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하다 - 조심하지 않는 바람에 마음이 온통 시로 얼룩졌다
진은영 지음, 손엔 사진 / 예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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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엔 아무래도 시험과 관련해서 또 개인적으로도 시를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나지만 이후로는 어쩌다 기회가 되면 읽는게 전부였다. 그러다 최근 또 시를 담은 책들을 여러 권 읽게 되었고 『시詩시詩하다』의 경우에는 단순한 시집이 아니라 저자인 진은영 시인이 고른 92편의 시와 이에 어울리는 다정한 위로의 에세이라는 점에서 더욱 마음이 갔던 책이다.

 

이 가을과 참 잘 어울리는, 마치 단풍진것 마냥 붉은 표지와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책은 시집을 읽는 느낌을 물씬 자아내는데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책들 만큼이나 시 역시도 무수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을 정도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장황한 나열보다는 함축된 의미로 농도 깊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평소라면 접하기 힘든 시를, 그것도 국내외 많은 시인들의 시를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은 좋은 독서의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누군가는 시보다 에세이에 더 끌릴 것이고 또다른 누군가는 시를 통해 얻은 좋은 느낌을 에세이를 통해 배가시킬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마다, 그리고 시를 통해서 얻게 되는 감상마다 다를텐데 마치 시를 풀이해주고 있는 에세이여서 시가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은 에세이를 통해 다소나마 이해를 얻을 수 있을것 같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시를 먼저 읽은 다음 에세이를 읽고 다시 시를 읽는 순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도 처음 그 시를 읽었을 때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시詩시詩하다』지난 2011년에서 2016년에 걸쳐 저자인 진은영 시인이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아침을 여는 시' 가운데에서 92편을 골라 엮은 책으로 이미 그 연재를 알고 있는 분들에겐 한 권의 책으로 그 감동을 소장할 수 있게 해줄 것이며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분들에게는 시가 결코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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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 2부 암흑의 숲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단숨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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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만큼이나 거대한 스케일로 중국 SF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삼체』2부 <암흑의 숲>이 출간되었다. 무려 1960년대의 문화 대혁명에서부터 시작해 현대사를 거쳐 수백년 후에 해당하는 우주 생명체와의 전쟁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에서 1부는 그 서막을 내용이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SF 소설이나 영화 속 지구의 미래를 보면 결국 인간의 탐욕과 자만이 지구 멸망을 초래해서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도 지구의 미래는 가히 긍정적이 않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부에서 예원제는 문화 대혁명 시대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그녀를 버리게 되고 남자에게서는 배신당하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결국 그녀를 둘러싼 여러가지 상황들은 그녀로 하여금 홍안 기지로 가게 만들고 이곳에서 그녀는 자신이 우주로 쏜 신호에 대한 대답을 받게 되었다. 우주인과의 교신에 성공한 것이 놀라운 발견일수도 있지만 이것은 곧 재앙과도 같은 메시지였다는 점은 반전과도 같은 이야기다.

 

인류와는 달리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그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센타우루스자리 알파 삼체 문명을 등장하고 동시에 가상 현실게임인 '삼체'의 존재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졌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지구를 멸망시키고자 하는 삼체인의 행동이 그려지는데 이에 대해 지구인들의 대비가 효과적이지 않은 가운데 위기에 놓이게 된다. 결국 최후의 방안으로 면벽 프로젝트를 떠올리는데 지구인들과 삼체인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속마음을 알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 UN은 이에 해당하는 단 네 명의 면벽자를 찾게 된다.

 

인공지능 커퓨터인 지자를 통해서도 삼체인들이 결코 알아내기 힘들었던것이 인간의 속마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결국 인류와 지구의 멸종 앞에서 둘 모두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인류 그 자신이자 인간만이 가진 그 특징이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면벽자와 이들의 계획을 알게 된 삼체인은 지구인들 중에서 이들에 반하는 파벽자를 찾아내서 인류의 대항에 맞선다는 설정은 실로 흥미로운 전개가 아닐 수 없다. 과연 면벽자들은 삼체인과 파벽자들의 공세로부터 인류를 지켜낼 수 있을지 엄청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소재나 전개되는 스토리, 설정들이 이 책의 재미를 보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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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멜라니 라베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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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 라베의 『트랩』은 출간 즉시 독일 내에서 인기를 모으며 전 세계 20개국과 판권 계약을 맺었고 컬럼비아 픽처스를 통해서 영화화가 결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국제도서전에서도 많은 화제가 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작품성이 기대되는 책이다.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에 발생한 잔혹한 살인사건에 기인한다. 그 사건으로 린다 콘라츠는 자신의 동생인 안나를 잃었다. 이후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그녀 역시도 11동안 은둔하다시피 살면서 특이하게도 베스트셀러 작가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잔혹한 살인 사건의 피해자 가족일 뿐이라고 여겨지는 그녀지만 사실 린다는 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동시에 유력한 용의자였던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던 린다는 우연히 TV에서 12년 전 자신이 목격자로서 보았던 살인범을 보게 되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그 당시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기도 했던 린다의 말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미 저명한 언론인이 되어 나타난 살인범을 마주하게 되면서 린다는 결국 이 사건을 스스로 해결해야 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자신의 직업을 이 결심에 이용하고자 한다. 바로 책을 쓰는 일. 평소 그녀의 작품 성향과는 다른 스릴러 장르를 선택한 린다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동생에게 일어났던 사건들을 작품 속에 담아내기에 이른다. 아울러 작품의 집필과 만약을 대비해 린다는 증거를 모으고 스스로 함정이 된다.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킨채 외부적인 활동없었던 린다는 그동안 마치 얼굴없는 작가처럼 그 존재가 베일에 쌓여 있었는데 그런 그녀가 인터뷰를 하겠다며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서 특정 기자를 지목하는 것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그렇기에 린다는 그로부터 자백을 받고 동생이 왜 죽었는지에 대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그는 만만치않은 인물이였고 린다의 계획 역시도 그녀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게 사실이다. 또한 린다가 범인을 쫓는 이야기와 함께 그녀가 책속에서 사건해결을 위해 동생의 사건을 담아 집필하는 것으로 설정된 스릴러 소설인 '피를 나눈 자매'가 사이사이 등장하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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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으리
임조령 지음 / 청어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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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

 

임조령 작가의 『나으리』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어느 고을의 제일가는 부잣집의 고명딸로, 다섯 명의 오라비와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난 금지옥엽 은강이라는 아가씨가 나라의 개국이래 최초의 최연소 자원 급제자인 유준엽을 만나 진정한 부부의 애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앞서 이야기 한대로 은강은 고을 최고의 부잣집인데다가 그 나이 열여섯이 된 후에는 미모가 꽃처럼 아름다운 규수로 자라나자 주변에 있는 약관의 내노라하는 사내들이 죄 그녀에게 혼담을 넣는 지경에 이른다.

 

은강 자신은 그중에서도 호남아로 소문난 박 진사의 차남인 박무진을 마음에 두지만 정작 그녀와 백년해로하게 된 이는 바로 이 고을에 새로 부임해 온 원님, 유준엽이라는 장원급제자였던 것이다.

 

위로 다섯 아들이 죄다 시험에 낙방해 출세에 한이 있던 은강의 부모님은 비록 양반이기는하나 집안이 가난하고 조실부모한 준엽이지만 열하나에 소과 복시에 합격하고 열넷에 대과에 합격한 준엽의 청혼에 처음엔 의아해 하지만 곧 그의 진심이 통해 혼례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제대로된 두 사람은 초야도 치르지 못한다. 열여섯의 꼬마 신랑이 처음 고을에 부임한 후 이를 얕잡아 보던 아전들을 제대로 혼쭐을 내준 이후 나랏일에 몰두하지만 평소 적서를 읽는 것이 취미였던 은강이 바라던 신랑감은 육척을 훨씬 넘기는 말 그대로 외양이 사내다운 남자였지만 정작 그녀의 남편인 준엽은 미소년이였기에 데면데면한 가운데 시간이 흘렀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 준엽은 은강이 기억하지 못하던 그때 수수밭에서 우연히 은강이 몸종이 꽃분이와 나누던 대화를 듣고 그녀에게 반했고 그녀의 집에 혼담을 넣었으며 비록 어리기는 하나 그녀에 대한 마음만큼은 여느 남자와 다르지 않았다.

 

은강은 준엽이 아직 덜 자랐다 생각해 다가서지 못하고 준엽은 자신이 은강이 바라던 육척의 신장을 가진 호남형의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다가가지 못하지만 자신들 사이에 끼어든 호방인 강인지와 얽히는 사건을 통해서 점차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며 어느덧 부부로서의 애정을 이루는 이야기다.

 

본권 이외에도 함께 수록된 외전에는 7년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가 여전히 부부의 정이 남다른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과 함께 임관 이후 남들은 모두 마다하는 외관직만 임기를 꽉 채워 돌고 있는 그의 능력을 아까워하고 그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한 새로운 임금이 암행어사를 보내 준엽에 대해 조사를 하는데 그 암행어사가 바로 10년 전 은강과의 혼담이 나왔던 박무진이였던 것이다.

 

과거에 번번이 낙방하고 거렁뱅이가 되어 나타나 작정이라도 한듯 준엽을 괴롭히던 그가 사실은 준엽이 처음 장원급제했던 것과는 달리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은밀히 박무진을 보내 조사케하고 그 지역의 비리 관찰사를 파직케 하기 위해서 온 것임이 밝혀진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는 과정도 흥미롭고 둘의 계속되는 사랑과 함께 외전에 나오는 박무진의 정체도 나름의 반전과 재미를 선사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준엽이 새로운 임금의 부름을 받고 도성으로 가 활약하는 모습도 왠지 궁금해져서 후속작에 그 이야기를 담아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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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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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스완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펨브로크셔해안국립공원에서 스완지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바네사라는 여인이 사라진다. 그녀는 그곳을 남편인 매튜와 함께 왔는데 개를 데리고 산책을 갔고 그녀는 홀로 차에 남아있던 중이였다. 차도 그대로이고, 바네사의 물건들도 그대로 있는데 그녀만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사채업자에게서 빌린 돈을 갚고자 라이언은 바네사의 남편으로부터 돈을 요구할 계획을 세우고 그녀를 아무도 모르는 혼자만 아는 동굴로 데려놓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쳐 몸값을 요구할 틈도 없이 라이언은 예전에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발각되어 경찰에 잡혀가게 된다.


바네사는 사라져 버렸고, 아무도 그 행방을 알지 못하는 가운데 라이언은 다른 범죄로 잡혀 와서는 혹시라도 납치 사실이 밝혀지만 더 큰 죄를 받게 될 것이란 생각에 구치소에 수감되면서도 끝내 이 사실을 말하지 않고 무려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르게 되는데...

 

하루 아침에 낯선 이로부터 납치를 당해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감금된 바네사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형을 마치고 출소한 라이언은 바네사의 일이 양심의 가책을 받고 있고, 그녀의 남편인 매튜는 아내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어쩌면 매튜는 그녀가 실종되기 직전 그녀와 스완지에서 런던으로 이주하는 일로 다툰 것에 엄청난 마음의 고통을 받고 있을 것이다.

 

라이언의 출소 후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전 여자친구, 어머니-이 성폭행을 당하거나 숲에 버려지는 의문의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기에 라이언은 과연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는지 알수가 없고, 이런 사실은 라이언을 더욱 불안에 떨게 만든다.

 

라이언의 대한 복수로 바네사가 저지르는 일인지, 아니면 그녀의 남편인 매튜의 행동인지 끝까지 궁금하게 만들고, 이런 이들에 관여된 등장인물들에 대한 심리적 묘사가 잘 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 여인의 납치 사건 이후 일어나는 일들이 더 긴장감있게 그려지고 있어서 인상적이였던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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