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다는 것

잘 마른
핏빛 고추를 다듬는다
햇살을 차고 오를 것 같은 물고기에게서
반나절 넘게 꼭지를 떼어내다 보니
반듯한 꼭지가 없다, 몽땅
구부러져 있다

해바라기의 올곧은 열정이
해바라기의 목을 휘게 한다
그렇다, 고추도 햇살 쪽으로
몸을 디밀어 올린 것이다
그 끝없는 깡다구가 고추를 붉게 익힌 것이다
햇살 때문만이 아니다, 구부러지는 힘으로
고추는 죽어서도 맵다

물고기가 휘어지는 것은
물살을 치고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 말하겠다
내 마음의 꼭지가, 너를 향해
잘못 박힌 못처럼
굽어버렸다

자, 가자!

굽은 못도
고추 꼭지도
비늘 좋은 물고기의 등뼈를 닮았다

*이정록 시인의 시 "구부러진다는 것"이다. 해바라기의 올곧은 열정이, 고추의 깡다구가 물고기의 물살을 치고 오르는 힘의 모두가 스스로의 몸을 굽게 만들었다. 내 몸을 굽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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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더딘 사랑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말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

*이정록 시인의 시 "더딘 사랑"이다. 제각기 呼吸호흡은 다른 시간이 걸린다.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것, 사랑의 출발점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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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내 안에 숨은 꽃]

‘거문고, 내 안에 숨은 꽃’의 의미는, 양귀자의 소설 ‘숨은 꽃’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미리 밝힌다.

지친 神이 돌아오는 자리 ‘귀신사’에서 만난 인연, 그리고 힘겹게 찾아 헤매었던 꽃 한송이는 바로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울려나오는 ‘진실한 목소리 ‘였다.

우리들에게 진실함을 간직한 ‘숨은 꽃’은 먼 곳이 아닌 저마다의 마음 안에 있다.

동서양의 수많은 음악과 악기들이 어지러이 펼쳐지는 오늘날, 우리 국악에 있어서 모래더미에 파묻힌 그 진실된 소리는 바로 거문고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낮아야 할 땐 낮음음으로, 높아야 할 땐 높은음으로 세상 어느 소리와 함께여도 오랜세월 묵묵하게 길잡이가 되어준 거문고는 ‘내 안의 숨은 꽃’이다.

1. 육자배기 | 끝없는 기다림 (Title)
2. 한오백년 | 만남, 그 밀물 같은 기억
3. 상주아리랑 | 미로, 그 헤매인 날들
4. 뱃노래 블루스
5. 매화, 피고 질 때에
6. 거문고와 피아노를 위한 뱃노래 판타지
7. SONG OF SILENCE 침묵
8. 거문고 산조, 내 안에 숨은 꽃 | 그 변치 않을 마음

거문고 권민정 작곡, Piano 송지훈, Percussion 박천지, 베이스 김성수, 드럼 최요셉, 바이올린 조아라, 비올라 안지원, 첼로 최정욱

*권민정
사)아리랑심포니오케스트라고창 대표
정읍초산음률회 회원
고창줄풍류보존회 대표
권민정의 거문고술대질 대표
연세대학교 미래연구원 한국음악과 책임강사
사) 동리문화사업회 사무총장 및 음악감독

*가만히 반복해서 듣는다. 거문고 가락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다 보니 어느사이 한없이 풀어진다. 넉넉함, 여유로움이 스미듯 차오른다.

귀한 마음 고맙습니다.

https://youtu.be/AeoX5_iUE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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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내가 꽃을 사랑하는 이유

그대가 만개 하기까지
망울이 처연하긴 했어도
서러움이 배어 있을 줄은 몰랐고
이슬 젖은 햇살이 그려낸 풍경이 고와
눈이 시리긴 했어도
내 심상이 흔들릴 줄은 몰랐다

바람이 싹을 키운 나래 울
그대 꿈이 한 송이씩 날아 오를 때 마다
내 생령이 숨을 쉬고
그대 향 베인 솔 향에 긴 여운이
날 감싸 안아
지친 몸과 마음에 응어리
청산 낙수되어
그대 향한 물보라 친다

당산나무가 늘 그자리에 있는 것은
바람의 신을 마중하는 것이고
내가 이 화원에 늘 서성이는 것은
서럽게 오는 그대
간절히 기다리기 위함이니
그대어 그대어
아련나래 피어 나소서

*이정록 시인의 시 "내가 꽃을 사랑한 이유"다. 심장을 흔드는 순간을 맞이할 대상은 세상 모두가 꽃이더라.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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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6-0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학교밖에 안읽어봤지만 이 시인 좋아합니다^^
 

#시읽는수요일

사랑

연초록 껍질에
촘촘 가시를 달고 있는
장미꽃을 한 아름 산다.

네가 나에게 꽃인 동안
내 몸에도 가시 돋는다.

한 다발이 된다는 것은
가시로 서로를 껴안는다는 것

꽃망울에게 싱긋
윙크를 하자
눈물 한 방울 떨어진다.

그래, 사랑의 가시라는 거
한낱 모가 난 껍질일 뿐

꽃잎이 진 자리와
가시가 떨어져 나간 자리, 모두
눈물 마른자리 동그랗다.

우리 사랑도, 분명
희고 둥근 방을 가질 것이다.

*이정록 시인의 시 "사랑"이다. "네가 나에게 꽃인 동안, 한 다발이 된다는 것은 가시로 서로를 껴안는다는 것" 가시는 서로에게 상처일 뿐일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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