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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가 들썩들썩>에 실린
'우리 동네 전설' 전문입니다.^^

 

우리 동네 전설  - 신형건 -

                    우리 동네엔 한때 ‘개조심 씨’가 살았다고 한다.
                    엄마가 얘기해 준 전설에 따르면
                    그 집 문 앞에 서서 “개조심 씨! 개조심 씨!” 하고
                    목청껏 부르니까 느닷없이 “으르렁 컹컹! 컹컹컹!” 하고
                    검둥이 개 한 마리가 달려 나와 반기는 바람에
                    노랑머리 선교사는 걸음아 나 살려라, 십 리 밖으로 달아났대나.
                    ‘개조심 씨’는 이 집 저 집 옮겨 다니며 살았다는데
                    요즘은 어디 사는지 좀처럼 문패를 찾을 수가 없다.
                    그 대신 ‘신’ 씬지 ‘신문’ 씬지 하는 성을 가진 누군가가
                    제 이름을 써서 이 집 저 집 대문에 붙인 걸 심심찮게 본다.
                    ‘신문사절’, ‘신문절대사절’ -대개는 이렇게 두 가지 이름이지만
                    때로는 ‘신문절대넣지마시오’ -이렇게 긴 이름도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요즈음 우리 동네에
                    가장 많이 사는 사람은 ‘주차금지 씨’이다.
                    이 사람이 누군지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대문짝만한 문패를 아무 데나 거는 참 이상한 사람이다.
                    대문 앞이건 담벼락 앞이건 쓰레기통 옆이건
                    가리지 않고 골목마다 제 이름을 내세우는 이 사람이
                    어느 집에 사는 지 정말 궁금하다.
                    아무리 땅 투기가 심한 세상이라지만 제멋대로
                    골목을 차지하며, 이마를 맞대고 사는 이웃들을 서로
                    눈 흘기게 만드는 이 사람을 얼른 찾아 내야겠다.
                    그 옛날 코쟁이 선교사가 ‘개조심 씨’를 부르던 것처럼
                    “주차금지 씨! 주차금지 씨!” 하고 목청껏 부르면
                    “우르릉 땅땅! 우르르릉 땅땅땅!” 하며 달려나와
                    나를 반기려나. 그래서, 그래서 또 하나의 전설로 남아
                    길이길이 후세에 전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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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16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중동 보시는 분들은 '신문사절' '신문절대사절' '신문절대넣지마시오' 써 붙이고 경향신문 구독자가 되면 안될까요? ㅎㅎㅎ 윗글 경향구독자를 찾습니다 참고하세요!^^

2008-07-16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7-17 0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들이 일기를 쓰기 싫거나 글쓰기 싫을 때 즐겨하는 말
"시로 써도 돼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시인의 감성을 갖고 있다고 느낀다.
6월 막 더워지면서 글쓰기 싫은 날, 동시 몇 편과 박성우 시인의 시를 한 편 읽어 주었다.

삼학년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억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아이들은 이 시를 들으며 자기들도 혼난 적이 있다고 재잘대었다.
"그래? 그럼 말로 하지 말고 너희들 이야기를 시로 써봐!" 라고 부추겨서 건진 작품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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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8-07-13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우... 흠.

순오기 2008-07-14 09:11   좋아요 0 | URL
오.. 우... 흠. ^^

마노아 2008-07-1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맑고 순수한 영혼이라니... 그림까지도 너무 예뻐요. 엄마들이 이 시를 봐야 한다니까요^^

순오기 2008-07-14 16:52   좋아요 0 | URL
첫번째 '엄마'를 쓴 수지는 코팅해서 집에 가져갔더니, 엄마가 "왜 이런 걸 썼어?"라고 했다네요~ㅜㅜ 아이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주는 엄마가 돼야 해요.

춤추는인생. 2008-07-14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되게 예쁜 동시인데요.. 특히 동생에 대한 질투 부모님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시가 되게 귀엽고 재미있어요.제게 박성우라는 시인은 건망증이라는 시로 깊이 각인되어있는 시인이랍니다. 시가 찰랑거려요 흔들리는 소주잔처럼...

순오기 2008-07-14 16:54   좋아요 0 | URL
ㅋㅋ 동생도 혼내주세요~ 동생이 혼나니까 속이 후련했다에 동감^^
건망증도 이 시집에 있어요. 시가 찰랑거린다는 춤님의 표현도 시네요!^^

bookJourney 2008-07-14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학년'이라는 시는 가슴이 막 아려요 ....
아이들의 시는 참 귀엽네요. 애들을 너무 야단치지 말아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다시 들어요. ^^;

순오기 2008-07-14 17:09   좋아요 0 | URL
ㅋㅋ 저는 1학년때 장롱 위에 미숫가루 내리다가 엎어져서 먹지도 못하고 혼났는데 그것도 미숫가루가 아닌 보릿가루였어요. 우리 어려선 미숫가루가 아닌 보릿가루를 먹었거든요.ㅜㅜ
나 어릴때 생각하면 야단칠 일도 없을텐데...그게 또 그렇게 안된다 말이죠!^^

2008-07-15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7-15 19:27   좋아요 0 | URL
엄청 바쁘신가봐요~ 업데이트가 안 되는걸 보니...궁금했어요.
저도, 아이들이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을 새기며 삽니다~ 퍼가거나 업어가셔도 좋지요.^^ 가끔은 디지게(?) 반성해도 잘 고쳐지지 않더라고요~ ㅜㅜ
 

  김춘수, 「유월에」(낭송 김인석)

 
 
 

  이제 6월도 다 갔어요~~ ㅜㅜ
어릴때 어른들이 화살같은 세월이라 말하면 투덜댔어요.
이렇게 느리게 가는 시간이 무슨 화살이냐고 말이죠~ㅎㅎㅎ

하지만 벌써 지천명을 코앞에 둔 나이가 되고 보니
시간은 화살이 아니라 로켓이라도 되는 양 느끼죠.OTL


6월 첫 주에 받은 시를 끝주에 올리며, 가는 6월 끝자락을 잡아채는 이 마음을 아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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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강」(낭송 방주원)

 
 
 


요즘 우리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강에 하소연 하라는 걸까요?

'소 귀에 경 읽기'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해야 할까요?

그럼 해결이 될까요? 답답한 심정이 풀릴까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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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이런 생각 한두 번 안 해본 사람 있을까요? ㅎㅎ
하지만, 나이 들어갈수록 형제 자매가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으로 각인된 쉘 실버스타인,
기막힌 발상과 끝없는 상상의 세계를 그린 작품을 보면 절로 혀를 내두르게 되지요.

'코뿔소 한 마리 싸게 팔아요'로 꼬마들과 친구되더니
이젠 그들과 똑같은 맘으로 동생을 싸게 팔아버린답니다.

저어기 쪼그리고 앉은 동생 사실 분 안 계세요? ^^
삽화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나는군요.

골목길이 끝나는 곳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골목길이 끝나는 곳'을 보셔야겠죠?

"다락방의 불빛'과 같은 스타일이지만,
그보다 더 황당한 작품들이 훨씬 많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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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6-07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이가 '내 동생 팔아요'를 보면 너무나 '동감'이라고 하겠군요. ^^;
쉘 실버스타인의 작품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만 보았는데 나머지도 찾아보아야겠어요. 찜~합니다.

순오기 2008-06-07 18:25   좋아요 0 | URL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도 있지요? 추가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