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00. 멍청한 편지가! (황선미)

 

4학년 동주는 헐랭이다. 키가 작지만, 더 클거라며 부모님이 큰 옷만 입혀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 같은 반 반장 아이는 키도 크고 벌써 변성기도 왔는데. 유치원 동창생 영서도 이젠 동주보다 머리 하나 만큼은 더 커버렸다. 그런데 영서가 동주 가방에 이별/고백 편지를 넣었다. 이걸 동주는 가방이 같은 메이커인 반장에게 보낼 것을 잘못 보냈다고 생각하고 편지를 어찌 처리할 줄 몰라한다. 묘하게 일은 꼬이고, 영서와 반장 사이의 분위기를 지켜보는 동주의 심정도 복잡하다.

 

오늘 우리집 막내도 새학년을 위해서 가방을 샀다. 3학년 씩이나 되었으니 귀엽게 이런 저런 장식이 달린 건 싫다고 하면서 심플한 검정색을 고른 쿨한 열 살 소년. 자신의 세뱃돈으로 사겠노라, 큰소리 였지만 요즘 가방 값이 .... 그걸로 될 리가 ... 없잖아.

 

난 아홉 살만 지나면 인생이 달라질 줄 알았어. 한 자리 숫자랑 두 자리 숫자는 차원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냐? 어린애랑 소년처럼. 근데 12월 31일 다음에 1월 1일이 되는 거랑 똑같더라고. 아홉 살이나 열 살이나. 보라고! 열한 살도 다를 게 없잖아.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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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2-22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라해볼래요.

난 서른아홉 살만 지나면 인생이 달라질 줄 알았어....... 근데 서른아홉 살이나 마흔 살이나. 보라고! 마흔한 살도 다를 게 없잖아. 젠장!

가방 값이 음 얼마나 하는 건지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아 저도 새 가방 메고 학교 다니고 싶어요, 유부만두님...

유부만두 2015-02-23 08:06   좋아요 0 | URL
주인공 친구 재영이의 푸념은 모든 연령대에 통하네요~!

야나님.... 새 가방 대신 이삿짐 싸셔야죠? ^^;;

희망찬샘 2015-02-2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희망이 중학교 가방 사 주었는데 아주 심플하며 소박한걸 사줘서 땡큐~ 했습니다. ^^ 아이들 조금씩 크더라고요!

유부만두 2015-02-23 08:08   좋아요 0 | URL
희망이가 중학생이 되는군요!
축하합니다!!
심플 쿨... 의 사.춘.기. 부모세대로 들어서신 것도 축하(??!!)드려요~
 

99/400.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황선미)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어린 아이에게 일어났다니, 읽는 내내 나도 속이 상해서 어쩔줄을 몰랐다. 이런 이야기를 동화라고, 아이가 좋아하는 황선미 선생님께서 쓰신 책이라고 막내에게 건네 줄 수가 없다. 다 읽고 나서도 아직 가슴이 아프다. 그나마 상황을 진정시키신 담임 선생님이 계셔서 다행이긴 한데.... 너무 빤한 계집애 혜수는 바뀔 것 같지가 않다. 그애를 어떻게든 혼내고 싶은 내 맘이....더 어린 아이 같다.

 

"그날, 나는 내 어린 시절이 끝나 버렸다는 걸 알았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데, 나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 언젠가 이 이야기를 꼭 써야겠다 생각했어요.

여기에 큰 사건처럼 보이는 건 나오지 않아요. 세상에는 이보다 끔찍한 일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할 사람들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런 문제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드러내기 어려운 사소한 아픔도 사람을 외롭게 하고 상처받게 하고 분노를 가진 어른이 되게 합니다.

물어보고 싶었대요.

"그때 너희들도 나처럼 가슴이 아팠니?"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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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400. 빨래하는 페미니즘 (스테퍼니 스탈)

 

달걀부인님의 "간장독, 된장독, 아닌 필독"에 홀려서 읽기 시작했다. 물론 그 며칠 전에 어느 멍청이가 쓴 칼럼 때문에 관심을 두고는 있었다. 책 표지의 휘날리는  흰 속옷과 제목이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그 이유로 전철로 이동할 때 가방에서 꺼내들고 읽을 수가 없...) 부제, '여자의 삶 속에서 다시 만난 페미니즘 고전'을 "고전(문학)"으로 오독한 것이 독서의 시작이었다.

 

저자는 나와 동년배로 90년대에 활기찬 대학생활을 할 때만 해도 양성평등을 당연한 가치로 여겼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변화에 흔들리고 "난 누구, 여긴 어디"를 외치며 갈등을 겪다가 (생활에서 겪는 문제는 정말 절절하게 와 닿는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학부때 들었던 "페미니즘 고전 읽기 강좌"를 청강하기로 결심한다. (원래 1년 과정은 사정상 2년이 되고, 그 동안에 교외지역에 살았던 저자의 가족은 다시 뉴욕 시내의 좁은 투베드룸 아파트로 돌아온다. 교외지역 3층집에 살 때, 이웃 아줌마들과의 묘한 알력은....어쩜 한국과 이리 비슷한지!

 

저자의 페미니즘 소설, 이론서 독서 경험과 강의 관찰기록(?)은 생각보다 솔직하고 담백하다. 그러면서 계속 생각한다. "나는...잘 하고 있는건가" 전투적인 페미니스트에 대한 적대적 비아냥거림이 난무한 세상에서, 아줌마, 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다가 조금은 숨통이 틔인 기분이었다. 저자가 이 강좌를 다 듣고, 대단한 변화가 깨달음을 얻지는 않는다. 다만, 자기 자신을 조금 더 긍정하고, 남편을 또 하나의 개인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느 아줌마의 여대 여성학 수업 청강기 쯤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녀의 눈물과 울화가 너무 생생하게 와닿았다. 그리고 미국의 여대생들이 이젠 1,2,3세대 페미니즘을 다 지나고 ...그 모든 수사학과 이론들을 읽고도 아직 맹숭맹숭한다는 건 의외였다. 결국, 그녀들도 나이 더 먹고, 더 여자의 삶을 경험해 보고, .... 돌아와 거울 앞에 서야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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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2-2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딱 한권 책 살 적립금이 있는데 이 책을 사야겠네요.

유부만두 2015-02-21 22:04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 운동의 변천사를 의외로 친근(?)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울컥하기도 하고요;;;

라로 2015-02-22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북플에서는 잘려서 다 안 보이는데 맨 마지막이 남자 팬티인가용???여자 속옷은 왜 그걸 사용했을까용???암튼 이해 안 되는 표지에요~~~제목도 좀 싸구려티구해요~~~. 스테파니 스탈이 기분 나쁠 것 같아요~~~^^;; 암튼 스탈과 동년배라시면 제가 언니네요!!!!!!ㅋㅎㅎㅎㅎㅎㅎㅎ

유부만두 2015-02-22 09:32   좋아요 0 | URL
네 남자 흰 팬티에요;;;
내용중 남편이랑 빨래 때문에 폭발하는 장면이 있긴하지만..
번역판 표지와 제목이 아쉽죠..

유부만두 2015-02-22 09:32   좋아요 0 | URL
동년배... ㅎ 실은 제가 스탈보다 두살쯤 언니 같은데,;퉁~ 했지요
 

97/400. 민들레 소녀 (로버트 F. 영)


˝시간여행자의 아내˝ 대신 ˝시간여행자의 남편˝.
아버지를 잃고, 사랑하게 된 과거의 남자를 찾아 이백 몇십 년을 거슬러 과거로 건너온 소녀.

투박한 묘사가 여러 겹의 시간대에서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민들레 색깔의 머리칼을 날리는 소녀가 나오는데 표지엔 참한 동양 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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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400. 메이드 인 공장 (김중혁)

공장, 이라는 말에서 기계가 요란하게 돌아가고 무서운 얼굴의 작업반장이 ˝어이, 빨리 못해?!˝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을 떠올렸던 나는 이렇게 다양하고 활발한, (게다가 아름... 답기까지한) 공장이 있으리라 생각 못했다. 나의 공장 체험(혹은 기억)은 초등 3학년 겨울방학을 보낸 둘째 고모네(충청도)서였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사촌언니를 따라 소도시 시내에 있던 화실에 놀러갔는데, 그 화실 옆에 빵공장이 있었다. 지금 떠올리니 팥소가 들어간 빵이었던것 같은데 그 많은 빵을, 상자에 수십개씩 담아, 리어카로 근처 가게에 옮기고 있었다. 나름 서울 깍쟁이었던 나에게 빵이 리어카에 실리는 것도 그 무지막지하고 어두컴컴한 공장에서 먹거리가 나오는 것도 모두 충격이었다. 말로만 듣던 북한의 밥공장 만큼이나 . 물론, 그 자리에서 나는 그 빵을 두 개 얻어 맛있게 먹었다.
공장이란 말이 이런저런 의미를 품게된 오늘 날, 작가 김중혁의 공장 견학문은 우리의 삶과 인생의 여러 면을 곱씹게 만들었다. 재미있게 읽었다. 책이 나온지 시간이 좀 지난 탓에 친구들과 수다를 못 떨어 아쉽지만, 가벼운듯 ˝중혁˝한 글에 설날 이동길이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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