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400. 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6년전 '일곱시 삽십이분 코끼리열차'로 만난 황정은 작가는, (내게는) 희한한 소재로 묘하게 이야기를 엮어내는 젊은이였다. 그저 쉽게 읽을 수 없는 난해한 글들이라 굳이 찾아 읽진 않았는데, 작년에 읽은 '야만적인 앨리스씨' 는 쾅, 하고 내 마음을 두드렸다. 계속 나오는 욕설이나, 생뚱맞은 소년의 이야기나, 지저분한 옷차림의 앨리스씨...모두 차마 내 모자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그런데 이번 소설은 더 좋다. 이 불쌍하고, 대책없이 우울한 자매, 그리고 그 옆집(아니면 한집) 소년이 너무 안쓰러운데, 그들이 마냥 저 아래 바닥에 있어서 쯧쯧, 거리게 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바로 내 옆에 있고 그들이 내뿜는 아주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 까지 다 던져버리고 깨부수는 게 아니라 (창비 팟캐스트 80회 방송에서, 황작가는 "실패를 기록하는 것은 너무 쉽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라고 말했다) 묵묵히 천천히 걸어가는 소라, 나나, 나기, 그리고 순자 아줌마가 고마웠고, 이들을 한 책에 담아내서 세상에 내놓아준 황정은 작가가 이뻤다. 그리고 끝까지 덤덤해서 더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