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는 없는 책.


밀리의 서재 한 달 체험중이다. 이북이 많아 보이지만 문학 쪽은 많지 않다. 밀리의 서재 '독점'이라는 이한 작가의 전염병 주제 책 (두 권으로 나옴)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스페인 독감이 미국에서 시작했고, 그 끔찍한 확산은 세계대전 덕이며 한반도에도 '무오년 감긔'로 악명을 떨치고 김구 선생도 앓았다, 는 이야기를 읽었다. 여러 예방접종이 70년대 까지만 해도 엉성하게 관리되어 사상자를 냈고 불주사란 말이 주사바늘 재활용하느라 불로 소독하는 과정 때문에 생겼다고. 우리가 유난스레 손 씻고 소독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상하수도 정비가 인류를 얼마나 살렸는지 다시 생각했다. 혈청 백신을 엿새 만에 옮기는 공을 세운 썰매 개들이 나중엔 볼거리로 학대 당하는 사연, 소아마비도 경제 인종 차별의 선을 그으며 발발했다는 등, 엄청난 전염병이 돌 때 마다 인간들이 차별과 폭력을 더 뻔뻔스레 행해왔다는 이야기 들을 읽었다. 염병, 전염병, 헛소리 하는 환자들, 죽어 넘어가는 사람들 중심엔 전쟁과 종교가 늘 있어왔다.


인간은 내내 멍청했구나. 나라고 다르지 않구나. 


서문에서 저자는 그래도 인간은 독하니까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도 살아낼 거라고 썼다. 그게 희망의 문장으로만 읽히진 않는다. 저자의 쯧,쯧, 하는 안타까움이 문장 사이사이에 배어있다. 


내용은 무겁지만 에피소드/ 질병과 역사 별로 분류되어 있고 문장도 (너무) 가벼워서 쉬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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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6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6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6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 둘이 한꺼번에 원격수업을 듣는 바람에 컴퓨터 쓰기가 아주 어렵다. 북플도 사진 올리기가 잘 안되는데 아마도 우리집 와이파이가 문제인듯 싶고.

어린이책과 그림책 특집으로 나온 릿터와 일본잡지 Casa 를 구입해서 보았다. (일본 책은 읽은다기 보단 핥는? 보는 편. 화려한 사진이 달콤하다.) Casa에 실린 여러 작가들의 작업실, 도서관 사진들이 멋지다.

릿터는 백희나 작가 특집도 좋았지만 너무 짧고 (애개? 다섯 쪽?!) 여러 작가들의 애정 그림책 소개도 좋다. 릿터를 사면 매번 김혼비 작가의 ‘전국 축제 자랑‘을 신나게 읽는다. 이번 축제는 아마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에 취재해 놓았을텐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즐기는 (전주 와일드푸드 축제, 거의 모든 괴식의 총합!) 주제에도 불구하고 역하지 않고 흥겹게 보여준다. 맛! 보다는 재미! 무엇보다 축제에서 만난 어린이들의 그 순수하고 뜨거운 놀이에의 몰입 묘사가 감동적이다. 이 아이들이 지금은 마스크 뒤에서 갑갑하게 있고 컴 앞에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여러분, 릿터의 ‘전국 축제 자랑‘ 시리즈에요. 작년에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음. 추천! 집안에서라도 전국을 누벼바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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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9-04 1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전국 축제 자랑‘ 너무 재밌었어요 주제랑 작가님 입담이 잘 맞아서 글이 흥겹더라구요~언젠가 지역축제가 다시 열리는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저는 새코너 ‘첫책을 내는 기분‘도 재밌었어요 처음의 설렘이 느껴져서요

유부만두 2020-09-04 20:57   좋아요 1 | URL
그쵸?!
릿터는 사서 조금씩 나눠 읽는데 아기자기한 코너들이 읽는 재미를 줘서 좋아요.
특히 이번호는 더더 귀엽고요.
 

공주 둘이 나온다. 신라 공주와 백제 공주. 때는 통일 신라 시절이라 '구'신라나 백제에겐 합법적 땅이 없어 이 둘은 배 위에서 해적이 되어 통일 신라의 관선들을 턴다. 그렇게 명성을 쌓아간다. 


신라 출신 '공주'도 실은 왕실 출신이 아니라 장보고의 크루 출신이고 백제 공주도 알고보니 어느 시골에 숨어살던 왕실의 건너 건너 건너 끄나풀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자연스레 주위의 섬김과 존대로 기품을 갖고 공주 답게 남편도 여럿 두었는데 그 용도는 업어주기?와 안마하기? 그리고 머리를 조아리고 시중들다가 전투에 나서 목숨을 바치는 것이다. 


백제 공주의 새남편에 어느 샌님이 나오는데 끝까지 착하기만 하고 (예쁘기도한) 여느 드라마 여주를 뒤집은 사람이며 이 짧은 소설에서 그닥 필요 없고 거추장 스러운 '양심'을 맡고 있다. 말만 번지르르한 신라 공주 장희의 활약에 (되도 않는 어거지 논리에 주저리 쏟아지는 썰들이 ... 재미있어야 하는 건 알겠는데요.... 머.... ) 기개를 드높여 소리 지르는 백제 공주, 그 옆에 빌런들. 그러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혹은 진짜 역사. 


두 공주들이 삼각연애로 질투하지 않아서 좋았지만 왜 이 둘을 사랑하게 하지 않았는지 아쉬웠다. 공주들의 쌍칼 활약이 더 나을뻔 했다. 빌런들도 착한 남주도 다 밍밍했다. 재치로운 역사 흔들기도 약했.... 해적전에 진짜 불 뿜는 용 두엇 정도는 나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요즘 전.독.시를 읽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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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섣부르게 말을 더하기가 조심스럽다. (바보 소리 들을까 겁남)  다만 나보코프가 권말에 한 말을 인용.


이 강의에서 나는 문학적 걸작이라는 놀라운 장난감들의 메커니즘을 드러내려고 애썼습니다. 여러분이 자신과 등장인물을 동일시한다는 유아적인 목적이나 삶의 지혜를 배운다는 청소년 같은 목적이나 일반화에 푹 빠지고 싶다는 학문적인 목적을 위해 책을 읽지 않는 훌륭한 독자가 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순전히 책의 형식, 비전, 예술만을 위해서 책을 읽는 법을 가르치려고 애썼습니다.  [...] 중요한 것은 어느 방면에서든 생각이나 감정의 설렘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설렘을 느끼는 법을 알지 못한다면, 인간의 정신이 내어놓은 예술이라는 귀하고 잘 익은 과일의 맛을 보기 위해 자신을 평소보다 조금 더 높은 곳으로 감아올리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인생의 가장 좋은 것을 놓쳐버리기 십상입니다. (663-664)



이 책은 강의록이니 만큼 언급되는 각 문학작품 들을 '미리' 읽고 자신의 생각을 (어차피 나보코프 선생님께서 다 깨부셔주시겠지만) 어느정도 정리한 다음에 읽는 것을 권한다. 나는 이 도서 목록 중 중요한 세 권은 읽지 않고 책을 만났고, 어버버버 하면서 따라 갔지만, 그래도 소설 읽기와 내 인생의 아직은 '가독성' 있는 시간에 감사했다. 2020년 이 *같은 시간에 이 책을 만나서 다행이다. 난 롤리타를 읽고 (그것도 영문, 번역본 두 편이나) 나보코프를 저주하고 있었지만 이런 두뇌의 인간이라면 조금은 살려두기로 (내 마음 속에서) 했다. 그리고 .. 내가 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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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9-01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부분만 읽었거든요. 저도 그 책들을 읽고 나서 나보코프의 감상을 읽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문제는 그 책들을 다 읽을 수 있겠느냐에 있겠습니다.
율리시스랑 맥주, 넘 근사하네요.... 뭐랄까요, 도전을 부르는 책두께라고 할까요? ㅎㅎ

유부만두 2020-09-01 17:01   좋아요 1 | URL
도전을 부르죠?!!!! 제가 저 책을 12년 전에 샀더라고요?!!!
충분히 숙성됐으니 이제 읽어볼까, 어쩔까, 생각하고 있어요.

나보코프의 문학 이해(향유) 방식이 유일한 길이라고는 생각 안하지만 중요한 점을 짚어주고 있어요. 역시 똑똑한 사람이에요. 수록작품들 읽고 다시 나보코프 읽고 싶어요. 결국 인생을 멋지게 즐기는 거!!!! 이런 느낌이 들어요.
 

3년 전 안아키 카페로 시끄러웠을 때 막내가 이미 초등 고학년이었던 나는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뉴스를 봤다. 왜 과학을 불신하고 엉뚱하게 휘둘리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과학과 이성의 시대에.


이 책은 면역, 백신 주사에 대한 그러한 '일부' 사람들의 불신과 행동의 현상과 그 역사를 짚어보는 책이다. 저자가 자신의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면서 숱한 불면의 밤, 숱한 고열과 병치례, 알러지 반응과 응급실 행을 함께 이야기한다. 내 경험도 소환되었다. 아이가 둘이면 곱하기 2. 


그래서 이 책은 무엇이냐. 


백신거부는 단순히 물질적인 문제만도 아니고, 인간의 면역계라는 개념은 언어적 철학적 비유로 고찰할 때 끝없이 심오해지며 백신의 역사는 문명과 학식 혹은 종교에서 무와 유 사이를 오갔고, '자연'이라는 것과 '화학', 혹은 '오염'이라는 개념은 전혀 반대의 이미지로 소비될 수 있으며, 의학 돌봄의 손은 여자에서 남자로 옮아 왔는데 그 속에서 세균과 바이러스 존재가 서서히 드러났으며, 침묵의 봄이 몰고온 후폭풍과 경제 불평등 속에서 질병 지도의 문제와 백신 음모론과 마녀와 어머니, 여성의 역사도 짚어보고, 드라큘라와 아킬레스, 캉디드 까지 우리가 아는 문학 예술이 실은 면역 이야기로 이해될 수 있는데 그래서 백신 주사를 맞히는 게 얼마나 중요하냐면...!!!! 


이런 책이다. 


나 자신은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가질 수 있지만 나의 경계를 신중하게 고려해야한다고. 나는 언제나 '우리' 안에 있으며 그 나, 우리, 그리고 타인에 대한 선을 긋는 것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배웠다고, 읽었다고, 안다고, 합리적이며 이성적이라고, 아니면 낙관적이라고 '자만'하지 말라고 말한다. 과학자라고, 의사라고 그 학위를 전적으로 믿을 수도 없다고 한다. 


이 책은 매우 재미있고 유려하며 설득적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다보면, 특히 아이 키우며 가슴을 천만 번 쥐어짰던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아는 책과 역사 이야기에 반가워 하다보면, 잠깐, 나 지금 이렇게 어버버버 따라 읽어도 되는걸까? 나 이렇게 쉬운 독자였나? 하는 자기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놓을 수가 없다.


저자의 유려한 말솜씨에 끌려다니다보면 아버지가 의사고 본인은 공부 많이한 작가인 환자, 그가 보호자로 아이를 안고 (그것도 난산을 했던 첫 아이) 마주했던 소아과 의사는 얼마나 당혹스럽고 긴장될까 상상할 수 있다. 


지금 코로나 시대에 이 책을 읽으니 (책 안에도 이 바이러스 이름이 나온다) 나는 어디에 서있나, 생각하게 된다. 이 바이러스의 전염성과 위험을 알고 숙주나 전파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집 안에 머문다. 양심과 선의, 신념이 무엇이라 할지라도 몸이 하는 물질의 세계에서 세균과 바이러스는 다른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내가 어디까지 내 의지로 결정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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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8-28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의 경계에 대한 고민이 두드러지네요. 방역을 거부하고 동선을 거짓으로 말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오직 자신만의 ‘자유‘ 같아서요. 그 자유는 물론 나만의 자유겠죠.
예전부터 눈독 들였던 책인데 유부만두님이 유려한 글솜씨라 칭찬하시니 더 미루지 말아야겠다, 생각을 해봅니다. 밀려있는 책들이 많긴 하지만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0-08-28 16:51   좋아요 0 | URL
밀려있는, 숙성된 책들이 한가득입니다. 그런데도 계속 책을 주문하는 건, 제 헛헛한 마음 때문이겠지요. 이 세상이 붙잡을 수 밖에 없는데, 어이 없게도 제겐 그 이유가 글쎄, 책이더라고요? 뎬당. 무슨 금요일이 팔월말이 나의 이어 트웬티 트웬티가 이래요. 엉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