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설 연휴를 마치는 시간 모처럼 시간 여유가 났다.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일찍 집에서 떨어져 생활하는 딸아이와 함께 곡성 집으로 가는 길에 나들이를 하기로 한다.

어디로 갈까? 

 

완도에서 곡성으로 가는 길,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을 골라 길을 나섰다. 보성 녹차밭으로 가는 길에 딸아이가 어렸을 때 함께 했던 그 시간이 떠오른다. 그때는 봄날 따스한 햇볕이 반겨주었는데...지금은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분다. 대한다원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한국차박물관으로 올라간다. 시간이 지난 만큼 그때는 보지 못했던 시설들이 많이도 들어서 있다. 우리처럼 휴일을 맞아 나들이 온 사람들이 제법 있다. 산 골짜기에 자리잡은 한국차박물관의 넉넉한 품이 추운 겨울 따스하게 반긴다.

 

자동화된 입장권 구입에서 다소 생소함이 느껴진다. 사람의 손이 필요치 않고도 입장이 가능한 곳들이 이처럼 늘어 난다.  바닥에 난 발자국을 따라 들어선 곳이 차 문화관이다. 차를 이해하고 보성차를 비롯한 세계 차 산업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차나무는 실화상봉수라고 하여 꽃과 열매가 같은 시기에 한 가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여 붙인 이름이다. 이를 바탕으로 화목을 상징하는 것이 차나무라고 한다.

 

차문화관에는 기본적으로 차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차와 인간의 몸에 유익한 점, 보성차의 현황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차 생산현황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차의 색과 맛, 향이 베오나는 듯한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차한잔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1층의 차문화실을 나와 2층 차 역사실로 자리를 옮긴다. 고대부터 근 현대에 이르기까지 차의 발자취와 차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각종 차 도구가 실물로 전시되어 있어 도자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주목 받을만한 곳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에서 국보급 보물로 인정 받고 있는 보성덤벙사발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3층 차 생활실에는 일상생활에서 차를 마시고 즐겼던 세계 각국의 모습을 살필 수 있다. 또한 차와 함께 예를 배울 수 있는 차문화체험공간이 있어 저렴한 가격에 차 한잔 할 수도 있다.

 

전망대에 올라 멀리 보이는 율포 바다를 보며 바람에 실려 오는 봄 기운을 느껴 본다.

주변에 산재한 다원들을 둘러볼 여유가 있다면 더 넉넉한 나들이 길이 될 것이다.

 

한국차박물관

전남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 1197

T. 061-852-0918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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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보배다.

그저 보는 것에 불편함이 없을 땐 무슨소린가 싶었다.

지금도 여전히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는 것은 자유롭고

그 덕분에 참으로 다양한 느낌을 얻고 깊은 감정으로

내 가슴을 다독인다.

 

하지만, 언제부터가 침침해지는 것을 느낀다.

오로지 그 좋아하는 책을 볼 때면 말이다.

그 덕에 오랫동안 읽지 못하고

너무도 자주 책에서 눈길을 거두어

창밖으로 눈을 돌려 한 숨 쉬게 한다.

 

그동안 책으로 눈을 혹사한 대가를 치르는 걸거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망가지는 것을 알지 못하고

또는 무딘 감정이 이를 안이하게 바라봤던

그 대가가 혹독하다.

흐릿한 글자 사이를 더욱 집중해서 봐야하기에

더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되고

그렇다보니 책에서 멀어지는 이 미련함을 계속하다

더 이상 미루지 못하고 보조눈을 마련하기에 이른 것이다.

 

영수증에 싸인을 해야 하는데 내가 쓴 글씨가 흐릿하다.

휴대폰 문자를 사용하는데도 저만치 거리를 두어야 가능하다.

이쁜 꽃도 자세히 보기위해선 멀리 봐야 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이제 세상과 만나는 것에 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애써 가까이 두어야만 마음이 놓이던 것들이

이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안경, 아니 돋보기

그것도 '노안'이라는 이유로

이젠 가장 가까운 벗이 되어야 하는 물건이다.

이 친구와 별 탈없이 사귀고

책과 세상과 만나야 한다.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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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내 서재의 깊은곳에 머물던
햇볕이 산너머로 사라진다
조심스래 어둠이 스며드는시간
창문에 뭔가 부딪치는 소리ᆢ뭘까?

... 이름모를 한무리 새들이 날다
유리창에 그대로 머리를 박고만다
급히 창문을열고 나가
꼼짝 못하는 새를 본다
이처럼 가까이서
새의 눈을 본 것은 처음이다

정신을 차리는지
움직임이 보이고
이제 황급히 날아간다

다 행 이 다


그저ᆢ아무일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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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밤 내리기 시작한 눈이 잠든 사이 온 세상을 자신의 나라로 만들었다. 이번 겨울 두번째 내린 눈이 이렇게 많이 와 올 겨울은 눈 풍년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눈이 많이 오면 다음해는 풍년이 든다고 하니 이 추운 겨울도 그리 시린 가슴은 아니다. 풍성한 내년을 맞이할 수 있으니 말이다. 

 

 본체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저 멀리 나무 한그루는 감나무로 잎을 떨군채 동네 새들의 놀이터로 활용된다. 저 감나무는 앞 풍경을 바라보는 기준범으로 작용하여 멀리 관음사가 깃든 검장산으로 시선을 이끈다.

 

서쪽으로 난 서재의 넓찍한 창으로 앞산 눈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고 오후 내내 따사로운 햇살이 서재의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따로 난방하지 않아도 될만큼이다.

 

눈으로만 바라보기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다시 신발은 고쳐신고 길을 나선다. 이번엔 저수지 위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마을 앞 눈경지와 옥과 인근의 농사에 사용할 목적으로 저수지를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저수지 위쪽으로 사람의 흔적이 없기에 산에서 내려온 깨끗한 물이 고여 맑기만 하다. 가까이 물이 있어 사람 살기에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봄이나 가을 물안개의 근원지이지만 지금은 포근한 눈 이불을 쓰고 얼어 있다. 멀리 연산에 머리에서 내려오는 눈 담은 구름이 밀려 온다. 마을 안길을 걸어 저수지까지 오는 것도 힘이 든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이 걸음걸이를 자꾸 더디게 만드니 말이다.

 

저수지 위쪽까지 걸어가는 동안 제법 큰 동물발자국을 발견하고 호기심이 인다. 간밤 눈을 피해 마을로 내려온 동물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동물이 이런 발자국을 남긴 것인지...더 올라가자 곧 답이 나온다.

 

지난 초겨울 벌을 친다는 사람이 저수지 위쪽이 콘테이너를 가져다 놓고 벌통을 늘어 놓았는데 그 벌 키우는 아저씨와 함께 사는 개의 발자국이였다. 큼직한 개 두마리가 경계하는 몸짓으로 짖고 있다. 올가오는길 내려온 사람 발자국이 있었는데 아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저수지를 건너가는 조그마한 다리가 있는데 그 부근에 정자가 있다. 여름철 사람들이 모여 추름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정자 바로 앞 소나무가 눈을 뒤짚어 쓰고 저수지를 지키고 있다. 마치 저수지의 수호신처럼 말이다.

 

 

늦가을 올랐던 연산 정상으로 가는 산길로 접어든다. 얼마나 더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올라가다 지나온 길을 돌아 본다. 눈 위로 처음 발자국을 내며 걷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누군가는 처음 눈길을 걸어갈 때는 자신의 발자국을 따라올 사람들을 생각하여 똑바로 가라고 했지만 자꾸 미끄러지는 발걸음에 비틀거리기만 한다. 이래서야 뒤따라올 사람들이 헷갈리기만 할 것 같다. ^^ 여름이면 시원한 나무 그늘과 함께 게곡물로 더위를 식혀준 곳이지만 지금은 계곡도 산길도 눈으로 덮혀 있다.  

 

나무며 길 위에 쌓인 눈이 며칠전 내린 눈과 같지 않다. 묵직한 느낌으로 착 가라앉았다고 해야 할런지...하여 소나무며 대나무 잎에도 쌓인 눈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눈은 많이 왔지만 그렇게 춥지 않은 날씨고 수분을 많이 담고 있어서일까? 길 위를 걷는 발걸음이 무거운 것도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연산 정상으로 가는 길 초입에 있는 다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눈을 머금은 구름과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걸어 더 이상 올라가는 것이 무리일 것 같아서이다. 길을 돌아 다시 저수지까지 내려왔는데 올라올때 만난 개들이 보이지 않는다. 주인이 와서 이제는 집으로 들어간 것일까?  

 

 

저수지 전너편 능선을 올라 다시 저수지를 발 아래두고 연산을 본다. 올라올때 본 것과는 또다른 풍경이다. 이제 마을 옆 호남고속도로가 보이는 정상으로 올라간다. 급경사를 올라가야 하는데 지팡이가 없어 죽은 산죽나무 한가지를 집어 들었다. 지팡이 삼아 의지하고 올라갈만 하다. 내집 서재에서 바라보면 사야를 가리고 있는 산의 뒷편으로 가는 길이다. 그곳에 올라가면 정자하나가 있고 그곳에선 순천으로 가는 고속도로의 모습이 한눈에 펼쳐진다.

 

 

 

고속도로 건너편이 전남과학대학이 있는 옥과다. 비록 면소재지이지만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있어 젊젊은이들이 많은 곳이다. 군립도서관에 아직까지도 대장간이 남아있는 시골장까지 열려 사람살기에 불편함이 거의 없다. 사진의 가운데 오른쪽 얼핏 보이는 마을이 내가사는 연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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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12-2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전남이신가요. 정말 평지밖에 보이질 않군요!
저렇게 소복히 눈이 쌓이 평지라니... 보는 것만으로도 포근하고 꽉 찬 느낌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12-28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광주는 눈이 별로 많이 안 와서 오전에 기온이 올라가니 많이 녹았어요.
옥과는 광주와 가까와서 그런지 아파트가 꽤 많더군요.
혹시 무진 님 사는 곳이 오산인가요?

프레이야 2012-12-29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화리,라고 하셔서 제가 아는 그곳인가 했어요.^^
반갑습니다. 덕분에 눈풍경을 사진으로나마 보고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평화로운 풍경이 참 고맙습니다.^^
제가 사는 곳엔 어제도 눈이 오지 않았어요. 대신 비가 좀 내리다 그쳤지요.
 

텍스터[448]번째 책이야기

엄마의 날개 옷 / 현정원

내가 몰랐던 책 책이야기 텍스터(www.texter.co.kr)
엄마의 날개 옷 / 현정원
최선을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더라
비극적인 인생관에 빠진 이가 글을 통해 구원의 한 줄기 빛을 볼 수 있다면, 시민적 가정적 행복을 누리는 사람의 글쓰기는 보다 훌륭한, 우리 모두의 구원과 친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실 지상에 사는 인간들 모두는 그 행복의 두께에 있어서 별 차이없는 ‘불쌍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현 선생의 이 에세이집 속의 표현에 의하면 “한 마리의 카멜레온”이리라. 글이 특정한, 소외된 자의 자기구원적인 몸짓이라기보다 모든 평범한 교양인의 문화적인 도전이라면, 현 선생은 이를 앞서서 실천하는 아름다운 선각여성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 참가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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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서평단 가입 게시판에 "엄마의 날개 옷 서평단 신청합니다"라고 써주시고 간단한 서평단 가입의도를 적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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