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정희진 작가의 독서책 한 권, 그 단 한 권을 읽고 작가의 '투박함' 혹은 공격성, 아니면 기존 질서, 정전에 대한 무시에 놀란 적이 있다. 그리고 한동안 그의 책을 읽지 않았다. 이번 책은 다시 독서, 책읽기와 신념에 대한 글이라 오랜만에 마음을 다잡고 읽었는데 (그러니까, 정희진 작가를 싫어하지 혹은 그에 - 나 나름대로의 기준에 맞추어 -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 읽으면서 계속 나 따위가 감히, 라는 생각만 들었다. 


이 책이 다루는 스물일곱 권, 그 중 내가 읽은 단 두 권에 대한 내용 보다도 정희진의 문장이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 특히 철학적 개념을 짚어내며 짧고 곧은 문장으로 논지를 펼 때, 한 단어 한 단어, 괄호 안의 영어나 한자어와 함께 부옇던 '어떤 생각'을 단단하게 붙잡아 주며 내 앞에 섰다. 곧고 단단하게 읽고 고민하는 그에 비해 나의 책읽기는 얼마나 허랑방탕한가. 하지만 가끔, 혹은 자주 정희진 작가의 '치열한' 글을 만나면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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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인간의 말과 글을 (독학으로) 배워서 편지를 남겼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호기심이 많은 이 여우8은 철자법이 매우 서툴지만 지적 능력과 공감 능력은 어느 인간 못지 않다. 그가 비관적인 미래를 바꿔보려 인간에게 협력을 구하며 애쓰는 것이 안타깝다. 그에 더해 책이 기대보다 재미가 없어서 더 안타까웠다. (어쩜 조지 손더스의 전작 '바르도의 링컨' 만큼이나 재미가 없어서 마음이 아팠다.)


동물의 목소리, 더 나아가 동물의 글을 '그대로' 전하는 소설은 이미 만난 적이 있다. (소세키의 고양이는 글을 쓰지는 않았고 이야기만 전했지, 아마?) 직접 타자를 쓰느라, 혹은 글자를 쓰느라 (해부학적 어려움을 안고) 고생하는 개를 두 마리 안다. 온다 리쿠의 '충고'의 개는 주인에게 닥친 위험을 경고하고 장자자/메시의 개 리트리버는 타자기를 사용해서 오랜 시간 주인과의 인연, 인간의 생활사를 관찰하고 있다. 



자연의 친근하고 순수한 시선으로 인간의 파괴적 행동을 묘사하고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여우8의 편지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해요, 투의 어느 정도 귀엽고 (하지만 애써 안 귀여우려 쿨하게 군다) 망가진 철자로 수십 쪽의 이야기를 따라가기는 지치는 일이다. 나 역시 멍청한 인간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혹시나 저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의 개이고'에 관심이 생기는 분들께, 재미 없어요. 읽지 말아요. 저도 이 책 추천한 친구랑 싸웠어요.) 


그나저나 동물 목소리 (여우8 보다 덜 똘똘한) -새오체는 영화 <검은 사제들>의 돼지의 편지글 패러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게 다 인간 편의주의고 인간 중심이고 인간 나쁘고 못됐고.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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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26 15: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추천한 친구랑 싸웠 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6-26 18:55   좋아요 3 | URL
친구 추천을 믿고 꾸역꾸역 완독했는데, 정작 친구는 책 앞부분만 읽고 재미있다고 했던 거였어요. ㅎㅎㅎ

미미 2021-06-26 15: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떤 내용으로 싸우셨을지 궁금해오ㅋㅋㅋㅋㅋㅋ저 <아무튼 스릴러>에서 읽고 다짜고짜<나와 춤을> 사서 ‘충고‘읽었어요~♡ 짧지만 넘넘 귀엽고 마음아팠어요! 흑흑

유부만두 2021-06-26 18:55   좋아요 2 | URL
책이 재미가 심하게 읍드라고요. ㅋㅋㅋㅋ ‘충고‘는 은근 슬프고 번역체가 귀여웠어요.

붕붕툐툐 2021-06-26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싸움을 부르는 책이군요!ㅎㅎㅎ
기대보다 재미가 없어서 안타까운 거 넘 웃겨요!ㅎㅎ

유부만두 2021-06-27 07:47   좋아요 0 | URL
붕붕툐툐님께 웃음을 드렸다니 기쁩니다. 네. 전 그걸로 오케이에요. ^^
 

전자책으로 읽었다. 집에만 있는 주제에 (난 명랑한 은둔자니까 - 하지만 혼자 못 있는다는 게 함정), 바쁜 척하면서 핸드폰으로 짬짬이...는 아니고 어제부터 줄창 읽었다. 노안의 가속화. 나도 안경을 쓰다 벗다 하면서 읽었다.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종이책으로 살걸 그랬지. 


여성은 왜 원하는가, 라고 부제처럼 적혀있는데, 책은 저자의 이십대 초 거식증 경험부터 이야기한다. 왜 굶는가, 굶으며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무엇인가, 누구를 상처 주고 싶었나, 를 하나씩 이야기하는데 말/글솜씨가 유려해서 후루루룩 이야기가 전개된다. 쉬운 해답이나 이유, 혹은 핑계나 악역을 찾는 걸 경계한다. 강박적인 쇼핑, 체중조절, 도벽, (나쁜) 연애에 빠지는 습관 등은 그 자체가 물질주의/가부장제 사회/문화가 여성에게 강요한 뒤틀리고 대체된 욕구로 인해서 생겼다. 그 욕구는 '허기'에서 오는데 이 인과 관계를 인정하고 '언어화'하는 과정이 치료에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어째 익숙한 전개다) 이 결론을 말하기 전에 무수한, 적나라한 여성들의 케이스들이 묘사된다. 처절하고 민망하고 측은하고 슬퍼지기까지 한다. 그 많은 얼굴들에 어쩌면 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하야, 제대로 긍정하는 '나의' 주체적 욕구는, 허기를 채우는 만족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가? 케바케라고 한다. 결국엔 사랑인데 그것 역시 완성이나 종결이 아니다. 긴 과정으로 보아야하고 순간에 충실하는 것이 좋다는 ..... 캐럴라인 냅의 뜨겁고 날카로운 챕터들이 따숩게 마무리 된다. 


911 테러를 겪으며 쓴다는 언급이 증명하듯 벌써 이십 년 전 글이다. 중간에 얼핏 '제3세계' 여성의 목숨 걸린 고난에 자신들의 '투정'을 비춰보는 백인여성 이야기가 들어있기도 하고, 페미니즘 연구의 변이와 위기, 한계를 짚어가는 것은 좋지만 결국 너무 나이브하지 않나 싶었다. 저자의 아버지가 정신과 전문의라서 더 그럴까, 이 책은 꽤 정석적인 문제제기-탐구-해법-희망 의 공식을 착착 밟는다. 내용 하나 하나 디테일은 펄떡거리지만 전체적으론 얌전한 느낌이 드는 건 저자가 생을 정리할 시기의 글이라 그런가, 생각했다. 


냅의 책은 '드링킹'을 사두었다가 - 그 시절, 나도 꽤 드링킹 했었... - 괜히 찔려서 안 읽고, 이번이 처음 책이다. 솔직한 이야기들이 넘치고, 그 하나 하나가 아프게 와 닿았다. 이렇게 여성들의 욕구들/사연들을 풀어놓을 수 있는 작가는 (요즘 범람하는 일기 엣세이들의 징징대는 솔직함과도 차이가 있다.)  게다가 이리 잘 엮어서 (유우머 감각도 좋다. 번역이 잘 살린 듯) 큰 주제 아래로 묶어 큰 울림을 만들어 낼 작가는 흔치 않다. 낸 캐럴라인 냅, 역시 대단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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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6-25 2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반드시 읽어야겠어요. 유부만두님의 정리도 너무 깔끔하고 읽기 좋지만 캐럴라인 냅의 문장을 직접 보고 싶네요. 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 명랑한 은둔자가 자주 눈에 들어와서 읽어볼까 하고 있었는데, 이 책도 ‘읽고 싶어요!!!!!‘

유부만두 2021-06-26 10:28   좋아요 1 | URL
단발님의 감상이 궁금해요.
여기 적진 않았지만 딸과 엄마의 관계에 대한 부분에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저자는 계속해서 ‘단정‘짓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고요, 능숙한 문장 속에 많은 여성들의 고통이 담겨있어서 즐거운 독서이지만 또 아픈 독서이기도 했어요.

미미 2021-06-25 2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또 한 작가 알아가는군요! 저도 찜할래요. 음...제 얘기도 분명 있을것 같아요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6-26 10:29   좋아요 1 | URL
있을거에요. 여성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고통과 허기, 강박, 욕구 이야기에요.
그런데 많은 경우 속으로만 끌어안고 있을 것 같아요.

희선 2021-06-26 01: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명랑한 은둔자라는 말을 보니 혼자 있어도 명랑하면 좀 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어두운 은둔자네요 혼자 있을 때는 그렇게 어둡지도 밝지도 않던가 싶기도 합니다 얼마전에 알았는데 이 작가가 쌍둥이였다고 하더군요


희선

유부만두 2021-06-26 10:30   좋아요 1 | URL
네. 그 쌍둥이 언니의 출산 이야기도 실려있어요. 오빠도 있었다는데 삼남매 중 자신이 유독 어머니와 애착 관계를 갖지 못했다고 썼더군요.

저도....실은... 명랑은 못하고, 그냥 은둔자 쪽입니다. ^^
 

열이 39.1을 찍었는데 병원에선 받아주질 않았다. 코로나 검사를 하고 음성 확인을 해야한다고 했다. 검사를 받고 음성 확인을 하고 나니 열이 37도로 떨어졌고, 그 병원에 갈 필요가 없었다. 열이 나서 고생하면서는 수박과 이온 음료만 먹었다. 수분이 중요해요.


나흘을 앓느라 책을 못 읽었더니 꿈에도 책장 넘기며 책을 읽었다. 중국 스릴러 소설이었다. 아마도 얼마전 찬호께이 소설 때문인지도 모른다. 꿈이라 편안하게 큰글씨 종이책으로 읽었는데 줄거리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조금씩 기운을 차리며 눈에 들어온 집안 꼬라지는 .... 시어머니는 통화에 "아범이 너 수발하느라 고생이구나" 안 그러시면 시어머니 아니고 친정 엄마게. 이젠 화도 안나....지만 어쩜 이렇게 숨기질, 아니 숨겨야 한다는 생각도 안 하실까 싶다. (그나저나 내 죽은 '본죽'이 끓였는데요)


지옥을 살아낸 기분이 들어서 지옥 책을 읽었는데 <살아생전 떠나는 - 지옥관광>은 위험하게 열을 올릴 뻔했다. 내용도 부실하고 저자 아재가 자꾸 농담이라며 신소리를 끼워 넣는데다 문장이나 책 내용 구성이 엉성해서 (228쪽 책인데, 160쪽에 지옥의 위치가 나오고 192쪽부턴 앞의 내용 되풀이다) 회복기의 환자의 눈과 심장에 짜증을 더해주었다. 자신의 현세를 즉 헬조선을 사는 심정과 역사/신화/이야기 속의 헬을 연결 하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내용이 너무 제한적이라 읽으면서 화가 났다. 작가의 전작 (먹히는 자에 대한 예의)도 매우 실망스러웠는데, 예전의 '십자군' 시리즈에 대한 호감(기억)을 이제는 놓아야겠다. 이런 정도의 성실성, 문장이라면. 지옥은 다양하지 않고 관광은 무슨.... 지옥도 무슨.... 단테에 묻어가는 주제에 ... 


네, 그래서 박상진 교수의 <단테>를 읽으면서 정화 과정을 거쳤고 살아났습니다? 나 이제 기운내서 도레의 '신곡' 판화 볼 수 있을 거 같아! 하지만 책을 들고 읽진 않겠음 (서지 정보에는 책 무게가 1킬로그램 정도로 나와있지만 실제로는 3 킬로그램이 넘고요, 크기가 30X37 cm. 절대 누워서 볼 수 없습니다. 값은 정가 이십오만원... 하지만 정말 소장가치 짱입니다. 그렇다고 말해줘요.) 나 살아났다! 이거봐봐요. 책 구매에 생기 똘기가 흐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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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23 15: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살아나셨네요! 다행입니다 ㅎㅎㅎㅎ
그 아픈 와중에도 꿈에서 책장을 넘기시다니... 역시 알라딘 개미지옥의 개미답습니다!

그나저나 시어머니... 트위터에서 봤을 때도 그랬지만 참.... -_-;;; (말잇못..)


유부만두 2021-06-23 15:20   좋아요 3 | URL
살아나서 지옥책을 읽고있지요.
아… 시월드는… 묻어둬야해요. 그래야 개미가 살아요.

페넬로페 2021-06-23 17: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쾌차하셔서 다행이예요^^

유부만두 2021-06-23 18:02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

붕붕툐툐 2021-06-23 17: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유부만두님의 생환을 축하드립니다!! 그나저나 끔에서도 책장을 넘기시는 유부만두님 넘 대단하셔용~ 생기 똘기 충만한 유부만두님의 책읽기를 응원합니다!! (글이 너무 재미졌어요~ㅎㅎ)

유부만두 2021-06-23 18:03   좋아요 2 | URL
열이 너무 오르니 책을 읽을 수가 없더라고요. ^^;;;
자,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수이 2021-06-23 18: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냥 아프셨던 거예요? 아 열 조금만 있어도 가슴이 막 두근거리더라구요. 돌아오셔서 어깨 춤을 덩실덩실 추고 있습니다. 책 구매 똘기....... 저도 실은 오늘 좀 질렀어요 (소곤소곤)

유부만두 2021-06-23 18:59   좋아요 2 | URL
반겨주셔서 고맙습니다. ^^ 열이 오르니 그렇게 고생스럽더라구요. 징징징.
책 더 질러요. 도레는 한 권에 이십만원이 넘는데 멀요.

미미 2021-06-23 18: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우 <지옥관광> 저도 기대가 컸는데요...쩝ㅋㅋㅋㅋ박상진 교수의 <단테>끌리네요. 요즘은 열나면 불안 두근두근해서 타이레* 필수인듯 합니다. 책 읽는 꿈은 안꿔봤는데 많이 멋지네요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6-23 18:57   좋아요 2 | URL
정말 <지옥관광> 내용 허접하고, 문장 엉망이고, 총체적 난국, 아니 지옥이더군요. 그런데 저자의 그 아재적 자신감은 어쩔....

열이 많이 오르니 병원도 못가는 상황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요. 책 읽는 꿈은 뭐.. 미미님께선 현실서 많이 읽으시니 꿈에선 쉬셔야해요. ^^

유부만두 2021-06-23 19:26   좋아요 2 | URL
전 단테의 신곡 중 ‘지옥‘만 읽었거든요. 당시 피렌체/로마의 인물들 중 잘 모르고 넘겼던 부분들을 이번 박상진 교수의 책에서 많이 배웠어요. 추천해요.

미미 2021-06-23 19:40   좋아요 1 | URL
오~!! 이 시리즈 다 괜찮았는데 유부만두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장바구니로 보냅니다!!👍

유부만두 2021-06-23 19:51   좋아요 2 | URL
이 시리즈 저도 좋아하는데요, 좀 편차가 있더라고요. <모차르트>는 정말 강강추에요!

붕붕툐툐 2021-06-23 21:23   좋아요 2 | URL
우헤헷~ 미미님 서재 가서 담겨있는 거 저도 담음~ 검색의 수고를 덜고...ㅋㅋ 꼼수가 늘고 있음~

미미 2021-06-23 21:2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귀욤툐툐님! 얼마든지 이용해주세요~엣헴ㅋㅋㅋ

scott 2021-06-23 2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천만 다행입니다.
유부만두님
이렇게 아프신 와중에도 책을 읽는 꿈을!

유부만두 2021-06-24 07:58   좋아요 1 | URL
위로 감사합니다.
여기 서재분들 현실/꿈에서 독서‘꿈‘나무들 아닐까요? ^^

2021-06-23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4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1-06-24 0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며칠 동안 아프셨군요 나으셔서 다행입니다 잘 드시고 잘 쉬세요 아주 비싼 책 사셨군요 즐겁게 만나시기 바랍니다


희선

유부만두 2021-06-24 08:02   좋아요 2 | URL
인사 감사합니다, 희선님.
네 쉬면서 잘 챙겨먹고 회복 중입니다. 도레 책 정말 멋져요.
굉장히 큰 판형이라 그간 작게만 봐왔던 그림의 세부까지 다 볼 수 있어요.

2021-06-25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5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6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6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21-07-03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고생많으셨습니다ㅜㅜ 저는 백신 맞고 38도 이상 열이 올랐을 때 스틱스강 건너나 싶었는데-_-; 39도가 넘으셨으니 얼마나 힘드셨겠어요ㅜㅜ; 이제 좀 괜찮아지셨다니 가슴을 쓸어내립니다ㅠㅠ 단테 책 두 권 보관함에 넣습니다. 항상 건강유지하셔서 계속 책바람 넣어주셔용^^

유부만두 2021-07-04 18:42   좋아요 0 | URL
백신 접종 하셨군요. 전 오십대라 (쿨럭) 다음달? 9월 즈음일 것 같아요. 그전에 다른 변종이 퍼지지 않길 바라고 있고요. 백신접종에도 고열과 몸살이 따른다더니 고생하셨네요. ....자, 저 도레 판화집은 무리더라도, 박상진 교수의 단테 책은 강력 추천합니다. 보관함 말고 장바구니에 넣으십쇼. 책 바람요? 아우, 걱정 마세요, 저요, 책뽐뿌 빼면 시체에요. (스틱스리버 저어짝)
 

살해당한 여자 '귀'신이 남성 공무원 앞에 나타나 '적법한' 해결을 청하는 이야기의 대명사 <아랑의 전설>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억울한 여성, 살아서는 목소리를 가지지 못했고, 죽어서야 말을 한다는데, 과연 그것이 여성이 목소리를 낸다는 뜻인가, 에는 저자 전혜진도 주저하며 말을 아낀다. 


강간을 당해도 말을 못하게 혀를 잘리고, 혹은 괴물로 변하고, 또 살해당했던 그리스 이야기의 여성처럼 아랑, 예쁜 아가씨는 밀양에서 어느 남자의 손에 살해당한다. 


작가 김영하는 그 아랑의 전설을 다시 쓴다. 과연 아랑은 윤 부사의 딸이었을까, 어느 이야기에서는 관비라고도 한다. 살해자는 통인, 혹은 관노, 그도 아니라면 아버지 윤 부사일 가능성은? 그렇다면 이 이야기의 성격은 어떻게 바뀌는가. 권선징악, 이라면 '징'을 내리는 건 국가권력, 새로 부임한 담대한 부사, 남성일 텐데, 그는 아랑, 여성의 목소리를 들었는가, 아니 애초에 아랑은 입을 열어 말을 한 마디라도 했는가. 


김영하의 소설은 아랑의 입을 막는다. 이 책은 소설 혹은 이야기라기 보다는 '아랑 전설'을 가지고 새로운 이야기로 만드는 과정을 함께하는 워크숍 형식이다. 등장인물 혹은 배우/페르소나는 작가의 펜 끝에서 살아나와 일단 독자 앞에서 리허설을 하다가 어느새 조선 중기로 넘어가 나름의 캐릭터를 입고 아랑과 살해자, 부임자 둘의 죽음 (그러니까 연쇄살인)의 배후를 살핀다. 작가의 간섭은 계속 이어진다. 그때, 과연, 어떤 일이 있(을 수 있)었는가. 작가 김영하는 아랑 전설이 '환상적 여성주의 소설'이 될 가능성을 품었음을, 가부장제에 희생된 여성의 한을 이야기할 수도 있음을 비추지만 그의 선택은 남성의 '힘'에 관한 이야기로 방향을 틀었다. 그에게 작화는 게임이다. 작가의 손엔 충분한 장기 말이, 카드 패가, 퍼즐 조각들이 있다. 


지방에서 벌어진 부정부패, 오랜 시간 이어진 힘들 사이의 암묵적 거래. 어느 순간, 부정한 그 여자를 향한 '욱하는 심정'으로 휘두른 칼 한 자루. 딸의 죽음 뒤에 그토록 급하게, 황망히, 직책을 내던지고 사라진 아버지 윤 부사를 더 잘 설명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랑, 은 예쁜 아가씨, 라는 이름만 제목에 남기고 결국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아랑에게/에 대해 왜?를 묻다니. 나비, 혹은 북, 고목, 변신하고 날아가고 둥둥 소리를 울리는 모든 연상작용 상징들은 유용하게 작가의 도구가 된다. 작가의 세계에선 말을 하는 이는 작가 한 사람이면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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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4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21-06-14 14:28   좋아요 1 | URL
김영하 작가의 ‘아랑‘은 귀신 이야기에 묻혀버린 두 명(이상)의 신임 부사와 정식 절차 없이 죽은 살해범(?) 등 최소 네 명의 죽음의 미스테리를 파헤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나비가 된 원혼, 순수하고 억울한 미녀라는 아랑의 틀을 깨기도 하고요.
그러니 아랑이 왜 나비가 되었는지 부터 질문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에요. 여성의 목소리, 여성 서사는 가능성을 꼽아주지만 제껴둡니다. ㅎㅎㅎ
어찌보면 아랑은 죽어도 싸다? 라는 뉘앙스가 풍기기도 하고요. 뭐 김영하 작가의 다른 소설 들에서처럼 주인공은 작가, 라는 걸 확인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