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디올로지 - 몸이 말하는, 말하지 못한, 말할 수 없는 것
이유진 지음 / 디플롯 / 2025년 4월
평점 :
인간의 몸에 대해 설명하는 책으로 알고 읽었다. 읽자마자 솔직히 좀 배신당했다고 느꼈다. 책은 인간의 몸에 대해 설명하는 건 맞다. 인간의 몸 중에서도 여성의 몸으로 한정했다. 그중에서도 또다시 인간의 몸과 관련된 사회적인 시선에 대해 다루는 책이었다. 뒷부분으로 가면 꼭 그런 건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그런 책이라는 걸 알고 있지 않아 좀 당황했다. 특별히 거부감이 있던 건 아니지만 책을 볼 때는 그런 걸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읽다 보니 알았다.
철저하게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몸에 대해 설명한다. 인간의 몸에 대해 전체적인 맥락을 잡아준 후 여성에 집중한다. 여성의 몸에 대해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지 다시 설명한다. 아무래도 인류 역사를 볼 때 남성이 지배했다.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그렇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대부분 남자의 시선으로 봤다. 이런 것에 대해 딱히 다른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걸 당연하게 여겼던 시대였다. 모든 건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이제 와서 본다면 그런 시선을 바라보고 행동했다는 게 말도 안 된다. 그러니 그걸 무조건 현대적인 관점에서 과거에 벌어진 것에 대해 무조건 욕을 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 그걸 반면교사 삼아 이제는 하지 않겠다는 논조가 맞다고 본다. 담배를 과거에는 사무실에서도 피웠다.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고 너무 당연하게 여겼다. 이제는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식으로 인류는 시대에 따라 보는 관점을 달리한다. 인간의 몸도 그런 관점이다.
책에는 여성 몸에 대해 집중적으로 말한다. 미의 기준은 과거와 지금이 다르다. 과거에는 퉁퉁한 여성이 미의 기준이었다. 지금은 그 반대다. 과거에는 인류는 먹고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배불리 먹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지금은 흔히 먹는 고기도 수시로 마음만 먹으면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기를 잡아도 즉시 먹지 않으면 보관도 힘들었다. 그러니 퉁퉁한 여성은 선망의 대상이었을 듯하다. 추장의 아내 정도가 그렇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현대는 최소한 대부분 곳에서 못 먹는 일은 없다. 오히려 너무 많이 먹어 문제다. 그러다 보니 과거와 달라졌다. 그렇다고 너무 마른 사람을 미의 기준으로 삼지도 않는다. 기준이 더 어려워졌다고 할 수도 있다. 책에서도 현대는 운동하며 몸을 가꾸고 살찐 사람에 대해 게으르다는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말한다. 이걸 다소 불편한 시선으로 설명한다. 너무 살찐 사람을 무엇이라고 하는 거라고 난 생각했다. 비만 자체가 온갖 질병의 근원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없던 개념이다.
비만인 사람을 무조건 게으르다고 할 수는 없다. 다양한 이유를 모른다. 대체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크기에 그런 시선으로 본다. 책에서는 여자들의 몸에 대한 남자들의 시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느 정도는 동물적인 수컷이 갖고 있는 본능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 미스 미디어에서 세뇌한 것도 어느 정도 있다. 유독 특정 부위를 포커스 하면서 아름답다고 인식하게 만들었다. 남자라는 속성이 그걸 보면서 자극되고 아름답다고 인식하면서 다시 또 포커스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책에서는 비판한다. 책 내용은 원래 신문에 기획으로 연재했던 내용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첫 번째는 가슴이다. 남자 가슴은 드러내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여자 가슴은 다르다. 여기서 스스로 가슴을 완전히 드러내면 욕한다. 가슴을 아슬하게 보여주면 섹시하다며 좋아한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렇다. 엉덩이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애플 힙이라고 명칭까지 쓰면서 강조한다. 어느 정도는 이게 출산과 관련되는 걸로 알지만 그런 뜻은 아니다.
봉긋한 가슴과 그에 못지않게 탄력 있는 엉덩이, 그 사이를 잇는 잘록한 허리. 이상적인 여체라는 표현을 책에서 소개한다. 이걸 식민주의가 확립한 이성애자 남자를 즐겁게 하는 것이라 표현한다. 자세한 배경 설명이 나오긴 한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긴 한데 내가 너무 물들어있어 그런지 솔직히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았다. 이걸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세뇌되었다는 뜻이라는 건. 어느 정도는 남자가 본능적으로 그렇게 본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거 자체를 나쁘다고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과도하게 그걸 집착하거나 이용하려는 게 나쁜 게 아닌가한다. 아무래도 철저히 남성 주의 시대에서 바라본 관점으로 내가 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에는 이런 걸 끌어들여 여성의 몸에 대해 설명하는구나. 그러다보니 인간의 몸이라는 관점보다는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보는 몸에 대한 설명이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여성의 몸. 남성의 몸에 대해서는 별로 다루지 않는다. 순수하게 몸에 대해 알려고 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남성 몸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질 않아 아쉬웠다. 몇몇 부분에서는 그건 좀 심하지 않소.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내가 살아온 세상과 이렇게 다른가. 내가 너무 모르고 살아가고 있었나. 그런 생각이 드는 에피소드나 설명도 많았다. 책에서 설명하는 여자의 몸에 대한 설명과 시선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알게 되는 건 유익하다. 내가 몰랐던 걸 알면 그것도 유익하다. 과다하 싶은 반대되는 점도 다 받아들이지 못해도 도움이 된다. 책은 그냥 몸이 아닌 여자 몸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여자 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인지 몰랐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여자 몸에 대해 사회적으로 다시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