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미스터 갓
핀 지음, 차동엽 옮김 / 위즈앤비즈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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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Hi, 미스터 갓]안나의 눈높이로 고정관념과 무지함을 일깨우는 이야기.

 

 

저자는 1915년 아일랜드 출신의 핀(Fynn)이다. 정규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다. 런던 근교의 연구실에서 학계에 기발한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미스터리 작가다.

이 책은 <무지개 원리>의 저자 차동엽 신부님이 편역했다는 소식을 듣고 끌렸던 책인데, 역시 책의 내용도 희망적이다.

 

TV프로그램 <아빠, 어디가?>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지만 잘 보지 않는다.

책 띠지에 '아빠 어디가?'를 뺨치는 아이와 어른의 기상천외한 교감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 온다.

미리 프로그램을 보고 이 글을 쓸 걸 하는 생각이 드는데…….

 

"사람과 천사의 차이는 별거 아냐. 천사는 대부분 속에 있고 사람은 거의가 바깥에 있거든."

 

첫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문장에 담긴 뜻만 캐내려 해도 몇 시간은 보내야 할 책인 걸까.

 

안나의 대답은 단도직입적이고 단순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것들이었다. (책에서)

 

스무 살의 핀과 일곱 살 안나의 만남, 꺽다리 청년과 꼬마 여자 애의 만남.

안나가 말하는 미스터 갓은 하느님이다.

 

-사랑하는 미스터 갓, 안나 에요.

-고마워요, 미스터 갓. 핀이 날 사랑하게 해줘서.

 

바보 멍청이 엄마, 술주정꾼 아빠의 학대에 시달리던 안나는 부두에서 핀을 만나게 되고, 핀의 집에서 보살핌을 받게 된다.

온 몸에 상처투성이와 피멍이 들었음에도 밝기만 한 안나의 웃음소리에 핀의 가족들은 마음이 짠해진다.

안나는 사고뭉치 개 보시를 길들이기도 하고 핀의 집에 적응해 나간다.

안나는 교회에 대해서, 공부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기에 여러 여른들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한다.

하지만 핀은 안나의 답변에서 감동을 느낀다.

사람들은 실패에 대한 변명으로 '오 마이 갓!' 이라고 하지만 안나는 '고마워요, 미스터 갓! '이라고 할 줄 아는 긍정 소녀다.

 

안나는 성경을 초보자들을 위한 입문서 정도로 간주하였다. (중략) 신앙은 실천하라고 있는 것이지, 행동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말한 것을 읽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책에서)

 

-교회에 다니니?

-아뇨.

-왜 안 다닐까?

-다 알고 있으니까요.

-뭘 알고 있는데?

-하느님을 사랑할 줄도 알구, 사람들 사랑할 줄도 알구 그리고 고양이도, 개미도, 거미도, 꽃도…….

이 모든 것을 내 마음을 다해서 사랑할 줄도 아니까요.(책에서)

 

다 알고 있으면서 실천하지 않는 어른들의 위선적인 신앙에 대해 본질을 꿰뚫는 안나의 답변들은 정리 요약된 유쾌한 답변들이다.

하나의 답에 억 경개의 질문이 있을 수 있다는 발상도 놀랍다.

2더하기 5는 4도 되고, 10도 될 수 있다니!

물론 0도 될 수 있고 7도 될 수 있다. 언제나 답은 무한하니까.

수학적 답변들이 명쾌해서 좋아하는 나에게도 이런 답변은 당황스럽지만 발상의 전환을 자극한다.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수학에도 정답이 없다면......

 

9살 안나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이야기가 놀라울 정도로 통찰력도 있고, 심오하고 명쾌하기까지 하다.

철학자 같은 안나의 솔직하고 심오하고 기발한 토크가 어른 중심의 현실사회를 꼬집고 있기에 찔리는 것도 있다.

선입견을 깨고 고정관념을 깨고 눈높이를 맞추며 살라는 의미로 와 닿는다.

다양한 시선으로, 다양한 각도로 비틀어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일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안나와 핀은 속마음부터 사귀었다는 데, 속마음부터 먼저 사귀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도 친구가 되기도 하고 스승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도 안나는 핀의 마음의 스승이었는데......

조카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어른의 스승일 수도 있고, 꼬마 철학자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실존했던 인물인 안나의 이야기는 어린 왕자를 읽는 느낌이다.

어린 공주 버전이랄까.

어린 아이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필요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한우리북카페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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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둑할망 돔박수월 우리 땅, 우리 마을 이름에 얽힌 역사창작동화 시리즈 1
최정원 지음, 이승주 그림 / 푸른영토주니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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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버둑할망 돔박수월]올레 5길, 동백꽃길이 된 이야기

 

 

제목이 심상치 않다. 무슨 설화 같기도 하고 전설 같기도 한데…….

여러 단어의 조합 일까, 아니면 할머니와 수월이라는 손녀 이야기일까.

제목을 보며 잠시 즐거운 상상에 젖어 본다.

 

표지 안쪽의 설명에는 버둑은 황무지, 할망은 할머니, 돔박수월은 동백 숲이라는 뜻의 제주도 사투리라고 한다.

이 이야기는 지금 제주의 올레5길을 동백나무 숲으로 가꾸어 바람을 막아 황무지를 옥토로 가꾼 현맹춘 할머니의 실제 이야기다.

올레 5길의 동백나무 군락지에 얽힌 이야기가 있었다니…….

 

시절은 조선시대.

현맹춘은 꽃다운 나이 17세에 시집을 가게 된다.

하지만 남편은 집도 땅도 없는 남자다.

'제주 여자라면 한 집안을 먹여 살려야 한다.' 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무수히 들었지만 신혼살림은 처참할 정도로 비루하게 시작된다.

사촌 시아주버니가 빌려준 집을 수리해서 신혼집으로 삼고, 맹춘은 돈을 벌기 위해 잠녀 일을 이어간다.

물질해서 번 약간의 돈으로 똥처리 담당인 똥돼지를 사거나 팍팍한 생활을 유지해 나간다.

시집가면 고생시작이라더니 삶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애써 벌은 돈 35냥으로 황무지인 버둑(황무지) 5천 평을 산다. 남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땅을 샀다고 수군거리지만 맹춘부부는 새집을 짓고 돌담을 쌓아 밭을 일구어 간다.

탐라에서는 예부터 남자들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전통이었지만 맹춘의 남편은 집을 짓고 밭을 만들고 돌담을 쌓는 일로 부지런히 일하며 돕는다.

주변의 수군거림 속에서도 남편과 소금빌레(염전)도 만든다. 부부는 열심히 일한 덕에 소금을 만들어 주변에 팔기도 한다.

맹춘 부부는 없는 살림을 살리고자 새벽별을 보고 일어나 저녁노을이 진후까지 열심히 일을 한다. 하지만 제주의 거센 바람은 도움보다는 방해가 되어간다.

 

어느 날은 바람이 세게 불어 깻잎과 상추가 파헤쳐지거나 날아가기도 하고,

어느 날은 바닷바람에 지붕이 날아가기도 한다.

소설 <태풍의 언덕>을 익는 느낌이다. 거센 바람은 마음마저 날릴 기세인데…….

저 바람만 막으면 되는데, 그래야 농사를 지을 텐데…….

바닷바람을 막고자 고민하던 맹춘은 방풍림으로 소나무를 정하고 씨앗을 뿌린다.

소나무가 자라면서 방풍림의 역할은 하지만 이젠 송충이가 문제가 된다.

송충이 가시에 남편과 같이 발을 찔리게 되자 동백나무를 심기로 한다.

잎이 나면 나무 한 그루가 빽빽한 잎으로 둘러싸여 아늑한 집처럼 바람을 막아주는 동백나무. 아름다운 꽃에다가 동백기름까지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나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맹춘은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무시하고 멀리 한라산까지 걸어가서 동백 씨를 구해 온다. 왕복 수백 리 길을 걸어서 구해온 씨를 울타리에 심게 된다.

 

이렇게 매일매일 돌 하나씩 놓고 마소가 뽑아 먹은 자리에 씨를 또 하나 심으면 언젠가 내 집은 동백나무 숲과 아담한 돌담에 둘러싸이게 될 거야. (책에서)

 

제주에서는 여자로 태어나느니 마소로 태어나는 게 낫다는 말은 그만큼 제주 여자들의 삶이 고되다는 뜻이리라.

혼자서 묵묵히 씨를 뿌리고 가꾸는 맹춘의 이야기에는 억척스런 제주 잠녀의 삶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은 제주 잠녀들의 이야기 <검은 모래>가 생각나는 동화다.

 

이 책에는 제주 방언들이 많이 나온다.

 재미있고 아름답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각 페이지 아랫부분에 있었다면 좀 더 편하게 읽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돔박꽃은 동백꽃

비바리는 처녀

두루붕이는 바보

…….

해녀라는 명칭은 일본인들이 붙인 것이고 전통적으로는 잠녀라고 불렀다고 한다.

제주 잠녀의 역사도 기원전후의 선사시대라는 문헌적 고찰도 있고, 제주 잠녀들을 괴롭힌 진상과 관련된 착취이야기도 있다. 항일운동까지 벌인 나라 지킴이 잠녀의 이야기까지 덤으로 들어 있다.

 

제주잠녀의 삶이 고통이었음을, 천주교 박해와 이재수의 난 등을 거치면서 제주에서의 삶이

수탈과 핍박이 심했음을 알게 되니 가슴이 저려온다.

우리 땅, 우리 마을 이름에 얽힌 역사동화 시리즈 1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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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으로 달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높은 곳으로 달려! -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2014 SK 사랑의책나눔, 아침독서신문 선정, KBS 책과함께, 우수환경도서 선정, 2013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겨울방학 추천도서 바람그림책 17
사시다 가즈 글, 이토 히데오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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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으로 달려!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쓰나미의 아이들, 지금은 어떨까.

 

 

 

 

물고기가 많고 미역, 전복 성게 등이 많은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에 갑자기 쓰나미가 덮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진이 많이 나는 일본이지만 그중에서도 동북 지방의 바닷가에 사는 아이들은 갑자기 바다 속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쓰나미가 올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자란다. 그리고 목숨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높은 곳으로 달려!' 라는 교육도 받는다.

 

 

 

 

 

2013년 3월 11일.

이곳에서는 너무나 끔찍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세계기록으로 2위를 기록하게 될 쓰나미를 만난 것이다.

 

5교시 수업이 끝날 무렵, 칠판지우개는 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몸은 공중으로 붕~뜨고 아이들은 책상 밑으로 숨는다.

악!

드륵, 드르르륵……. 덜컹…….

모두 점퍼를 입고 모자를 써. 3층으로 올라가!

 

도망쳐!

쓰나미가 온다!

빨리 도망쳐!

쓰나미가 온다!

 

 

 

 

 

선생님의 긴장된 호령이 있자마자 밖에선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이웃한 중학생들은 이미 산을 향해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쓰나미 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아이들은 모두 전속력으로 높은 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중학생, 초등학생, 유치원생, 양로원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서로 뒤엉켜 달리지만 모두 침착한 모습들이다. 중학생들은 유치원생들의 손을 잡고 달리거나 초등학생들의 손을 잡고 달린다.

 

 

 

 

바닷물이 쳐들어오고 산이 무너지고 시커먼 물은 점점 빨리 달려오고…….

집들이 휩쓸려가고, 건물은 무너지고 태어나서 처음 죽음을 생각해 보는 아이들.

 

 

 

 

 

 

바다가 잠잠해지자 아이들은 산에서 내려와 가까운 주차장에 피신한 뒤 마을로 내려간다.

학교 체육관에 모인 아이들은 밤을 지새우며 가족들을 걱정하는데…….

 

 

 

이젠 마을을 떠나 다른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멀리 떠난 친구들도 있고 가족을 잃은 아이들도 있다. 힘들고 우울한 시기지만 아이들은 힘을 내어 살아간다.

 

 

 

 

 

인간은 바다의 은혜를 입기만 할 뿐, 바다와 사귀는 방법을 잊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걸 너희들이 가르쳐 주었어.

살아만 있으면, 앞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법이란다. (책에서)

 

 

 

 

마을 중학생이 생각해 낸 '안부편지'는 가족들을 걱정하던 마을 사람들을 살리게 되고…….

칠석날 이웃학교와 함께 소원을 적어 학교를 장식한다.

일본에서는 칠석날 색색의 종이에 소원을 적어 대나무에 거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알록달록 소원 쪽지에는…….

 

친구가 엄마를 찾으면 좋겠어요.

집으로.

아빠를 찾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우리 마을이 회복되게 해주세요.

빨리 전에 살던 동네로 돌아가고 싶어요.

강아지가 천국으로 갔기를.

이제 큰 지진과 쓰나미가 오지 않기를!

......

 

 

 

 

 

 

지진과 쓰나미가 있던 날 우노스마이 초등학교와 가마이시히가시 중학교, 유치원생까지 약 600명의 아이들이 산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을 달렸다고 한다. 공포에 질린 아이들이 무려 2km를!

 

거대한 쓰나미의 공포 앞에서도 아이들이 재난에 대처하는 의연한 자세는 감동적이다.

자신들도 위험한 상황인데 더불어 살기 위해 중학생들이 어린 유치원생들의 손을 잡고 뛰다니!

평소에도 그렇게 훈련 받는다지만 현실이 급하면 몸을 사리게 되는 게 인지상정일 텐데…….

 

최대 높이 37m, 사망 1200 명, 지진규모 2.0의 일본 대지진 당시의 모습이 아직도 공포영화 같다.

그 당시 TV를 보며 무슨 재난영화 같다고 생각했는데.......

거대한 자연 앞에 속수무책인 인간들의 무기력을 재확인한 날이었는데......

 

자연의 위협에 대처하는 인간들의 자세를 생각해 본다.

살아야겠다는 의지, 더불어 살아남아야겠다는 투지가 공동체의식을 싹틔움을 생각한다.

유비무환도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2011년 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가마이시 마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다.

이곳의 학교에서는 중학교와 초등학교가 함께 쓰나미 대비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이 마을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세 가지 원칙도 인상적이다.

쓰나미는 상상이 아니라 반드시 온다.

온 힘을 다해 무조건 대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거대한 자연 재난 앞에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고 훈련받은 그대로 열심히 도망쳐야 한다.

 

 

 

 

 

 

 

 

참고로 쓰나미는 지진에 의해 발생하는 해일을 말한다. 지진의 진원지가 바다다.

지진 발생 때 지각과 지각이 움직이는 순간의  엄청난 에너지가 물에 전달되고 해안에 도달하게 되는데, 해안에 가까워질수록 높이가 커진다고 한다.

지금까지 가장 큰 쓰나미 피해는 2004년  인도 수마트라 에서 일어난 쓰나미로 최대 높이 30m, 지진 규모 9.3, 사망 23만명에 이른다. 아프리카 해안까지 해일이 도달할 정도의 대단한 쓰나미였다.

 

자연의 위력 앞에 겸손히 대비하는 자세 밖에 뭐가 더 있을까.

가마이시 아이들의 쓰나미를 대하는 자세에서 우리의 민방위 훈련을 비교하게 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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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12-22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보고갑니다!
 
세계를 바꾸는 착한 기술 이야기 세계를 바꾸는 착한 이야기
유영선 지음, 이영미.정인석 그림, 김재성 감수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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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바꾸는 착한 기술 이야기]더불어 사는 세상, 이웃과 함께, 자연과 함께~^^

 

 

착한 기술, 적정기술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적정이란 어떤 상황이나 조건에 꼭 맞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적정기술이 사용되는 사회의 문화와 사용자의 지적, 경제적 수준 등도 고려한다는 것이다.

 

적정기술이란…….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 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거나 형편에 맞는 기술을 제공하거나 해서 이들이 좀 더 편안한 삶을 살도록 돕는 정말 아름다운 기술이다.

이웃을 돕는 기술, 자연을 생각하는 기술, 편리하고 행복하게 조금씩 바꾸는 기술이다.

선한 마음을 가지고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기술이라고 할까.

 

기술 발달로 자동화가 되면서 인간이 설 자리에 로봇이 고용된 상황이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에게 일자리도 찾아주고 생활도 편리하게 하는 기술이라면 착한 기술인데…….

생태계를 파괴하는 기술, 소비 지향적인 기술에 맞선 친환경적이고 자원절약형의 적정기술은 그래서 반가운 기술이다.

 

항아리 두 개로 만드는 항아리 냉장고.

나이지리아의 열대성 기후는 채소를 빨리 썩게 하고 음료를 빨리 상하게 한다. 그렇다고 냉장고를 살 형편은 안 되고…….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곳에서 음식물을 저장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하메드 바 아바의 항아리 냉장고는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열대지역의 생존기술이다.

밑구멍이 있은 큰 항아리에 작은 항아리를 넣고 그 사이에 모래를 채운 뒤 물을 부으면 끝나는 기술이다. 물의 증발의 원리를 생활 속에 적용한 예다.

이 항아리에 과일이나 채소를 넣으면 보름 동안은 신선하다고 한다.

 

항아리 냉장고를 만든 모하메드 바 아바는 어떤 사람일까.

모하메드 바 아바는 나이지리아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척박한 환경에서 힘들게 수확한 과일이나 채소들이 썩는 것을 보며 가난의 대물림을 보며 자랐다. 대학에서 냉장고 원리를 공부하면서 항아리 냉장고를 만들게 되었고 그렇게 만든 항아리 냉장고 5000개를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게 된다. 그 공로로 2000년에 인류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롤렉스 상을 받았고 다시 그 상금으로 항아리 냉장고를 만들어 보급했다고 한다.

 

55와트의 빛을 내는 페트병 전구.

백열전구가 50와트라는데 페트병 전구는 55와트라니 무척 신기하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필리핀 오지마을에는 전기가 없다.

대신 페트병 전구를 이용한다는데…….

 

투명한 페트병에 표백제 서너 숟갈과 물을 섞은 다음, 천장을 뚫어 페트병의 반은 햇빛을 보게 하고 반은 방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그리고 비가 새지 않도록 주변을 잘 막아둔다.

 

페트병 전구는 현대판 에디슨이라고 불리는 브라질의 알프레드 모세르가 2002년에 발명한 것이다.

전기가 자주 끊기는 상황에서 만들게 되었다는데 공장 등에 사용하고 있다.

필리핀 구호 기구의 이안 디아스는 모세르의 아이디어에 반해 2011년 '1리터의 빛'이라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페트병 전구를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페트병 전구는 페트병에 물을 채워 흔들면 빛이 더 멀리까지 번쩍거린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빛의 산란을 생활에 이용한 기술이다.

특히 표백제는 빛의 산란작용을 더 잘 일어나도록 돕는다.

 

적정기술은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 공동체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고안된 기술로,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이다. 첨단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소외된 90%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에 '소외된 90%와 함께하는 기술'이라고도 한다.

 

첨단과학기술만이 전부가 아님을 생각한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모두가 행복한 기술, 베풀고 나누는 기술이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작은 규모의 적정기술은 실질적이고 행복한 기술이다. 바람직하고 따뜻한 기술이다.

가난한 이들을 돕는 저렴하고 쉬운 자립을 돕는 기술이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태양열 조리기, 태양열 오븐, 정수기 빨대, 햇빛 온풍기,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든 열저장 장치인 세이버, 사탕수수 숯, 구르는 물통 등이 동화로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초등교과 와 연계된 책이다.

2013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출판기획안 지원 사업 선정작이다.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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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팬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7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정지현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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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팬]별빛타고 내려온 나뭇잎 패션 피터 팬, 네버랜드 이야기.

 

 

디즈니 만화영화로 보던 <피터 팬>을 동화책으로 만났다.

아득한 기억 속에는 달빛을 화사하게 받으며 창문으로 살포시 내려오는 작은 소년 피터 팬이 있다. 은하수를 몰며 별빛을 타고 앙증맞게 내려앉는 모습은 압권이었는데…….

상상과 모험이 가득한 이야기는 신기한 환상 마법에 걸린 듯 쏙 빨려들게 하는데…….

 

창문이 활짝 열리더니 소년이 방안으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소년의 옆에는 주먹만 한 크기의 이상한 불빛이 있었는데 마치 살아 있는 물체처럼 방 안을 빠르게 돌아다녔다. 그 불빛에 잠에서 깬 소녀는 그 소년이 피터 팬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책에서)

 

별빛을 타고 하늘을 나는 소년 요정 피터 팬의 이야기는 어른이 되기 싫은 아이들의 판타지다.

'영원히 이대로라면 정말 좋겠어!' 라는 상상이 요즘의 SF소설을 능가하는 환상특급 에버랜드를 만들었나 보다.

 

웬디, 존, 마이클, 달링부인, 딜링씨, 미스 풀섬의 유치원, 보모인 뉴펄들랜드 종 개인 나나.

'네버랜드의 이야기가 상상불가의 신세계는 아닐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이들의 상상은 무한 자유니까.

 

네버랜드의 모습은 아이들마다 다르다. 이를테면 존의 네버랜드에는 호수가 있고, 그 위를 날아다니는 홍학이 있다. 그리고 존은 홍학에게 총을 쏜다.

……(중략)……

즐거운 섬들은 많지만, 가장 아늑하고 아담한 섬은 네버랜드다. 네버랜드는 모험과 모험 사이가 지루하게 멀거나 넓지도, 불규칙하게 뻗어 있지도 않으면서도 꽉 들어찬 느낌이다. (책에서)

 

잎맥이 선명한 나뭇잎과 나무의 수액으로 만든 옷을 입은 앙증맞은 아이, 피터 팬.

피터 팬과 웬디의 만남은 정말 몽환적이다.

웬디의 집에 왔다가 창문을 뛰어내리는 순간 나나가 창문을 닫는 바람에 피터 팬 그림자가 방안에 남겨지게 된다.

나중에 자신의 그림자를 찾으러 온 피터 팬은 그 집의 아이인 웬디와 친하게 된다.

 

-난 어른이 되기 싫어. 언제나 어린아이인 채로 재미있게 놀고 싶어. 그래서 난 켄싱턴 공원으로 도망쳤고 요정들하고 살게 된 거야.

-웬디, 갓난아기가 처음으로 웃으면 그 웃음이 천 개의 조각으로 부서져서 껑충껑충 뛰어다녀. 그게 바로 요정이 되는 거야. (책에서)

 

'난 요정을 믿지 않아.'라는 한 마디에 요정들이 하나씩 죽게 된다는 이야기, 옆에는 손바닥 크기의 요정 팅커벨을 달고 다닌다는 이야기, 네버랜드 이야기, 후크선장의 이야기, 자라지 않는 소년 피터팬 이야기에 아이들은 피터의 뒤를 따라 네버랜드로 가게 된다.

네버랜드에서는 늘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위기가 배고픔, 위험과 질투에 시달리기도 한다.

 

팅커벨과 후크선장의 계락은 최고의 긴장감을 주는 대목이다.

피터 팬을 좋아하는 팅커벨은 웬디와 피터 팬 사이를 질투하게 되면서 벌어진 것이다.

팅커벨은 후크 선장의 꼬임에 빠져 피터 팬 핫케익에 독을 넣게 된다.

피터 팬 핫케익을 먹으려는 순간, 팅커벨이 낚아채고 …….

결국 후크 선장의 소행임이 들통 나고…….

 

나뭇잎을 네모나게 잘라 만든 옷을 입은 팅크벨, 늘 아이들과 함께하는 자라지 않는 소년인 피터 팬 이야기가 허튼 소리 같은 상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은하수 별빛을 몰고 다니는 소년, 팅커벨을 달고 다니는 소년 피터 팬의 이야기가 상상 속 동화세계로 빨려들게 한다.

 

아이들의 꿈속은 언제나 네버랜드겠지.

아이들만 볼 수 있고 아이들만 갈 수 있는 피터 팬의 네버랜드 이야기가 허튼 소리만은 아님을, 상상은 그렇게 시작하는 것임을 생각하게 된다.

네버랜드가 없다는 말은 꿈이 사라진다는 말처럼 들리겠지.

 

인기 동화의 영향은 신조어도 만들어 내나보다.

피터 팬 증후군이라니......

피터 팬 증후군은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어린이 같은 남성을 말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중소기업이 중견 기업으로 분류되면 규제가 늘고 자원은 끊기는 이중고가 성장의 걸림돌이기에 기업 스스로 중견기업으로서의 성장을 기피하려는 증후군이라고 한다. 중견기업 회피현상이다.

 

피터팬을 읽고 있으니 하루 종일 딸랑거리는 팅크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햇빛은 요정가루를 뿌리는 듯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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