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게이고. 


예전의 기억은 다 덮어버릴 만큼의 '너무나 친절한' 설명과 엮음과 과한 손질과 재미 없음과 억지와 옛스러움에 이름 값 생각만 나는 오글거림이라니. 코난도 이 지경은 아닐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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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9-13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작가님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시고 계셨군요 다작으로 유명해도 항상 어느 정도는 작품 퀄리티를 보장하는 작가님이셨는데....ㅠㅠ 나미야 잡화점 이후로 한동안 안 읽었었어요.... 유부만두님은 히가시노 소설 중 어떤 작품이 가장 좋으셨나요?

유부만두 2020-09-13 23:11   좋아요 1 | URL
이 책은 예전 작품의 리커버에요. 전 옛날 ‘용의자 X의 헌신‘ ‘소년탐정단‘ ‘신참자‘를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외 드라마로 나온 갈릴레오 시리즈도 봤고요.
어떤 패턴을 예상하고 읽어서 큰 기대는 없지만 이번 소설은 완독하기 힘들었어요;;;;

파이버 2020-09-13 23:21   좋아요 0 | URL
새로 나온 책인 줄 알았더니 리커버였군요...;;; 저도 ‘용의자x의 헌신‘ 좋아해요 ‘신참자‘는 예전에 드라마로 봤구요.... 다음번에는 부디 좋은 소설 만나시길 바랄게요~!
 

사유를 동반하는 산책 혹은 걷기를 불어로 flanerie라고 하고 그 행위자 flaneur 의 여성형 명사가 없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남성 시선의 대상으로 '구경거리'였던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걸으며 철학적 혹은 전복적 시선을 주위에 던졌던 그 길들을 같이 걸으며 그녀들의 예술도 짚어보는 책이다. 더불어 저자 자신의 여러 도시 경험도 서술한다.

 

책의 출간 당시 저자는 30대 후반의 뉴욕 출신으로 파리에 거주(혹은 정착)하는 여성이다. 그는 이 책에서 두 언어 사이를 오가고, 유대교, 유럽 이민자, 미국, 프랑스의 여러 역사와 문화 사이을 오가며 되짚어본다. 하지만 그 시작은 아주 귀여운 백인 여성의 유러피언 판타지로 보였다. 메트로폴리탄 도쿄의 외국인 거주지 호텔/레지던시에서 프랑스인 애인 은행 관리직의 동거인으로 비교적 특권을 누린 위치에서 그 편협함이 어김없이 드러나기 까지 한다. 1999년 스무살 때 파리에 가서 라쿠폴라에서 노트에 뭔가를 적으며 오래 앉아있었다더니.... 몽파르나스, 서울의 고터에 해당하는 그 거리, 나는 왜 기억하는가. 아 그 17세기 돌벽 건물 사이의 골목길, 달큰한 냄새를 풍기던 오전의 카페를 나는 기억하네. 그리고 조금 설렜네. 하지만 동양인 여자에게 더 좁은 골목길, 덜 자유로운 도시였음을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서도 기억한다네. 또 책을 잔뜩 주문했지 머야. (겔혼 책은 번역된 게 없다. 2012년 영화도 품절)

 

저자에 대한 신뢰가 약하니 내용에 집중할 수도 호응을 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도시를 걷는 여성 예술가들 중 런던의 버지니아 울프와 파리의 바르다, (걷기 보다는 주로 뛰고 굴렀다는 이미지인) 스페인 에서의 마사 겔혼의 이야기는 강렬하다. 저자가 처음부터 언급하는 flanerie의 정의가 꽤 넓게 적용되는 듯 하지만 결국 사적인 공간을 떠나 공적인 공간을 자신의 의지로 걷고 타인(주로 남성)의 시선을 견뎌내고 더 나아가 자신의 시선을 던져서 관찰하고 맞서고 비판하며 기록하는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 야말로 내가 이 책에서 만나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종종 끼어드는 이 저자의 어설픈 서술에 내 독서는 방해를 받았다. 게다가 마무리 부분에서 캣콜링을 즐기는 '주체적 여성' 입장 해명이나 '우리 모두는 난민' 서술은 의아함을 한참 건너 뛰어 버린다. 

 

 매일 아이들을 채근해 각각 컴퓨터 앞에 앉히고 끼니를 챙긴 다음 나는 나 대로 책 속으로, 파리로, 뉴욕이나 기원전 그리스나 때론 우주로 날아가, .... 걷는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으로 나의 (날 찾지 말아라) 시공간을 확보하고 숨을 고른다. 책들의 공간과 서재, 작가들, 또 사이버 공간을 걷는다. 교보, 예스, 밀리의 서재, 그리고 나의 본진 알라딘. 이 코로나 시대의 걷기, 남의 시선 따위 무시하고 내 멋대로 생각하며 방랑하기는 최고의 사치 아이템이 되었다. 저자 로런 엘킨은 자신의 이 첫 책에서 (어쩐지 티가 났어) 실망을 불렀지만 이 시국에 이처럼 유혹적인 책을 만나기도 쉽지는 않다. 이제 버지니아 울프의 런던을 걸어야 겠다. 


덧: 현지 시간으로 일요일,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에 스무 명 정도의 여성들이(FEMEN) 상의를 벗고 시위를 했다. 가슴엔 "음란함은 니들 눈에 있다" 라고 써놓았다. 며칠 전 가슴이 너무 패인 옷을 입었다고 출입을 거절당한 미술관 관람객 뉴스에 항의하는 시위였다. 시위가 끝나자 다른 관람객들이 박수를 쳐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https://www.bfmtv.com/paris/des-femen-au-musee-d-orsay-apres-qu-il-a-refuse-l-entree-a-une-femme-a-cause-de-son-decollete_AN-2020091300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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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에서 여름 특집으로 추천한 작품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 4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 중 '식객 히다루가미'만 골라 읽었다. 마침 '맛있는 녀석들'의 금요일 저녁에. 


운이 다한 무사나 문인에게 얹혀사는 이름 모를 식객이 알고보니 대단한 기운, 운을 끌어오는 얘기가 많다는데  이 소설은 도시락밥집을 하는 후사고로에 깃든 식객 귀신, 식신, 혹은 히다루가미 (길에서 아사해 버린 원귀) 이야기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요오오오오. (갑자기 길에서 당 떨어져서 무릎이 꺾여 풀썩 주저 앉아봤다면 그 존재를 인정할 수 밖에)


무섭다기 보다는 인간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운을, 밥만, 맛있는 음식만 잘 먹여주면, 돈과 명예로 갚는 귀신이지만 그 댓가가 무겁고 커서 (문자 그대로! 무겁고 크다. 먹깨비가 깃들었으니 인간 후사고로가 원 체격을 유지하더라도 그 귀신은 커지고 무거워져서 주위를 짓누른다)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 


이 먹깨비, 혹은 걸신은 은근 멋과 풍류도 알아서 후사고로가 만든 음식이 맛있으면 팥 세 알을 베개에 늘어 놓는 것으로 별평점을 매긴다. (귀신은 팥을 무서워 한다더니, 걸신은 그 팥도 오도독 씹어드심) 맛이 없으면 팥 한 알 달랑. 


나에게도 이런 귀신....이? 라는 상상을 오 초 쯤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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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9-11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식에 평점을 매기는 먹깨비라니 귀엽네요~ 밥을 주면 돈과 명예로 갚는다니 좋은 거래인 것 같은데 해법을 찾아야한다니요.... 귀신과 인간은 공생하기 어려운걸까요...?

유부만두 2020-09-11 20:40   좋아요 1 | URL
무겁고 큰 존재감으로 일상생활에 폐를 끼치거든요. 집이 무너 앉아요;;;;;;
이야기 주인공 인간은 욕심을 조절할 줄 알아서 해법을 찾지만 많은 경우 그러긴 힘들 것 같아요. 그나저나 베개에 팥이 한 알 올라있는 걸 본 인간은 화도 났겠더라고요. 명색이 음식점 주인인데 말에요.
 

일곱 명의 작가들이 쓴 엣세이 모음집이다. 김혼비 작가의 글이 포함되었지만 한 편을 읽자고 구입하자니... 가만, 하지만 이건 아홉 주제의 엣세이가 모였으니 김혼비 작가의 엣세이도 아홉 편을 읽을 수 있다. 


어쩜. 


이렇게 딱 맞춤일 수가. 좋습니다. 


엣세이가 짧아서 소개를 따로 하기도 어렵고, 읽는 즐거움을 빼앗을 수도 있어 참고 있어요. 


김혼비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깔끔하고 씩씩하고 밝아서 그 에너지를 나눠 받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오늘 같이 비바람이 거세고 방금 완독한 괴수 소설의 비릿한 결말에 마음이 무거울 때, 읽으면 딱 좋다. 맞춤. 김솔통 같은 느낌. 왜 김솔통이냐, 책에 나옵니다. 너랑 나랑 합치면 우주야! 이 말도 책에 나옵니다. 비오는 날 바쁜 엄마를 기다리는 대신 친구들이랑 달렸던 아이, 윗집의 동화구연의 예쁘고 새침한 여주인공에 딴지를 걸어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까칠하고 선을 긋는듯 하지만 손을 내밀기도 하는 작가(의 엣세이의 화자)에게 반하고 있습니다. 일단, 글을 잘 씀. 딱 김솔통. 


나머지 여섯 작가들의 글은 나중에 읽기로.... 


그나저나 노트를 다 쓰기 전엔 예쁘고 멋진 노트를 보고도 참는다는 건, 은근 독한 사람이란 건데.. 난 얼마전 본 카툰 북의 할머니 같은 사람임. 예쁜 노트 (굿즈들)가 수십 권이지만 새 것도 많고 쓴 것도 다섯 쪽 미만인 사람. 나는 참;;; 한결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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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9-07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일곱 작가들이 아홉 주제로 쓴 육십삼 편의 에세이라니 대단한 책이네요!

유부만두 2020-09-08 18:47   좋아요 1 | URL
매일 엣세이 한 편씩 연재/배달 하는 프로젝트였대요. 그 후 책으로 묶어냈고요.
일단 전 제가 좋아하는 작가 것만 골라 읽었어요. ^^

파이버 2020-09-08 18:53   좋아요 0 | URL
아하 그래서 에세이의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았군요 여러 작가님들이 쓰신 책은 골라읽는 재미가 있지요
유부만두님 좋은 저녁 되세요~

북극곰 2020-09-07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씩씩하고 밝고 에너지를 나눠 갖는 그 기분 완전 알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0-09-08 18:48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요즘은 긍정 에너지가 더더욱 필요한 시간입니다.
북극곰 댁 모두 건강하고 평안하게 지내시죠?

북극곰 2020-09-09 14:24   좋아요 1 | URL
네, 무탈하게 시간 보내고 있어요.

요즘 일어나는 모든 이들이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그런 상태이고,
하나같이 답답한 뉴스들 뿐이라 기운이 안 나긴 하지만....
변치않는 사람들과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아요. ^-^
 

표지의 괴수 모습이 낯익기도 하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오마주 해서 SF작가들이 시리즈를 냈다. 책소개 방송에서 듣고 궁금해서 기억해 두었다가 읽었다. 거푸 역병이라니, 역(疫)을 피해서 집에만 있는데도 이런 집착이라니... 하지만 재미가 있더라고요? 


러브크래프트의 '인스머스의 그림자'를 지금의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변주한 소설이다. (그래서인가 주인공 이름이 무영)


동해 시 근처에 지진이 일더니 바위섬이 솟고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전염병에 걸린다. 이 병은 사람 몸을 괴상한 모양으로 만들고 머리카락은 빠지며 악취가, 생선 썩는 내를 풍기게 만든다. 3년이 넘도록 병은 낫지 않고 나라에선 사건 발생 해안 마을 을 봉쇄했다. 사람들은 점점 괴물이 되어 각 집에 갇히고 어린 조카와 이 마을에 관광왔던 주인공은 아직은 멀쩡한 몸으로 감염자들을 통제하는 자경단이 되어있다. 어느날 이 마을의 실태를 조사한다며 외부인이 오고 병자들을 수용했던 병원의 비리가 폭로되면서 이제는 대다수가 된 병자들과 그 가족들은 동요한다. 


오늘이 날인가 보다. 


계속 생각하던 주인공은 그 '날'이 오는 것을 보고 삼년 간 늘 맘에 걸렸던 문제의 근원을 향해 달려, 혹은 날아간다. 


내게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 


이런 막연한 믿음, 혹은 회피. 하지만.


사람들의 이기심, 나약함, 혹은 멍청함을 다 읽을 수 있다. 얼핏 '셰이프 오브 워터" 영화도 생각이 났는데, 인간 보다 나은 '인간적인' '온전한 생명체'를 강조할 수록 그들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그래서 이 사단이 났다는 점을 확인하기만 했다. 우리가 아닌 적. 외지인. 거부감. 죄. 책임.


갈등과 파국 혹은 해결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상황 묘사나 사람들 행동 순서를 읽으면서 내내 영화를 보면서 비릿한 냄새를 맡는 상상을 했다. 영화 '부산행'을 보면서 재난 영화가 우리나라 상황을 입으면 더 생생해지는 걸 배웠다. 이 소설은 한강변의 그 '괴물' 보다 더 무서운 상황이다. 이웃 사람들이 하나씩 모습이 바뀌고 끼꺽 거리는 소리를 내는 사람 아닌 것으로 변해가는 봉쇄된 마을에서 삼년 째 자포자기한 무영에게 남은 그 용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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