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범 제프리 다머의 기사를 찾아 읽었다면 저자 오츠가 단순히 하드 고어 소설을 쓴 게 아니라 새로운 인물을 창조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나 하나, 주인공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서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아 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범죄의 묘사는 끔찍하지만, 더 무서운 건 그 준비과정이다. 좀비라니. 살아있는 사람을 좀비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 그런데 실제 전두엽을 절제하는 비인간적 수술요법이 존재했다는 게 놀랍다. 갑작스레 등장하는 병아리들과 새로 구입한 자동차, 그리고 아버지의 옛은사의 과거사 등이 촘촘하게 짜여진 그물같이 펼쳐져 있다.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불쾌하고 무섭다. 하지만 넘쳐나는 흉악범죄에서 이런 문학이 나올 수 있는 것도 경이롭다.

 

 

 

조선의 요리에 대한 알차고 재미있는 기록들이 저자 이한의 글솜씨로 더더욱 맛있게 엮여나온 책이다. 하지만 제목과는 다르게 실제 요리를 한 조선 남자는 두 어 명에 불과하고 대개는 음식블로거 (저자의 표현), 황ㄱㅇ 씨 같다.

 

표지도 예뻐서 사진 자료가 풍부할까, 싶었는데 그림은 같은 것을 반복해서 쓰고 있으며 (각 챕터 마다 같은 그림 3번 반복, 법칙인가요?) 카툰류 그림도 과하게 쓰였다. 정작 궁금했던 요리 재현은 사진인지 그림인지 흐릿하게 실려서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저자 이한은 빼어난 글솜씨와 알찬 내용에 비해서 계속 이렇게 빈약하고 싼티나는 편집을 만나는 듯하니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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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을러서 여행 계획도 없이 어정쩡하게 연휴를 맞았다. 하루키의 신간은 제목에 나온 라오스 뿐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을 방문하고 (최신작이라 했지만 1990년대 말부터 띄엄 띄엄) 쓴 기행문이다. 설렁설렁 다니며 쓴 혼잣말도 푸념도 섞인 글은 예전에 (사반세기!) 살았던 곳을 다시 방문하며 만나는 특별한 감정도 담고 있다. 향주머니와 함께 곱게 의식의 서랍에 넣어두었던 기억을 다시 펴본다....고 했다. 이번 기행문은 다른 장소, 다른 시간을 다녀보는 이중의 여행 경험이다.

 

간간이 나오는 중국인, 한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하루키의 인상은 곱지 않아서 아, 이 아저씨가 우리나라에서 그리 돈을 벌고 팬을 확보했으면서 한 번 방문 하지 않았었지,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책 말미에는 일본 구마모토 탄광의 세계문화유산 선정 이야기도 실렸다. 하루키는 시대를 무시하고, 혹은 초월하고 쓴 글이랄까, 아니면 역사를 '아, 너무 복잡하고 슬프고 힘들군요, 맥주나 한 잔' 하는 심경으로 쓰는 걸까. 영 불편한 마음이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하루키 상은 그리스나 이태리, 미국에나 갔으면 좋겠다. 그가 일본 현지에서 쓴 글에는 일본의 역사가, 맥주나 재즈 음악 말고, 강하게 풍겨서 거북해져 버렸다. 하루키를 쿨하게 읽을 수 있었던 건, 그가 까칠한 개인주의 작가 였기 때문이다. 그가 국적을 드러내고 일본인임을 풍기면 (아, 아, 나도 한일 축구전에 흥분하는 아재들이 싫었다고요) 나도 슬슬 방어 가드를 올리게 되고 만다. 하루키도 썼던데, 고추냉이 없는 초밥집처럼 하켄크로이츠 없는 나치스 독일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이런 표현을 쓴 것 역시 그의 역사관인가. 어쨌거나 나에게 하루키는 국적과 역사가 없는 좀 덜 생긴 아재 작가인 게 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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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혹은 방종한 표지에
(마시면서 싸는 이 꼬마는 뉘집 애냐;;;)
의외로 근엄한 도입부
의외로 심각해서

독서대에 올려놓고
맨정신으로 참하게 읽어가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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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6-05-0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술 관련 책을 하나 보고 싶은데, 그 아마존 선정 책을 생각 중이었어요. 이름이 기억 안 나네요 ㅎㅎ 이 책도 괜찮아 보이네요 :-)

유부만두 2016-05-03 08:23   좋아요 0 | URL
좀 딱딱한 책이네요. 설렁설렁 읽으려 했는데 좀 혼나는? 기분이에요. ^^

2016-05-04 0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16-05-30 23:33   좋아요 0 | URL
글쎄요. 술. 은 그저 미끼였는지, 각 잡고, 세계사. 하고 덤비는 책이라 조금 겁이 납니다. ^^
 

의외로 두껍고
의외로 가벼운데

의외로 재미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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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책은 위험하다. 아직도 내 책장이 엉성하고, 내가 몰랐던 책들이 이렇게나 많고, 내가 지금 해야할 일은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가는 거라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책읽기가 얼마나 개인적인 즐거움인지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오롯이 내것인 즐거움, 책읽기에 좋은 날은 바로 오늘.

 

그래서 내가 찜한 책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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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4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16-04-25 06:53   좋아요 0 | URL
저도 읽으려 찜했어요. ^^

psyche 2016-04-26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중에 사놓고 안읽은 책 세권, 나머지는 처음보는 책인데 또 끌리네 어쩌지? 책 읽지는 않으면서 리스트만 쭉 길어지고 있으니

유부만두 2016-04-26 07:31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 증세는 익숙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