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현의 농'
제7회 김선임 해금독주회

광주 서구 빛고을국악전수관의 목요상설공연으로 초대된 해금 연주자 김선임의 해금독주회다.

 

지영희류 해금 긴산조를 40여분에 걸쳐듣는다. 해금독주도 접합기 쉽지 않은데 긴산조 연주를 듣는다는 것은 만나기 어려운기회다. 절제된 음색이 연주자의 음악세계를 보여주는 듯 하다.

 

특히, 아쟁과 어우러지는 세번째 연주는 이번 연주 중 가히 으뜸이라 할만하다. 아쟁의 넉넉한 리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가락과 폼이 우리음악이 주는 흥을 그대로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이번 공연에는 전에는 악기제작시연회까지 있었다. 난계국악기제작촌의 남도국악사 협찬으로 해금을 만드는 재료와 제작과정을 볼 수 있었으며 관람객에게 국악기 미니어쳐를 경품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우리음악인 국악과 관객의 친밀감 형성에 기여가 크다고 보여진다.

 

지방자치단체의 말단인 구단위에서 운영하며 국악전수의 모범적인 전형을 세워준 빛고을국악전수관의 공연장은 조금 특별하다. 소규모이기에 무대와 객석이 아주 가깝다. 하여, 연주자와 관객이 한호흡으로 공연을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김선임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해금수석
전남대학 국악과, 전북대학 한국음악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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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테지만 이른 봄철 유독 사랑받는 꽃이 있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매화가 그 꽃이다. 옛 선비들의 매화를 향한 마음을 따라가기에는 멀었지만 현대인에게도 매화는 여전히 매력적인 꽃이다. 몸도 마음도 얼어 움츠리던 겨울 끝자락에서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주목받기에 충분한데 매화가 가진 느낌은 그것을 넘어선다. 모양에 향기를 넘어 정신에 이르기까지 탐매(探梅)에 열을 올리곤 했다.

 

 

매화는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이른 시기에 꽃을 피운다. 하여, 송죽(松竹)과 함께 변치 않은 벗으로 흔히 이들을 두고 세한삼우(歲寒三友)라 불리었다. 그중에서도 매화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것과는 달리 꽃피고 향기 날리기 때문일 것이다. 한겨울 아직 찬바람 불고 녹지 않은 눈길을 밟아 선비들은 탐매의 길을 나섰다. 그렇게 매화나무 아래에서 시를 읊으며 풍류와 아취를 즐겼다. 이는 매화에 선비들의 마음을 부여한 것이 있기 때문이리라. 하여, 탐매의 길은 풍류와 아취를 넘어 성찰의 길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것이 탐매의 길에선 선비의 정신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동은 천 년이 되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질이 남아 있고

버드나무는 백 번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오네

- 신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네라는 문장에 담긴 옛 선비의 그 마음자리를 따라가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른 봄부터 몸이 들썩이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전국 각기 유명한 매화나무가 있는 곳으로 촉각을 곤두세우며 꽃소식 오기만을 학수고대한다. 이른바 현대판 탐매문화로 불러도 될 듯싶다.

 

 

선암사의 선암매, 금둔사의 납월매, 강릉의 오죽헌 율곡매, 화엄사 각황전의 홍매, 화엄사 흑매, 창덕궁의 만첩홍매, 단속사 정당매, 도산서원 매화, 산천재의 남명매, 하회마을 서애매, 통도사의 자장매, 산청의 도산매, 전남대학교 대명매, 백양사 고불매, 지실마을 계당매, 소록도 수양매, 무위사 만첨홍매, 김해 와룡매, 동계종택 백매, 곡전재 분홍매, 대원사 백매, 횡천리 야매

 

먼 길 마다않고 지역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니 찾아다니며 매화만 봐도 봄 한철 그냥 지나가겠다. 그렇게 찾아간 매화나무 아래서면 윤이월 매화는 혼자 보기 아까워 없는 그대 불러 같이 보는 꽃이라 노래한 서안나 시인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을런지.

 

남쪽부터 피기 시작한 매화 따라 해남 보해 농장, 광양 매실마을의 북적이는 매화도 좋지만 고즈넉한 산사에 홀로피어 더 빛을 발하는 매화 찾아 늦기 전에 매화 따라, 매화 보러, 매화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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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월매'

 

찬서리 고운자태 사방을 비춰
뜰가 앞선 봄을 섣달에 차지했네
바쁠가지 엷게 꾸며 반절이나 숙였는데
개인 눈밭 처음녹아 눈물어려 새로워라

 

그림자 추워서 금샘에 빠진 해 가리우고
찬향기 가벼워 먼지낀 흰창문 닫는구나
내 고향 개울가 둘러선 나무는
서쪽으로 먼길떠난 이 사람 기다릴까

 

*신라인 최광유 지음, 금둔납자 역

 

햇볕이 집에 그냥 있으면 죄를 짓는 기분이라 길을 나섰다.

봄이 어디까지 왔을까?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며 봄마중이라도 할 요량으로 낙안민속마을 위 금둔사로 향한다.

남해고속도로를 타다 승주에서 선암사 방향으로 시골 정취 물씬 풍기는 길을 간다.

산 속 길이기에 구비구비 넘어서 너른 낙안 땅을 바라볼 때쯤 나타나는 암자 금둔사

그곳 납월매를 만났다.

 

음력 섣달 납월(臘月)에 일찍 핀다 해서 납월매라고 했다.

엄동설한 봄을 알리는 그 붉은 마음에 기대어 나도 봄을 맞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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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3-07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활짝 핀 것보다 봉오리진 모습이 시선을 끄는 것은 앞으로 펼쳐질 시간들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요?
두번째와 네번째 사진의 꽃봉오리가 참 이쁘네요. 실제로 보면 더 아름답겠죠?^^

무진無盡 2015-03-07 22:05   좋아요 0 | URL
마음에 담겨있는 모습대로 보인다더군요. 그리 보신거니 그럴거에요^^
 

'청노루귀, 노루귀'


네가 불러서 온거야~^^

몆번의 헛걸음에 부를 때까지 기다리자고 애써 다짐 했다.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란걸 이니까.

 

조금 이른 퇴근에 널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무작정 숲으로 들어섰다.

눈을 크게 뜨고도 만나지 못하다가 오늘도 아닌가 보다 하고 돌아서는 순간

ᆢ널 본 것이다.그것도 쌍으로 본다. 네가 불러서 온 거야~^^

 

네가 눈에 들어오고 나니

이곳 저곳에서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네는 친구들을 볼 수 있었다.

아직은 수줍은 새색시 마냥 어설픈 미소뿐이지만 이렇게 만났으니

이 봄 내내 함께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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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2-26 1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이든 꽃이든 보고싶었던 대상을 보는 순간은 화한 기쁨입니다. 더군다나 기대하지 않고 만나는 것은. 제목에 쓰신 것처럼 그 대상이 불렀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신기한 순간입니다.(2015년 2월 24일 오후 *시, 내가 너를 만난 순간. . ㅋㅋ^^;)
가끔 빛이란 오묘한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예전에 천일홍을 사진으로 찍은 적이 있었는데요, 눈으로 볼 때는 분명 붉은 빛에 가까운 자주색이었는데, 사진으로 찍어보니 청색 비슷하게 나오더라구요. 사진은 세상의 빛을 거울처럼 그대로 재현한다고 여겨왔었는데,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구나 했더랬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사진기는 `눈`이라는 걸 새삼 느꼈구요.
청노루귀처럼 살짝 벌어진 봄이 점점 다가오는 날입니다^^

무진無盡 2015-02-26 16:49   좋아요 0 | URL
오늘쯤 그곳에 가면 청노루귀가 환한 미소로 반겨줄거고 새로운 벗들도 얼굴을 내밀었을 것인데ᆢ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나비종 2015-02-26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작은 야생화를 볼 때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떠올립니다. 허리를 굽히고 바라보면서 역시 겸손해야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접할 수 있구나 하구요.
봄의 대지가 가진 진가 중 하나는 평범하고 작은 야생화를 온 세상이 빛나도록 뿜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송이 꽃으로도 두근거리는 심장 역시 빛나보이게 만들어주는.
 

순전히 햇볕 탓이었다.
그냥 보내긴 아까운 햇볕을 핑개삼아 나들이 한다. 오늘은 섬진강따라 하동 쌍계사까지다.

물길따라 사람길 나고 자동차에 철길까지 나란히 난 길로 봄마중 간다.

 

눈을 통로 삼아 마음에 들어온 봄 볕과 향기가 마음보다 더딘 몸을 깨운다.

 

돌아오는길 문수골에 들렀다. 지리산 반달곰이 산다는 그 골짜기다.

어찌하다 이런 산중까지 사람 흔적을 남겼을까 싶다.

작은 암자 문수사엔 봄햇볕의 자비가 비켜간듯 싶다.

틈도 안보일 정도로 촘촘한 쇠창살에 갇힌 반달곰 두마리 왜? 그곳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먹이 한그릇에 2000원이라는 안내문에서 짐작할 뿐이다.
지리산 반달곰에겐 부처님 자비는 없나 보다.

스님 어떻게 반달곰 눈을 보고도 그리 평안하신지요?

 

순전히 햇볕에 못이겨 나간 나들이에서 갇힌 반달곰 마음으로 돌아온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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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2-22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연스러운 것이 제일 좋은 것인데 말이죠. 저는 `자연스럽다는 것`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달곰은 숲 속에(혹시 반달곰에게 수행을 요구하는 걸까요? 음. . 마늘만 먹일 지 몰라ㅡㅡ;), 북극곰은 북극에.(빙하기가 올 거라 예견하여 미리 동물원으로?)

무진無盡 2015-02-22 22:3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자연스럽다에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