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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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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안소영씨가 스물한 살 난 이덕무라는 선비의 자서전 <간서치전 (看書痴傳)>을 중심으로 그와 책 사랑을 나누고, 서자라는 신분의 제약과 좁은 양반 사회의 편견 속의 답답함을 나누었던 그의 벗들에 대해 적은 책이다. 

 초반부 그의 책 사랑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었지만 뒷부분으로 갈 수록 늘어진다. 이 책이 청소년 독자를 겨냥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책의 구성이나 내용을 이해하기 쉽다. 지금, 그들의 갑갑함, 그들의 울분을 책으로 글로 참고 풀어낸 옛사람들을 기억하자는 뜻일게다. 특히 우리 땅을 사랑했던 선비들 아니었나. 하지만 얼마전 읽은 <만들어진 조선의 영웅들>이 꼬집었듯, 18세기 중반의 선비들이 바라던 문명과 변화는 서자들을 용인하고 기회를 주는 정도였다. 북학파 선비들의 한계를 그저 책사랑과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포장하는 듯해서 갑갑하다. 

 독한 책 사랑을 보이는 선비들을 보고나니, 나는 바보 축에도 못 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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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 - 천 년의 믿음, 그림으로 태어나다 키워드 한국문화 1
박철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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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 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실려 있던 그림, 세한도.
어설퍼 보이는 붓질과 구도가 맞지 않는 집 그림은 "문인화"의 정형으로 꼭 시험 문제에 나왔다. 색채와 유려한 구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을 보아야 한다던 선생님의 말씀은 이 그림을 남긴 추사 김정희 선생을 다른 그림들 (특히 풍속화)을 낮추어 깔보는 양반의 대명사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애석하게도.

 다시 만난 세한도는 나의 단순한 이분법이 얼마나 성급했나를 차근차근 깨닫게 해 주었다. 세한도의 어설퍼 보이는 구도의 집과 그 주위를 감싸는 네 그루의 나무들을 붓을 놀려 그리고 정성껏 글을 짓는 추사의 상황과 마음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먼저, 추사는 누구였을까. 왕족의 일원이었으나 누명을 쓰고 귀양살이를 했던 인물. 과거 시험 공부보다는 노자를 읽고 실학 사상에 관심을 두었으며, 단 한번의 연경여행으로도 청나라 학자들 사이에서 이미 열린 차세대 조선 선비로 이름을 알린 사람. 역관 이상적과의 우정을 통해, 어려운 처지의 자신을 위해 책을 구해주는 그에게 세한도를 남긴 사람. 책을 좋아하고 글을 사랑하고, 학문을 통해 맺어진 친교는 국경과 거리를 불문하고 중요하게 여겼던 사람. 

 추사는 머나먼 제주에서 귀양살이를 하면서 벗 김유근과 부인의 부고를 듣는다. 게다가 서울에서 평안할 적엔 찾아들던 그 많은 문인들이 멀어지는 '세상의 이치'도 몸소 겪는 중이었다. 이렇게 황량하고 추운 시절, 그에게 변치않는 우정으로 책과 소식을 전해주는 이상적이야말로 매일 매일 살아가는 이유였을 게다. 

 친절하고 꼼꼼한 문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저자 박철상 선생의 연구와 노고를 발판으로 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림의 종이질과 화법 (서양 유화에만 겹쳐그리기가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그리고 인장에 대한 해설은 세한도를 그저 의미만 따지는 '문인화'가 아니라 그 너머를 찾아보게 만든다. 또한, 세한도에 곁들인 추사의 글, 청나라 문인들의 제영 (그림에 덧붙인 지인들의 감상문), 더해서 일본에 건너 다녀온 세한도를 다시 만난 오세창, 정인보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감동은 더해만간다. 이들의 세상사를 초월한 글 사랑, 학문 사랑, 우정에 나도 묻어만 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그렇다면 이 힘든 세상, 나도 힘이 솟을 것만 같다. 비록 내가 창문 하나만 달린 쓰러져 가는 오두막에 있더라도 말이다. 창 밖의 소나무와 잣나무가 흰 눈위에 청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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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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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숨에 읽기 어려웠는데, 그래서 놓아 두었는데, 이번엔 이틀 동안 다 읽어 내렸다. 

메마른, 그리고 절대적으로 까지 보이는 3인칭 서술에 감동했는데, 등장인물 개인사를 들춰내면서 감정이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장철수라는 인물이 해망으로 간 시간이 과거인 줄 알았는데, 그 시점이 문정수의 해망 출장과 겹치는 것이 조금 이상했다. 노목희의 우아한, 그리고 너무나 쿨한, ...뭣보다 빛나는 머리카락은 작가의 로망이 아닐까 싶었는데, 그런 노목희를 '잘가'라고, 붙잡지 않은 문정수도 그 못지 않게 멋졌다. 

결국, 무엇이 남았을까. 개발될 곳은 생태계의 생명들과 상관없이 개발될 것이고, 그곳 주민들은 보상비를 받아 고향을 뜨면 그 뿐이라는 것? 간결하게, 그리고 감정을 벗어나서, 아무 편에도 서지 않는 절대적 3인칭 시점의 글쓰기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가장 고결하다는 것?

이 글의 백수광부는 누구였을까? 이 노래를 부르는 여옥은 누구일까? 덤덤한듯 슬픈 이야기를 덮고 나니, 더 어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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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교사
재니스 Y. K. 리 지음, 김안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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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과 표지 그림, 그리고 홍콩을 배경으로한 사랑이야기라는 책 소개 문구는 영낙없는 로맨스 소설의 포장이다. 하지만, 작가의 글쓰기 내공이 (이 책이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착실한 공부와 사전 준비작업을 걸쳤고, 오 년이라는 집필기간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 물론 그 사이 자녀를 넷이나 두셨다는) 마음이 끌리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열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이런 저런 나의 견제랄까, 깔보는 (그것 있지 않은가, 한인 2세 작가라는 포장 속에 의례 들어 있던 정체 불명의 한국인 정신 운운....그리고 내 동포랍네 끌어안아 주던 ... 좀 어색한 뜻뜻함) 눈길 속에서 이야기는 착착 시작되고, 중반부에는 나도 조마조마 허겁지겁 이야기를 쫓아 가다가, 엄마나 하는 진실도 밝혀지고, 책은 강한 여운을 남긴채 끝났다.

밤 깊은 시간이 아니었다면, 이 책을 저자의 사인과 함께 내게 선물해 준 친구에게 전화라고 걸었으련만! 그것이 못내 아쉬웠다.

*** 

시대는 일본이 홍콩을 침공하는 1941년과 전시, 그리고 10년후에 나누어서 벌어진다. 홍콩이라는 곳의 특성상, 그곳의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여러 인간들, 또 그보다 더 다양한 가식들 속에서 한 남자 윌과 매력덩어리 이자 독특한 이력의 트루디가 만나서 사랑을 한다. 그리고 잔혹한 전쟁이 시작되고, 전쟁 통에 사람들의 진실들이 하나, 둘 드러난다. ... 10년 후, 전쟁 중의 비리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새로운 여인 클레어와 윌이 만나 전쟁 속에 사라진 트루디의 진실을 알게 된다. 

생각보다 길게, 세세하게, 또 긴박하게 펼쳐지는 전쟁신 덕에, 이 소설이 여느 사랑 이야기로 분류 되지 않는다. 작가는 어린 시절, 그리고 지금 홍콩에 거주하면서 홍콩의 화려함, 다양함, 그리고 그 속에 가려진 가식과 어려운 얼굴들 (그리고 물론, 역사)을 썼다. 크라운 컬렉션 (물론, 이런 이야기는 분분하지만 책 중의 이 부분은 작가의 창작물이란다) 을 둘러싼 영국과 중국의 보물 분쟁, 애국심 논쟁은 우리 나라의 경우를 떠올리게도 했는데, 과연 빅터가 작가의 문장 속에 묘사된 그대로, 그토록 악인이었나는, 확신할 수가 없다.  

뭔 독후감이 이리 길어질까나....어쨌거나, 나는 전혀 있을것 같지 않은, 그리고 너무나 상투적인 매력녀 트루디가, 이야기 속에서 점점 살아 움직이는 것을 느꼈고, 그에 비해 철저한 촌녀인 클레어 역시 차차 성숙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야기 속에서 성장하는 인물들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느꼈다. 

많은 나라에서 번역되었다는데, 역시나 일본군의 만행이 적잖이 묘사되는 내용 탓에 일본에서는 번역되지 않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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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촌 공생원 마나님의 280일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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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아이, 결혼 스무해가 넘도록 애가타던 아이가, 그럭저럭 정 붙이려고 노력하던 덩치 좋고 뚝심 좋은 마나님의 뱃속의 생명이, 자기 씨가 아니라면!!! 이책이 극소심 생원 나으리의 탐정 수사록....이라면 조금 과장이겠고, 뒷 표지의 당찬 발언 "당신 자식이 아닙니다" 가 이 책의 중심 내용이라면, 것도 조금 설명이 더 필요하겠다.  

모르는 말, 낯선 단어들이 있다고 해도 책장 넘기는 속도는 늦춰지지 않는다. 불륜을 깔고 시작하는 소설인데도, 우리의 꽁생원은 꽁한 심사로 "끄응"하는 소리만 낼 뿐 뭐라 댓거리도 못하고, 다른 인물들도 그리 불량스럽지 않다. 공생원에 비해 품도 크고 친구도 많고 두루두루 사람들을 챙기는 우리의 마나님은, 이 책의 전체를 아우르니 이 책은 마나님 넷트워크 위에 짜여진 그 시대의 여러 삶이다. 280일 (임신기간이렸다?) 동안 타는 속으로 버텼을 마나님을 대신해서 그 놈의 꽁생원을 꼬집어 주고는 싶지만, 워낙 콤플렉스가 많은 인간이라 용서하기로 했다. 

위화의 허삼관도 생각나고, 익숙한 전래동화 (특히 박씨부인) 도 떠오르는데, 그리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는 결말도 작가의 입심 덕에 "재미지게" 읽을 수 있다. 작가의 말 마따나, 나도 "노는 마음으로" 끝 장까지 따라갔다. 꽁생원에겐 안 된 마음이지만, 그의 노심초사야 내 상관할 바가 아니고 책장을 넘기면서 "허 허" 하면서 나도 모르게 옛스런 웃음소리로 박자도 맞췄다. 첫 번은 노랫자락 처럼 읽어 냈으니, 두 번 째는 그 맛난 말들을 찾아 가며 읽어야겠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이런 저런 조선시대 모습들을....어디까지 역사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조금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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