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함께 읽는 우리 사이, 알죠?!
소설 잘 안 읽는 청년, 어떤 캐릭터인지 알죠?!

그런데 캐서린, 오늘 아침 내내 뭐 했어? 『우돌포』는 좀 읽었어?"
"응, 일어나서부터 계속 읽었어. 검은 베일까지 갔단다."
"정말? 멋져! 오! 검은 베일 뒤에 뭐가 있는지 세상없어도얘기하지 않을 거야! 너무너무 알고 싶지 않아?"
"아! 그럼, 당연하지. 어떻게 돼? 아니, 말하지 마. 절대 듣지않을래. 해골이 틀림없다고 생각해. 분명 로렌티나의 해골일거야. 아이! 이 책 너무 좋아! 이 책 읽으면서 평생을 보내고싶어. 너하고 만나는 일만 아니었다면 세상을 다 준다 해도 손에서 놓지 않았을 거야, 정말이야."
"아이 참, 정말 고맙다, 얘. 그리고 『우돌포』를 끝내고 나면, 우리 『이탤리언』을 같이 읽자. 너 주려고 같은 종류의 소설 목록을 열두 개쯤 뽑아 놓았어."
"그랬어, 정말? 너무 좋아! 그게 뭔데?"
"제목을 바로 읽어 줄게. 여기 내 수첩에 목록이 있어. 『울펜바흐의 성』, 『클러몬트』, 『비밀의 경고』, 『검은 숲의 네크로맨서』, 『한밤의 종소리』, 『라인강의 고아』, 『끔찍한 미스터리』야. 이 정도면 꽤 버티겠지."
"응, 한참 버티겠는걸. 그런데 전부 다 무시무시해? 정말 무시무시한 거 맞아?" - P46

"P찰스 그랜디슨 경』이라고! 그건 놀랄 정도로 끔찍한 책이잖아, 안 그래? 내 기억으로는 앤드루스 양 같으면 첫 권도 못끝냈을 거야."
"『우돌포』하고야 전혀 다르지. 그렇지만 아주 재미있다고는 생각해."
"그게 정말이니? 놀랍다, 얘. 읽을 수 없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캐서린, 오늘 밤에 무슨 모자를 쓸 건지 정했니?
난 누가 뭐래도 너하고 똑같이 차려입기로 마음먹었어. 남자들이 그런 걸 눈치채기도 하더라."
"그렇지만 그런다고 의미가 있는 건 아니잖아." 캐서린이순진하게 말했다.
"의미라고! 오, 세상에! 난 남자들이 하는 소리는 신경 안쓰기로 했어. 당차게 상대해서 거리를 두게 만들지 않으면 남자들이란 넘보면서 기어오르려고 하거든."
(…) "그야! 남자들의 태도가 워낙 그래, 남자들이란 세상에서제일 자만심이 큰 종족이야. 자기들을 대단히 중요한 존재로여기지." - P49

. "『우돌포』를 읽어 보셨어요, 소프 씨?"
"『우돌포』라고요? 원, 세상에! 난 안 읽었어요. 소설은 전혀읽지 않습니다. 다른 할 일이 많거든요."
(…)
" 『우돌포』를 한번 읽어 보시면 마음에 드실 거예요. 아주 재미있거든요."
"맹세코 전 아닙니다. 아니, 뭔가를 읽는다면 그건 래드클리프 부인의 작품일 거예요. 부인의 소설은 정말 재미있어요. 읽을 만한 가치가 있지요. 재미도 있고 박진감도 있고."
" 『우돌포』는 래드클리프 부인이 썼어요." 캐서린이 망신스러워하면 어쩌나 좀 주저하면서 말했다.
"아니, 그럴 리가 그랬던가요? 아, 예, 기억나네요. 그렇군요. 사람들이 좋다고 난리를 치는 그 여자가 쓴 엉터리 책으로 착각했습니다. 프랑스 이민자하고 결혼한 여자 말입니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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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이 10대에 쓴 습작. 평범한 제목이지만 내용은 괴랄하다.
친구 딸에게 쓰는 편지에 ‘니 엄마가 나보다 백배 못함’ 이라거나 급만남으로 급결혼한 남편이 친구를 만나 얼싸안는 장면은 BL 만화 같고, 갑자기 만난 할아버지는 새로 생긴 손주들에게 돈 나눠주고 퇴장, 15살 여자 부추겨 가출을 시키고, 헤어진 남편은 만나자마자 죽고, 친구도 죽고, 그 사이사이 기절하고, 근데 정신착란보다 기절이 건강에 나쁘고, 얼결에 유산을 받고, 코고는 사람 나쁜 사람, 베르테르의 슬픔 안 읽으면 교양 없는 사람, 여행이 성격과 교양 함양에 좋고, 다시 만난 사기꾼들은 또 파란만장 이야기꾼이라 응 인정, 등등

18-19세기에 유행한 로맨스 소설의 패러디나 비판으로 평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참고 읽자니 수준이 참 … 오스틴도 우리가 이걸 읽는 줄 알면 무덤에서 뛰쳐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조용히 몰래 읽고 잊기로 한다.

검색하다보면 ‘레이디 수전’의 원작이라는 설명도 있던데, 영화만 먼저 본 소감으론 아닌데요?! 레이디 수전이야말로 다크 코메디, 패러디의 장르라 그건 그 나름으로 즐길만했다. 그런데 추천은 …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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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글을 쓰지 않으니 몇줄 감상을 남기기도 어색하다. 하지만 쓰지 않으면 머리와 마음에서도 곧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기분에 짧게 쓴다. 


'맨스필드 파크'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읽으면서 제인 오스틴의 주제, 결혼과 재산에 몇번이나 팩폭을 당했는지 모른다. 이백 년 전에도 이랬는데 난 뭔 배짱으로 21세기를 낭만주의자로 살고 있었는지. 남는건 쌓인 책과 블로그 뱃지 뿐. 흑. 이 소설, 19세기 초 속세의 가장 중심에 있는 노리스 부인 만큼 찰지고 꾸밈 없이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이 없다. 바로 이 인물에 집중하며 줄거리를, 그러니까 이십대 초반의 애송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읽어갔다. 애들이 몸은 냅두고 말로만 사랑을 합디다.


나보코프의 해석과는 달리 (이래서 비평서만 믿지 말고 원전을 만나야) 크로포드 남매는 완전 악의 화신은 아니다. 적어도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엘렌과 아나톨 쿠라긴 남매와는 매우 다른 남매다. 그들은 좀더 빠른 현실 감각과 제대로 인생을 즐길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 소설에서 구미호처럼 마지막 마무리를 못해 흐트러지고말지만. 그저 헨리 크로포트에게 쓸쓸한 마음이 들....지만 결혼 3년 후를 상상하면 미리 쪽박을 깬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챕터들에서 후루루 주인공 패니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하는 저자의 쨍한 목소리가 많이 어색했고 (차라리 우리의 노리스 이모를 불러오지 그랬어요) 좋게 좋게 주인공 중심으로 이야기를 급하게 마무리 하는 통에 열심히 소설을 따라가는 유부만두는 맘이 조금 식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소설은 매우 재미있고요, 결혼과 돈 타령에 아침드라마 같고 지겨운 인상을 줄 지언정, 그 사이사이 묘사나 인물들 사이의 갈등, 그 텐션, 그 안 보는 척, 배려하는 척, 모르는 척, 하는 온갖 척들을 읽으면서 '아, 나는 독자라서 다행이야' 라는 느낌이 들다가 ... 아 그래, 이백 년 전에도 중요했던 돈과 지위를 나는 왜 아즉도 모르고 이리 허덕대며 살고 있을까, 라는 냉혹한 깨달음을 만나게 됩.... 하지만 이 씁쓸한게 또 좋...다?? 


쨋든, 재밌어요. 노리스 이모가 너무 낯익어서 징그럽게 좋았고, 크로포드 남매는 이라이자 니일 남매와 달리 친해지면 재밌을 사람들이더라고요. 반면 에드워드는 판에 박힌 공무원 스타일이라 (이 시대의 교구 목사는 어쩌면 7급 공무원쯤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끝에 가서야 여자의 성품이나 마음을 알아보는, 그러면서 이야기 듣는 주인공 패니 생각은 전혀 안해주는 (이눔아, 패니의 기분을 읽었어야지) 무덤덤 사나이 입니다.  


짧게 남긴 이야기, 맨체스터 ... 아니 맨스필드 파크 재미있습니다. (설득은 그에 비해 노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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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5-18 10: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설득 읽고나서 오만과 편견하고 너무 비슷한 패턴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나저나 맨스필드 파크 저 사놨는데 곧 읽어야겠네요. 사실 저는 제인 오스틴을 그동안 재미있게 읽진 않았지만.. 아무튼 맨스필드 파크는 재미있다 하시니 곧 만나야겠어요.

유부만두 2022-05-18 11:24   좋아요 2 | URL
이것도 결국 비슷한 얘기에요. 집안, 돈, 결혼 이야기. 10살 꼬마가 부자 이모네 가서 성장하면서 겪는 이야기라 제인 에어 생각도 나고요, 하지만 뭣보다 장면 장면에서 인물들 속내 계산을 보여주는 게 흥미로워요. 특히 노리스 이모!

하지만 시대가 시대인지라 이모부네 재산이 어디서 어떻게 생기고 불어났나 생각하면 …. 욕이 나옵니다.

레삭매냐 2022-05-18 1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설득>을 드라마로 보고 나서 읽어서 그런지 재밌게 읽었던 기억입니다. <맨스필드>도 읽어 보고 싶네요.

유부만두 2022-05-23 11:53   좋아요 0 | URL
오스틴 소설은 거의 드라마나 영화로 나와있더라고요. 맨스필드 파크도 영화가 있어서 찾아봤는데 앞부분부터 주인공 성격이 완전히 다르게 설정되어서 5분을 채 못 견디고 포기했어요. ^^
설득 드라마는 어떤지 찾아보고 싶네요.

Persona 2022-05-18 1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노리스 부인 하면 해리포터가 생각나는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ㅋㅋㅋ

유부만두 2022-05-23 11:55   좋아요 1 | URL
아!!! 노리스 이모 이름이 어쩌면 오스틴의 소설에서 힌트를 얻었을 수도 있겠네요. 남 참견 잘하고 동생(들)에게 시기를 하는 캐릭터거든요. 완전 똑 같진 않지만요. 흥미로운 점 말씀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

psyche 2022-05-28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문장이 바로 내 맘이네 ㅎㅎ 유부만두 말대로 나는 안 썼더니 머리랑 마음에서 사라졌어. ㅜㅜ
 

예전에 라코쿠 (일인극+만담가) 40살 유부남 예인이 20살 여대생과 소소한 생활 미스테리를 해결하는 연작소설의 1권을 읽고 흉을 봤는데 어쩐지 다시 읽고 싶드라고요? 


그래서 다시 읽었는데, 역시 이 아저씨 너무 싫고, 화자가 20살 여대생인데 이건 그냥 50대 아저씨 작가의 환타지 캐릭터라서 '여자인 나는 귀엽지롱' 이러고 있다. 스무살 어린 여대생이 툭하면 아저씨에게 기대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라며 치즈 케익이랑 홍차를 먹는다. 마흔살 어린 애제자를 아끼는 인물에 대한 고사는 절절하고. 여대생이 책이나 취미는 완전 아저씨라 (그런데 난 그 부분에서 공감하고 있더라고?) 시리즈 3권을 만화책 보듯 후루룩 읽은 느낌이 든다. 왜 이 기타무라 가오루 책을 찾아읽었는가. 그건 요네자와 호노부의 '빙과' 만화를 죽 챙겨봤기때문에 작가가 '존경'한다는 기타무라 가오루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읽으면 실망하지만 또 불량식품 (아이스케키나 설탕물 잔뜩 바른 도넛 같은) 일본 라이트 노벨을 종종 손에 들게 된다. 문장이나 플롯은 너무 단순해서 책장은 빨리 넘어가는데 인물들이 책벌레라 인용되는 책, 서점, 도서관 배경이 정겹고 좋드라.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다 읽었다. 만화도 영화도 드라마도 다 챙겨 봤....) 


"가을에는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면 정말 멋있겠어요."

나는 미야모토 테루의 <금수>를 떠올리며 자오의 가을을 상상했다. 금수라는 글자는 비단으로 수놓인 가을로 바뀌어 상상의 산들을, 공기를, 세계 그 자체를 장식했다. (1권 하늘을 나는 말, 191)


도서관 신세도 자주 진다.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 도서관에서 흰개미가 집을 갉아먹듯이 한 권 두 권 빌려와 읽고 반납하고, 읽고 반납하고 했다. (2권 밤의 매미, 50)


'하지만 모든 소설이 대의만을 이야기할 때 소설은 이미 죽은 것'이라는 낯간지러운 말도 했다. (2권 밤의 매미, 59)


나는 평정심을 잃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수치스러움의 연속이다. (2권 밤의 매미, 66) -> 다자이 오사무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여대생 화자는 졸업 논문 주제로 아쿠타가와를 꼽는다. 플로베르 보다는 아쿠타가와라며. 


찻잎을 좀 많이 넣어서 차가 진해졌다. 더운 날 뜨거운 차를 마시는 걸 나는 좋아한다. (2권 밤의 매미, 224)



그리하여, 기타무라 가오루의 '엔시 시리즈' (엔시가 라코쿠 예인 40살 유부남)를 다 읽었는데, 뭐 그냥 그랬다는 결론. 그나마 1권이 제일 낫고 2권은 사건 전개 해결이 심한 어거지였다. 3권은 의외로 엔시 아저씨가 안나와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마지막에 다 휘젓고 다녀버려서 정을 완전히 뗄 수 있었다. 3권은 생활의 소소한 미스테리가 아니라 살인 사건이 벌어져서 앞의 두 권보다 무거운 분위기이다. 그래도 고등학생들 이야기라 더 빙과 시리즈가 생각났다. 한 목숨이 사라졌는데 '속죄'가 가능할까. 이해와 용서가 이렇게 금방 올 수 있을까.  


시시하다고 투덜대놓곤 호노부 책 검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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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 2022-04-17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시하다고 투덜대놓곤…. ㅋㅋ 저두요, 넘 대중적이구만 이러고…… 다른 책 뭐 있나 찾아봤습니다

유부만두 2022-04-18 11: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비타님도 그러시군요.

힘들어서 그런가, 지친 몸엔 그냥 쉬고 싶은 요즘이에요. 그래서 쉬운 책만 들추고 있어요.

기억의집 2022-04-17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십대와 이십대… 완전 혐오 커플입니다. 윽!!!! 갑자기 드라마 나의 아저씨 생각나네요. 깨끗하고 깔끔하게 끝나서 좋았어요. 러브 라인 들어갔으면 끝까지 안 볼 드라마였는데!!! 이 작가의 리셋은 읽었는데 나이 드니 이런 해괴망측한 커플을 내놓네요…

유부만두 2022-04-18 11:20   좋아요 1 | URL
혐오죠. 읽을수록 아저씨 작가의 판타지가 노골적이라 ..
이 시리즈는 1권만 괜찮았어요. 나머진 그닥
 

정석적인 일본 스릴러 소설이다. 잔인한 장면 보다는 특정한 캐릭터 설정에 공을 들였다. 자존감 혹은 자만심이 큰 사람은 그런 사람이니까 이러 저러한 행동을 할 법하다, 라고 공식을 반복하고 아주 사소한 하나의 실수로, 너무 이른 안심으로 무너지는 범죄 설계를 강조하고 있다.  반전이라고 할 만 한 변화가 두어 번 나오는데 예측 못할 정도는 아니다. 


남편의 외도를 알리는 내연녀의 전화로 흔들리는 37살 쿄코의 생활. 부유한 그녀의 완벽한 생활은 어쩌면 속으로 이미 망가져 가고 있었는지 모른다. 과연 그 내연녀는 누구인가. 남편의 진심은 무엇인가, 쿄코는 누구를 사랑하는가. 그런데 소설 맨 앞에 나오는 소박한 할아버지는 ....  


인물들 하나 하나 다 비호감이지만 대립각을 세우는 형사 토다와 쿄코 중 쿄코를 그나마 응원하게 된다. 읽는 재미가 대단하다. 낡은 플롯의 소설이지만 일요일을 홀랑 잡아먹었음. 


(왜 앞표지 대신 뒷표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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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4-17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혹해서 검색해보니 품절이네요!!!

유부만두 2022-04-18 11:22   좋아요 1 | URL
저도 알라딘 서재에서 추천글을 통해서 알게 된 책이고요,
도서관에서 찾아 읽었어요. 정석적인데도 아주 재밌더라고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