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터 하우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어느 가족 이야기
빅토리아 벨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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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당초 예상과는 달리 러시아와-우크라이나 전쟁이 해를 넘겨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내가 자라는 동안에도 분명 지구 여러 곳에서 전쟁이 발생했지만 어렸을 때의 일이라 그저 남의 나라 일처럼 여겨졌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아닌것 같다. 우크라이나가 처한 상황들을 실시간으로 알게 된 것도 있겠지만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러다 정말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왜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공격했을까하는 부분이 궁금했는데 TV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고 동시에 양국가에 국적을 따로 둔 부모를 둔 자식도 있을텐데 이럴 경우 그 가족은 어떻게 되는가 싶은 생각도 해봤던것 같다. 

 


그런 가운데 만나게 된 『루스터 하우스』는 우크라이나 태생의 작가이면서 저널리스트의 책은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빅토리아 빌렘의 경우가 바로 러시아 국적의 아버지, 우크라이나 국적의 어머니를 둔 경우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벨기에 브뤼셀에 살고 있다는 그녀는 어떤 면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어디에도 완전히 기울 수 없는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기도 할 것이다. 

 

에세이라고 분류된 책이지만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역량이 그녀외고조부모부터 시작해 자신에게 오기까지의 총 4대에 걸친 가족사를 만나 마치 현재의 우크라이나라는 나라가 있기까지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역사적 장르로 분류해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흔히들 어르신들에게 살아 온 이야기를 물으면 자신의 이야기를 드라마로도 만들 수 있을거라고 하는데 빅토리아 빌렘의 가족사가 딱 그런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현지에서 목도하진 않았겠지만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태생으로 자신 역시 모국의 시골에서 자랐던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그 기분은 남달랐을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이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즈음 우크라이나의 외할머니 댁으로 갔을 때 우연히 외증조할아버지의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는 일기를 발견한 이후 작가 자신을 포함한  4대에 걸친 가족들의 100여 년의 이야기와 함께 지금의 우크라이나 역사까지 오게 되는 이야기를 잘 담아냄으로써 우크라이나를 색다른 관점에서 만나보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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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쓴 소설을 모른다
기유나 토토 지음, 정선혜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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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유나 토토가 쓴 일본소설 『나는 내가 쓴 소설을 모른다』는 ‘전향성 건망증’에 걸린 전직 하드보일드 소설 작가, 기시모토 아키라. 아키라는 2년 전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해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다. 심각한 수준으로 기억이 하루밖에 지속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의 기억은 딱 오늘까지. 내일이 되면 오늘의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다. 

 

어제가 되어버리는 오늘의 기억이 내일일 오늘에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면 과연 그런 삶은 어떨까 싶은 궁극적인 물음이 떠오르기도 했던 작품이다. 마치 영화 <메멘토>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다. 

 

결국 아키라는 내일이 되면 기억을 못할 자신을 위해서 오늘의 일들을 남긴다. 마치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하듯 아키라는 파일을 만들어 그것을 기억이 리셋된 내일의 자신이 읽도록 하는 것이다. 참 흥미로운 발상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루하루가 새롭게 시작되는 자신에게 전날의 자신이 남긴 기록을 읽는다니, 그럼에도 그 와중에 소설작업을 계속한다. 신작소설을 쓰고 있고 곧 마감을 앞두고 있는데 이것이 자신의 생계와도 관련이 있으니 아주 중요한 작업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매일 다시 읽는, 자신이 썼다는(기억에 없으니) 소설은 생소할 것이고 자신은 그 뒤를 이어서 써야 하는 상황이니 여러모로 갑갑할 것 같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일이 본인만 기억하지 못할 뿐 사실상 매일 반복될테니 참 묘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신작소설의 마무리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잘 정리되어 가고 스스로가 생각해도 꽤나 괜찮은 작품이 탄생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그런 가운데 소설 속 여자 캐릭터로 인해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하루만의 기억만 존재하는 작가, 내일이 되면 그 기억이 리셋되는 소설 작가가 직업인 남자, 그런 남자 앞에 작품 구상 속 여성 캐릭터에 제격인 쓰바사라는 한 여인이 나타나는데...

 

아키라는 작품을 위한다는 이유로 쓰바사를 만나지만 하루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그가 과연 어떻게 쓰바사와의 만남을 지속하게 될지, 그런 아키라의 상황을 알게 된 쓰바사는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여러모로 흥미로운 전개 속에서 과연 엄청난 작품이 될거란 예감이 드는 아키라의 신작소설은 또 어떻게 마무리될지도 궁금해지는데 아키라의 상황이 만들어내는, 그리고 그와 주변 사람들의 관계속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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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 역에서 걸어서 8분, 빈방 있습니다
오치 쓰키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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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오우치 카페를 물려받게 된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주로 단골손님들을 위해 운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미키코라는 친구가 이혼 후 오우치 카페로 오게 되면서 카라의 조용했던 삶도, 평화롭던 오이치 카페도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미키코가 오우치 카페를 셰어하우스로 만들자는 것이다. 결국 그녀의 이야기대로 입주 공고까지 낸 가운데 의외로 오우치 카페를 찾아오는 입주 예정자들이 있고 이들 모두 각자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단순히 거주하는 공간을 셰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에 조금씩 스며들며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런 가운데 원래 카페이다보니 그곳엔 카라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커피를 내렸던 것처럼 블렌드한 커피를 제공하게 되는데 어쩌면 하나의 공간에서 함께 지내고 같은 것을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들은 분명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는 낯선 타인 그 자체였지만 어느새 가족 못지 않은 서로간의 정을 쌓아가게 된다.

 

제목처럼 가마쿠라 역에서 걸어서 8분 거리에 자리한 오우치 카페. 어떻게 보면 이제는 주인이 된 카라의 성이기도 한 오우치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카라에겐 집과 같은 공간이고 이는 이후 이곳을 셰어하우스로 공유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인 공간이 되어준다. 

 

어릴 적 집을 나간 어머니로 인해 아버지와 살다가 그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후 홀로 남겨지다시피했던 카나에게 카페의 셰어하우스화는 사실 쉽지 않은 일이거니와 전체적인 생활 패턴까지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셰어하우스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가진 사연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이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삶을 생각해보게 만들고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분명 깨닫는 바가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특히 이런 류의 이야기들이 일본의 감성소설에서 자주 보이는데 그런 분위기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더없이 만족스러울 것 같은 작품인 동시에 여러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시리즈로 나오거나 드라마화해서 제작/방영해도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오우치 카페의 건물이나 전체적인 분위기, 그리고 동네가 자아내는 분위기 등이 잘 어울어져 한편의 힐링 드라마 같은 그런 작품이였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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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슈의 발소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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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 자매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 『젠슈의 발소리』는 『보기왕이 온다』의 사와무라 이치의 작품으로 공포 미스터리에 오컬트적인 요소가 가미된 단편집이다. 책에는 총 표제작이기도 한 「젠슈의 발소리」를 포함해 총 5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일종의 괴담 같은 이야기에 감춰진 실체를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 공포만이 아니라는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한 작품이다. 

 

가장 처음 나오는 「거울」은 얼마 있지 않아 딸이라고 알고 있는 아이가 태어 날 다하라 히데키라는 인물이 거래처의 높은 분 아들 결혼식에 참석해서 우연히 마주하게 된 거울을 통해 기이한 현상을 목격하고 이후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의 입장 후 겪게 되는 기묘한 일과 거울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뭔가 끝나고 나서도 좀 완전히 그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나름의 작품 해석으로 이런 의미인가 싶게 만든 이야기다. 

 

「우리 마을의 레이코 씨」는 이제 고등학생이 된 아스카가 학교괴담인 동시에 도시전설인 여장 남자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남자친구인 다쿠미와 그 존재가 나타나는 시간 즈음 그를 기라디라 뒤쫓게 된 이후 겪게 되는 미스터리로 과연 하나의 학교괴담과 도시전설이 막을 내리는 동시에 또다른 학교괴담과 도시전설이 시작되는 것 같아 기묘했던 작품이다.

 

「요괴는 요괴를 낳는다」는 갑작스레 사고를 당해 거동이 불편해진 시어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시어머니가 사는 집으로 거처를 옮긴 이후 남편은 실직하고 더이상 일자리도 구하지 않는 가운데 기요코가 혼자서 가사와 병간호, 집안의 경제까지 책임지는 가운데 무려 30년 전 갑작스레 사라져버렸다는 남편의 쌍둥이 형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으로 과연 이것은 현실인가 아니면 기요코의 힘겨운 현실이 만들어낸 환상인가 싶어진다.

 

「빨간 학생복의 소녀」는 교툥사고를 당헤 병원에 입원한 슌스케가 빨간 학생복의 소녀룰 둘러싼 도시전설 속 과연 그가 입원한 병실의 사람들과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슌스케는 그속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표제작인 「젠슈의 발소리」은 가장 일본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그건 아마도 오래 전 뛰어난 화가가 절에 그린 그림에 도시전설이 더해지고 그 와중에 히가 자매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오싹한 분위기의 젠슈라고 불리던 보통의 사람들 눈엔 보이지 않는 괴물의 실제와 목적을 자매가 함께 파헤쳐나가는 이야기다. 

 

사와무라 이치 특유의 분위기를 이번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기에 히가 자매 시리즈를 본 사람들이라면 이 작품 역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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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보는 남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28
조경아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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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사이코메트리가 가장 먼저 떠올랐던 작품이 바로 『집 보는 남자』이다. 이 작품 속 주인공인 테오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 집의 내부와 그속에 녹아있는 생활 흔적을 통해서 그 집에 살았던 내지는 사는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인데 무려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까지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사이코메트리보다 더 강력한 능력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테오에게 있어서 아주 특별한 대상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의도치 않게 자신의 특별한 능력이 발휘될 수 밖에 없는 일종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런 테오가 집이 아닌 차고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그런 테오의 차고에 동생인 고희가 오게 되면서 테오는 자신의 아지트를 지키기 위해 고희를 그곳에서 내보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집을 보러다니기 시작한다.

 

 

하지만 애초에 자신조차 집이 편안한 곳이 아니였는데 남이 살던 집을 다니니 싫어도 자신의 특별한 능력이 발휘되고 결국 졸지에 연석동의 연쇄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뭔가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그가 다녀간 곳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이니 경찰의 입장에서는 그가 유력한 용의자 내지는 충분히 의심을 살만하고 지켜봐야 할 존재일 것이다. 

 

특히나 테오가 마지막으로 다녀간 사람인 장소에서 살인이 발생하니 경찰로서는 당연히 그를 용의자에 1순위로 올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 역시도 집을 보러 다닌 적이 있고 반대로 나 역시도 내가 살던 집을 부동산에 내놓아서 다른 사람이 보러 온 적도 있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의외로 우리나라는 부동산 중개인과 집을 구하는 사람이 대체적으로 사람이 살고 있을 때 보러가고 또 실제로 현재 거주자와 마주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은근히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그러다 몇몇 곳을 돌아다녀보면 많이는 아니더라도 약간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가 보이기도 하는데 테오는 그런 면에서 좀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테오가 집을 보러가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로운게 사실이다. 

 

그래서 과연 테오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연석동 연쇄 살인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귀추가 주목되는 스토리라 색다른 추리능력을 선보이는 주인공의 활약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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