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蓮花

贈遺蓮花片 증유연화편
初來灼灼紅 초래작작홍
辭支今幾日 사지금기일
憔悴與人同 초췌여인동


보내주신 연꽃 한송이
처음에는 눈부시게 붉더니
가지에서 떠난 지 이제 몇 일이라고
시든 모습이 사람과 같네


* 조선 성현이 지은 용재총화에 실린 고려 충선왕과 중국여인의 슬픈 심사를 시에 담았다. 연꽃의 붉은마음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나에게 연꽃은 충선왕의 애달픈 사랑도 아니고 불교의 윤회도 아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희고 붉은 꽃잎에서 번지는 향기처럼 세파에 휘둘리지면서 가까스로 중심을 잃지않으려는 남자의 여리디 여린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대변 하는듯 잔잔하지만 끊이지 않은 향기마냥 떠오르는 시가 있다.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라는 서정주의 시다. 살아생전 시인의 행적이 못마탕하지만 내 마음 속 담은 연꽃의 이미지를 가장 잘 담고 있는 듯 마음속 큰 울림으로 다가 온다.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난 蓮花里에 산다

*2015.07.05 전주 덕진공원에서 만난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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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비비추'

처음이었다. 그날 너와 함께 만난 것이, 그래서 늘 함께할 것이다, 그늘로 어두운 숲에서 환한 빛으로 가슴가득 차올라 왔다. '신비한 사랑'이란 꽃말처럼ᆢ


'비비추'가 길게 꽃대를 올려 한쪽 방향으로 나란히 핀다면 '일월비비추'는 꽃줄기끝에 둥글게 모여피는 것으로 구분한다. 둥글게 뭉친모습이 방울같다하여 방울비비추, 또는 비녀비비추라고 부르기도 한다.


넌 태양을 마주보는 것보다 누군가의 그늘에 의지할 때 더 빛난다. 사람의 마음이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굳건해지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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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산수국'


오로지 널 보기 위해 나선 길이었다. 이른봄 지난해 흔적을 보고 널만날 날을 기다렸다. 날이 가물어 찾아가는 길목 계곡이 말라 있어 혹시나 하는 염려가 없진 않았지만 널 만나는 순간 이미 지난 일이 되고 말았다.


계곡따라 눈 돌릴 여유도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반가움을 드러내고서야 하나씩 눈맞춤을 한다. 조금 늦은 감이 있고 가뭄으로 마른 기색까지 있지만 너의 그 고고한 자태는 여전했다.


물을 좋아하고 산에서 자란다고 '산수국'이다. 꽃차례 가장자리에 꽃잎처럼 생긴 장식꽃이 둘러 핀다. 장식꽃 꽃받침조각에 톱니가 있는 것은 '꽃산수국'이며, 장식꽃이 양성화인 것은 '탐라산수국'이다.


소녀의 꿈이라는 꽃말처럼 설레임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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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15-07-07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국을 좋아하는데 `소녀의 꿈`이라는 꽃말은 몰랐어요.

[그장소] 2015-07-10 20:07   좋아요 0 | URL
꽃과 나비 같아요..제 눈엔..(저 꽃이 그럼 속상할까요?)ㅎㅎㅎ

무진無盡 2015-07-11 11:40   좋아요 0 | URL
그렇게 보이면 보이는데로 보세요. 그게 정답~!!

[그장소] 2015-07-16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있어 나비온다, 하는 말처럼요..^^
아가들 모빌 같기도 하고요..~

무진無盡 2015-07-16 00:19   좋아요 0 | URL
혹ᆢ문자 가능할까요?
 

'용산철거참사'와 '사법정의' 등 우리가 사는 현재와 무관하지 않은 이야기다. 개봉관에 걸리기까지 곡절이 많았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이 영화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그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정의가 살아있다'라는 결론을 도출하지도 않는다. '다수의견'으로 배심원단의 만장일치 의견이 '소수의견' 판사의 결론과 대치되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소수의견'은 결국 이 사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의 힘이다. 다수가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 인권을 지켜달라고 위임한 그 힘이다. 그 힘은 제도화 된다. 이렇게 제도화된 힘은 이제 그 힘을 위임한 다수를 억압하게된 것이다.

'다수의견'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본래의 힘을 발휘할 날은 요원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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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보다 아름다운 산수' - 매정 이창주

광주시립미술관 2015년 원로작가초대전


한국의 자연이 지닌 의취를 남종문인화로 표현해 온 매정 이창주 화백이 평생 추구한 예술세계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매정 이창주 화백은 의재 허백련의 문화에서 전통 남종화를 배웠다. 남종문인화가로서 농촌문화와 남도의 정서를 반영한 전통적 취향에 충실한 남종문인화풍의 작품을 제작했던 그는 전통회화를 바탕으로 현대적 조형미의 새로운 한국화를 시도했다. 작가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거침없는 필치와 화사한 색채의 회화가 작가의 개성을 들어낸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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