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살림 - 큰스님 27인이 전하는 마음을 살리는 지혜
김석종 지음 / 위즈덤경향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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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살림 - 비워라~놓아라~웃어라~~

 

 

 

 

 

불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한 종교이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큰 스님들의 역할이 중요했음을 역사시간에 배웠다.

큰 스님이라면 어떤 분들일까 평소 궁금하기는 했어도 신도가 아니어서 잘 알 기회가 없었다. 사실은 불교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다.

이 책은 평소 궁금증을 해소할 겸, 마음 비우는 연습도 할 겸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 들었다.

 

 

 

 

저자는 김석종.

30년 가까이 기자 생활을 한 경향신문 부국장이며 선임기자다. 불교 등 모든 종교인과 종교 활동을 취재하고 있으며 '김석종의 만인보'를 연재 중이다.

 

큰 스님이라면 어떤 분들을 말할까.

대개 법랍 60년의 세월을 넘기고 불교의 한 종갓집 큰 어른이 되거나 새 문중을 세운 정신적 스승. 신자들의 인생 멘토이며, 수행자들에게는 마음의 스승인 분들이란다.

달라이 라마, 틱낫한 같은 시대의 지도자들......

 

 

 

 

이 책은 1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에는 살아계신 20인, 2부에는 돌아가신 7인에 대한 글, 총 27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 내 눈길을 끈 분은 송광사 방장인 보성 스님.

우리 외할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닮아서 글을 읽기도 전에 친근감이 갔다.

 

 

 

 

'반안'

반안은 반은 눈을 뜨고 반은 눈을 감은 상태를 말한다.

최근에 읽은 '1일 몸가짐'에서 반안을 설명했는데, 그 때는 반안의 모습도 , 반안의 효과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책 속에서는 눈을 뜨고 있으면 꼼짝없이 많은 정보가 들어와 마음도 초조해지나 반을 감고 있으면 시각 정보가 줄어들어서 마음이 더 편하다고 하는데.....

나는 반안이 사회 생활을 하는데는 멍청해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평소 눈을 크게 뜨고 다니는 편이라서 .....

 

 

 

보성스님을 보면서 반안에 대한 이해가 어렴풋이 되기 시작했다.

반안의 편안함이 느껴지는 얼굴...

 

 

해인사에서 출가해서 송광사 주지를 거쳐 지금은 순천 송광사 방장인 스님.

 

 

"내 몸 제대로 간수하는 것이 큰 공부다."

 

"남 따라 찾을 거 없어. 한결같이 지 갈 길 지가 가는 거여. 어른 스님들은 말과 실천이 가지런해야 했어. 그걸 등행등지, 행지라고 그래. 말이 앞서도, 행동이 앞서도 안 된다 이 말이라. 그런데 그게 목숨 걸 만큼 어렵거든. 요즘은 승속이 모두 욕심덩어리라. ....... 먹는 것을 절제해야 건강하게 몸을 잘 다룰 수 있는 거여. 알았어? 내 몸 하나 제대로 간수하는 것이 젤루 큰 공부여." (19쪽)

"발밑을 잘 살펴라. 자세가 달라져야 마음도 바뀌는 법이여."

"물건이든 사람이든 너무 풍족하면 다 썩는 거여." (23쪽)

 

 

모두모두 내 마음에 쏙~쏙~ 새겨지는 말이다.

 

국사시간에 배운 기억에 의하면 송광사는 보조국사 지눌이 수선사라는 결사조직을 일으킨 곳이었는데.....

보조국사 지눌의 정혜쌍수와 관련된 송광사, 그 정혜결사 때의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 모든 스님들이 예불, 음력, 공양을 함께한다는 설명에 더욱 친근감이 간다.

 

 

송광사를 올라가는 길이 참 예뻤는데.......

 

(선암사 승선교)

 

 

 

너의 샘을 더 깊게 파라는 동춘 스님.

샘을 깊게 파듯이 자신의 그릇을 키우라는 말, 생각의 그릇을 키우고 마음의 그릇을 키우면 마음의 힘에 놀라게 된다는 말도 가슴 한 켠을 울린다.

 

 

그 화살을 자신을 향해 쏴라는 설정스님.

"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의 은혜로 우리가 사는 것"

"본래적인 것, 자연의 본성이 바로 생명의 가치이고 인간 성격의 근본입니다. 생명의 가치만 지키면 따로 수행할 필요도 없어요." 모두가 맞는 말에 절로 끄덕끄덕.....

 

 

세상에 너만 외로운 게 아니란다는 활안 스님.

 

어디 가든 그대가 주인공이다는 진제스님.

 

생각은 담백하게, 생활은 단순하게라는 혜해스님

 

걸어온 길 한 번쯤 되돌아가보라는 원명스님.

......

 

남과 경쟁하지 말고 자기 향상하라는 고우스님.

 

부족할 땐 부딪쳐가면서 채워라 는 광우스님.

 

놓아라, 비워라, 쉬어라는 무여스님.

 

귀 막고, 눈 가리고, 입 닥치고 라는 수산스님.

일거수일투족이 양명하게라는 천운스님.

 

오도독 오도독 재미나게 사는 법의 성수스님.

 

이 마음 인연 따라 유유자적이라는 정무스님.........

 

 

 

 

모든 이야기가 마음을 갈고 닦게 한다. 새겨들을수록 좋은 말이다.

일상에서 흔들림 없는 마음이 되도록, 밥값 좀 하도록, 날마다 좋은 날이 되도록, 교만하지도 열등하지도 않은 마음 유지하도록 그래서 행복하도록........

 

 

 

 

이 책은 불교신자가 아니어도 읽기에 편하다. 물론 불자가 읽으면 더욱 힘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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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케스트라 - 리처드 용재 오닐과 함께한 1년의 기적
이보영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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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케스트라 - 아픔을 간직한 아이들…… 음악을 통한 소통과 치유 이야기

 

 

 

제목이 참~~ 색다르다.

'안녕' 뒤에 ?와 !가 형제처럼 붙어 있다.

<안녕?! 오케스트라>

'리처드 용재 오닐과 함께한 1년의 기적' 이라는 부제를 보며 대단한 내용일 것이라는 짐작은 했다.

다 읽고 난 지금은 폭풍감동이라는 글자만 떠오른다.

폭풍감동…….

 

 

 

 

인종, 신분, 지역, 나이, 경제를 초월한 아이들의 하모니…….

처음엔 봄비처럼 촉촉이 가슴을 적시더니 점차 한낮의 소낙비처럼 퍼붓는 강렬함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아픔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음악적 소통을 넘어 감동과 희망과 기적을 보여 주고 있기에…….

 

 

 

 

이 책은 MBC에서 방송한 <안녕?! 오케스트라> 에 얽힌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 방송을 보지 못한 나는 책을 다 읽은 후 확인해 보리라 마음을 먹었다가 도중에 검색해 보고야 말았다. 그들의 모습과 화음이 너무 너무 궁금하고, 보고 싶고, 듣고 싶어서였다. 들을수록 솟아나는 주체할 수 없는 뜨거운 감동…….

 

 

 

리처드 용재 오닐.

전쟁고아인 어머니와 함께 미국에 입양된 용재 오닐. 아빠는 존재하지 않았고 엄마는 지적 장애인.

시골에서 시애틀까지 왕복 6시간의 거리를 운전하며 기꺼이 손자의 재능을 키워주는 조부. 앉아서 불평하기 보다는 행동으로 옮기라고, 실패하든 성공하든 끝까지 도전해 보라고 격려하는 할머니.

용재 오닐은 그런 조부모 덕분에 슬픔과 우울은 행복과 희열만큼이나 소중한 삶의 일부임을 받아 들인다. 음악을 알고부터 클래식 음악과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존재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도 극복해 나간다. 조부모의 헌신적 양육으로 드디어 세계적인 비올리스트가 된 그.

 

비슷한 아픔을 겪은 그이기에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더 뜨겁게 끌어안은 건지도 모른다.

 

 

 

 

오케스트라단에 뽑힌 아이들은 모두 25명이다.

아이들의 엄마 아빠 나라는 10개국으로 다양하고 나이 조합도 9살에서 14살까지 다양하다.

처음엔 산만하고 자신 없고 무표정한 아이들이 크로스오버 가수인 카이와 그 외 재능 기부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음악을 알아가면서 점차 생기발랄함과 집중력을 보이게 되고…….

 

후드모자를 쓴 남자 아이 같던 소녀 선욱이, 한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콩고난민 다니엘, '반짝반짝 작은 별'을 연주하고 싶다는 가영이, 파키스탄 아빠와 한국인 엄마를 가진 헤라, 수하 자매, 컴퓨터 게임을 끊고 차츰 친구인 바이올린을 '바린'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원태, 비올리스트를 꿈꾸는 바울, 키르기스탄에서 온 아델리아, 악장 준마리, 평은이, 한위,.......

 

 

 

 

하나 같이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아이들은 용재 오닐 의 아픈 가족사와 성장 과정을 들으며 위로와 힘을 얻게 된다.

전남 보성으로 여행을 가서 친밀함을 다지기도 하고 자연의 소리를 듣기도 한다.

자신만의 악기를 선물 받으며 행복해서 껴안고 자기도 하고 다른 악기들과 어울려서 하는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용재 오닐이 몇 년째 활동하고 있는 클래식 그룹 '디토'의 <디토 페스티벌>의 '오프닝 나잇' 에 참가하는 영광도 누리게 되고, 카이의 매력적인 'You raise me up' 을 들으며 그 노래를 연주할 수 있기를 꿈꾸기도 한다.

 

 

 

 

 

 

악기를 만져 본 경험이 없던 아이들은 점차 악보에 눈을 뜨게 되고 모차르트의 자장가, 베토벤의 교향곡 제 9번 합창, 섬 집 아기 등을 연주하게 되면서 자신감과 열정을 회복해 나간다. 작곡을 배우면서 작곡의 기쁨도 알게 되고 그 곡들을 연주하는 영광도 누리게 된다.

 

1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에게 드리는 위로의 연주를 한다. 어린 아이들이 고달픈 어른들을 위로해 주려는 자장가소리......결국 안구에 습기를 차게 하는 녀석들……

 

 

 

이 책에는 음악적으로 경험이 없던 아이들이 점차 음악을 알게 되고 음악에 대한 사랑을 느끼면서 자신의 음악적 잠재력을 키워가는 과정들이 촘촘하게 그려져 있다.

 

 

음악이 말을 걸러 온다면 어떤 느낌일까.

아이들은 점차 음악 속으로 빠져 음악과 대화하고 음악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악기연주로 적대적인 세상과 맞서 싸울 용기를 얻는다. 세상에서 얻은 상처투성이로 삶이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이들이지만 노력하면 그마저도 선물일 수 있음에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친구가 없던 아이들에게 친구가 생기고 즐거움을 모르던 아이들에게 기쁨의 환호가 울려 퍼진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용재 오닐 선생님처럼, 카이 선생님처럼, 재능 기부한 선생님들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펼쳐 보이는 아이들. 나아가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는 아이들…….

너무 예쁜 아이들의 소망에 내 마음이 다 훈훈하다.

 

 

 

소중한 친구들을 얻고 험한 세상과 맞서 싸울 힘, 쓰러지지 않고 끈기로 무언가를 해 낼 수 있는 힘을 얻은 아이들……. 억눌린 감정들이 풀어지면서 자신의 소망을 펼쳐 보일 때는 기쁨의 눈물이 주르륵 흐리고......

 

불공평한 세상을 받아들인 아이들은 이젠 더 이상 숨거나 피하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현재를 살아 갈 것이다. 욕, 놀림, 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아이들의 소원대로 이뤄지길 소원하며.....

음악이라는 친구가 그들에게 준 선물이다.

 

현재(present)는 선물(present)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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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덕 2013-05-10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재 오닐, 카이 정기열, 재능기부 선생님들.....아이들까지...모두모두 멋진 분들입니다.
말로만 듣던 용재 오닐의 음악을 찾아보고 카이를 검색해보고 관련 자료를 검색해 본 참으로 행복한 하루 였어요.^^
카이의'You raise me up'은 듣지 못했지만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Westlife 의 뮤비에 그 곡이 있어서 찾아서 보며 오랜만에 음악에 취한 하루 였답니다.ㅎㅎ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 하버드대 종신교수 석지영의 예술.인생.법
석지영 지음,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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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갖춘 환경속에서 저자가 자란 건 맞지만 본인의 노력없이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해냈음에 큰 박수를 보낸다.감동이다.다른나라의 공부환경, 부모들의 열의,본인의 노력 삼박자의 조화가 밑거름 된 성공이기에 눈 여겨 볼 대목이 분명 많다.꿈을 꾸는 청소년들에게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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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 - 불멸의 고전 <월든>에서 배우는 충만한 인생의 조건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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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철학자인 소로우의 외침을 소박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은근히 뜨끔하게 정곡을 찌르고 감동으로 가슴을 울리기도 하며 영혼의 행복을 일깨우고 있다. 소로우의 책들을 몽땅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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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줘서 고마워요 - 사랑PD가 만난 뜨거운 가슴으로 삶을 껴안은 사람들
유해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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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줘서 고마워요.

무엇 때문에 살아줘서 고맙다고 할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무척 궁금해 하며 책장을 넘기는데 필자의 이력이 만만찮다. 젊은 시절 학생운동으로 나름 노동자를 위해 순수한 열정을 불살랐고 현실과 구호의 괴리를 깨닫고 PD가 되었다. PD가 된 이후로는 사람들의 가슴에 온기를 불어 넣고자 남들은 관심도 없는 빈민가로, 병실로, 전쟁터로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 결과 국제에미상, 반프월드TV페스티벌에서의 수상 등을 일궈냈다. 책 속의 내용들은 그가 맡은 휴먼다큐 사랑, 김혜수의 W, PD수첩, 휴먼다큐 그날 등을 찍으면서 보고 느낀 것들이다. 물 흐르듯 읽히는 작가의 글솜씨 덕분에 눈물 콧물 훔치면서도 주말오후에 다 읽어 버렸다.

만약에 내게 자유와 평화가 제한된다면? 차별과 증오로 내 삶이 가득 채워져 있다면? 고통과 질병으로 내 터전이 가득하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 갈 수 있을까? 이런 상상을 해 본 적이 없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기본적인 생존의 욕구도 채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지금의 행복과 여유, 건강은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 당장 살아가는 하루하루로 인해 내일을 기약 할 수 없으니 전쟁을 치르듯 삭막한 심정으로 살아야 할게다.

평소 TV를 거의 보지 않기에 휴먼 다큐 그날, 휴먼 다큐 사랑, 김혜수의 W, PD수첩 등을 인터넷 신문으로 아는 정도였다. 키 작은 엄지공주, 풀빵엄마의 죽음 정도만 기억될 뿐 자세한 내막은 몰랐다.

우연히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보고는 저자가 PD이고, 출판사가 문학동네이고( 얼마 전 독자모니터를 통해 귀한 책을 선물로 받은 행복한 기억이 있어서 시선을 두고 있었다. 인지상정 아닐까.) 책을 좋아하니까 사서 읽어 본 것일 뿐이다.

책 내용은 평범한 이야기가 전혀 아니었다. 평범했다면 공감 정도이지 그리 큰 감동은 아니었을 것이다. 부족해서 불평해야 할 사람들이, 불공평해서 불편하다고 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감사와 사랑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뜨끔했다. 둔탁한 몽둥이가 온 몸을 치고 지나간 듯 머리는 멍멍했고 몸은 뻣뻣했다. 이웃을 세밀히 들여다봐야만 알 수 있는 이야기들, 그들의 순도 100% 이야기에 감동 먹었다.

'안녕 아빠' 의 준호씨 가족을 얘기할 때부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옆에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 사랑……. " 아내에게 보내는 문자 앞에서 가족들을 위해 살고자 애썼을 그의 마음을 생각하니 죄 없는 사람을 왜 잃어야만 하는지 사랑하는 사람을 왜 떨어뜨려 놔야 하는지 서글펐다. 고통스런 아픔 앞에서, 지독한 가난 앞에서 가족이란 두 글자만으로도 똘똘 뭉치고 이겨낼 수 있는 힘에 뭉클한 감동이 몰려왔다. 때론 가족의 힘만으로는 한계에 부닥칠 만한데도 기죽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은 감동의 도가니였다.

인간은 가장 기본적인 생존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랑의 꽃을 피우고 꿈의 열매를 맺기도 하나보다. 이탈리아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이렇게 말했다. 이성적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맞는 말이다. (p.145)

레바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던 곳, 지금은 삶과 죽음의 대비가 너무나 선명한 곳. 그곳에서 평화운동과 인권운동을 펼치는 후웨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100% 순수와 열정으로 헌신하는 그녀를 보며 전쟁이 더 이상 없기를 기도한다. 혼자의 힘보단 여럿 합친 힘을 보탰으면 한다. 60여 년 전 우리도 6.25 전쟁을 겪었다. 그 전쟁으로 죄 없는 목숨을 잃어야 했고 사랑하는 가족과도 이별해야했다. 우리가족도 전쟁으로 이모와 이별을 해야 했다. 미국으로 갔다는데 잘 계시는 건지 살아 있는지 이모를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펑 뚫린 듯 찬바람이 몰아친다. 더 이상 전쟁은 없었으면 한다. 수 백 년 전 아프리카 원주민 이로코이 부족은 '지금 행동에 옮기기 전에 일곱 번째 세대를 먼저 생각하라"고 말했다.(p.192) 코 앞의 이익, 당대의 이익보다 후손들에 끼칠 영향까지 생각하라는 뜻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명심해야 할 말이다. 후손들에게 전쟁과 고통, 오염, 갈등, 절망 등을 물려줄 수는 없지 않는가.

신체적으로는 약하디 약한 엄지공주의 의지도 감동적이고 풀빵 엄마의 의지와 초인적인 사랑도 감동적이지만 할머니 삼총사의 초등학교 입학은 내 엄마가 생각이 나서 가슴 절이면서도 흐뭇하게 읽었다. 일찍 할머니를 여윈 엄마는 전쟁 통에 집안 살림을 해야 돼서 초등학교를 입학하자마자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엄마는 배우고 싶은 열망을 한 번도 내색하지 않으시고 집안 살림을 꾸리셨다. 어린 시절 우리는 무척이나 가난했지만 철없는 우리 5 남매는 배우고 싶다며 중학교 보내달라(그 시절 중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보내달라고 떼쓰곤 했었다. 그 시절 조금이라도 배웠다면 엄마의 인생도 많이 달라졌겠지. 총명하고 책임감 강했던 우리 엄마는 지금도 글 읽는 것과 글 쓰는 것을 힘들어 하신다.

"꿈은 그 자체로 목적이라고, 꿈을 이루는데 늦은 출발이란 없다고, 꿈을 품는 것만으로도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아름다워 진다는 것을 할머니 삼총사의 그날과 함께 배울 수 있었다. "(p.205) 할머니들의 늦은 도전에 큰 박수를 보내면서도 귀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감사와 행복으로 채워지는 것에 놀라웠다. 긍정의 기운은 에너지를 솟아나게 한다는 걸 절감했다. 절망 속에서 사랑의 꽃을, 희망의 꽃을 피우는 힘 솟는 삶을 꾸려가는 용기있는 분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 또한 감사의 물결에 휩쓸리게 해줘서 고마웠다. 존경을 표한다.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도 가진 것에 대한 감사와 꿈, 희망으로 살아 용기를 잃지 않는 사람들. 잃어버리기 전에 없어지기 전에 가진 것이 작더라도 나누고 행복해 하고 감사하는 모습. 지독한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꿋꿋한 의지로, 거목 같은 믿음으로 인간승리를 보여줬다는 사실에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흐르는 눈물을 감당 할 수 없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그들로부터 희망과 긍정의 기운을 선물로 듬뿍 받았다.

이런 아름다운 실화들을 캐내줘서 고마워요. 작가님.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해서 고마워요. 가족이란 두 글자, 사랑이라는 두 글자, 믿음이라는 두 글자의 힘을 일깨워줘서 고마워요. 그들이 있어줘서 고마워요. 모두들 살아줘서 고마운 것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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