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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친구

웬디양님의 '동네 친구'라는 페이퍼를 읽으며,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가 생각났다. 우리의 한참 때 최고의 시인이자 수필가로, 그분의 에세이나 시집 한두권 꽂아두지 않은 처자도 드물었을 것이다. 아줌마들이 동네 아짐들과 친한 이유는 아줌마가 되어 봐야 알 수 있다. 웬디양 같은 츠자들은 죽었나 깨어나도 모른다~ㅎㅎㅎ  음~ 하지만,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음미하면 알 수 있을지도! ^^  엄청나게 길~~~~~~어서 시간이 많을 때 천천히 읽으셔야 할 듯.......  

유안진의 '芝蘭之交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 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을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라도 좋고 남성이라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론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하게 맞장구를 쳐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 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는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 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나는 여러 나라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끼니와 잠을 아껴 될수록 많은 것을 구경하였다.

그럼에도 지금은 그 많은 구경 중에 기막힌 감회로 남는 것은 거의 없다.

만약 내가 한 두 곳 한 두 가지만 제대로 감상했더라면,

두고두고 되새겨질 자산이 되었을 걸.



우정이라 하면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기만 할 재간이 없다.

나는 도 닦으며 살기를 바라지 않고, 내 친구도 성현 같아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될수록 정직하게 살고 싶고,

내 친구도 재미나 위안을 위해서 그저 제 자리에서 탄로 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바랄 뿐이다.



나는 때로 맛있는 것을 내가 더 먹고 싶을 테고,

내가 더 예뻐 보이기를 바라겠지만,

금방 그 마음을 지울 줄도 알 것이다.

때로 나는 얼음 풀리는 냇물이나 가을 갈대 숲 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 것이다.




우리는 흰 눈 속 참대 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 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 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는 항상 지혜롭지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다.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 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 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하되, 미친 듯 몰두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 같아서

요란한 빛깔과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아침 창문을 열다가,

가을 하늘의 흰 구름을 바라보다가,

까닭 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며,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는 때로 울고 싶어지기도 하겠고,

내게도 울 수 있는 눈물과 추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다시 젊어질 수 있는 추억이 있으나,

늙는 일에 초조하지 않을 웃음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눈물을 사랑하되 헤프지 않게,

가지는 멋보다 풍기는 멋을 사랑하며,

냉면을 먹을 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며,

스테이크를 자를 때는 여왕처럼 품위 있게,

군밤을 아이처럼 까먹고

차를 마실 때는 백작보다 우아해 지리라.




우리는 푼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을 것이며,

천 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격려하리라.

우리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특별히 한 두 사람을 사랑한다 하여 많은 사람을 싫어하진 않으리라.

우리가 멋진 글을 못 쓰더라도 쓰는 일을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듯이,

남의 약점도 안쓰럽게 여기리라.




내가 길을 가다가 한 묶음의 꽃을 사서 그에게 들려줘도

그는 날 주착이라고 나무라지 않으며,

건널목이 아닌 데로 찻길을 건너도 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 게다.

나 또한 더러 그의 눈에 눈꼽이 끼더라도,

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다 해도

그의 숙녀됨이나 신사다움을 의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인 유유함을 느끼게 될 게다.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 주는 불빛이 되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라.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나며,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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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3-25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나왔던 것 같아요, 아님 문제집? -_- (이 겸손한 기억력이라니 ;;) 엄청 좋아하며 읽었는데, 지금 읽으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잘읽었어요 순오기님 ^_^

순오기 2008-03-26 08:41   좋아요 0 | URL
어~ 그랬어요. 고등생이든 누구든 세대를 막론하고 이런 친구가 필요하겠죠?^^

무스탕 2008-03-26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많이 좋아하던 글이에요.
첫 소절이 제일 좋았죠. 저런 친구가 정말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렇게 허물없이 지낼 친구들은 모두 멀리 살아서 밥 먹고 맨발에 슬리퍼 찍찍 끌고 가서 '커피 내놔!' 라고 소리칠 친구가 근처에 없다는게 아쉬울때가 많아요..
오랜만에 읽어보니 기분 좋아요 ^^
순오기님. 감사~☆

순오기 2008-03-27 00:05   좋아요 0 | URL
정말 맨발에 슬리퍼 찍찍 끌고 가서 '커피 내놔!'라고 소리칠 친구가 근처에 있다면 최고죠!ㅎㅎ 저도 웬디양님 덕분에 찾아 읽게 됐어요. 언제 봐도 참 좋은 글이죠~~~~ ^^

bookJourney 2008-03-2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간만에 보는 글이네요.
중학교 때인가 이 글이 너무 좋아 읽고 또 읽고 .. 그랬었지요 ~

순오기 2008-03-27 00:05   좋아요 0 | URL
중학교때? 빠르셨네요. ^^ 읽고 또 읽고 우리도 그랬지요!^^
 

1970년 담양에서 태어났다는 손택수 시인은 나와는 10년 차이다. 내가 10년 아래인지 위인지는 모르지만...  어쩜 시들이 이렇게 내마음을 사로잡는지, 오늘도 콧날이 시큰거렸다. 우리 눈물샘의 원천인 어머니가 생각나서. 지난 달 25일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셨던 친정엄니가 그제 퇴원하셨다. 내 딸 챙기느라 당신 딸노릇은 뒷전이었기에 영 마음 아프다. 그래도 두 며느리의 정성어린 간호를 받는 우리 엄니는 행복한 노인이다.

오늘 2층에 방 보러 오셨던 할아버지가, 토욜날 서울 사는 아들이 내려와 보고 계약한다며 10만원을 가계약금으로 주고 가셨다. 할머니는 석달 전 돌아가셨고, 혼자 사실 모양이다. 여든다섯이나 되셨다는 노인에게 냄새는 좀 났지만, 시아버님 모셔오면 두분이 약주도 들면서 친구되겠다 싶어 선뜻 승낙했다. 가끔 내려오셔 따순 밥이라도 들게 해야겠다고 맘 먹었다.

   
 

     닭발        -손택수-

 

삼계탕에 닭발을 넣는 건 어머니의 비법이다
가까운 동네 시장 따로 두고
멀리 구포장까지 가서
대추며 삼, 밤을 구해오신 당신
몸도 성치 않은 분이 버스값에다 들인 시간까지 하면
삼값 다 빠지고도 남겠다고
번번이 볼멘소리를 하지만
어머니의 맛이 발에서 나온다는 걸
몇푼이라도 더 싸고 질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해
시장을 돌아다닌 발품에서 나온 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젊어서는 소금장수로, 보험설계사로
쉰이 넘고 나선 화장품 방문판매원으로
무던히도 부르텄던 발
뒤꿈치가 쩍쩍 갈라졌던 발
고깃점은 아들놈에게 다 몰아주고
흐물흐물 녹은 닭발을 뜯으며 들려주신다
진국은 닭발에서 우러나온다고
닭발이 맹숭한 탕국에 맛을 더해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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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8-03-12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세상 모든 어머니들을 존경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자식 교육이 뭔지도 모르는,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몰상식한
母가 많이 생기다 보니...참 씁쓸해지는군요.
그러나 위 詩에서 나오는 '어머니'이야말로 시대를 막론하고 존경을 받아야 마땅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순오기 2008-03-12 12:09   좋아요 0 | URL
요즘 어머니가 고깃점은 저희들 주고 닭발만 드신다면, '우리 엄만 닭발만 좋아해'라면서 살코기는 저희들끼리 다 먹을 녀석들이에요.^^
엄마들의 책임이 크지요. 그저 자식일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올인하는 그 몰지각함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거겠죠.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함을 망각한 우리들의 교육이...ㅠㅠ

산사춘 2008-03-12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을 걱정하는 순오기님 마음이 전해져 옵니다.

순오기 2008-03-12 12:10   좋아요 0 | URL
춘님, 몸은 어떠신가요? 관리 잘하셔서 속히 회복하세요!
사실 출가한 딸들은 마음뿐이지 싶어요. 더구나 먼 거리에 산다면 더 더욱...

마노아 2008-03-1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뜨거워요. 어머니의 존재 자체가 뜨거운 분이니까. 순오기님은 이미 그 어머니가 되어 있네요. 존경해요!

순오기 2008-03-12 18:36   좋아요 0 | URL
아이구~ 마노아님, 존경씩이나요~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요~~ㅠㅠ
그냥 우리네 어머니들 반의 반이라도 따르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아침 햇살이 눈부셔 창을 열어젖힌다. 이런 날은 봄나물을 뜯으러 가야는데......  쑥이라도 뜯을 수 있던 산자락 논자락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휭~ 한차례 나갔다 오면 반찬거리 소쿠리에 가득  담아오던 그 시절이 그. 립. 다.

  이 아침은 봄나물을 뜯으러 가는 대신 어머니 독서모임에 가면서, 내게 시와 시조를 가르쳐 주신 교수님의 시를 올린다. 해남 출신으로 광주여대에 있다가 몇년 전 경기대로 가셨지만, 그분은 해마다 '해남에서 온 편지'로 내게 봄소식을 전한다.

   
 

 해남에서 온 편지       -이지엽-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꾹꾹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쪼간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묵거라 아이엠 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하고 지난 설에도 안와브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 따라 나서야 것는디 모진 것이 목숨이라 이도저도 못하고 그러냐안.

  쑥 한 바구리 캐와 따듬다 말고 쏘주 한 잔 혔다 지랄놈의 농사는 지먼 뭣 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랑 동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너할코 종신서원이라니... 그것은 하느님하고 갤혼하는 것이라는디...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퍼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 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리 환하게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시인이 있던 학교, 제자 중에 수녀가 한 사람 있었다. 몇 해 전 남도 답사길에 학생 몇이랑 그 수녀의 고향집을 들르게 되었는데 다 제금나고 노모 한 분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생전에 남편이 꽃과 나무를 좋아해 집안은 물론 텃밭까지 꽃들이 혼자 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흐드러져 있었다.

이지엽 시인은 '해남에서 온 편지'로 1998년 '한국 시조 작품상'과 1999년 제18회 '중앙시조대상'을 받았다. 2007년 '북으로 가는 길'이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고, 우리의 시조 보급을 위해 많은 수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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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3-10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은 정말 종다래끼와 호미를 챙겨서 들판으로 나가 냉이 등을 뜯어도 될 만큼 봄기운이 완연했습니다. 이번주까지 날씨가 좋다고 하니 이번 주말에는 냉이와 쑥까지 뜯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3-12 10:10   좋아요 0 | URL
아~ 종다래끼, 반가운 이름이에요.^^
몇년 전만 해도 아이들 데리고 쑥 뜯으러 나갔는데, 이젠 아파트현장으로 바뀌어서. 요새 아이들은 이런 맛을 모르니 참 짠해요.ㅠㅠ
 

내가 철들면서 신문을 보게 되었는지, 신문을 보면서 철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신문을 본 역사도 꽤 길다. 아~ 철들기 전에도 보았구나. 충남 촌구석에서 살때 볼거리가 없어 아버지가 보시는 '충남일보'였든가, 거기에 실린 '大미륵'이라고 기억되는 연재소설을 초딩때부터 살짝 엿보았더랬다. 나~ 제법 조숙했나 보다, 그 어린 나이에도 성적 묘사가 나오면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 장면을 다시 읽었던 것 같다. 신문 연재소설이란 날마다 그런 장면 하나씩 끼워넣는다는 걸 그 나이에 간파했었는지 날마다 우체부아저씨를 기다렸다.^^

이렇게 시작된 신문보기로 일찍 세상을 알게 되었다. 학창시절과 결혼 전엔 아버지가 보시던 '동아일보'를 열심히 읽었고, 직장에서 보던 '조선일보'는 여자들이 볼거리가 많았던지라 스크랩까지 하면서 열독했다. 그땐 '조.중.동'이라 불리던 시절이 아니었던 듯하다. 결혼해선 '한겨레 신문' 창간부터 구독했고, 우리 큰딸 세살 때 살 뺀다고 '한겨레신문'을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만 60부던가 100부던가, 이제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딱 한 달 돌려봤다. 사실 더 돌렸으면 지금의 체중이 아니었을 텐데... 그만 한 달 돌리고 신문지국이 부도나서 돈도 못 받고 끝났다. ㅠㅠ 다행히 본사에서 사람이 와서 구독자 명단을 달라며 한 달 수고비로 91년에 6만원을 주었다. 그때도 기관지가 약해서 한달 새벽바람 쐬고 신문 돌렸더니 천식이 도져 결국 그 돈으로 한약 한재 먹으니 꽝이었다.^^

이런 인연과 워낙 '한겨레신문'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장기 구독했는데, 내가 워낙 비판적인 성향이라 그 신문을 오래 보니 세상 살맛이 없어지더라는 것. 그 후에 '중앙일보'로 바꿔 몇년을 보았나? 아마 10년은 훨씬 넘은 듯하다. 선거때마다 신문 바꾸자는 남편의 성화에도 꿋꿋이 봐 왔는데, 왜 그랬을까?ㅎㅎ 중학교 동창이 있어서 끊기가 그랬나, 사실 그 친구가 거기 있는 것은 5~6년 전에 알았는데.....

그렇게 투덜대고 빈정대며 '중앙일보'와 지속했던 관계를 2월 29일부로 끝냈다. 물론 남편이 지국에 연락해 3월부터 넣지 말라 했고, 무슨 신문을 보겠냐고 물으니 '경향신문'을 보잔다. 오우~ 거긴 또 초등동창이 있는데... 그 친구 때문에 2003~4년까지 열심히 '뉴스메이커'를 열독했다. 그 덕에 중학생이던 큰딸이 나의 비평적 성향을 충실히 따르게 된 것 같다. 당장 문자를 보내 통화하고 3월부터 '경향신문'이 들어왔는데 어제 아들녀석의 한마디,

"엄마, 중앙일보를 볼 때는 완전 2MB 찬가였는데, 확실히 경향은 다른 것 같아. 머릿기사부터 어~~ 이렇게 써도 되나? 놀랐어." 라는 말로 소감을 피력한다. 어~ 이 녀석도 비판성향을 제대로 따라주겠군. 물론 신문이 그런 성향을 키우기도 하지만, 그동안 쌓인 '독서내공'으로 신문보는 눈이 생겼을 거라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러는 나는, 거의 1년도 넘게 신문을 제대로 안 보았다. 대충 머릿기사나 부자 신문답게 찬란한 섹션을 자랑하는 '열려라 공부' 'Weekend' 'Book'정도나 가물에 콩나듯 훑어보았다. 내가 신문 안봐도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가고, 대한민국도 여전히 돌아가고 있으니, 굳이 누가 어떤 논조로 무슨 말을 썼을지 뻔히 아는 신문을 머리 아프게 보겠는가 아줌마스런 사고에 젖어버렸다.

자~ 이제는 우리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도 슬슬 '경향신문'을 봐 주셔야 할 것 같다는 맘을 먹었는데, 9시 뉴스에서 재밌는 소식을 전한다. 이제는 당선인이 아닌 대통령께서 미국을 방문해 대통령을 부시별장에서 만날 거라나~ 대단해용 부라보! '고이즈미'부럽지 않겠구만!ㅎㅎ'영어올인'한다고 자랑하려나, 아니 내친김에 이라크 파병 늘리겠다 알랑거릴까 심히 걱정되어, 손택수시집 '목련전차'를 보다가 큰딸한데 읽어주었던 '콘돔전쟁'이란 시가 뜬끔없이 생각나더이다.^^

   
 

콘돔전쟁     -손택수-

걸프전 때도 그랬고

아프카니스탄 침공 때도 그랬다.

사막에서 전쟁이 시작되면

콘돔 회사 주가가 껑충 뛰어오른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막이용

총구덮개로 콘돔이 힘을 쓰기 때문이다

주도면밀한 강간범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총열에 덮어씌운 콘돔

드르륵 드르륵 교성을 지르며

총알은 단번에 콘돔을 찢고 뛰어나가

모래언덕 깊숙이 파고들어가 박힌다

무진장의 석유를 애액처럼 핥아댄다

CNN을 타고 생중계되는 미국식 포르노

바지를 까내린 점령군들 허여멀건 엉덩짝이 보이지 않도록

빙 둘러서서 망을 봐주고 있는 이십일 세기

뭔가 더 짜릿한 장면이 없나, 드르륵드르륵

나는 충혈된 눈으로 밤새 채널을 돌린다

 
   

 

흐흐~~~~ 난, 이런 맛에 시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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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8-03-06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특이한 시네요..

순오기 2008-03-07 01:27   좋아요 0 | URL
정말 특이하지요. 그러면서 통쾌한 느낌이~ㅎㅎㅎ

bookJourney 2008-03-07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 바꾸는 거 귀찮아서 계속 ㄷ 일보를 받고 있는데, 이제는 정말 바꿔야할까 봐요. 방송에서 다룰 정도로 2MB 찬가라서 말이지요 ㅠㅠ (용비어천가가 따로 없어요, 정말.)

순오기 2008-03-07 01:29   좋아요 0 | URL
우린 참 찬가가 많았어요. 용비어천가를 필두로 서울의 찬가와 정권마다 나오는 수두룩한 찬가들~~ 참 발전없는 모양새라니!ㅉㅉ

2008-03-07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3-07 12:31   좋아요 0 | URL
옙, 저도 동감합니다. ㅠㅠ
열심히 살펴서 권면할랍니다~~~~^^

L.SHIN 2008-03-07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또 하나 시집을 사게 생겼군 ㅋㅋ
저 출판사에서 나오는 시집 시리즈는 다 저런 깨끗한 이미지인데다 좋은 시인들이
많아서 좋은거 같습니다.^^

순오기 2008-03-07 17:25   좋아요 0 | URL
S님, 신문 바꾸라는 페이퍼인데 시집을 사시겠다고라~ㅎㅎ 그럼 땡스투 해줄실거죠?^^ '목련전차'에 실린 시들이 제 정서엔 딱 맞더군요.'자전거 연애학'은 전번에 올렸고 앞으로도 '닭발'과'단풍나무 빤스'등 올릴 게 많아요.^^

L.SHIN 2008-03-07 21:49   좋아요 0 | URL
그럼요, 당연히 오기님한테 Thanks~♡ 해야죠 ^^
좋은 시 자주 올려주세요~

순오기 2008-03-08 14:57   좋아요 0 | URL
좋은 시인과 시가 있어, 그래도 숨통이 트이고 살만한 세상입니다!^!

다락방 2008-03-09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시 좋은데요!

순오기 2008-03-09 01:50   좋아요 0 | URL
손택수 시인이 '목련전차'로 무슨 시문학상인가 받았던데...찾아보긴 귀찮고 가물거려요. 암튼 좋은 시가 많은 시집이에요.^^
 
내 청춘을 바친 12년

날이 밝으면 막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우리 아이들 셋이 12년을 다닌 학교라 엄마인 나도 같이 다닌 것 같은 우리학교. 두근두근 설레었던 첫 아이 입학식 만큼이나 두근거리는 막내의 졸업식.

'나~~ 눈물이 날 것 같아!'

책을 읽거나 TV를 보다가도 수도꼭지 틀듯 조르르 흐르는 눈물에, 고장난 수도꼭지라 놀림도 받았다. 성깔은 순 오기에 한 승질하는데 왠 눈물은 그리 많은지...... 식구들과 TV를 보다가도 엄마가 울겠다 싶으면 돌아보는 녀석들은, 어느 틈에 흐른 눈물로 코맹맹이 된 엄마를 위해 자동으로 휴지대령. 참, 별일도 아닌데 눈물이 줄줄 나니 대략 난감이다.

재작년 아들의 졸업식에서도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부르는데 눈물이 질금거렸고, 어김없이 옆에 있던 엄마들에게 "언니 울어?" 핀잔을 들어야 했다. 난 눈물나는데 지들은 나를 보며 실실 웃더라니~ 참, 감정이 이렇게 달라서야 같이 놀 수 있겠나? 쩝~~ 세대차이가 절로 느껴진다. 하긴, 졸업생 녀석들도 낄낄거리기만 하던데, 내가 대신 울어주셨다.ㅠㅠ

오늘 졸업식장에서 난, 눈물의 여왕이 될 것 같다.ㅠㅠ내가 보통의 엄마들보다 학부모 노릇에 열정을 쏟아부었기도 하지만, 마치 내가 학교를 다닌 것 같은 넘치는 애정도 주체하지 못한다. 철따라 피고지는 교정의 꽃을 카메라에 담으며 행복했고, 아이들과 함께 한 행사도 추억으로 저장됐다. 2001년부터 시작한 학부모독서회 '파피루스' 7년을 오늘 마무리하면서도 눈물이 났다. 송별케익까지 준비한 젊은 엄마들과 학교에서 졸업회원을 위해 준비한 도서상품권을 받으며 마음이 찡했다.

모임 끝나고 점심 먹으러 가는데도 못가고, 선약이 있던 이웃언니 교수님과 점심을 먹었다. 헛헛한 마음에 같이 영화(추격자)를 보고, 차 한잔 하고 가라는 꼬임에 집까지 들렀다 저녁까지 먹었다. 묵은지와 총각김치를 두통이나 담고도 무엇이 아쉬운지 된장에 청국장, 고등어자반까지, 마치 친정언니처럼 바리바리 싸주어서 아들넘과 막내를 마중오라 해서 가져왔다. 집에서는 엄마가 저녁 먹고 들어온다니, 큰딸이 쌀을 씻어 밥을 해 아빠의 저녁상을 차렸더라. 우리 딸이 밥을 한 것은 아마도 처음인 듯...... 딸이 차려준 밥상에 뿌듯한 아빠의 표정도 보기 좋았다. 오늘 아침 10시에 나가 저녁 8시에 귀가했으니 나를 위한 휴가였고, 완벽한 직무유기였다.^^

졸업 예행연습을 하고 온 막내가 농협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는다고 말했다. 학부모 12년을 마감하는 나에게도 '감사장'을 준다는데, 거기서 눈물나면 주책바가지 될 거 같아 마음을 꽁꽁 다진다.

 시창작반에서 만난 담양사람인 고재종시인의 일곱번째 시집 <쪽빛 문장>에 실린 '담양 한재초등학교의 느티나무'는 도종환 시인이 보내던 E메일에도 담겨왔었다. 문학집배원 도종환이 배달했던 열두 달의 시를 모아, 창비에서 낸 '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에도 실렸다.

우리가 졸업했던 그 옛날의 초등학교를 생각하며......

 

   
 

담양 한재초등학교의 느티나무    -고재종-

 

어른 다섯의 아름이 넘는 교정의 느티나무,

그 그늘 면적은 전교생을 다 들이고도 남는데

그 어처구니를 두려워하는 아이는 별로 없다.

선생들이 그토록 말려도 둥치를 기어올라

가지 사이의 까치집을 더듬는 아이,

매미 잡으러 올라갔다가 수업도 그만 작파하고

거기 매미처럼 붙어 늘어지게 자는 아이,

또 개미 줄을 따라 내려오는 다람쥐와

까만 눈망울을 서로 맞추는 아이도 있다.

하기야 어는 날은 그 초록의 광휘에 젖어서

한 처녀 선생은 반 아이들을 다 끌고 나오니

그 어처구니인들 왜 싱싱하지 않으랴.

아이들의 온갖 주먹다짐, 돌팔매질과 칼끝질에

한 군데도 성한 데 없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가지 끝에 푸른 울음의 별을 매달곤 해도

반짝이어라, 봄이면 그 상처들에서

고물고물 새잎들을 마구 내밀어

고물거리는 아이들을 마냥 간질여댄다.

그러다 또 몇몇 조숙한 여자 아이들이

맑은 갈색 물든 잎새들에 연서를 적다가

총각 선생 곧 떠난다는 소문에 술렁이면

우수수, 그 봉싯한 가슴을 애써 쓸기도 하는데,

그 어처구니나 그 밑의 아이들이나

운동장에 치솟는 신발짝, 함성의 높이만큼은

제 꿈과 사랑의 우듬지를 키운다는 걸

늘 야단만 치는 교장 선생님도 알 만큼은 안다.

아무렴, 가끔은 함박눈 타고 놀러온 하느님과

상급생들 자꾸 도회로 떠나는 뒷모습 보며

그 느티나무 스승 두런두런, 거기 우뚝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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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2-19 0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12년 초등 학부모를 마치시는 순오기님께 박수를~~~
이제 중학생이 되는 막내의 졸업과 입학을 축하드려요,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니 한 번 더 축하드리고요. (정말 효녀, 효자들만 두셨어요 ~~)

올려주신 시는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의 느티나무를 떠올리게 하네요. 그 당시에도 60년된 느티나무라 하여 ... 어린 제가 보기에는 차마 오를 엄두조차 못낼만큼 커다란 아름드리였는데, 그 그늘 아래서 책도 읽고 수다도 떨고 팔방도 하고 놀았었답니다. 아, 그리운 날들이여 ~~

순오기 2008-02-19 21:04   좋아요 0 | URL
우리학교 다닐땐, 오래된 학교라 나무들이 굉장한 아름드리였는데...요즘 도시 학교는 역사가 짧아서 나무들도 작아요.ㅠㅠ
장학금 받은 것으로 가방, 엠피3 사 주었어요. 오늘 민경이 기분이 최고예요.^^

뽀송이 2008-02-19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축하드립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사랑스런 막내 따님의 졸업을 끝으로 초등학교와의 아름다운 이별을 마치신 님의 훌륭한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더 기쁘고, 뿌듯한 날들을 위하여 크게 웃으시는 날들 되시와요.^^ 늘 좋은 본보기가 되어 주시는 님이 있어 알라딘이 값집니다.^^
저도 오늘 영화 '추적자' 보러 갑니다.^^

앗! '추격자'더군요.^^;; 보고 왔어요.^^

순오기 2008-02-19 21:06   좋아요 0 | URL
추격자~ 볼만하지요?^^
민경인 내일 배치고사 본다고 공부해요.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공부하는...
졸업식에 눈물이 안 났어요. 애국가 부를 때 뭉클해서 잘 참았죠.^^

L.SHIN 2008-02-19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많다는 건 감수성이 풍부하단거죠 ^^
실컷 울고 오세요. 특히나 즐거운 일로 울면 몸 안에 쌓였던 노폐물과 음울한 기도 싹
사라지니까. 그리고 개운한 기분으로 맛있는 것을 먹으며 08년 2/19의 행복 하나를
추가하는거죠. OK~? ^^

순오기 2008-02-19 21:08   좋아요 0 | URL
오늘 눈물이 안 났으니 감수성이 꽝이었나요?ㅎㅎ
맛있는 점심도 먹고 엄마들끼리 찻집에 가서 칵테일도 한잔했죠.^^
어제보다 행복한 오늘, 순오기의 삶은 주욱~~~~ 이어집니다!

프레이야 2008-02-1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내딸 초등졸업 축하해요~~
순오기님도 고생하셨구요. 이궁 눈물나요. 빛나는 졸업장을~~~ 이러면..
근데 요즘 아이들은 눈물 보이는 애들이 거의 없대요.

순오기 2008-02-20 05:47   좋아요 0 | URL
울지도 않고 졸업식 잘 했어요.
고생이란 느낌은 전혀 없었어요. 즐거운 학교놀이 12년!
애들은 낄낄 즐거운데 신참선생님들은 좀 우셨어요.ㅠㅠ

무스탕 2008-02-19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둥이 졸업 축하합니다~~
이쁜 사탕 꽃다발이 또 빛을 발하는 시간이었겠네요.
계신곳 아이들도 안 울지요? 요즘엔 다 그런가봐요..
그래.. 달랑 한 장 주시던가요, 뭔가 얹어 주시던가요? ^^

순오기 2008-02-20 05:49   좋아요 0 | URL
ㅋㅋ막내의 사탕부케가 아작났지요.^^애들이 하나씩 빼가는 바람에...
1년의 생활을 영상으로 보여준 반에서는 모두 울었다네요.
역시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에 감동한 또 하나의 추억이겠죠!

전호인 2008-02-2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내의 졸업 축하합니다.
아이들이 성장할 수록 뒷바라지가 더 힘들어 지겠죠?
많이 우셨나염?

순오기 2008-02-26 01:09   좋아요 0 | URL
ㅎㅎ 많이 울줄 알았는데, 내 최면이 먹혔는지 눈물이 안 났어요.
전, 성장할수록 홀로서기를 시키니까 덜 힘들던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