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끝
미나토 가나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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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라고 하면 일본 미스터리/스릴러/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르지 않을 것이다. 반전결말로 독자들을 마지막까지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작가이기도 한데 이번에 만나 본 『이야기의 끝』은 정말 그녀가 쓴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색다른 분위기를 선보인다. 

 

8개의 단편 속에는 저마다 자신의 사연이 존재한다. 꿈과 현실 속에서, 글을 쓰고 싶은 소녀이지만 부모님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베이커리를 물려 받기를 원한다든가 그리고 나서 다시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는 마치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인듯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세상엔 무수한 사람들이 살고 그들은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데 이것이 비단 단절되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그저 우리는 지금 자신의 삶을 살고 있기에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는 동시적 사연을 당시에는 알 수 없을 뿐이다. 

 

 

'베이커리 라벤더'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바람과는 달리 에미는 글을 쓰고 싶고 외동딸이여서 바쁜 부모님이 돌봐주지 못하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그리고 에미는 그 시간에 상상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에미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가게를 찾아오는 햄씨와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또 친구 미치요와 마쓰키 류세이라는 인물로 나아간다. 

 

이어서 홋카이도의 도모코라는 여인으로 나아가고 도모코는 모에라는 십대 소녀를 통해 에미와 햄씨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이야기가 세상에 퍼져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인것마냥 둘의 이야기는 다쿠마라는 청년에게로 또 아야코와 아카네에게로 전해진다. 

 

뭔가 신비로운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마치 인간 세상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지켜보듯 그 이야기가 어디에서 흘러와 어디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 흘러가는지를 보여주는것 같은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미스터리 스릴러와는 거리가 멀어 과연 이 작품이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인가 싶은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이야기가 펼쳐지는 과정을 보면 또 묘하게 미나토 가나에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그렇기에 미나토 가나에의 색다른 색채를 만나보고 싶은 독자들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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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문기업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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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해주시던 한 끼를 당연하게 받아 먹던 시절에는 그 한 끼를 차리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시는 것인지 몰랐다. 이제는 내가 나의 가족들을 위해 식사를 차려내고 보니 누군가가 나를 위해 차려주는 밥상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것 같고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밥상은 배고픔을 해소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을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추억이였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래서 다들 집밥이라는 것에 로망이 있는게 아닐까 싶은데 이번에 만나 본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을 보면 그런 정성어린 한끼의 힘, 그 힘을 통해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상받고 치유해나가는 이야기가 잘 그려지고 있어서 따뜻한 느낌마저 묻어나는 작품이였다. 

 

이 작품 속 주인공인 에밀리는 부모님이 어릴 적 이혼을 하셨고 어머니는 자신을 제대로 보살폈다고 할 수 없다. 그렇게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에밀리는 마음 속의 공허함도 함께 키워갔던게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고팠을수도 있겠구나 싶다. 그랬기에 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부적절한 만남으로 결국 배신 당하고 모든 걸 잃고 또다시 마음의 상처를 떠안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상대가 에밀리를 작정하고 속였다 하더라도... 

 

결국 에밀리는 갈 곳이 없는 상황 속에서 10년도 넘게 연락을 끊다시피 살아 온 외할아버지 집으로 가게 된다. 이때의 에밀리를 보면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자 정말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어 보여 마음이 짠해진다. 

 

그렇게 찾아가 외할아버지 집에서 에밀리는 조금씩 마음의 치유를 얻고 안정을 찾아간다. 표지를 보면 단발머리의 여성 옆에 백발의 노인이 나란히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얼핏 봤을 땐 손녀와 할머니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할아버지다. 에밀리의 유일한 의지할 곳인지 외할아버지.

 

 

자신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니, 에밀리에겐 그동안 경험할 수 없었던 보살핌과 애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 에밀리에게도 전해지고 또 바닷가 시골마을의 푸짐한 인심과 사람들의 애정어린 관심이 처음에 너무나 낯설었던 에밀리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그들의 호의를 호의를 받아들일 줄 알게 된다. 사랑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에밀리는 외할아버지 댁으로 와서 사람들을 통해, 외할아버지의 음식으로 치유받게 되는 것이다. 

 

외할아버지가 해주시는 다양한 음식들의 향연은 에밀리의 향한 애정의 표현일 것이다. 누군가 나를 위해 이렇게 음식을 해준다니 진심과 애정이 없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잔잔한듯 하지만 따뜻하고 감동적인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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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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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전래동화을 보면 지금의 기준으로 봤을 때 심각한 범죄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많다.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는 단순히 권선징악에 초첨이 맞춰져 있기엔 그 내용이 상당히 심각하게 느껴지는데 때로는 등장인물이나 주인공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가 많고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충분히 재해석도 가능한 작품들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단편모음집이기도 한 『선녀를 위한 변론』 속 두 작품인 「인어의 소송」과   「선녀를 위한 변론」은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인어공주>에서 모티브를 따온 「인어의 소송」은 인어 공주가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왕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과연 누가, 왜 왕자를 죽였는가, 특히나 최초 범인으로 몰린 인어 공주는 과연 진짜 범인일까를 밝혀가는 이야기이며 <선녀와 나무꾼>을 재해석한 「선녀를 위한 변론」은 나무꾼을 살해한 것이 용의자로 붙잡힌 선녀에 의한 것인지를 법정 스릴러인 셈이다. 

 

 

두 작품 모두 고대이지만 갑작스런 시간 균열로 인한 사법 시스템의 변화로 살인사건을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툴 수 있게 된 점이나 단순한 추정이 아닌 확실한 법정 증거 등으로 진범을 가릴 수 있게 된 상황이 전제조건으로 설정된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 그리고 진범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논리적 추리가 곁들여지기 때문에 독자들도 함께 추리해보면 재미있을것 같다.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와 「모서리의 메리」는 송시우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기도 한 『아이의 뼈』에 등장했던 임기숙이 다시금 등장해 사건을 추리하는 이야기라 작가님의 첫 번재 소설집을 읽어본 사람들에겐 더욱 재미있을 단편들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뛰어난 능력을 가진 탐정역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과연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따라가는 묘미가 있으며 마지막 작품인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은 여덟 살 아이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열여덟 살 피의자 김윤주의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법정 스릴러, 진범을 찾는 전개와 그 과정에서 범인으로 의심되는 이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펼쳐지는 구성은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그 상황을 지켜보는 느낌이 들게 하면서 각 단편 모두가 상당한 몰입감과 반전을 선사하고 있기에 더욱 흥미를 더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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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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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신화와 현대적 미스터리 스릴러를 결합시킨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기욤 뮈소의 작품이 바로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이다. 

 

원래는 BNRF(국립 도주자 수색대)에서 일했던 록산 몽크레스티앙 경감은 일종의 좌천으로 이제는 그 존재감마저 사라져 곧 없어질것 같은 BANC(특이 사건국)로 전출이 된다. 분위기가 좀 가라앉으면 자신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부르겠다고 상사는 이야기한다. 

 

한때는 파리에서 그 존재 의미가 있었지만 이제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은 잘 믿지 않은 시대가 되어버린 탓에 이상하고 기이한 일에 크게 관심이 없고 그로 인해 BANC(특이 사건국)의 존재가치도 점점 사라진다. 

 

그렇게 록산조차도 이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던 BANC(특이 사건국)에는 그곳을 책임지던 마르크 바타유 국장이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고 후임으로 록산이 오게 된 것인데 이곳에는 발랑틴 디아키테라는 소르본 대학생이 BANC(특이 사건국)에 대한 논물을 쓰기 위해 6개월 전부터 마르크 국장의 허락을 받고 있는 중이였다.

 

 

딱히 할 것도 없어 보이는 BANC(특이 사건국)에 처음으로 온 날 록산은 마르크 국장 앞으로 온 특이한 소식을 접하게 되고 뭔가 수상함을 느끼고 이 사건이 끼어들게 된다. 센 강의 하천경찰대가 옷 하나 입지 않은 한 여인을 발견하고 구조한 뒤 병원으로 데려가지만 그 여자의 정체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고 결국 정신적 불안을 이유로 병원으로 옮기던 차에 그녀가 도망을 쳤다는 것이다. 

 

록산은 그녀의 행적을 뒤쫓으며 그녀가 남긴 흔적을 통해 유전자 감식을 의뢰하는데 놀랍게도 그녀의 신분과 함께 이미 그녀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독일 출신의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밀레나 베르그만. 그런 그녀가 병원에 왔을 때 마르크 국장을 찾았다는 점, 마르크 국장이 보유한 클래식 음반 중에 그녀의 음반이 있었다는 점이 묘하다. 

 

게다가 마르크 국장은 그 소식을 듣고 나가다 다쳐서 병원에 입원 중이지만 깨어날 기미가 없고 센 강에서 발견된 밀레나라고 밝혀진 여자는 사라져버린 뒤다.

 

 

작품은 이렇게 신명미상의 여인을 뒤쫓다 겨우 신분을 알아냈지만 이제는 이미 죽은 여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졸지에 사라져버린 여인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야기로 너무나 흥미롭게 진행된다. 

 

게다가 19세기 말 즈음 한 여인이 센 강에 투신했고 그녀의 시신이 옮겨진 병원 영안실의 직원이 그녀가 아름다운 얼굴에 반해 남몰래 데스마스크를 떴고 이후 이것이 복제품으로 많은 곳에 팔리면서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과연 이 여인의 이야기와 현재의 사라진 여인, 그리고 밀레나 베르그만의 관계는 과연 어떻게 될지가 상당히 궁금한데 기욤 뮈소 특유의 여러 인물들과의 관계성 그 이후 밝혀지는 반전 스토리가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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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여름이 닿을 때
봄비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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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 순간이 되면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을 더 후회한다고들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정작 자신이 그 순간이 닿기까지 아직은 많은 시간이 남았을 거라는 생각에 그 말에 크게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 어쩌면 현실을 살아내기도 벅차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과거를 떠올리며 그때 그랬어야 한다든가,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하는 후회를 하는 걸 보면 이미 삶 속에서 그런 후회를 자신만 자각하지 못할 뿐 자주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인생을 다시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설정은 의외로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물론 환생하듯이 살 수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제한된 삶의 시간이 조건부로 붙지만 말이다. 후자의 경우가 보통 많아 그래서 더 간절하게 느껴지는 두 번째 기회, 만약 삶에서 그런 기회가 온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너와 나의 여름이 닿을 때』의 주인공 여름은 결혼을 앞둔 시점에서 갑작스레 죽게 된다. 그 이후 여름은 BCD 카페라는 낯선 곳에서 깨어나는데 이 곳의 직원이라는 사람은 여름에게 기묘한 제안을 한다. 바로 여름이 죽기 전 과거의 삶을 1년 동안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여름은 자신의 과거의 삶을 반추해본다. 어느 순간을 사는게 좋을까? 이미 죽었지만 다신 없을 기회이니 제대로 고르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고민끝에 여름이 선택한 순간은 자신의 첫사랑이였던 유현에게 제대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했던 것에 아쉬움을 갖게 되고 만약 그때 유현과 잘 되었다면 어떨까를 생각해보게 되고 이때의 시간을 선택하게 된다. 

 

분명 그때와는 다른 마음가짐 갖고 돌아가는 과거, 그 1년을 첫사랑에게 마음을 고백한다면 과연 여름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을까? 첫사랑에 대한 후회로 가득한 여름의 이 선택이 과연 어떤 결말을 불러올지를 기대하며 읽는 묘미가 있는 흥미로운 책이자 삶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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