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월 5일, 제2회 아름다운 전라도말 대회를 보러 갔다.
남편과 남매를 대동하고...
머리 큰 녀석들이 같이 움직이는 걸 싫어해서, 끝나고 맛난 거 사준다고 꼬드겼다.
그리고 내년에 엄마가 참가할 거라 답사 차원에서 구경가자는 말도 좀 먹힌 거 같고.^^
대회장인 시립 광주민속박물관에서는 정월 대보름 맞이
다양한 행사가 진행중이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아주 많았다.
아름다운 전라도말 대회가 열리는 시청각실은 좀 작았지만 사람들이 꽉 차서, 우린 앞쪽 빈자리에 앉았다.
진행을 맡은 말바우아짐과는 페북에서 대회날 보자고 속삭였기에 서로 반갑다 인사를 나눴고,
심사를 맡은 강현구 선생님은 10년 만에 만나니 반가워서 덥석 손을 잡았다. 물론 내가 먼저 잡은 건 아니고,
10년 전 0000초등학교에 오셔서 우리문화 '장승과 벅수' 강연 하셨는게, 그걸 추진했던 학부모라고 했더니
기억을 하는진 모르지만 반가워하셨다.^^ 선생님도 세월을 비켜갈 수 없었는지 좀 늙으셨다.ㅜㅜ
같이 심사를 맡은 극단 신명 대표는
지난 가을 풍암호수공원에서 동네방네 5.18보따리 <언젠가 봄날에...>공연할 때 진행해서 얼굴이 익었고,
진도소리패 중에 맨 오른쪽 엄마는 내가 아는 사람이라 열심히 손뼉을 쳐주었다.^^
시간이 되어 초등 저학년들이 토끼와 거북이 전라도 버전으로 첫 막을 열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걸맞는 이야기로 한 녀석이 어찌나 능청스럽게 전라도말을 잘하는지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고,
나중에 등장한 초등 고학년들은 지하철에서의 꼴불견을 얘기했는데, 차라리 자기들 이야기를 했을면 더 좋았을 듯...
밀양아리랑을 전라도말로 바꾸어 부른 처자는 배꼽 뺀 상(인기상-15만원)을 받았고,
경상도에서 20년을 살다 고향 곡성으로 귀농한 아저씨는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해서 표창한다'는 문구의 도지사 표창장을 받았는데 부상 없이 달랑 종이떼기 하나라
어따 써먹을 데가 없어 코팅해서 지게에 달고 다니며 동네에서 무엇이나 고치는 맥가이버로 영판 오진상(금상-30만원)을 받았다. 작년에도 나왔다는 모녀도 마흔이 넘도록 시집을 못(안)간 딸의 공개구혼- 힘세서 같이 농사지을 남자-으로 영판 오진상,
럭셔리 아줌마는 전라도말을 찰지게 잘해서 영판 오진상을 수상했다.
내가 예상했던 대로, 붉은 옷을 입은 아줌마는
14년 진정엄마를 모시고 살면서 밤이면 밤마다 친정엄마 시집살이 얘기를 천 번도 더 들었을거라며
내게는 정말 낯선 전라도 말을 잘 풀어내서 질로 존상(대상-50만원)을 받았다.
본선에 참가한 12팀 중 나머지 일곱 팀은 모두 어찌끄나상(장려상-15만원)을 수상했는데,
원고 심사를 거쳐 본선에만 오르면 상금은 따놓은 당상이다.
전라도말 대회가 진행되는 사이사이 전라도말을 알아맞추는 퀴즈를 냈는데
나도 하나 맞춰서 일만원의 문화상품권을 받았다. 하하~~
내가 맞춘 말은, 우리 큰딸 유치원때 원장님이 딸아이를 칭찬해주던 말인데
내가 말뜻을 못 알아먹어서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본 말이라 자신있게 '저요!'를 외쳤다.ㅋㅋ
네모칸에 들어갈 전라도 말은 무엇인지 맞춰보세요, 맞춰도 상품권을 드리지는 못하지만요.^^
엄마가 전라도말을 쓰지 않으니 우리애들이야 전라도 말이 낯설었지만 그래도 맞춰볼려고 열심히 컨닝하다가
중간에 지루하고 배고프다며 만원짜리 하나 들고 나가 주전부리를 했는데, 어찌끄나 애들 주전부리 값은 건졌다.ㅋㅋ
메리포핀스님 페이퍼를 보고, 1월부터 전라도닷컴 정기구독을 신청했으니 열심히 읽고 아름다운 전라도말을 배워서
내년에는 꼭 참가하겠노라고 말바우아짐이랑 전라도닷컴 발행인이자 편집장인 황풍년님께 약속해부렀다.
그래야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지고, 이런 상장을 받고잡다.ㅋㅋ
상장을 소리내서 읽어보면 전라도말의 진수를 좀 느낄 수 있을까...
황풍년님은 모습도 근사하지만 필체도 멋지다.
서두에 말바우아짐이 전라도닷컴 구독을 부탁했는데 아이들과 몇몇 사람들이 전라도닷컴을 모른다고 해서,
내가 가져간 전라도닷컴 1,2월호를 높이 들어 보여줬었다. 내가 '수말'스럽다는 정답을 맞춰 상품권을 받으러 나가니까
말바우아짐이 뒤돌아서게 한 다음, 아까 전라도닷컴을 보여줬던 사람이라며 이런 모습이 '수말스런'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
말바우아짐 지정남씨는 본인 스스로 전라도말로 먹고 산다고 말한다.
텔레비전 프로 '신얼씨구 학당'을 진행하고, MBC 라디오 '말바우아짐'은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며 전라도말로 일침을 가해 청취자의 속을 후련하게 풀어주즌 시사프로다.
전라도말 대회에서 나왔던 퀴즈를 올려두니, 전라도말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맞춰보시라~~~~
말바우아짐은 시골로 다니며 만나는 어르신들이 쓰시는 말을 소재로, 좋은 생각에 글을 쓴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라도 말이다.
그날 정답을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정확한 답이 생각나지 않는 것도 있다.
나도 제법 전라도 말을 알아듣는데, 들어보긴 했어도 내가 쓰지 않으니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자자~ 퀴즈 나갑니다!!
1번은 사진을 안 찍었더니 문제도 생각나지 않아 걍 넘어가고 2번부터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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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을 하든, 컨닝을 하든 재주껏 맞춰보시씨요잉~
올해는 짝수해라 순오기가 광주초청 이벤트 때 복습퀴즈를 낼지도 모르니 잘 기억해두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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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부터 어르신까지 고루 참여했는데 청소년 참가자가 없어 좀 아쉬웠고,
중간에 공감을 얻지 못한 참가자도 있고, 열두 팀이나 되니 좀 지루했다. 참가자를 두셋은 줄여도 좋을 듯....
어쨋든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나왔는데, 어느새 해거름이 되었다.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별로 내키지 않은 걸음을 함께 해 준 아들딸의 주린 배를 채워주려고
서둘러 우리동네로 돌아와 아이들이 먹고 싶어한 감자탕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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