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400.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필리파 피어스)
첫 두어 챕터는 막내와 함께 읽었는데 아무래도 너무 어려워해서 나머지는 나 혼자 읽었다. 해티가 누군지 일찌감치 눈치 챘지만 그 사이사이의 일들 때문에 긴장감을 늦출 수는 없었다.
해티와 톰이 스케이트 타다가 무슨일이 벌어질까 조마조마했고, 두 세계의 시간이 맞부딪혀 사고가 날까 (이런저런 시간여행 소설들에서 얻은 지식을 떠올리며) 긴장했다.
나도 열두어살 톰의 나이로 돌아가 읽었다. 책은 또다른 세계로 열리는 문이니까. 그 문을 닫고 싶지 않았다. 그곳에서 맑은 영혼의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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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400. 百의 그림자 (황정은)

코끼리 열차에서 만나고, 앨리스에서 다시 봤으며, 계속해보겠습니다에서 굳혔다. 그리고 백의 그림자, 더이상 말이 필요없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의 지난 이야기들을 복습하는 기분이 들었다. 일어서는 그림자에는 모자와 이런 저런 환상적 소재들이, 그리고 청승맞은 철갑산을 부르는 주인공들에게선 앨리스 형제 분위기도 배어 있었다. 오무사 이야기에선 가슴이 먹먹하다가 무재씨와 은교씨의 대책없는 대화엔 저절로 미소를 지었다..... 노래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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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00. 하루키 레시피 (차유진)

하루키 책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고, 그의 엣세이에 나오는 치칙 소리나는 굴튀김 묘사에 침을 흘린 기억도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언급하는 소설이나 엣세이 중 내가 아는 부분은 정말 일부분이라 놀랐다. 아직도 내겐 충분히 더 읽을 하루키 (음식) 글이 남아있다.

제목 처럼 요리의 레시피가 있는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저자의 하루키 개인 감상문이다. 책의 1부와 2부의 밀도(?) 차이가 꽤 커서 후반부의 글은 ... 억지로 읽었다. 저자의 하루키 사랑과 젊은날의 열정, 아직도 진행중인 인생의 탐구 자세등은 본받고 싶지만 ... 많이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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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00.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우르줄라 피르커)

고백하자면, 우리집에 뒹굴던 <오이대왕>을 읽지도 않고, 표지 그림이 맘에 안들어, 라면서 중고서점에 팔아버렸다. 그리고 막내를 위해서 두어번 대출했던 프란츠 시리즈도 쉬운 책은 너 혼자 읽으렴, 하면서 나는 읽지도 않았다. 당연히 저자 이름은 외울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다락방님의 추천으로 읽게된 <깡통소년>의 저자 이름이 길고도 낯설었고, 독일어권 작가라는 설명만 읽고 독일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반성.

 

뇌스틀링거는 1936년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나고 자랐다. 어린시절 나찌 독재와 소련군의 진군 등을 겪었고 주부로 아이 둘을 키우며 작가로 데뷔, 아직도 열심히 작품을 쓰고 있다. 그녀는 사회주의 정치성향을 가진 가정에서 자라서 핏속까지 빨갛다고 (누구 피는 파란가?) 하면서 교훈적이고 획일적이며 갑갑한 세계 대신 자유롭고 익살스러운 세상을, 그것도 오스트리아의 독일어 사투리도 재미있게 사용하고 있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오월의 2주 동안>과 <전성기의 후고>가 우리말로 나오길 기다린다. 그동안 <오이대왕>을 읽어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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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5-01-19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유명하다는 거 알고 오이대왕을 읽었었는데 깊이 읽고 사색하지 않은 탓인지 명성의 이유를 찾기 어려웠어요. 깡통소년도 꽂아만 두었네요. 작가의 삶을 알면 작품이 더 잘 보이겠지요?

유부만두 2015-01-19 08:50   좋아요 0 | URL
깡통소년은 뻔한 은유거나 교훈적 결말이 아니어서 맘에 들었고요. 뿡뿡유령은 좋은번역 덕에 재밌는 입말투로 아이랑 잘 읽었어요. 그러고나니 작가가 궁금하더라구요. 작가의 인생이나 신념이 기대이상이었어요. 그런데 책 명성은 독자마다 그 평가가 갈리는것 같아요.. 깡통소년, 그냥 읽어보세요. 그리고 뿡뿡유령 2학년쯤 아이들에게 읽어주시면 인기폭발이실거에요. ^^
 

59/400. 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6년전 '일곱시 삽십이분 코끼리열차'로 만난 황정은 작가는, (내게는) 희한한 소재로 묘하게 이야기를 엮어내는 젊은이였다. 그저 쉽게 읽을 수 없는 난해한 글들이라 굳이 찾아 읽진 않았는데, 작년에 읽은 '야만적인 앨리스씨' 는 쾅, 하고 내 마음을 두드렸다. 계속 나오는 욕설이나, 생뚱맞은 소년의 이야기나, 지저분한 옷차림의 앨리스씨...모두 차마 내 모자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그런데 이번 소설은 더 좋다. 이 불쌍하고, 대책없이 우울한 자매, 그리고 그 옆집(아니면 한집) 소년이 너무 안쓰러운데, 그들이 마냥 저 아래 바닥에 있어서 쯧쯧, 거리게 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바로 내 옆에 있고 그들이 내뿜는 아주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 까지 다 던져버리고 깨부수는 게 아니라 (창비 팟캐스트 80회 방송에서, 황작가는 "실패를 기록하는 것은 너무 쉽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라고 말했다) 묵묵히 천천히 걸어가는 소라, 나나, 나기, 그리고 순자 아줌마가 고마웠고, 이들을 한 책에 담아내서 세상에 내놓아준 황정은 작가가 이뻤다. 그리고 끝까지 덤덤해서 더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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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1-18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백의 그림자>좋았어요. 근데 <앨리스> 는 영 안받아들여지더라구요....

유부만두 2015-01-18 19:55   좋아요 0 | URL
《백의 그림자》를 많이들 추천하더라구요. .. 앨리스는 과격한 이야기인데도 묘하게 좋았어요.. 이번 작품은 정말 최고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