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눈알 작전‘ (최대한 눈 앞에서 알짱거리기)로 후배 여학생에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대학 3학년생, 어른의 세계와 인생을 폭넓게 경험하고 싶은 신입 여학생. 별난 주변 인물들, 개인용 3층 전차 타고 다니는 고리대금업자, 붕어 양식업자 성추행범, 치위생사 말술 언니, 밤도깨비같은 빈대, 그리고 학생 자치회장, 속옷을 일년간 갈아입지 않는 빤스대왕... 이들이 그려내는 청춘과 사랑 이야기가 어련하랴. 내용을 까먹었지만 몇 년 전에 난 분명 이걸 재밌게 읽은 느낌이 난단 말이지... 그래서 다시 읽는 실수, 애니매이션을 결재해서 시청하는 실수를 저릴러버렸다.

광고 혹은 뮤직 비디오로도 1분 이상 시청하기 힘들게 과장된 비율의 그림과 흑/적 중심 색상의 불편한 영상. 1년에 걸친 사계절 소심 연애담이 단 하룻밤에 벌어지니 내용 연결도 억지스럽고 피곤하다. 단체 마빡이 춤을 추는 사람들에 나찌와 레지스탕스의 힘겨루기로 보이는 축제 게릴라 연극, 겨울 감기는 봄밤 이후 누런 콧물이 되어 어지럽게 매달린다. 중반 이후 부터는 건너 뛰며 봐야했다.

여름밤 헌책방 축제 장면과 여학생의 그림책 찾기 여정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책이 나온다고해도 용서가 안돼. 반복되는 옷 벗기기와 성추행은 짜증이 솟고 가을 대학축제의 젊은 치기와 온갖 장난도 식상할 뿐이다. 겨울의 감기 치료사로 나선 여주인공은 ‘엄마‘ 타령을 하는 할아버지에게 가서 ‘제가 있잖아요‘라며 간호해준다. 성추행범의 빚을 술내기를 이겨서 갚아준다니, 이건 끝까지 간 일본남자들의 판타지 문학인건가. 그러니 ‘천천히 걸어‘가라고 붙잡고 있지. 그나마 다행인건 주인공 남자 선배가 ‘스토킹‘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좇아다닐 뿐이라는 것쯤. 아니 이 여학생은 왜 1년간 술마시며 늙은 남자들만 만나는지 모르겠다. 그런 게 어른의 세계가 아니야. 수업 가다 말고 왜 동네 아저씨들 (책에는 ‘나이스 미들‘이라고 써놓음)을 찾아다니니. 그치들한테 뭘 배우게? 여학생 선배는 안만나? 동급생 친구는 없어? 넌 일본의 ‘은교‘ 같아.

(사진 속 만화 부분은 ‘교토 구석구석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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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4-17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사람들이 하도 좋다고 하길래 읽으려고 했다가 1/3도 못읽고 팔아버렸었어요. ㅎㅎ

유부만두 2018-04-17 07:53   좋아요 0 | URL
제목 때문일까요? 오기로 완독 재독... 하아 ... 이건 제 잘못이군요. ㅠ ㅠ

라로 2018-04-17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책이 영화 만화로도 나오다니,,,가끔은 아니 자주 취향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4-18 09:36   좋아요 0 | URL
네. 취향에 따라 문학과 영화의 폭은 아주 아주 넓으니까요. ^^
 

단 한 편의 글을 책으로 묶어서 이 값을 받냐?! 는 논란을 서점 직원에게 들었다. '이걸 사시네요?' 네. 제가 호기심 빼면 지방 덩어리입니다.

 

카트 멘시크의 그림의 존재감이 크다. 하루키의 글에 곁들인 삽화 정도가 아니라 그림은 그림대로, 그리고 하루키의 글에 더해서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흡사 그래픽 노블을 읽는 기분. 색다른 건 글에서도 느껴진다. 양윤옥 역자의 번역인데도 예전의 '일본 냄새'가 나지 않았다. 아무리 서양 음식과 서양 음악이 나와도 일본 문장이었는데 이번 소설은 다르다. 일본 이름이 나오지 않아서 일까. 애써 일본을 지워 코스모폴리탄 소설이 되려고 했나, 하고 생각하면 그제서야 일본 하루키 느낌이 난다. 하루키가 편집했다는 2004년판 영어책의 다른 이야기들과 함께 엮었더라면 좋았겠다 생각한다.

  

큰 사건은 벌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벌어졌다. 일상과 전통은 단 한 번 깨졌고 스무 살 생일은 단 한 번이다. 그 젊은 날, 법적 성인이 되는 그 마법 같은 날의 '소녀'에 이토록 집착하는 건....늙은이 뿐. 붉은 포도주 대신 새로나온 여름 음료를 마시면서 폼을 잡아보았다. 하루키 읽는 맛의 절반이 겉멋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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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4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4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18-04-16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어떤가요? 추천하시나요?

유부만두 2018-04-16 07:50   좋아요 0 | URL
아니요.....
 

얇은 책이지만 가볍지 않다. 기간과 돈을 들여 순수하게 재미로 ‘파는‘ 장르인 스릴러에 대한 저자 이다혜 님의 내공이 빛난다. 깔끔하고 유려한 문장은 저자의 목소리로 들리는 듯하고 스릴러 소설 만큼이나 ‘끓어’ 한번에 내리 읽을 수 있다.

스릴러, 라는 장르의 정의로 시작해서 개략적인 역사와 의미있는 작품들을 따져본다. 왜 재미가 있었고 어떻게 클래식이 되었는지. 스릴러의 광활한 범위와 더불어 유행의 변이도 그려내는데 스릴러가 범죄를 다루는 만큼 작품을 탄생시킨 사회문제를 들여다 본다.

남편은 좀비와 공포물을 좋아하는데 판타지 쪽으로 치우친 편이고 나는 시리얼 킬러물과 사이코패스 물을 즐긴다. (밝고 맑은 동심의 소유자가 아닙니다) 표지의 닫힌 문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멀쩡한 사람 속에선 어떤 피칠갑한 괴물이 도끼 들고 설치는지 스릴러도 다 그려내지는 못한다. 결국 스릴러의 한계와 취미 혹은 쾌락의 의미와 책임을 피하지 말고 고민해야한다. 현실, 논픽션에 와닿는 스릴러.

저자가 강하게 추천한 몇 작품은 따로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어느 비오는 날, 문은 이중 삼중으로 잠그고 전화기는 무음으로 옆에 둔 상태로 (주머니엔 씨리얼 바) 읽어야지.


아 깜딱이야. 남편이 전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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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4-13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화가 울려서 스릴러일까요?
전화 한 사람이 남편이어서 스릴러일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4-13 23:26   좋아요 0 | URL
헉...예리한 형사님!
둘 다에요....

psyche 2018-04-16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찜. 그리고 강력하게 추천한 책 살짝 귀뜸 좀....

유부만두 2018-04-16 07:49   좋아요 0 | URL
네. 따로 톡 드릴게요.
 

마키메 마나부의 단편 '연애편지와 레몬'에 언급되는 스님이 나오는 소설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코'이다. '코'라면 고골, 허위의 상징이고 기괴한 과장과 풍자로 만난 기억이 있는데 이번 코는 소심한 자의식이고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이다.

 

 

 

코를 닮아서 스프링 롤을 만든 건 아니었다. 내가 엽기지만 그정도는 아니...

 

스님의 코 치료는 징그럽고도 우습다. 찜질에 뽑아내는 실...이라니 이건 모낭충인가, 아니면 화이트 헤드 제거하는 코팩이려나. 느긋하게 시침 떼고 펼쳐지는 묘사에 아, 이러다 스님 먼길 가시겠네, 싶었다. 우스꽝스러운 치료 과정은 사람, 특히 스님을 대하는 게 아니라 '고기', 아주 하찮은 덩어리 하나를 처리하는 모습일 뿐이다. 실은 그 덩어리가 스님의 고고한 인격에 한 줄 흠이었는데도.  치료된 모습에 경멸을 보이는 사람들의 속성은 어쩜 이리 날카로운지. 그에 휘둘려 더 괴로워하는 스님. 수양이 부족하십니다...만, 그 맘을 저도 알겠어요. 날카롭고 우스운만큼 무서운 이야기를 쓴 아쿠타가와 (문학상 이름으로 먼저 알았습니다) 류노스케, 그의 단편집을 마저 읽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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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4-10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쇼몬, 랴쇼몬, 랴쇼몬,
라쇼몬을 외우는 아침입니다. ^^

스프링 롤과 월남쌈의 제일 중요한 차이는 무엇일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4-10 08:58   좋아요 0 | URL
갸가 갸에요. ㅎㅎㅎ
 

살림은 왜이리 끝이 없고 재미도 없는지.... 재미있게 살림 하고 사업도 하는 하루미 상의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난 사람은 따로 있구나'였다. 예쁜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남편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깔끔한 집을 유지하고 방송에서 살림과 요리 일을 하는, 지금은 육십오세 현역 주부, 아니면 사업가. 그녀의 집을 살짝 구경하며 이야기를 듣는 구성의 살림 (뽐뿌는 커녕 포기를 부르는) 책.

 

그녀의 팁 중에서 '15분 집중' 법은 배울만 하다. 딱 15분만, 청소건 요리건 다른 어느 집안일이라도 집중해서 하기. 몰입하기. 책읽기라면 할 수 있는데요....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고기를 무쳤다. 이킬로. 파를 채썰었지. 한단. 책을 샀지. 부엌 창문 밖에는 어제까지 얌전하던 벚꽃들이 잔치중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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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8-04-04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언니 손 큰 거 보소. . ㅋㅋ
15분 집중이라. . . 전 사무실일만 그나마 집중 나머진. . . . ;;;;;;

유부만두 2018-04-04 21:36   좋아요 0 | URL
2킬로 갖고 뭐 그러우~ 난 보통 3-4킬로씩 재우는데. 큰애가 군대 가고나선 양이 줄었음.
15분 집중하면 은근 많은 일을 할 수 있던데... 사무실 격무에 시달리는 그대에겐 그저 15분 휴식을 짬짬이 주고 싶어.

단발머리 2018-04-0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림에 대한 책을 보고 계시니 유부만두님은
진정한 살림꾼!입니다~~
저는 고기 이키로는 안 되구요.
파썰기는 한 번 해볼려구요~~ ㅎㅎㅎ
파 사러 갑니다, 여기 파 한 단이요~~

유부만두 2018-04-04 21:3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이래서 알라딘 서재 최곱니다.
책 블로그에서 살림 이야기하면 칭찬이 쏟아지지요! ^^
파썰어서 얇게 펴서 얼리세요. 덩어리 지면 잘 안 떼어지고 ... 얼었다 녹은 파 만큼 난감한 식재료가 없어요. (.... 다 아시는 거죠?;;;)

고기 이키로는 훗, 애들 키우는 집에선 뭐....

moonnight 2018-04-04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2킬로@_@;;;; 저도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에요. 포기를 부르는^^;

유부만두 2018-04-04 21:39   좋아요 0 | URL
살림 포기를 하면 마음이 가벼워 지거등요. ㅎㅎㅎ
결혼한지 25년차가 이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