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가기는 매한가지
-김미희-
할아버지가 그러셨다
우리 어릴 때 호랑이가 아이들 여럿 잡아갔지
아빠가 할아버지 얘기를 받으셨다
지금도 도시 곳곳에 호랑이가 살아요
호랑이가 스마트폰으로 변신했다니까요
9시 뉴스에 짬짬이 등장하는 호랑이 사건
한강 다리를 지나던 한 여학생이
스마트폰 보며 걷다가 추락하여 숨졌다
스마트폰을 들으며 길 가던 한 남학생이
경적 소리 듣지 못하고 오토바이에 치였다
현대판 호랑이는 재미나게 조용히 온다
아이들을 잡아가기는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
이번 주는 정말 밥 먹을 시간도 못 낼만큼 바빴다.
우리가 흔히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야'라고 말하는데,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쁜게 잘하는 일인지 잘못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와중에 꽃샘추위와 날아온 시집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짬짬히 펼쳤다.
한 주간
면접장과 버스나 지하철에서 책을 보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스마트폰에 빠진 사람들만 보였다.
정말 현대판 호랑이의 위력은 대단하다고 공감할 수밖에..
며칠만에 메일 로긴했더니
우리지역구에 사는 어머니가 독서회 문의 메일을 보내와 반가웠다.
아무리 현대판 호랑이가 날뛰어도 책읽는 사람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
궁금해
-김미희-
철수는 학교 앞 오락실에서
캘러그를 하며 정확하게 조준하는 능력을 길렀고
테트리스를 하며 벽돌 쌓는 기술을 익혔다
건축학도에게 무너뜨리고 쌓는 일은 정말 중요했다
가람이가 학원 다녀오는 길에는
자석처럼 끌림을 당하는 곳이 있다
곳곳에 낚싯대를 드리운 채
불러대는 피시방으로 기꺼이 들어간다
해양학도가 되기에 꼭 필요한 선택이라는 생각으로
철수는 아빠가 되었고 건축사가 되었다
가람이는 해양 전문가가 돼 있을까?
이 시집 참신하다. 한 가족인 아빠 박철수, 엄마 김영희, 고등학생 아들 박가람, 중학생 딸 박여울이 주인공이다. 철수와 영희, 가람이와 여울이가 읊조리는 풍경화는 마치 우리집 풍경을 엿보는 거 같다. 청소년들과 그 또래 자녀를 둔 부모라면 부인하지 못할 듯.^^
엄마 이름
-김미희-
휴대폰이 다 뭐야
텔레비전도 없었던 아빠 박철수에게
엄마란 그냥 '어머니'였다
스마트폰을 가진 친구들에게
엄마 이름은 가지가지
규혁이 폰에 저장된 규혁이 엄마 이름은
"잔소리대마왕"
성빈이 폰에 저장된 성빈이 엄마 이름은
"받을까말까"
오늘 내 폰에 저장된 엄마 이름은
"영희"
친구들이 여자 친구로 오해해주길 바라는
"영희♥"
군대간다며 1학년 한 학기 마치고 덜컥 휴학부터 하고 아직도 군대 못 간 우리 아들은 뭐라고 저장했을까? ㅋㅋ
확인해보니 우리 아들은 그냥 '엄마'라고 저장했고, 고3 막내딸은 온 가족에 하트를 붙여 저장했단다.
아빠♥, 엄마♥, 언니♥, 오빠♥ 요렇게...^^
아빠 믿지?
-김미희-
아빠가 한잔하고 오셨다
아빠는 말이야 공부를 참 잘했어
모두 수 수 수 수 수
내 이름 박철수에도 수가 있잖니
왜 성적표는 남아 있지 않아요?
겸손하려고 버린 거지
자랑질 하면 안 되니까
박여울, 너 아빠 믿지?
글쎄요,
용돈 좀 주시면
생각해볼게요
자식들한테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다고 큰소리치는 엄마 아빠는 이 시에 찔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