면서 유가사상의 진수를 알려주고 있다. 대부분 유가가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유가사상의 핵심적 인물인 공자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 것에 비해 이 책은 공자를 비롯하여 맹자, 순자 등 당시 유가사상의 범주에서 활동했던 사람들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민유방본 -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다’처럼 권력자들이 나라를 다스리는데 근본으로 삼앙 I할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것이나, ‘공경지신 -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여야 입신한다’처럼 자기성찰의 문제와 ‘이신접인 -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을 대한다’처럼 인간관계의 중심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유가사상의 핵심은 ‘인간’에 대한 규정에 있다고 보여 진다. 앞에서 말한 개인의 성찰과 타자와의 관계가 그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유가사상의 핵심적인 내용 100가지를 선별하여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으며 그러한 이야기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다. 희노애락을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과 나누며 사는 것이다. 또한 인간관계는 여러 가지 규정에 의해 처해있는 조건이 다르기에 그만의 역할이 있기 마련이다. 임금과 백성, 부모와 자식, 부부사이나 친구사이 등 이 모든 것의 발현은 곧 ‘관계’ 속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유가사상의 핵심인 ‘인본주의’와 ‘천인합덕’ 역시 관계 속 철학인 것이다.

‘유가철학 이야기 100 : 인간과 관계의 철학’이라는 이 책은 그러한 유가사상의 핵심적인 내용을 다가가기 쉬운 이야기 향식을 풀어내고 있다는 점과 각 이야기 말미마다 ‘유가의 지혜’와 ‘유가의 지식’이라는 저자의 짤막한 해설의 글을 실어 유가사상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것과 동시에 현실의 삶속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장점으로 보인다.

모두가 1등일 수는 없다. 모두가 1등일 필요도 없다. 현대사회는 누구나 1등을 할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현실을 낭비하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공존을 모색하며 그 중심에 바로 ‘나’와 ‘타자’ 그들 간의 ‘소통’을 둔다면 많은 문제점들이 해결될 것이다. 

글 속에 갇힌 사상은 의미가 없다. 글 속에서 나와 현실의 구체적인 삶속에서 구현될 때 비로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가사상 역시 문헌 속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삶 속에서 살아있는 생명이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원 김홍도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작품이 증언하는 김홍도의 삶과 뜻 

자신만의 독특한 장기를 가진 사람들이 부러움을 사는 사회다. 그런 부류로 음악이나 그림 등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포함 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환쟁이를 비롯하여 그들의 예능적 재능을 폄하적인 낱말이 생긴 것이 그 반증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오늘날 그들에 대한 인식은 확연히 달라졌다. 언제부터 그들이 부러움의 대상뿐 아니라 가장 하고 싶은 직업이 되었다.

조선시대, 신분제도에 의해 사람들의 모든 것이 구분되고 그에 따라 삶이 결정되었던 사회에서 그들 예능인에 대한 인식을 그야말로 필요악이 아니었던가? 사대부를 비롯한 양반 성비들이 시서화(時書畵)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지만 막상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면 그 신분제도에 의해 규정된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옛문헌에 나타나는 그들의 생활은 언제나 그림이나 음악과 함께 하는 생활이었고 또한 그런 예능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들의 풍요로운 일상을 누렸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사회적 억압 속에서도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여 위로는 임금으로부터 사회 전반의 사람들에게 칭송받았던 사람이 분명 있었다. 그런 사람들 중 대표적인 사람을 꼽으라면 단원 김홍도가 선두에 설 것이다. 중인 신분으로 도화서 화원이 되고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아 현감까지 제수받기에 이른다. 물론 역사적 인물로 그보다 더 큰 신분상승을 이룬 사람들도 많았지만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그리 흔치않다.

오주석의 이 책 ‘단원 김홍도’는 화원 김홍도에 대해 일상이나 그림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조망하고 있는 책이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를 비롯하여 당시 김홍도와 교류가 있었던 문인들의 문헌을 총 망라하여 그의 생애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문헌상에 보이는 흔적을 찾아내 거의 모든 사항을 담았다고 보여 진다. 김홍도의 주요한 활동 연대는 조선 영조와 정조 임금 때이다. 특히 정조 임금의 총애를 받아 임금 가까이에서 임금의 어진을 그리는 작업에 세 번이나 참여하는 등 임금의 요구에 맞는 그림들을 그렸다. 

‘김홍도는 우리나라의 옛 화가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분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예술적 성과를 넘어서서 이분의 인간적인 매력이 아주 풍부하다는 사실이다. 김홍도의 예술부터가 비단 그림 솜씨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씨, 문학, 음악 등 각 방면에 걸치는 것이었지만, 그 관련 기록의 행간에 엿보이는 인물의 됨됨이가 어느 때는 사랑스러운가 하면, 또 어느 때는 품격이 도도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훌륭한 선인을 생각하고 그 자취를 찾아다니는 작업은 그 자체로 크나큰 행복이었다.’

이처럼 저자 오주석은, 단원 김홍도에 대한 평가로 반듯하고 훤칠한 외모와 호쾌하면서 섬세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었음을 주목하면서 그림뿐 아니라 음악이나 시문에 대한 재능을 높이 사 그의 폭넓은 교양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그의 30살이 넘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스승 강세황과의 교류에서 드러나는 여유롭고 해학적인 기질 등 그의 인간적 매력에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김홍도에 대한 일본에 잠입하여 지도를 그려왔다거나 춘화를 그렸다는 등의 편견이나 잘못 알려진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밝혀진 문헌을 근거로 사실이 아니라거나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조심스러운 평가를 하고 있다. 화원 김홍도로써뿐 아니라 인간 김홍도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긴 마음이 아닌가 싶다.

오주석의 이 김홍도에 대한 책 ‘단원 김홍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그의 그림과 인간됨을 알려주기 위해 당시 활동 했던 조희룡, 이인문, 강세황, 홍길주 등의 그에 대한 평가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책에 실린 김홍도의 다양한 그림들이 눈을 사로잡는다는 점이다. 김홍도가 그린 그림 중 남아 현존하는 그림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풍속화를 비롯하여 산수화, 화조도 등 이 책에 담긴 그의 그림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는 재미가 여간이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