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이 별처럼 쏟아지던 날 문학의 즐거움 44
우현옥 지음, 흩날린 그림 / 개암나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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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이 별처럼 쏟아지던 날] 달콤한 추억이 되고, 전설이 되어버린 이야기, 우리 정서에 맞아요.^^

 

별밤에 감꽃이 떨어지는 날, 마당에 덩그마니 놓인 평상에 누워 오순도순 이야기 하던 시절은 이젠 풋풋한 전설이 되고 달콤한 추억이 되어 버리는 걸까.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같은 동화 한 편에 향긋한 감꽃이 온 사방에 흩날리는 듯 향기롭다.

-어, 이기 뭔 냄새고? 누가 방구 낐나?

-아! 뽕, 뽕, 뽕희! 똥, 장, 군!

-그래, 내 똥장군이다. 우짤래?

 

상구는 아이들 앞에서 코를 킁킁거리며 봉희에게 방구 꼈냐고 놀린다. 하지만 씩씩한 봉희의 반격에 기세등등하던 상구는 금세 기가 꺾이고 만다. 놀리려고 해도 전혀 먹히지 않는 봉희다.

예전에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돌아가며 거름을 내었다고 한다. 가난했던 봉희의 아버지는 마을에서 거름 품을 팔았고 그런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도왔기에 봉희에게는 늘 똥 냄새가 났나 보다. 예전에는 동네마다 똥을 푸는 차가 다녔는데, 요즘은 잘 못 본 것 같다.

 

상구는 마을에서 제일 잘 사는 집 아이다. 하얀 얼굴에, 말끔한 옷차림에, 신기한 과자를 달고 살지만 늘 잘난 체하기에 약간은 밉상인 아이다. 그런 상구를 제대로 혼내주려고 하면 어디선가 할머니가 나타나서 상구가 4대 독자라며 오히려 봉희를 혼내신다.

 

어느 봄날, 봉희와 친구들이 호드기(봄철에 버드나무 속을 빼서 만드는 피리)를 만들러 가는 길에 상구도 끼어든다. 상구는 과자 몇 알로 아이들을 꼬드긴다. 물론 봉희도 상구가 주는 달콤한 웨하스 과자에 넘어가고 만다. 봉희는 자꾸만 더 좋은 호드기를 만들어 달라는 상구에게 괘심한 마음에 옻나무 줄기를 뽑아 호드기를 만들어 준다. 예상대로 상구의 입은 금세 옻이 올랐다. 결국 남의 귀한 4대 독자에게 옻이 오르게 했다며 봉희는 할머니에게 종아리를 맞는다.

다음 날 종대는 찔레 순 꺾으러 가자며 또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이번에도 따라나선 상구는 미안했는지 봉희에게 종아리에 바를 약이라며 챙겨준다.

 

-이거. 니 종아리에 함 발라 봐라. 억수로 빨리 낫는데이.

자기 때문에 야단 맞은 봉희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양심에 찔렸나 보다.

 

찔레 순 꺾으러 덤불을 헤치다가 똬리를 튼 뱀 때문에 상구는 바지에 오줌을 지르게 된다. 겁에 질린 상구는 봉희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예전의 시골 아이들은 자연에서 놀이 도구를 만들었고 자연에서 놀았다. 어른들이 자연에서 먹거리를 얻듯이, 아이들도 자연에서 간식거리를 얻었다. 풀피리, 나뭇잎 배, 찔레 순, 감자구이, 미꾸라지 잡기, 딸기 따먹기, 살구 따기…….

 

한 편의 동화에 여러 가지 시골추억들이 잘 버무려져 있다.

미숫가루 한 사발, 찔레 순 꺾으러 가는 이야기, 보리 꼬실라 먹는 이야기, 모내기, 미꾸라지 잡다가 거머리에 물린 이야기, 감자설이해서 구워먹는 이야기, 송아지 낳는 이야기, 친구의 전학 등이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의 이야기라서 친숙하다. 옹기종기 둘러앉아 옛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추억 보따리를 선물 받은 느낌이다.

 

시골 풍경, 옛날 풍습, 시골에서의 옛 놀이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야기가 이리도 힘 있게 느껴질까. 그건 아마도 우리의 엄마, 우리의 할머니 이야기여서 일 것이다. 우리 것에 대한 끌림은 먼 조상 대대로 내려온 유전자의 영향일지도 모르겠지만.

제목부터 달콤한 감꽃이 매달려 있어 달콤한 향이 흩날리는 듯하다. 개암나무의 동화책들은 우리정서에 맞는 동화들이 많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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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라임 향기 도서관 8
이성 지음, 김윤경 그림 / 가람어린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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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12살 사춘기 소녀의 고민, 우정일까 사랑일까~

 

감수성이 예민한 열 두 살의 아이들, 흔히 사춘기라고 하죠.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의 특징은 사소한 것까지 예민하고 민감해진다는 거죠. 그래서 변덕과 짜증이 죽 끓듯 합니다. 이성에 대한 급관심은 성에 대한 관심과 외모에 대한 관심까지 불러 오는데요. 요즈음 12 살은 예전과 달라서 이성 친구를 사귈 때, 기념일 챙기고 커플링 교환은 기본이라는데요. 자연스럽고 멋진 감정인 사랑하는 마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분명 아름다운 마음, 자연스러운 감정이겠죠.

준이는 5학년이 되면서 유치원 때부터 짝꿍이었던 절친 성재와 반이 갈립니다. 엄마들끼리도 친하고 집도 가까워 여태 남매처럼 지냈는데, 지금은 반이 갈려서 준이는 섭섭하답니다.

성재도 나처럼 섭섭해 할까?

 

엄마는 열두 살이 되었으니 이제 우아한 숙녀가 되라고 하고 아빠는 씩씩해서 좋다고 합니다. 열두 살이 뭐기에 그러는 걸까요.

깔끔하고 잘생긴 성재가 다른 여자애를 좋아한다는 말에 괜히 신경 쓰이는 준이.

성재는 지금까지 준이의 학급 청소도 도와주고, 준이를 괴롭히는 아이들도 혼내주고, 준이와 함께 영화도 보러 다녔기에 친구들은 성재와 준이가 사귀는 줄 알았답니다. 하지만 지금 성재가 좋아하는 아이는 새로 전학 온 지혜라는 아이라며 귀띔을 해주는데요. 완전 공주 같은 얼굴, 공주 같은 옷차림에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잘 하고 공부까지 잘하는 지혜, 털털하고 남자 같은 준이와는 정반대의 여자아이군요.

 

성재가 누굴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준이는 신경이 자꾸만 쓰입니다.

준이는 성재가 개를 산책 시키기 위해 지혜의 생일파티 초대를 거절하는 것을 엿듣고 흐뭇해합니다. 성재네 강아지 얄얄이는 예전에 준이네 똥개였어요. 엄마가 개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성재네 집에 보낸 것입니다.

생일 파티 대신에 성재와 함께 얄얄이를 산책 시키게 된다면 지혜를 이기는 걸까요.

성재가 지혜 생일 파티에 가지 않은 것을 보고 준이는 속으로 기뻐합니다.

 

엄마에게 성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아빠에게 객관적으로 남자애들이 자기를 좋아할지를 묻기도 합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사귀고. 이런 건 아직 어색하기만 해. 남자애들이 날 좋아할까?

아니. 최소한 싫어하진 않을까? 성재는 날 어떻게 생각할까? 아빠 말대로 성재도 날 좋아할까? 친구가 아닌 조금은 특별한 감정으로. (책에서)

 

지혜에 대한 질투심이 상황을 자꾸 꼬아 버립니다. 성재에 대한 준이의 마음은 우정일까요, 아니면 사랑일까요.

 

성재를 잃은 게 아니었어. 그 일을 겪고 더 친해졌잖아. 게다가 지혜랑도 친구가 됐어. 우리끼리 커플이니 뭐니, 그런 거 하지 말고 언제까지나 이렇게 친한 친구로 지내자.(책에서)

 

오해를 풀고 난 지혜와 준이, 성재와 반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득한 나의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나보다 더 위해주고 싶은 아이가 생겼다는 건 즐거운 설렘이겠죠.

12살의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만화와 동화, 글이 동시에 있는 책, 아이들이 좋아할 동화랍니다.

<라임향기도서관>시리즈 8번째 이야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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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2016-01-17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12살인데요.이책 읽어본적이 있어요.재미있더라구요.또 보고싶네요. 3학년 때 학급문고에서 우연히 발견을 해서요. 그림도,내용도 예뻤답니다*^^*.
 
여섯 줄의 천국 파랑새 사과문고 76
권타오 지음, 이윤희 그림 / 파랑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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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줄의 천국]덩기덩 둥둥, 거문고 가락이 내 안에 들어오다~

 

거문고에 얽힌 이야기는 처음 접한다. 이 책은 신라의 거문고에 얽힌 역사동화다. 고구려의 왕산악이 만든 거문고를 가야의 백결 선생이 연주하게 되고, 신라에서는 옥보고, 속명득, 귀금 선생으로 이어지다 후계자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을 때의 이야기를 다룬 동화다.

신라의 관리 사찬 공영의 아들 옥보고가 지리산 운상원에서 50년 동안 거문고를 공부하여 신곡 30곡을 지어 제자 속명득에게 전하였다. 속명득은 이를 다시 그 제자 귀금 선생에게 전하였으나 귀금 또한 지리산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거문고의 단절을 염려한 왕이 이찬 윤흥을 남원공사에 임명하여 소년 안장과 청장을 뽑아 거문고를 전수케 하였다.―삼국사기 (책에서)

 

아버지의 향비파 연주를 듣고 자란 안장은 어릴 때부터 꼬마 악공이다.

한때 서라벌 궁궐에서 가야금을 탈 정도의 가야금 연주자였던 아버지는 장마로 성벽이 무너질 때 다리를 다쳤고 그 이후로 절름발이가 된다. 그 이후로 불러주는 귀족이 없는 악공이 된다.

 

나는 보았다. 아버지가 만들어 낸 가락이 무늬를 이루는 것을, 무늬는 풀잎에 내려앉은 첫 이슬처럼 싱그럽게 번져 나갔다.(책에서)

 

고향 남원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술로 세월을 보내다 아들 안장이 태어나면서 가야금을 팔고 향비파를 사온다. 아기가 향비파 술대를 잡았다고 해서 아버지의 향비파 연주는 그렇게 시작된다.

 

어느 날 왕의 명령으로 거문고를 탈 악공을 뽑게 된다. 안장과 청장은 향비파와 가야금으로 참가해 뽑히게 된다.

향비파는 보통 사람들의 악기다. 팔관회, 단옷날, 장터에서 향비파를 타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하지만 거문고는 악기의 왕, 현금이다.

서라벌 소년 청장과 남원 촌뜨기 안장은 지리산에 찾아가 귀금 선생을 설득해서 거문고를 배우게 된다.

거문고의 명인 옥보고, 속명득, 귀금을 이을 후계자가 되어 말이다.

 

거문고 가락에 반해 세상을 잊은 귀금 선생은 제자들에게 단순히 연습만 시킨다.

청장은 안장을 꾀어 거문고를 빨리 배우고 싶다며 스승의 연주를 몰래 훔쳐보자고 꼬드긴다. 스승에게 들킨 아이들은 그 벌로 밤에 궁상각치우 다섯 음계를 매일 천 번씩 반복하라는 숙제를 받게 된다.

하지만 꾀돌이 청장은 빈둥거리고 안장은 우직하게 연습을 한다. 그러다가 안장은 손에 물집이 생기기도 하고 현이 낡아 몇 번을 바꾸기도 한다. 청장은 늘 서라벌에서 가야금을 배웠다며 꾀를 부리지만 안장은 청장을 따라가기도 벅차다며 열심히 연습에 연습을 더한다.

예술의 세계는 꾸준한 연습과 끈기 있는 정신일 텐데.

꾀돌이 청장, 우직한 안장은 나중에 어떻게 될까.

 

같은 악기를 연주해도 사람마다 음색이 다르고 느낌이 다른 걸까.

아무리 들어도 청장의 소리가 종달새라면 안장의 소리는 부엉이다. 청장의 소리가 벼락이라면 안장의 소리는 천둥이다. 안장은 스스로 청장을 따라 가려면 멀었다고 연습을 한다.

당 동 징 둥당…….하루에 천 번 연습은 기본인 걸까.

거문고에는 거문고만의 빛과 그늘이 있다는 스승은 세 장의 악곡을 주고 천 번을 연습하라고 하지만 여전히 청장은 게으름 피우고 안장은 정자에서 비를 맞으면서도 악곡 연습을 한다.

 

-입으로 타지 말고 마음으로 타거라.

 

안장은 오동을 보는 안목이 있다며 스승에게 처음으로 칭찬을 받게 된다.

그리고 야밤에 호랑이굴 앞에서의 연주회, 공동묘지에서의 연주회를 하며 기절을 하게 된다.

아궁이가 활활 타오르는 불을 떠올리며 가락을 튕기고 시원한 계곡물을 생각하며 현을 뜯지만 아직도 거문고의 도를 터득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안장.

청장의 꼬드김으로 스승님 몰래 남원으로 거문고 가락을 뽐내러 내려간다.

단옷날의 남원에서 이들의 가락은 사람들의 놀라움을 자아내지만 곧 스승에게 들켜 손이 잘리는 위기에 처한다.

 

스르렁 둥당 덩덩.

빠르고 요란한 음악은 거문고를 타지 않는다.

천박한 사람들이나 장터처럼 번잡한 곳에서 타지 않는다.

 

스승이 손목을 자르려는 찰나에 이찬 나리의 등장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되고 나리의 부인마저 술을 따르며 거문고의 도를 널리 전하게 해 왕의 근심을 덜게 해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왕산악은 거문고 한 장으로 학을 부르고 옥보고 선생은 마침내 신선이 되었다는데.

 

-드르릉 두릉!

-무엇이 느껴지느냐?

-비가 느껴집니다.

-스르릉 드릉드릉!

-사나운 바람이 부는 것 같습니다.

-당동지징당!

-햇살입니다. 세상을 솜털처럼 부드럽게 쓸어주는 봄날의 햇살입니다.

예술의 도는 결국 끊임없는 연습에서 비롯되는 걸까. 하루에 천 번의 연습을 거듭하며 거문고의 도를 터득하는 이야기가 감동이다.

진정한 배움은 가르치지 않아도 곁눈질로 배운다더니. 안장도 스승이 오동을 고르고 밤나무를 만지는 걸 보면서 거문고 만드는 법을 곁눈질로 배운다. 명주실을 꼬아 현을 만들고 해죽을 잘라 술대를 만들 수도 있게 된 것도 옆에서 유심히 관찰 한 덕분이다.

거문고 연주로 나비들을 불러들이고 호랑이를 춤추게 하고, 해골들을 춤추게 하고 당기의 말문도 트게 하다니!

 

거문고를 뜯는 자리가 곧 천국이라는 말, 거문고 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서 궁금해진다.

거문고와 말을 하는 수준이라면 득도의 경지일 텐데.

 

신라의 거문고는 만파식적과 함께 보물창고에 보관할 정도의 신령한 악기로 여겼다고 한다. 사라져가는 거문고 가락을 안타깝게 여기던 왕은 안장과 청정을 뽑아 거문고 가락을 익히게 한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다. 이 책은 거문고에 얽힌 역사동화다.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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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의 탄생]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일수의 탄생 일공일삼 91
유은실 지음,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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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의 탄생] 일수의 재탄생에 도움이 된 말, 넌 누구니? 네 쓸모는 누가 정하지?

 

종류를 불문하고 책을 읽고 싶어서 어제는 철학서적을, 오늘은 동화책을 집어 듭니다.

각각의 책이 주는 깨달음과 묘미가 다르지만 역시 동화는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깊은 교훈을 주네요.

아이들의 동화책을 읽으면서 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른들도 한번쯤은 동심의 세계로 데려다주는 동화를 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요. 동화야말로 어른들의 딱딱한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지 않을까 싶은데요.

책을 접하면 먼저 표지를 보며 음미하는 습관이 있는데요.

이 책은 제목부터가 색다릅니다.

<일수의 탄생>

일수라고 하니 돈 생각이 나네요. 드라마를 보면 시장이나 가게를 돌면서 일수 돈 받는 아주머니들 있잖아요. 표지에는 문구점이 있고 족자가 있고 붓을 든 아이가 있네요. 아이의 머리 위에는 생일상이 모자처럼 씌어져 있고요. 특이한 표지를 보니 뭔가 반전이 있을 듯 예감이 들어요.

 

일수의 탄생은 평범한 가정 이야기부터 시작해요.

첫눈에 반한 남녀가 결혼 후 초등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하게 됩니다.

아이가 없어서 부부는 고민이 되죠.

어느 날 남편은 똥 꿈을 꾸게 됩니다. 똥을 누는 꿈을.

몇 달 뒤 아내는 아이를 가지게 되고 출산 예정일은 7월 7일. 행운의 세븐이 2개나 있네요. 남편의 똥 꿈은 복권 꿈이라는데, 아내는 아이가 복덩어리, 금덩어리로 느껴집니다.

뱃속의 아이가 부부를 돈방석에 앉힐 거라며 두 사람은 기대감에 부풀었어요.

아이가 닮았으면 하는 사람을 세종대왕으로 정하고 태교를 합니다.

아이의 삶이 금덩어리와 관계있을까요? 아니면 세종대왕과 관계있을까요?

 

다행히도 아기는 7월 7일에 태어나서 부부를 기쁘게 했어요.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행운의 사나이라 불렸지요.

하지만 아기가 태변을 먹어서 울지 못했고 겨우 태변을 빼낸 다음에야 작은 울음소리를 냈어요. 똥을 먹은 아이의 이름은 백일수랍니다.

일등 할 때 일(일)

수재 할 때 수 (수)

엄마의 자장가는 돈방석 노래였어요.

자장자장 우리 아가,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수재 되어 돈 잘 벌고, 돈방석에 앉혀다오.

자장자장 우리 아가,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자장자장 백점 일등, 자장자장 일등 수재.

 

일수는 남들만큼 적당히 컸어요. 하지만 엄마는 적당에 만족하지 못하고 일수를 따라다니며 먹이고 입히고 키웠어요.

 

입학하는 기분이 어때?

몰라요.

학교 가면 뭐가 좋을 것 같니?

어,……. 모르겠어요.

 

모든 질문에 언제나 대답은 모르는 것 같다는 일수.

일수는 특별히 잘하는 것도 눈에 띄는 것도 없는 아이, 착하지도 말썽 피우지도 않는 아이, 칭찬할 것도 야단칠 것도 없는 아이로 자랍니다.

일수는 모든 면에서 딱 중간이어서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죠.

완벽하게 보통아이, 평균인의 삶이랍니다.

남들은 일수를 보통 이하로 생각하지만 엄마는 큰 기대를 가지며 살아가죠.

이쯤 되면 일수의 남은 인생이 슬슬 걱정이 됩니다.

세상은 적당이 통하지 않잖아요. 평균도 통하지 않지요. 스스로 알아서 판단해야 하고 남들보다는 뭔가가 뛰어나야 세상은 살만하다고 하잖아요.

이런 일수의 삶에 반전이 있을까요?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어려운 일수는 언제나 일석이를 부러워합니다.

발표도 잘하고 자신이 뭣하고 싶은지도 잘 알고 보라와 함께 요리부에서 특활도 하니까요.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일수는 아무도 가입하지 않은 서예부에 가입합니다. 그것도 보다 못한 선생님의 지시사항으로요.

 

-무슨 부로 갈지 정했니?

-못 정한 것 같아요.

-휴…….그놈의 같아요.……. 일수는 그럼 서예부로 가라. 지원한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까.

-네.

서예부 선생님의 관심이 낯설었지만 일수는 집중력이 있다는 칭찬도 듣고<한글서예 교본> 책도 선물로 받아요. 처음 받은 관심이 어색하지만 기분이 좋은 일수는 집에서 매일 글을 베끼게 됩니다.

선생님은 이런 일수를 보며 일수가 성실하다고, 서예에 소질이 있다고 칭찬을 합니다.

 

일수에게 변화가 올까요.

칭찬과 관심은 아이를 키운다는데요.

엄마가 태교 책으로 봤던 세종대왕과 깊은 인연이 있는 걸까요. 한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것 보면 말입니다.

 

일수의 글은 개교기념 전시회에 뽑혀서 전시도 됩니다.

 

하면 된다.

5학년 2반 백일수

기어이 엄마는 동네 최고 명필가를 찾아 일수에게 지도를 부탁해요.

매번 같아요를 남발하는 일수에게 명필은 강렬한 눈빛으로 말합니다.

 

백일수군. 서예 하는 사람은 분명해야 한다.

같아요, 몰라요 따위의 말은 되도록 하지 말고 분명하게 자기 생각을 말해라.

 

감정이 없는 글씨, 생각도 없는 글씨,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는 글씨를 쓴다며 지적하는 명필 선생님.

일수에게 특기를 계발하도록 애쓰라는 중학교 선생님,

아들이 돈방석에 앉게 해준다고 철썩 같이 믿는 엄마.

언제나 중간을 지키는 일수.

과연 일수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무엇하나 제대로 못하는 일수는 군 제대 후에 문방구에서 백수생활을 하게 됩니다. 백일수의 백수생활, 이름은 어울리는데요.

역시 반전이…….

 

뒤늦게 발견한 일수의 소질은 글씨쓰기랍니다.

일수는 다양한 어린이 글씨체를 가진 것을 알게 되면서 가훈업자가 됩니다.

예전의 서예선생님의 격려가 떠올라 즐겁게 일하게 되죠.

한 가정 가훈 갖기 운동이 펼쳐지면서 일이 더욱 늘어납니다.

할아버지가 썼다고 치는 떨리는 글씨체, 어린아이가 쓴 듯 서툰 글씨체, 아빠가 쓴 것 같은 쭉 뻗은 글씨체의 달인이 된 일수는 정작 자신만의 가훈이 없음을 알게 됩니다.

일수의 가훈은 무엇이 될까요.

일수의 재탄생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네요. 대단한 작가, 유은실을 기억할게요.

어린 일수, 청소년 일수, 백수 일수, 가훈업을 하는 청년 일수의 성장을 보면서 왠지 마음이 무거워 집니다.

지나친 기대감이 아이를 억누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관심과 칭찬은 역시 아이들을 키움도 생각합니다.

보통의 우리들 이야기네요.

묵직하고 깊이 있는 동화, 웃기면서도 착착한 마음을 갖게 하는 성장동화입니다.

 

일수가 쓰는 가훈을 보며 저도 가훈을 고르게 되요.

독창적으로 서투르게, 최고보다 최선을 , 너 자신을 알라. 하면 된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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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4-01-22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말썽꾼 해리, 소시지로 복수하다 동화는 내 친구 72
수지 클라인 지음, 프랭크 렘키에비치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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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꾼 해리, 소시지로 복수하다] 누가 내 거미를 죽였어?

 

아이들에게 애완동물은 자신의 분신이기도 하죠.

자신의 애완동물을 괴롭히면 속상해 합니다. 그래서 귀여운 복수를 다짐하기도 하는데요.

해리와 시드니는 사이가 나쁩니다. 서로 앙숙관계인 거죠.

3학년이 되면서 공동 반장이 되었어요. 이들의 사이도 좋아질까요.

 

해리는 셀로판지로 덮은 신발 상자를 학교에 가지고 와요. 2학년 때까지 뱀을 담았던 상자인데요. 지금은 거미를 담아 왔네요.

<샬롯의 거미줄>을 읽고 나서 거미에 관심이 생긴 해리.

집의 욕조에서 발견한 거미에게 찰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학교에서 기르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해리가 기르는 거미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납니다.

거미 찰스가 문 밖으로 기어 나오자 겁먹은 시드니는 자기에게 덤비는 줄 알고 구리 광석을 들어 거미를 죽여 버립니다.

 

-네가 찰스를 죽였어!

-거미가 도망치려고 했단 말이야. 나를 물려고 했다고요. 어쩔 수 없었어요. (책에서)

 

선생님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거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이들은 거미가 이로운 곤충임을 알게 되죠.

거미가 해로운 곤충을 잡아주어 식물이 잘 자라게 돕는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죠.

미국에서 위험한 거미는 배에 빨간 모래시계 무늬가 있는 검은 독거미등에 바이올린 무늬가 있는 갈색은둔거미 뿐이라는 선생님의 설명에 아이들은 죽은 찰스를 위해 명복을 빌기도 합니다.

학급에서는 사건이 끊이질 않아요.

누군가 시드니의 소시지를 훔쳐간 거죠. 누가 그런 걸까요.

 

해리는 시드니에게 운동장 네 바퀴를 돌면 돌을 먹어 보이겠다고 호언장담합니다. 해리를 괴롭히고 싶은 시드니는 땀을 뻘뻘 흘리고 헉헉 거리면서도 운동장 네 바퀴를 돌고 오죠. 해리가 먹은 돌은 무엇일까요.

이쯤 되면 시드니보다 해리가 똑똑해 보이는 데요.

선생님과 올드 뉴게이트 감옥 구리 광산으로 야외 수업을 가는 날은 소시지를 훔친 범인이 밝혀지기도 하는데요. 범인은 능청스럽게 빌려간 것을 돌려준다고 해요.

시드니와 해리는 화해를 했을까요.

 

사소한 것에 자존심 상해하고 객기나 심술부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네요.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통해 싸우고 화해하는 모습들을 담았어요.

아이들이 일상을 잘 포착한 동화네요. 어린 시절의 우정, 학교생활을 되돌아보게도 하는 동화입니다.

이제 막 책 읽기를 시작한 아이들이 읽기에 딱 좋은 책이랍니다.

해리이야기는 시리즈랍니다. 국제독서협회 선정 도서이기도 합니다.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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