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400. 재즈 (토니 모리슨)

 

비극적인 롤리타 이야기 같지만, 이 남자 조는 허버트 허버트와는 영 딴판이다. 그나 그의 야매 미용사 부인 바이올렛은 이 차갑고도 뜨거운 도시로 오기전, 전설들에 둘러싸여 야생처럼 살았더랬다. 그런데, 이 도시의 소음 속, 서럽고 끈적이는 재즈 음악을 들으며 그들은 비썩 말라버린 몸뚱이를 어찌할줄 모르다가 엉뚱한 사람들에게 엉뚱한 화를 내고말았다. 그의 슬픔이 뭔지, 알듯말듯하고, 그 부인의 억척스러움도 익숙하지만 설명되지 않는다. 이렇게 비밀스런 과거, 한스러움을 껴안은 사람들이 계속 계속 등장한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문장들이 툭툭 끊어지며 합쳐져 구슬픈 엇박의 재즈가 되었다.

이 재즈 속에 우리나라의 한맺힌 판소리가 들리, 아니 읽히는건....나만의 착각 혹은 기분 탓은 아니겠지. 이 불쌍한 사람들이 어찌어찌, 화해의 식탁으로 모여앉지만, 독자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건 새로운 재앙과 비극이라고 소설 첫 장에서 "나"가 이미 말했다. 토니 모리슨의 책에서 어떻게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가. 묵직하게 가슴을 퍽 하고, 한 대 더 맞은듯 뻐근하다. 작년에 읽은 빌러비드에서 얻은 슬픔 위에 스윙-- 그루브---한 恨이 더해진다. 한 번 더 읽을 땐 BGM으로 재즈를 찾아 들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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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00. 다른 남자 (백영옥 작가 인터뷰집)

 

백영옥 작가가 인터뷰한 다른 (식으로 사는) 남자들 이야기. 멋있게 사는 사람들. 때론 말의 앞뒤가 안맞기도 하지만 마흔 넘는 이 아저씨들은 느긋하고 당당하다. 그들중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몰랐던 분야에서 색다르게 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하고 또 배운다. 부드럽고 야무진 백작가의 글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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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00. 오페라의 유령 (아이세움 판)

46/400. 테스 (아이세움 판)

47/400. 전쟁과 평화 (아이세움 판)

 

어린이용이라하더라도 걸작 세 권을 한번에 다 읽고나니, 포식한 기분은 드는데 아무래도 찜찜하다. 귀여운 그림도 있고, 알기 쉬운 인물관계도도 나오고 문장도 아주 쉽고, 상황은 단순하다. 주인공들은 반하면 사랑하고, 고민하다가 바로 행동에 옮긴다.

그런데 테스가 겪는 고난이나 전쟁의 폐해, 비뚤어진 사랑의 집착 등을 왜 어린이들이 읽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이 한 두 쪽 뒤에선 바뀌고, 죽고, 어이없이 절규하고, 휙 화해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런 LTE급 상황 변화가 정신없다.

그래도 이 대단한 걸작들을 이렇게 얇은 그림책 안에 추려 넣었다는 것이 놀랍다. 사실, 읽으면서 재미있기는 했다. 그러니 세 권을 앉아서 다 읽었지. 이 어른이에겐 테스는 멍청하고, 필리프도 멍청하고, 에릭도 멍청하다고 결론내고 싶은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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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00. 소설가의 산책 (김연수)

김연수가 아니면 이런 산책 수필을 쓸 수 없겠지. 김연수라서 이런 성실하고 아름다운 글을 써냈지. 우리 시대의 소설가, 그가 서울을 거닐고, 이런 글을 써주고, 가끔 행사에서 그 수줍은 미소를 보이며 부드러운 김천 말투로 ~ 했구요, 라고 말하는 것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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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00. 이 언니를 보라 (박신영)

동서양의 역사 속에서 당당하게, 오해에 맞서서, 자유롭고 용감하게 살았던 언니들의 이야기를 묶어 놓았다. 저자는 여자임이 한계가 될 수 없다고, 그리고 다른 여러 한계에 발목 잡히지 말라고, 말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언니들,은 이미 역사 상에서 오해에도 불구하고 이미 누리고 가졌던 이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자 주제에~'라는 편견과 폭력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정말로 약한 자의 위치에서 씩씩하게 살아나가는 여동생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그리고 주저앉은 아줌마로 끝나지는 않아야하는데, 성큼 다가서는 연말이 더 무섭다.

 

 

 

 

 

 

 

 

 

 

 

 

 

43/400. 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 소설계의 큰 언니, 애거서 크리스티. 그녀의 추리소설을 어린이 판이나 영화로만 접했기 때문에, 이 책이 나에겐 첫번째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이다. 장르문학과는 별개로 '순수'문학으로 소개되었지만  쉽게 넘어가는 문장과 구성은 장르나 순수의 구분이 필요 없어 보인다.

여주인공 조앤이 겪는 사막위의 패닉 상태가, 뜬금없이 등장해서 수선 떠는 사샤 부인도, 사실 억지 스럽기는 하지만 영화의 한 장면 같이 눈앞에 펼쳐진다. 역시 애거서 큰언니는 이야기를 잘 써요. 조앤에게 공감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처음엔 짜증 났던 여주인공 ( 여학교 동창생을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 쓱 스캔하며 자신과 비교하는 첫 장면은 최고)이 사실은 가족에게서 따 당하고 있었다니, 21세기의 한국 단편 소설에도 나올법하다 .... 흠 뭐랄까, 그런데도 별 다섯이라고 말하기엔... 살짝 어거지가 보이는.... 역시, 이 책은 고전까지는 아닌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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