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제르미날'과 '나나'를 읽고 이제야 그 등장인물의 부모 세대의 이야기인 '목로주점'을 읽었다. 강렬한 막장 세탁장 장면으로 시작해서 처참하기 그지 없는 지경으로 몰린 등장인물의 죽음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이 통속적인 소설은 서사와 등장인물, 그리고 예리한 관찰과 문장, 그리고 커다란 울림을 모두 다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고전 목록에 올라있겠지. 제르미날에서 등장한 탄광촌 기계는 이 소설에서 증류주 만드는 기계와 나사를 만드는 기계의 괴물 같은 덩치와 소음으로 등장한다. 기계에 밀리고, 돈에 밀리고, 술에 밀리는 사람들. 재개발 되는 도시 파리의 모습과 알콜 중독과 빚으로 파산에 이르는 사람들, 여덟 살 짜리 꼬마 아이가 당하는 아동학대 까지 너무 생생하게 그려내는데 그 어조가 매우 차갑고 냉소적이라 섬찟하다. 작가의 필력에 압도되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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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책을 벌써 몇 권이나 '사서' 읽고 있는지.... 하지만 나에겐 가르침과 자극이 필요해서 읽고 보고 있다. 아, 하지만 다시 깨닫는 건, 깨끗하게 정리된 방/집에 사는 사람들은 타고난다는 사실.

 

여기 실린 많은 일반인들은 '청소 하기를 즐기고', '정리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들이다. 심지어 한 사람은 정기적으로 친구의 방을 청소, 정리 해주었는데 늘 깨끗한 자신의 방과는 달리 친구의 방 청소는 전,후의 차이가 커서 보람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아....

 

일본인의 정서인지, 몇 년 전 유행했던 '청소하면 복이 와요' 류의 공감대가 이 책에도 있다. '비우면 좋아져요' '버리면 행복해져요' 같이 비우고 단순해 지는 삶에는 어떤 보상이, 정신 세계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아마 나도 그 정신 세계, 기운을 받으려고 '정리' 와 '미니멀리즘' 관련 책을 자꾸 사서 읽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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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6-04-07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책부터 좀 치워야....ㅜ.ㅜ

유부만두 2016-04-09 21:08   좋아요 0 | URL
하아.... 그렇죠. 전 그래서 요즘 읽은 책들은 중고서점에 팔기도 하는데, 신간도 많이 사서...책이 줄지 않아요. ㅜ ㅜ
 

노작가 설터의 '인본주의'라는 '광고'를 믿지 말았어야 했다. 태평양전쟁 중 긴급한 상황의 배 위에서 시작한 청년 필립 보먼의 인생은 그를 아껴주었던 이모의 장례식장을 나서는 산책길에서 연인과의 대화까지 이어진다. '그'라고 지칭하지만 주인공 필립의 '1인칭 주인공 시점' 소설이다. 작년에 읽은 <스토너>가 생각났는데, 곧 머릴 흔들었다. 어딜 감히.

 

청년기부터 중년기까지, 이제 무릎 아래 빈약한 다리를 연인 앞에 보이길 꺼려지는 나이까지 이어지는 팔자 좋은 한 남자 이야기다. 한 문장에 인생의 큰 사건이 하나씩, 사망과 이별이 툭툭 실릴만큼 시크한 소설이지만 계속 이어지는 여인과의 만남과 밀월에는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데 설레지는 않는다는 게 함정)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면 집안 배경과 결혼 이력, 그리고 재산 정도가 두세줄 이력서 처럼 따라온다. 대화는 짧고 (역시) 툭툭 끊어져서 인물들 사이의 교감은 없다. 역시 시크함. 이런게 노작가 설터의 인생 회고 방식이려나. 60, 70, 80년대의 뉴욕의 (소위) 지성인 혹은 출판인들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기대했는데, 멍한 표정의 표지 여인 만큼이나 답이 없는 소설이다. 중반부 부터는 돌림노래 가사를 읽는 기분이었다. 그런데도 끝까지 읽었으니 할 말 없다. 그저, 인생무상? 눈을 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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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6-01-2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바마 대통령이 읽는다고 한 소설이 이것이던가요????

유부만두 2016-01-27 18:29   좋아요 0 | URL
글쎄요. 몰랐어요. 전 광고 문구랑 별점만 보고 샀던 책인데 완전 속은 기분이에요. ㅠ ㅠ. 100자평 다시 보니 성의없는 별다섯이 많네요...
 
거짓말하는 어른 - 김지은 평론집
김지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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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렇게 좋은 동화책이 많은데' 라는 책머리말은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다. 저자 김지은 선생님은 여러 좋은 동화책을, 어른들이 지어낸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거짓말 이야기'를 주제별로 묶어서 소개, 그리고 분석해주셨다. 여느 문학평론집과는 다르게 동화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른과 어린이를 오가며 따뜻하고 엉뚱하게, 하지만 올곶게 이어졌다. 읽는 내내 바쁘게 책 제목과 동화 작가 이름을 따로 적어 놓았다. (이 좋은 책에 왜 동화책 목록이 없는겁니까!!!) 어린이들이 좋아라하는 책들, 서점마다 비닐로 싸놓은 "~되는 법" 류의 책 말고도 이 책에는 이곳, 학원 말고 '다른 곳'의 '숨은' 이야기들이 반짝반짝 눈부시다. 소개된 50여권의 동화책 중 내가 읽은 건 고작 다섯 권쯤. 큰 아이를 키울 때와 이리 달라진 동화판이 반갑고 또 고마울 따름이다. 동화 작가가 쓰는 이야기는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독자를 너무 아래로 만만하게 보아서도, 계도의 대상으로 다루어서도 안된다. 그 위험하고 섬세한 작업의 의미를 김지은 선생님의 이 책은 밝혀주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는 아이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린이가 억지로 부모의 짐을 지거나 어른의 옷을 입지 않토록, 어린이가 씩씩하게 자라나도록 우리, 어른들이 보살펴주고 사랑해주어야한다. 동화는 그러니까 어린 시절의 나, 지금의 아이들, 그리고 미래까지 아우르는 '거짓말로 된 사랑'인지도 모른다. 다시 어린이로 돌아가 동화책을 읽고 싶어졌다.

 

이 책 진짜 좋아요! 머리글부터 좋아서, 끝까지 다 좋아요! 선생님들, 초딩 부모님들 강추!

동화 평론집인데 다 읽고나면 울컥, 하면서 동화책 찾는 동심이 흘러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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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에 짜~한 서민 교수의 책을 이제야 읽었다. 처음 부분에는 기생충 나쁘지 않아요, 오래된 생명체에요, 라면서 긴장을 풀게 했지만 이어지는 디스토마 부분 부터는 내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돌이켜보면서 온갖 재앙 시나리오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북으로 읽었는데, 사진은 너무 작게 들어가거나 그림표의 글씨는 흐려서 보기 불편했다) 작가의 뛰어난 글솜씨 덕에 어렵고 복잡한 기생충 열전을 쉽게 읽어내려갔고, 이런 저런 우스개 소리 속에서도 중심은 "인간사랑"이라고 계속 생각했다. 그나저나 내가 좋아하는 소간, 간장게장,,,,,,,은 당분간 먹기 힘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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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6-01-19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간장 게장을 포기해야 한다고요? 서민 교수님도 간장 게장 좋아하실 분위기였는데...

유부만두 2016-01-19 07:55   좋아요 0 | URL
아예 포기는 아니고요. 15일 이상 숙성시키거나 하루쯤 냉동하는 방법도 있대요.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읽고나서 당분간은 못먹을듯해요... 책은 정말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