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분자분 내리는 비가 멈추었다. 빈틈 없이 습도를 더하니 복날의 더위를 잊지않게 하려는게 분명하다. 건듯 부는 바람은 멀리에서만 맴돌고 내리는 비는 코앞에 닿았다.

초복初伏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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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暑 소서

24절기 가운데 열한째 절기로 작은 더위를 뜻하지만 실은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인 데다 장마철과 겹쳐서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때이다.

습기 높은 무더위에 볕을 피할 그늘이 반가울 때이다. 솔개그늘이라는 것이 있다. 날아가는 솔개가 드리운 그늘만큼 작은 그늘을 말한다. 이렇게 작은 그늘에 실바람 한오라기라도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소서, 누군가에게 솔개그늘이나 실바람이 되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산을 넘어온 비가 자분자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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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또 소나기

첫길 나들이가 하필

무밭 천지지만

이 풍성한 유목 시절은

아직 놓아기르는 장마철

몫이어서

반짝 햇살 깃들이기에도

비좁은 난간이라

노란 장다리 날염하듯

소나기 도 한 차례인데

비안개 자욱한 그 길로

박쥐우산 펴들고 霹靂(벽력)에

흠뻑 젖은

노랑나비 한 마리 날아간다

한 바다 노랑 파도에 처질 듯

솟구칠 듯

*김명인 시인의 시 '또 소나기'다. 올 여름 소나기를 만나면 다시 보게 될 이유가 생겼다.

'시읽는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또가원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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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박준 시인의 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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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유월의 독서

그림자가

먼저 달려드는

산자락 아래 집에는

대낮에도

불을 끄지 못하는

여자가 살고

여자의 눈 밑에 난

작고 새카만 점에서

나도 한 일 년은 살았다

여럿이 같이 앉아

울 수도 있을

너른 마당이 있던 집

나는 그곳에서

유월이 오도록

꽃잎 같은 책장만 넘겼다

침략과 주름과 유목과 노을의

페이지마다 침을 묻혔다

저녁이 되면

그 집의 불빛은

여자의 눈 밑 점처럼 돋아나고

새로 자란 명아주 잎들 위로

웃비가 내리다 가기도 했다

먼 능선 위를 나는 새들도

제 눈 속 가득찬 물기들을

그 빛을 보며 말려갔겠다

책장을 덮어도

눈이 자꾸 부시던

유월이었다

*박준 시인의 시 '유월의 독서'다. 마침 비가 내렸다. 싱그러움이 가득한ᆢ.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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