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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박성우 시인의 글이 창비논평 메일로 들어와서 옮긴다.

 

이 나라는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박성우 / 시인,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박성우초췌한 얼굴이다. 눈에는 투명한 물방울이 아슬아슬 맺혀 있다. 가까스로 서 있는 유가족의 다리는 위태로워 보이나 손에는 호소문이 들려 있다. 섬세하게 떨리는 손이 조문객에 호소문을 내민다. 하고픈 말이 너무 많은 입은 차라리 마스크로 가렸다. 앙다문 입을 가린 흰 마스크가 흘러내리는 물을 빨아들인다. 콧잔등을 타고 흘러내린 물은 분명 피눈물이나, 핏기 없는 낯빛에서 나오는 물이기에 탁할 수조차 없다. "저희 아이를 보러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로 시작하는 호소문을 받아든 사람들은 슬프고 분한 표정을 감추며 글썽인다. 몇몇은 애써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본다. 조문객들은 몇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지만 조문행렬은 점점 길어진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안쪽. 깜장 치마에 깜장 양말 깜장 구두 신고 조문 온 앞줄의 여자아이가 운다. 엄마 아빠 손 잡고 운다. 사내아이의 거침없는 울음소리도 두어줄 뒤쪽에서 보태진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와 '합동분양소' 사이에 쓰인 '정부'라는 글씨는 같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리 유독 커 보이는 건지. 그 커 보이는 글자는 어쩜 이리도 초라하고 공허해 보이는지. 한숨을 내쉬다가 눈가를 손등으로 슬며시 닦는다. 고개를 돌려보니, 사람들이 휴지조각이나 손수건으로 짠 물기를 훔치고 있다. '세월호'와 '정부'와 각자의 '나'를 오가는 분노와 무기력과 환멸, 층층이 올려 진 영정사진을 올려다보는 것도 머리 숙여 조문을 하는 것도 염치없고 미안하다.

 

 

박성우 시집은 언제 어디를 펼쳐도 쿵~ 하고 울린다.

특히 오늘 아침에 펼쳐본 '아직은 연두'는 피어보지 못하고 스러진 세월호 아이들 생각에 눈물이 난다.

 

 

 

 

아직은 연두   -박성우-

 

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

우물물에 설렁설렁 씻어 아삭 씹는

풋풋한 오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옷깃에 쓱쓱 닦아 아사삭 깨물어 먹는

시큼한 풋사과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한 연두

풋자두와 풋살구의 시큼시큼한 풋풋한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풋내가 나는 연두

연초록 그늘을 쫙쫙 펴는 버드나무의 연두

기지개를 쭉쭉 켜는 느티나무의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

누가 뭐래도 푸릇푸릇 초록으로 가는 연두

빈집 감나무의 떫은 연두

강변 미루나무의 시시껄렁한 연두

난 연두가 좋아 늘 내 곁에 두고 싶은 연두,

연두색 형광펜 연두색 가방 연두색 팬티

연두색 티셔츠 연두색 커튼 연두색 베갯잇

난 연두가 좋아 연두색 타월로 박박 밀면

내 막막한 꿈도 연둣빛이 될 것 같은 연두

시시콜콜, 마냥 즐거워하는 철부지 같은 연두

몸 안에 날개가 들어 있다는 것도 까마득 모른 채

배추 잎을 신나게 갉아 먹는 연두 애벌레 같은, 연두

아직 많은 것이 지나간 어른이 아니어서 좋은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초록이 아닌 연두

(난 빨강, 16~17쪽)

 

 

 

콩나물 

너만 성질 있냐?
나도 대가리부터 밀어올린다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정말정말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나쁜 놈이라고 선원들을 탓하면서 내 속에도 그런 게 들어있음이 부끄러웠고,

무능한 정부라고 분노하면서도 그런 정부를 만들고 부패한 사회를 키운 게 우리였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고개만 숙이고 있을 순 없다. 

부끄러운 어른이지만 세상을 바꾸는 일에 콩나물처럼 대가리라도 밀어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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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9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4-05-09 22:59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ㅠ

수퍼남매맘 2014-05-11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두를 더 좋아하는데....
이 시인은 초면인데 시가 좋네요.

순오기 2014-05-15 15:25   좋아요 1 | URL
눈부신 연두와 초록의 계절인데 참으로 아픈 나날입니다.ㅠ
박성우 시집을 만나보시면 좋아하게 될 거에요!

단발머리 2014-05-27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시 정말 좋네요. 저는 제목만 알고 있던 시인데, 순오기님 방에서 전문을 읽고 가네요.
시집이름이 '난 빨강'인가봐요.
저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순오기 2014-05-28 20:37   좋아요 1 | URL
박성우 시인, 만난 적은 없지만 시만 봐도 어떤 사람일지 짐작이 돼서 무조건 좋아합니다.
언제 한번 모시고 강연 들을 수 있으면 좋겠지요.
꿈꾸면 수년 내에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기다하며... ^^

꿈꾸는섬 2014-05-30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성우 시인의 시 정말 좋아요.
저도 다시 찾아 읽어야겠어요.

순오기 2014-05-31 03:10   좋아요 1 | URL
박성우 시인과 코드가 맞는 거 같아 좋았어요.^^

희망찬샘 2014-05-30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 빨강-읽고 싶은 맘 들어 장바구니에 담고 보니 배송비가 발생하네요. 또 다른 책을 기다려 함께 사야겠어요. 저도 연두 좋아하는데...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 함께 얹어 봅니다. ㅜㅜ

순오기 2014-05-31 03:11   좋아요 1 | URL
1만원 미만이면 배송비가 붙는 듯....
잊지 말아야지, 새롭게 바꿔가야지, 가만히 있지 말아야지~ 다잡으며 살아야지요.

희망찬샘 2014-06-20 06:59   좋아요 1 | URL
전 이 책이 소설인 줄 알았어요. 소설 속의 삽입 시 정도!
책을 받고는 저 혼자 웃었답니다. 시집이라서요. 것도 모르고 사다니!!! (위에 보면 다 써 두셨는데... ㅋㅋ)
옛날부터 이 책은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그게 머리에 꽉 박혀 있어서 그랬나 봐요.
희망양에게 읽어보라고 먼저 줬는데, 나중에 살펴보니 아직 이른 것 같았아요. 그 안에 든 '성'과 관련된 단어들을 어떻게 설명해 주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안 읽었다 하더라고요. 조금 더 뒀다 읽혀야겠어요. 여러 편에 공감하면서 잘 읽었답니다.
 

 

 

3월 6일, 나에게로 온 안오일 시인의 두번째 청소년 시집 <나는 나다>

시인의 첫번째 청소년 시집 <그래도 괜찮아>를 공감하며 읽어서 이 시집도 기대가 됐다.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풀어낸 시에서
나와 우리 아이들 모습을 발견하며 '그래, 맞아 맞아!' 끄덕이며 읽었다.

어쩌면 제 하고 싶은 걸 하겠다며
14학번이 된 큰딸에 대한 복잡미묘한 심정이 널뛰던 때라 구구절절 공감을 더 했을지도...

 

 

1부 내 마음속에 사는 피카소

2부 내가 쏜 화살

3부 좀 어때

4부 나는 살았어

요렇게 나뉘어 수록된 57편의 시에서, 엄마가 보이기도 하지만 청소년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기소개서           -안오일-

 

나를 소개하란다

한동안 나를 들여다보는데

참 낯설다

지금까지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어떤 꿈들을 키워 왔는지

알 수 없는, 데자뷔 현상처럼

언젠가 설핏 봤던

나였는지 모를 나만 있다

내가 잡아 주었던 친구들의 손은

아직도 내 손의 온기로 남아 있는데

난 한 번도 내 손을 잡은 기억이 없다

나를 바라볼 시간 없이

나를 데리고 다녔던 나는

세상을 얼마큼 살았을까

텅 빈 자기소개서가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웃으며 말한다

우리

악수해 볼까? 

 

정말 나를 돌아보거나 살펴볼 새도 없이 나를 끌고 다닌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된 거겠지만,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부모 등쌀에 떠밀려 살고 있는 청소년도 많을 거다. 가정 경제를 생각하느라 '교대' 말고는 꿈도 꾸어보지 못했다던 큰딸이 이제라도 제 하고 싶은 걸 하겠다던 말이 절절하게 얹혔다. 내 가슴에....

 

명찰                -안오일-

 

명찰을 잃어버렸다

벌점 10점이다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

내 이름

에잇, 짜증이다

벌점 30점이면 엄마를 학교로 부른다는데

 

부글부글 속 끓이고 있는 내게

동건이가 다가와 말한다

야, 김민혁!

너는 너를 어디다 흘리고 다니냐?

내 명찰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명찰을 받아 다는데

너를 어디다 흘리고 다니냐는 동건이 말이

묘하게 가슴에 얹힌다.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일

당당하게 못 하고 그냥 휩쓸려 갈 때가 많았다

그렇게 나를 흘리고 다닐 때가 많았다

 

종종 나를 잃어버리는 내게

나는 벌점 얼마를 주어야 할까

 

시인은 청소년 자녀를 키우고 있어 그네들의 이야기와 심리를 잘 아는 듯. 우리 딸들이 기숙사로 고시텔로 가고 난 후라 시집을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쉽다. 이제 대학생이 되었지만 청소년의 마음과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딸들의 감상이 궁금하다. 인생의 그림을 충실하게 그려가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시집을 부모가 먼저 보고 슬며시 건네주어도 좋겠다.

 

내 그림        -안오일-

 

엄마가 1000조각 퍼즐을 내민다

세계 지도다.

 

하나하나 맞춰 가니

점점 모양이 드러난다

태평양, 대서양, 아시아, 아메리카......

지도책에 있던 모양대로

오대양 육대주

달달달 외웠던 위치대로

 

이때 끼어드는 엄마의 말

인생도 이 퍼즐 조각 같은 거야

이렇게 하나하나 맞춰 가는 거지

그러니 한 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마

 

순간 어디선가 스틱이 달려들어

내 마음을 두들겨 팬다

쿵쾅쿵쾅 퍽!

이미 만들어진 조각으로 맞춰 가는 거

누군가 그려 놓은 그림을 완성하는 거

이게 내 인생이라니!

맞춰 가던 퍼즐 조각을 모두 흩뜨려 버렸다

 

내 퍼즐 조각은

내 그림으로 완성할 거다

아메리카를 아시아 밑에 갖다 불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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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3-26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도 어른도 저마다
아름다운 빛으로
삶을 스스로 지으면
모두 즐겁게 어깨동무하리라 생각해요.
이런 마음으로 문학도 하나하나 태어나면
참으로 따사로울 테고요.

순오기 2014-03-26 13:35   좋아요 1 | URL
예~ ^^

수퍼남매맘 2014-03-26 1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학생이 된 딸에게 무슨 책을 추천해 줄까 요즘 고민스러웠는데 이 책 찜해도 될까요?

순오기 2014-03-26 18:51   좋아요 1 | URL
위에 인용한 시는 첫페이지부터 차례로 세 편 올렸는데
고를 필요도 없이 다 마음에 와 닿았어요. ^^
 

 

 표지가 너무너무 예쁜 시집, 아니 시조집이 나왔다.

 시조시인 정혜숙님도 보는 순간

 마음에 쏙 들었다며 흡족한 미소를 귀에 걸고 있었다.^^

 

 어제 빛고을엔 엄청난 천둥과 비가 내려서

 별로 무서울 것 없는 나도 더럭 겁이 났었다.

 태풍이 몰아쳐도 폭우가 쏟아져도

 짐짓 담담한 것처럼

 보초를 서야 한다던 군대 간 아들 생각도 났고...

 

 건설 현장에서 동분서주할 남편도 생각나고

 수시 전형에 맞추느라 자소서와 씨름할 막내도 생각나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믿고 마음을 비운 큰딸도 떠올랐다.

 

 

짐짓 담담한 것처럼

 

전생, 어느 길목에서 우린 만났을 거야

첫 상면이 전혀 낯설지가 않구나

나 짐짓

담담한 것처럼

너를 받아 안는다

 

오린 듯 작은 입술, 분홍빛 달싹입과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다정한 이 온기

오래 전

어느 전생에서

우린 분명 만났을 거야

 

부드러운 숨결로 나를 매혹하며

온몸으로 건네는 환한 전문을  읽는다

후미진

생의 모퉁이가

문득 눈부시다

 

 

살면서 짐짓 담담한 것처럼 얼굴에 드러내진 않아도 

얼마나 많은 문제로 속이 시끄럽고 지옥같은 순간을 맞딱뜨리는지

속마음까지 다 감추진 못한다.

 

오늘은 어떤 일에 짐짓 담담한 것처럼 속내를 감추어야 할까...

오늘은 전생의 인연으로 이생에서 만나는 그들로부터

어떤 감동을 받고 아름다운 고백을 하게 될지....

 

외손녀를 맞이한 시인의 감동이 고대로 전해지는 절창!!

 

후미진

생의 모퉁이가

문득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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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3-08-30 1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순오기 2013-08-31 07:04   좋아요 1 | URL
좋지요~^^

잘잘라 2013-08-30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미진
생의 모퉁이가
문득 눈부시다
...

어릴 때 뛰어놀던 골목길이 생각나요.
햇살 부서지던 돌담도 생각나요.
아...
짐짓 담담하게!!

순오기 2013-08-31 07:04   좋아요 1 | URL
생의 모퉁이가 문득 눈부시다~
도서관 프로그램 끝내고
오늘은 경정선 기차여행 갑니다~ 룰루랄라!

소나무집 2013-08-31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조금은 담담하게 살아도 좋을 나이가 된 것 같아요.
후미진 생의 모퉁이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순오기 2013-09-02 04:13   좋아요 1 | URL
나이가 가르쳐주는 것도 많지요!^^

마녀고양이 2013-08-31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후미진 생의 모퉁이가 문득 눈부시다... 에서 멈췄어요.

짐짓 담담한 척,
저는 이것을 너무 잘해서 사람들이 항상 강단있는줄 알아요.
아마 제 알라딘 서재 한번만 보면 그런 생각 안 할 것을! ^^

순오기 2013-09-02 04:14   좋아요 1 | URL
절창이죠!
짐짓 담담한 척... ^^

자하(紫霞) 2013-08-31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 좋아요!

순오기 2013-09-02 04:14   좋아요 1 | URL
외손녀를 맞이한 감동을 요렇게 표현했답니다~ ^^
 

햇살 좋은 눈부신 아침에 행복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잘하는 일인지는 몰라도 잘못하는 일은 아닐거라 확신하며...

 

무슨 일이든 맨 처음 하는 건 '생애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요즘에 내가 하는 많은 것들이 '생애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되는 일이다.

그래서 인생 2막을 시작한 순오기 여사는 지금 꽃이다!^^

 

나는 지금 꽃이다    -이장근-

 

팔랑팔랑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같다

 

사각사각

미용실 누나 손에 들린 은빛 가위

붙었다 떨어졌다

내 머리 주위를 날아다닌다

 

폴폴 날리는 꽃가루

살랑살랑 나는 은빛 나비

 

나는

지금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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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3-25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오기님은 아름다운 꽃이죠~~
저도 무언가를 슬슬 시작해야 하는데 그저 놀고만 싶어요^^

순오기 2013-03-27 01:05   좋아요 1 | URL
우리 4월에 만나면 인생2막 수다도 떨어야겠어요.ㅋㅋ

세실 2013-03-25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오늘 서재지수 2219.....헉!!

순오기 2013-03-27 01:07   좋아요 1 | URL
영문으로 달린 먼댓글 트래픽 때문에 방문자만 올라가는 거 같은데
당췌 저걸 삭제할 수가 없단 말이죠.
에이~ 내가 요즘 바빠서 그냥 넘어가는데 서재지기한테 댓글 차단부탁할거얍!!

숲노래 2013-03-25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언제나 꽃이지요.
다만, 어릴 적이랑 젊을 적이랑 나이들 적
모두 다른 꽃으로
활짝 피어나리라 생각해요.
순오기 님은 요즈음 어떤 꽃일까요.
명자나무꽃일까요, 함박꽃일까요...

순오기 2013-03-27 01:08   좋아요 1 | URL
예~ 누구나, 언제나 꽃이지만, 별로 실감하지 못하고 살았어요.
봄날엔 명자꽃이 제격이겠죠.^^

수퍼남매맘 2013-03-25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장님 말고 또 무슨 일을 시작하였을까요? 궁금합니다.

순오기 2013-03-27 01:09   좋아요 1 | URL
하하~ 도서관장님 직함을 두개나 갖게 되었어요.
왜 2개냐구요? 궁금하죠~~긍금하면 500원!ㅋㅋ
나중에 페이퍼로 올릴게요.^^

북극곰 2013-03-26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판사 메일로 저 동시를 받고, 빙긋 웃었어요.
멋지세요!

순오기 2013-03-27 01:10   좋아요 1 | URL
출판사 메일로 받는 시 편지~ 기분 좋아요!!
 

 

잡아가기는 매한가지

    -김미희-

 

할아버지가 그러셨다

우리 어릴 때 호랑이가 아이들 여럿 잡아갔지

 

아빠가 할아버지 얘기를 받으셨다

지금도 도시 곳곳에 호랑이가 살아요

호랑이가 스마트폰으로 변신했다니까요

 

9시 뉴스에 짬짬이 등장하는 호랑이 사건

한강 다리를 지나던 한 여학생이

스마트폰 보며 걷다가 추락하여 숨졌다

스마트폰을 들으며 길 가던 한 남학생이

경적 소리 듣지 못하고 오토바이에 치였다

 

현대판 호랑이는 재미나게 조용히 온다

아이들을 잡아가기는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

 

 

이번 주는 정말 밥 먹을 시간도 못 낼만큼 바빴다.

우리가 흔히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야'라고 말하는데,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쁜게 잘하는 일인지 잘못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와중에 꽃샘추위와 날아온 시집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짬짬히 펼쳤다.

한 주간

면접장과 버스나 지하철에서 책을 보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스마트폰에 빠진 사람들만 보였다.

정말 현대판 호랑이의 위력은 대단하다고 공감할 수밖에..

 

며칠만에 메일 로긴했더니

우리지역구에 사는 어머니가 독서회 문의 메일을 보내와 반가웠다.

아무리 현대판 호랑이가 날뛰어도 책읽는 사람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

 

 

궁금해

-김미희-

 

철수는 학교 앞 오락실에서

캘러그를 하며 정확하게 조준하는 능력을 길렀고

테트리스를 하며 벽돌 쌓는 기술을 익혔다

건축학도에게 무너뜨리고 쌓는 일은 정말 중요했다

 

가람이가 학원 다녀오는 길에는

자석처럼 끌림을 당하는 곳이 있다

곳곳에 낚싯대를 드리운 채

불러대는 피시방으로 기꺼이 들어간다

해양학도가 되기에 꼭 필요한 선택이라는 생각으로

 

철수는 아빠가 되었고 건축사가 되었다

가람이는 해양 전문가가 돼 있을까?

 

 

이 시집 참신하다. 한 가족인 아빠 박철수, 엄마 김영희, 고등학생 아들 박가람, 중학생 딸 박여울이 주인공이다. 철수와 영희, 가람이와 여울이가 읊조리는 풍경화는 마치 우리집 풍경을 엿보는 거 같다. 청소년들과 그 또래 자녀를 둔 부모라면 부인하지 못할 듯.^^

 

 

엄마 이름

-김미희-

 

휴대폰이 다 뭐야

텔레비전도 없었던 아빠 박철수에게

엄마란 그냥 '어머니'였다

 

스마트폰을 가진 친구들에게

엄마 이름은 가지가지

 

규혁이 폰에 저장된  규혁이 엄마 이름은

"잔소리대마왕"

 

성빈이 폰에 저장된 성빈이 엄마 이름은

"받을까말까"

 

오늘 내 폰에 저장된 엄마 이름은

"영희"

친구들이 여자 친구로 오해해주길 바라는

"영희♥"

 

군대간다며 1학년 한 학기 마치고 덜컥 휴학부터 하고 아직도 군대 못 간 우리 아들은 뭐라고 저장했을까? ㅋㅋ

확인해보니 우리 아들은 그냥 '엄마'라고 저장했고, 고3 막내딸은 온 가족에 하트를 붙여 저장했단다.

아빠♥, 엄마♥, 언니♥, 오빠 요렇게...^^

 

아빠 믿지?

-김미희-

 

아빠가 한잔하고 오셨다

아빠는 말이야 공부를 참 잘했어

모두 수 수 수 수 수

내 이름 박철수에도 수가 있잖니

 

왜 성적표는 남아 있지 않아요?

 

겸손하려고 버린 거지

자랑질 하면 안 되니까

박여울, 너 아빠 믿지?

 

글쎄요,

용돈 좀 주시면

생각해볼게요

 

 자식들한테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다고 큰소리치는 엄마 아빠는 이 시에 찔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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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03-23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은 그냥 엄마네요. 하트도 없어 ㅠㅠ
잔소리대마왕이나 받을까말까가 아닌것이 다행(?) 입니다.
길거리 가면서 스마트폰 하는거 참 위험한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하더라구요.

순오기 2013-03-23 13:06   좋아요 1 | URL
하하~ 우린 너무 욕심내지 말고 자족하기로 해요.^^

hnine 2013-03-23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며칠 전에 동시랍시고 끄적거려 놓은 것들이 부끄러워집니다 ㅠㅠ

순오기 2013-03-23 13:05   좋아요 1 | URL
무슨 동시인가 보러 갑니다~ ^^

페크pek0501 2013-03-23 1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둘째딸은 자기 이름을 내 휴대전화에 (내삶의 보물)이라고 해 놨더군요.
자기가 나한테 보물이라는 것이죠.
아마 저는 둘째의 휴대전화에 그냥 (엄마)라고 저장돼 있을 것 같아요.
설마 내 삶의 보물엄마, 라고는 안 했을 것 같다는...ㅋㅋ

순오기 2013-03-23 13:05   좋아요 1 | URL
오오~ 엄마한테 자신이 '삶의 보물'이라는 둘째 따님 자긍심이 대단하네요.
역시 잘 키우셨네요.^^

수퍼남매맘 2013-03-23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나서 책 읽는 모습을 보기가 더 힘들어졌어요.
이제는 연령과 상관 없이 어르신들도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모습을 보면 참 씁쓸해져요.

많이 바쁘셨군요.저도 지금 학교에 당직 나와있습니다.

순오기 2013-03-23 13:04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나와 같이 면접을 본 젊은아가씨는 스맛폰으로 책을 읽고 있었지만...

2013-03-23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3-23 13:03   좋아요 1 | URL
엇~ 오타, 하면서 고치러 로그인했더니
바로 그걸 알려주는 비글이었군요.^^ 고마워요~ 꾸벅!

잘잘라 2013-03-23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잔소리대마왕,은 그렇다 치고 받을까말까, 는 좀.. 어쩐지 서운한 마음..^^;;

순오기 2013-03-23 16:55   좋아요 1 | URL
솔직함에 공감은 가지만 서운한 건 사실이죠.ㅋㅋ

소나무집 2013-03-24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은 김여사라고 저장했답니다.^^

순오기 2013-03-25 23:12   좋아요 1 | URL
흐흐~ 김여사는 좀 너무했당~ㅋㅋㅋ

2013-03-24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3-25 23:12   좋아요 1 | URL
답은 님 서재에 남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