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400. 보통의 육아 (야순님)
저자 야순님이 보여준 보통의 육아는 평균의 의미로 보통이 아니라, 상식의 의미, 정석과 근본을 가리키는 보통이다. 아무렇게나 유행에 휩쓸려서는 이 보통을 지키기 어렵다. 하지만 보통의 육아가 별난 것은 절대 아니다. 보통의 육아 원칙은 아이는 기적 같이 생명을 키워낸 존재이며 이 존재는 아직 약하고 어리니 어른들이 마땅히 보살펴주고 그 어린아이의 눈높이를 기억하자는 것이다. 저자 야순님의 블로그 글을 책으로 옮기며 많이 정리했다지만 온라인의 문단 형식을 지킨 덕에 단단하고 알찬 글이 힘들게 읽히지 않았다. 가르치려 들거나 포장하지 않아서 좋았다. 특히 다른 가정의 육아에 섣부른 참견에 대한 일침이 인상깊다. 아쉽게도 야순님의 세 딸들의 귀여운 모습을 담은 컬러사진이 실리지 않았다. 야순님네 가족이, 더불어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많아진 나와 내 가족도 보통의 원칙을 지키며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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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400. 미스 럼피우스 (바버러 쿠니)

넓은 세상을 보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을 인생의 지침으로 삼았던 미스 럼피우스. 아름다운 그림 처럼 그녀의 일대기가 조용하지만 강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제3 세계를 여행하는 백인인 그녀의 모습이 조금 불편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그녀가 자신의 고향에서 얻은 별칭은 결국 "미친 노인네" 였다니. 그녀가 일했던 도시의 도서관에는 강아지들도 함께여서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림책을 즐기기엔 내 감성이 부족하구나, 깨닫는 독서여서 울적했다.

미스 럼피우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It's not you, it's me... ㅜ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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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5-02-21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딱히 와 닿는 느낌이 없었다는... 그것만 생각나네요.
 

85/400. 세 자매 (체호프)

86/400. 벚나무 동산 (체호프)

 

지극히 현실적인 극의 마무리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기적같은 문제의 해결은 없고, 관객(독자)을 위로하는 전개도 없다. 인물들은 자기 배역을 맡아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간다. 

 

그들 중에는 뻔뻔하고 고민 없이 남을 착취하는 이들도 보이는데, 세 자매의 "순수한 여인" 나타샤야말로 현대의 '시월드, 처월드' 를 묘사할 때 나와도 어울릴 만하다. 멍청할 정도로 경제 문제에 어쩔줄 몰라하는 류보피 안드레예브나도 그저 아름답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녀는 유산을 낭비하고 정부와 프랑스로 도망가서 배신당하며 살았지만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옛 영지, 벚나무 동산을 빚에 쫓겨 팔아버리고 결국 다시 그 '놈팽이'에게 돌아가고만다. 그러면서 계속 입에 올리는 말은 "아름다운 벚나무 동산", "보석같은 내 딸". 구름 위에 둥실 떠다니는 이런 인물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체호프의 희곡에는 없다. 그렇다고 이런 구세대들에게 복수를 내리는 게 아니라, 출생이나 계급 개념이 아닌 "생겨먹은 대로" 살고 처신하는 사람들을 거리를 두고 지켜 보는 듯하다.

 

주말연속극에서 재벌2세를 구원하려는 캔디형 여주인공이 문제를 헤쳐나가는 설정은 없다. (아, 그런데 또 캔디는 알고보니 재벌의 잃어버린 아이였어...라는 게 황정음 케이스라네? 대한항공의 가족경영과 갑질 행태에 그리 분노하면서, 혈통에 집착하는 대중 정서는 티비 드라마에서 사라질 줄 모르는지) ...쨌건, 티비 드라마 (에 대한 네이버 기사를 읽는 것) 보다 몇 배는 재미있는 체호프를 읽었다 (고 자랑하며 급마무리).

 

안드레이: 모스크바에서 레스토랑의 드넓은 홀 안에 앉아 있으면 말이야... 내가 아는 사람도 없고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어. 그러면서도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이 들질 않거든. 그런데 여기서는 모두가 아는 사람이고 모두가 나를 알아보지. 그런데도 낯설어... 낯설고 외로워.
페라폰트: 뭐라굽쇼? (세 자매, 제2막)

마샤: 오, 내 동생... 어떻게든 우린 자신의 삶을 살게 될 거야, 그게 어떤 삶이 될지 모르겠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그 안의 모든 일들이 너무 진부하고 뻔해 보이지. 하지만 너 자신이 사랑에 빠지면 남들은 거기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어. 그때는 오로지 너 자신이 이 모든 일들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될거야... 내 사랑스러운 동생... 두 사람에게 고백했으니 이제 침묵할거야... 고골의 소설에 나오는 광인처럼... 이제부터 침묵...침묵 (세 자매, 제3막)

올가: 오, 사랑하는 동생들아, 우리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살아가는 거야! 음악이 저리도 명랑하고 즐겁게 울리는 걸 들으니, 우리가 왜 사는지, 왜 고통을 받는지 알게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아... 그걸 알 수만 있다면, 알 수만 있다면! (세 자매, 제4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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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400. 금따는 콩밭 (김유정)

84/400. 달밤 (이태준)

 

김유정의 단편은 고등학교 다니면서 읽은 기억 나는데 투박한 장면들이 우습기도 하고 어리숙한 인물들이 한심했다. 그런데 다시 읽으니 가슴이 짠한 사연들. 그나마 가진것도 없는 이들이 허황된 꿈을 꾸는 걸 타박만 할 수 없다. 소설 끝이 이렇게 되버리니 한숨만 나온다.

 

이태준의 작품은 큰아이 고등 교과서에도 실려있다. 황석영 작가의 해설에 실린 작가의 그후 생애가 말할 수 없이 서글프다. 월북했기에 그와 그의 소설은 남한에서 지워지고, 북에선 정치 상황으로 다시 지워졌다. 서른 나이에 폐병으로 사망한 김유정과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말을 쓸쓸하게 남긴 탄광촌의 이태준. 콩밭에서 금을 찾는 젊은 소작농과 달밤에 가사도 채 못외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동네 바보만큼이나 슬픈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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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2-12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읽고 계시는 거예요?

유부만두 2015-02-12 16:33   좋아요 0 | URL
벌써 책 배송되고 2주가 다되어가는데 아직 1권이에요;;;

라로 2015-02-12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은 하루에 가본 책 두 권은 읽으시나봐요!!!^^

유부만두 2015-02-12 16:34   좋아요 0 | URL
동시에 너댓권을 찝적대며 읽어요:;; 이건 단편이고요..
루슈디 회고록은 가제본 형태로 오랫동안 나눠서 읽었어요 ^^
 
조지프 앤턴 - 살만 루슈디 자서전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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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00. 조지프 앤턴 (살만 루슈디)
아, 이 잘난척 대마왕 아저씨를 어쩔까나! 작가는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해 안달이어서 독자는 당황스럽지만, 진짜, 그의 소설은 대단하다. <한밤의 아이들>은 묘한 돌림노래 같은 매력으로 끝까지 이야기 속에 독자를 가둬놓았고, 주문에 걸린 독자는 (네, 저요) 이 회고록을 읽으면서 만나게 된 그의 다른 소설들도 검색해서 주문을 하게된다;;;; 그래, 난 고집불통 루슈디를 좋아하는게 아니야, 그의 재능을 그의 말솜씨, 구라-어빌리티를 아낄뿐이야.

루슈디는 여성편력도 대단한데, 팔등신 미녀의 허리를 껴안은 오등신 바디가 그가 가진 전부가 아니다. 더 화려한 재산은 그의 친구, 동시대의 작가들이다! 그는 심지어 주제 사라마구와 산책을 했고, 에코(움베르토!!)와 친구 사이인데다, 폴 오스터랑은 가족끼리 식사를 (어흑) 하는 사이다. 이언 메큐언은 그가 부르면 바로 달려온다. 부러움을 안고 읽다보면 루슈디가 싫어하는 작가들 뒷얘기를 재미있게 만날 수 있다.

루슈디의 악명높은 소설,< 악마의 시>는 작가에게 파트와, 사형선고를 내렸고, 이를 둘러싼 이십여년의 도피/경호/은둔 생활이 빌 브라이슨 보다 더 까탈스런 화자를 통해 장장 몇 백 페이지에 걸쳐 조목조목 (따지듯) 그려진다. 인도출신의 영국 작가가 이슬람 국가의 편협한 사고방식과 폭력에 대항해 싸우는 건,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위해서다. 그의 소설이 이슬람을 얼마나 모독시켰을지 몰라도, 그 이유로 루슈디의 작품을 번역한 역자가 피격 당하고, 심지어 살해당했다. 그런데, 그 끔직한 폭력에 가담한 이들은 루슈디의 작품에대해 알기는 커녕 읽지도 않았다니.  하지만 911 이후 미국이 보여준 ˝평화적˝ 폭력도 너무나 끔찍해서 루슈디의 몇백쪽 회고록이 해피엔딩이 아니라 더한 증오의 시대에서 끝맺는 것처럼 읽힌다.

 

루슈디는 자신의 인생사를 풀어놓을 때 히치콕의 영화 <새>의 음산한 오프닝을 언급하면서 그 검은새의 날개짓이 어떤 의미인지 독자가 (네, 저요) 곱씹게 만들었다. 얼마전 일어난 샤를리 엡도의 테러 사건을 보자니, 아직도 상황은 그닥 다르지 않다. 이 책이 그저, 서구 영어권 만세, 로 읽히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그누가 뭐래든 루슈디 양반은 눈 하나 깜짝 안 하겠지만.

욕하면서 사랑하게되는, 추하지만 매력 쩌는 그.
첨엔 반복되는 ˝그˝ 3인칭이 누구야, 하면서 읽었는데. 하, 이 작가님, 글 진짜 잘 쓰심. 남을 비난할 때도 얄짤없지만 자기자신의 잘못을 적는 데도 살벌하심. 회고록이라면 이정도 끕, 이 되어야한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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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배우 파드마 라크시미와 함께.

(당연히, 이 둘의 시작은 불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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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2-1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래요??? 막 솔깃!!! 찾아서 꼭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페이퍼군요~~~~ㅋ

유부만두 2015-02-12 16:48   좋아요 0 | URL
루슈디의 자신감과 재능은 정말이지 탐나요. 회고록도 흥미진진하고요. 물론 본인은 힘들게 살아냈지만요. 그가 진정 원한건 ˝평범한 생활˝이었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