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 두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와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 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의 시 '그대 앞에 봄이 있다'다. 파도 치고 바람 불어 버거운 일상이라 여긴다. 긴 겨울 지나야 비로소 꽃 피는 봄이 오듯 그 버거움 끝에 내 봄날이다. 오늘이 바로 꽃필 차례인?.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피면 같이 웃고 꽃이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나의 봄노래 중 하나다.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것이 4월이면 어김없이 진달래 피는 그것과도 같다.

담장에 갇힌 여인네들의 숨통을 열어주었던 연분홍 화전놀이의 그것에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먹먹한 가슴으로 먼하늘 바라보았던 내 청춘의 빛에서, 살아가는 이땅의 모든이들의 4월을 감싸 안아주는 진달래의 그것, 영원한 4월의 꽃이다.

진달래로 장식되어가는 내 봄날은 그 무게에 짓눌려 숨쉬기 버겁지 않을 만큼, 기우뚱거리며 서툰 날개짓으로 같은 자리를 맴도는 노랑나비의 몸짓이면 족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_읽는_하루

물새 발자국 따라가다

모래밭 위에 무수한 화살표들,
앞으로 걸어간 것 같은데
끝없이 뒤쪽을 향하여 있다

저물어 가는 해와 함께 앞으로
앞으로 드센 바람 속을
뒷걸음질치며 나아가는 힘, 저 힘으로

새들은 날개를 펴는가
제 몸의 시윗줄을 끌어당겨
가뜬히 지상으로 떠오르는가

따라가던 물새 발자국
끊어진 곳 쯤에서 우둑하니 파도에 잠긴다

*손택수의 시 '물새 발자국 따라가다'다. 앞만 보고 가는 것처럼 살아가지만 실은 걸어온 뒤쪽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뒤를 돌아보는 일, 꽃이 피고 새가 날며 내가 오늘을 사는 힘일지도 모른다. 지금 누리는 봄도 다 겨울 덕분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_읽는_하루

차심

차심이라는 말이 있지
찻잔을 닦지 않아 물이끼가 끼었나 했더니
차심으로 찻잔을 길들이는 거라 했지
가마 속에서 흙과 유약이 다툴 때 그릇에 잔금이 생겨요
뜨거운 찻물이 금 속을 파고들어가
그릇색이 점점 바뀌는 겁니다
차심 박힌 그릇의 금은 병균도 막아주고
그릇을 더 단단하게 조여준다고……
불가마 속의 고통을 다스리는 차심,
그게 차의 마음이라는 말처럼 들렸지
수백 년 동안 대를 이은 잔에선
차심만 우려도 차맛이 난다는데
갈라진 너와 나 사이에도 그런 빛깔을 우릴 수 있다면
아픈 금 속으로 찻물을 내리면서
금마저 몸의 일부인 양

*손택수의 시 '차심'이다. 시간이 쌓일 수 있는 것은 틈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나 관계 속 상대방에게도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시간은 흐를 수 없다. 차심만 우려도 차맛이 나듯 틈에 쌓인 시간으로도 알 수 있는게 사람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_읽는_하루

봄은 자꾸 와도 새봄

사랑은 지루하지 않죠. 지루한 건 사랑이 아니예요
아무리 지루한 풍경이라도 사랑 속에 있을 땐
가슴이 두근거리거든요

사랑은 그러니까
습관이 되어도 좋아요. 중독이 되어도 괜찮죠
파도는 지치지 않잖아요

봄은 자꾸 와도 자꾸 반복되어도
여전히 새봄이잖아요
꽃은 자꾸 펴도, 자꾸 졌다 피길 버릇해도
물릴 일이 없잖아요

절망이 습관이면 곤란하죠. 반성도 버릇이면 곤란하죠
사람이 절망과 반성의 기계가 된다면
그처럼 속상한 일이 어딨겠어요

사랑 속엔 결고 버릇이 될 수 없는 절망과 반성이 있거든요
그러니 사랑에만 중독이 되기로 해요 우리
자꾸 와도 새봄인 봄처럼
태어나고 다시 태어나기로 해요

*손택수의 시 '봄은 자꾸 와도 새봄'이다. 시간에 익숙해져 감정이 무뎌지지 않기로 하자. 자꾸 오는 봄을 언제나 설렘으로 맞이하듯 사람도 봄을 맞이하듯 하자. "자꾸 와도 새봄인 봄처럼"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