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400. 그 개가 온다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가 "개"가 등장하는 책을 좋아해서, 덮어놓고 "개"책이라 추천부터 하고보니, 그 친구가 주문까지 했단다. 재미없으면 어쩔까, 싶어서 늦게나마 이 "개"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흠....풍자로 보자니 뭔가 빠진듯하고, 할머니 작가가 매일매일 출근해서 열쪽씩 쓴 느낌의 성실하지만 맛이 없, 아니,  '개'재미는 아닌 그냥...."개"가 주인공인 책이었다.

아니, 다시 수정해야겠다. 이 책은 인간과 인간의, 아니 한 생명과 한 생명의(?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니까) 믿음과 예의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만들었다. 주제가 도박이건, 예술, 혹은 교육이나 정치라도 결국 내가 누구를 믿고, 누구의 친구인가를 계속 생각하는 개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시작, 그 개가 부인의 죽음 후, 죽기전 더 넓은 세상에서 이로운 존재가 되려고 길을 떠단다는 설정이 꽤 의미심장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교훈을 강요하지 않아서 편안하다. (작가의 인터뷰집을 보니 그 이면의 세계가 조금은 보이는듯하다. 그래서 내 무지한 몇줄을 고치고 싶어졌다)

주인공 "개"가 - 이름도 없이, 그냥 개라고 함. 정체가 개인데, 이름도 개 - 학교에 가서 어찌어찌 선생님 행세를 하는 부분은 이런저런, 그러니까 교육에 대한 생각을 하게도 만들었다. 이 개는 어느 상대건 선입견 없이, 예의를 가지고 대한다. 그래서 "개"멋짐.

 

개는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내 이름은 개라고 해요."
"저는 안나예요."
첫줄에 앉은 소녀가 말했다.
"반갑구나."(73)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을 말해 볼 테니까 여러분이 직접 어떤 것을 배울지 골라보겠어요?"
이제는 모든 아이들이 입을 떡 벌리고 멍하니 개를 바라보았다.
"아니면 내가 여러분한테서 뭘 배우는 게 더 나을까?"
개는 그렇게 물으며 교실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의견을 말하는 아이가 없었다.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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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00.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박영숙)

오래전에 제목만 보고 패스했던 책이다. 흔한 "내 아이 자랑" 책이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책을 잘 읽어서 좋은 대학에 갔노라, 독서가 만능키였노라, 자랑하면서 긴 필독도서 목록이 부록으로 달려있는 책 같아 보였다. 그런데, 그런 책이라면 희망찬님께서 좋은 평을 하실 리가 없다... 그래서 반쯤 호기심에 책을 찾아 읽었다. 아, 이런 사람이 있다니. 수지의 (이제는 지역 명물이 된) 느티나무 도서관의 박영숙 관장님 이야기다. 책으로, 도서관으로 성공을 이루었다고 절대로 쓰지 않았다. 흔한 성공담으로 읽힐까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박 관장님의 믿음, "성선설"이 대단해보인다. 네살 먹은 아이가 김치를 남겼다고 주먹을 휘두르는 "선생님"이 있는데, 누가봐도 비행을 저지르는 십대 아이들의 허전한 마음을 보듬어주려 노력하는 도서관 "아줌마"가 같은 시대의 사람이라니. 아이에게 억지로 책을 읽히려해서도 안되고, 그저 믿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세상이 너무 바쁘고 성급하고 메말라있다. 내가 놀란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을 때, 도서관 자리 내 맞은편에는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키득거리면서 "축구" 이야기를 읽는다.

 

57/400. 축구가 문제야!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올해 1월의 작가상은 뇌스틀링거에게 드립니다, 이런 분위기. 이야기마다 밀도도 상상력의 발휘 수준도 다 다르다. 능청스레 동물과 환상의 세상을 풀어놓다가, 아이들의 매일매일의 생활 속으로 쑥 들어와 친구처럼 쉬운 말로 이야기를 해준다. 역시 시리즈물인 축구, 이야기에는 큰 갈등도 없어보이고 심심하게 지나가다가 맨뒤에 빵, 하고 웃겨준다. 나이 터울이 큰 형아를 둔 막내는, 이처럼 형아가 "당하는" 이야기에 기뻐한다.  초등 2학년 프란츠가 얻어낸 건 "형의 방 자유이용권"이다. 하하하! 이렇게 막내는 동화책 속에서 현실의 꿈을 이루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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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400. 탄탄동 사거리 만복 전파사 (김려령)

만복이네 떡집, 을 당연히 떠올렸다. 김려령이라는 이름은 귀여운 표지 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전파사 만복이가 경험하는 두 가지 세계가 계산해서 짜넣은듯 너무 깔끔하게 딱 떨어진다. 책 속의 세계와 인물들에 다가서기도 전에, 아 이들은 작가가 '만들어 낸' 인물이구나, 하면서 자꾸 거리를 두게 된다. 떡집의 만복이도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지만 그 떡집의 마법에는 나도 쉽게 따라 빠졌는데...전파사 이삿날, 얼결에 따라온 어사 (....스포일러....인가..) 의 모습에서, 김려령 작가가 만복이 시리즈를 쓸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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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00. 주혜연의 해석공식 (EBS)

외국어 배우기에 빠른 길이나 쉬운 공식이 있겠냐마는, 수능 영어에는 있다고 한다. 그러니 수능 1등급 컷이 97. 학원에 가기 싫다는 예비 고3 큰아이를 어르고 얼러서 EBS 교재만이라도 공부하기로 했다. 꽤 복잡한 문장도 있고, 단순하게 암기시키는 구문도 있는데 예전 내가 고등학생 때 (성문의 시절) 배웠던 어법과는 약간 달라진 (구어체에 가까워진) 법칙이 눈에 띈다.

 

54/400. 백년식당(박찬일)

오래된 식당을 이르는 이름 '노포', 그 곳에는 공식이 있었다. 좋은 재료, 부지런한 주인, 그리고 돈에 흔들리지않는 뚝심. 요즘 골목마다 눈에 보이는 '새*을 식당' 이나 이런저런 체인점이 아니라 새벽부터 뼈가 바스러지게 일하는 주인네들의 식당. 그리고 삼십년의 근속은 훗, 하고 웃는 내공의 지배인. 그리고 바삐 바뀌는 풍경 속에 혼자서만 슬로 모션으로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식당에서 진짜배기 음식을 맛보며 쓰는 글이라 그런지 박찬일 쉐프의 글도 무뚝뚝하다.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키면서 저자의 툭툭한 글을 꼭꼭 씹어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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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400. 깡통소년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독일 작가라는 걸 생각하니 자꾸 2차대전의 비극과 연결짓게 되었다. 특히 처음부분은 기괴한 SF같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정말 착한 어린이와 어린이 다운 어린이를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는 이런저런 사전지식일랑 다 던져 버리고 그저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살림이고 뭐고, 자신을 "이쁜이"라 부르며 열심히 사는 바톨로티 아줌마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아줌마, 그 약사 아저씨 은근 괜찮아요, 차버리지 마세요~ 그리고 콘라트야, 아줌마 아저씨랑 행복해야해~~~ 사춘기가 오거들랑 슬쩍 지내버려라~

 

51/400. 겁이날 때 불러봐 뿡뿡유령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이렇게 맘에 드는 작가를 만났을 땐, 세 권쯤 내리 읽어줘야해요.암.

막내와 함께 주문을 소리내어 읽으며 신나게 읽었다. 마지막 엄마 유령을 만나는 장면에선 우아한 목소리로 성대모사도 해주었고. 은근 긴 이야기인데 (목이 살짝 아프기도 했다) 막내가 잘 집중하고 끝까지 따라왔다. 탄탄한 이야기 솜씨와 흔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어른들이 그다지 험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뿡뿡.... (아이고, 그새 주문을 까먹었...)

 

52/400. 미나와 고양이 마우츠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초등 저학년 어린이 (오빠가 9살이라고 했으니, 만나이라 해도 초등 3학년 이하일듯) 미나가 이웃에 사는 할머니와 고양이를 돌보며 생긴 이야기. 노인, 질병, 그리고 죽음까지 다루지만 담담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관찰하듯 그려낸다. 그래서 더더욱 미나의 친절한 마음이 예쁘게 보인다.

 

내일 당장 이 작가의 책을 더 찾아 읽어야겠다. 특히 미니 시리즈는 작가의 딸이 삽화를 그렸다고 한다. 이 작가를 소개해준 다락방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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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1-1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내리 세 권을 읽으셨네요! ㅎㅎ 저도 더 찾아 읽어야겠어요. 흣 :)

유부만두 2015-01-13 09:48   좋아요 0 | URL
이 작가, 제 맘에 쏙 들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