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표지 보다 재치있는 내용의 책이다. 대학 수업을 중심으로 풀어서 (강의록은 아님) 현대보다는 고전 문학의 비중이 큰데 '뻔한 공부'는 덜어낸 글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도 차근차근 상징, 비유, 신화, 등을 짚어 간 다음, 마무리 부분의 <가든파티> 단편이 실려 있어 함께 정리 겸 '교수처럼 읽기'를 실습할 수 있다. 더해서 저자의 해설, "왜 미친 거 같습니까?"라는 멘트도 재미있다. 교수라는 건, 그러니까 이 문학이라는 벌써 미친 분야에 미쳐서 정쩜을 찍는 사람들 아닌가. 문학비평 뿐 아니라 문학창작을 공부하는 학생 (과 일반인, 이지만 이미 문학에 미...)을 대상으로 하는 이 책은 계속 당부한다. 뻔하게 읽지 말고, 융통성 있게, 자신의 기억(여러 다른 책들의 독서 경험)을 활용해서 즐.겁.게. 읽어야 한다고. 미치려면 재미가 필수. 


책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은 모리슨의 <솔로몬의 노래>이다. 도처에서 만나는 성경과 호머에 반갑기도 했다. 그래서 <키르케>를 읽었는데, 이게 또 꿀잼입니다. 


한동안 바빠서 책을 못 읽다가 만나서 더 달콤하게 읽고 보관함에 책을 더 담았다. 천 권이 넘는다. 하하하. (단, 이 책 말미에 실린 도서목록의 번역본 제목이 제각각이다. 저자 이름과 키워드로 다시 검색해야 해서 수고스럽지만, 그래도 보관함 채우기는 즐겁다)




가드너의 책에서도 인용되는 Gass의 암울한 소설이 읽고 싶어져서 장바구니로 옮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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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5-13 1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관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5-13 10:26   좋아요 4 | URL
보관함!!! 장바구니의 무게를 네가 견뎌라! 힘내라 보관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5-13 1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천 권 들어가도 0그램 보관함 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5-13 10:44   좋아요 3 | URL
역시 마법의 주머니에요! 2천권을 향하여 출발!

moonnight 2021-05-13 11: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또 보관함에 넣습니다ㅎㅎ;

유부만두 2021-05-13 17:42   좋아요 2 | URL
보관함=보물함

붕붕툐툐 2021-05-13 2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은 채워야 제맛 아니겠습니까?ㅎㅎ 덕분에 저도 몇 권 보관함으로 업어갑니다!!!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5-14 09:38   좋아요 2 | URL
그렇죠. 곳간과 보관함은 채워야죠. ㅋㅋㅋ

psyche 2021-05-18 14: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제이양한테 저 책 How to Read Literature Like a Professor 사줬었는데. 어쩐지 어려운 책일 거 같아서 읽어볼 생각도 안했는데 도전해볼만 한가요? 한글로 읽어야 할까...

유부만두 2021-05-18 14:49   좋아요 1 | URL
안 어려워요. 의외로 재밌게 읽었어요. 영어로 읽으면 작가의 위트를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네요. 고고!!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부류의 탐정 소설인줄 알았는데, 추리소설 작가를 준비하는 서점 MD와 형사 친구의 '단순' 사건 추적기 (+연애담)이다. 책 내용이나 작가, 그 배경 이야기와 사건(해결)이 연결되지 않는다. 코지 미스터리라지만 생활에서 나온 미스터리가 아니라 경찰에 비/공식적으로 접수된 사건 이야기가 중심이다. 


인물 묘사나 서사가 많이 허술하고 (범죄 도구를 그냥 떨구거나 자백을 해버림), 유치하고 (대사가 ;;;),  뻔하고 (마사지샵이 종류별로 계속 나오고, 나이트클럽에 카페에서 만나서 쉽게 반해버림) ... 뭐 그냥 .. 짜증 유발하고 (오십대 민폐녀, 이삼십대 민폐녀들의 활약, 일로 바쁜 엄마에 대한 원망) 재미도 없다. 요즘 나온 이야기라 코로나, 거리두기 등이 계속 나오지만 인물들의 행동 반경은 제한을 받지 않는다. 제목과는 달리 서점 md가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에게 여자 경찰 (범죄심리 유학까지 한 사람)이 매달리고 있어서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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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5-01 0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의 저 사람이 유동인씨일까요? 소설은 별로라 하셔서 전 패쑤할까 하는데, 저 분... 다리 엄청 기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5-01 10:44   좋아요 0 | URL
만화 주인공 같지요? ㅎㅎㅎ
 

제목은 사전이지만 사전과 다른 꼬리에 꼬리 물기 식의 단어 설명과 어원 이야기에 귀와 눈이 솔깃해서, 즐겁게, 어쩐지 속는 거 같은데도 기꺼이 넘어가서 읽었다. 이야기가 너무 청산유수라 중간에 끊기가 어려운데 알고 있던 단어 이야기가 나와도 재미있게 표현된 (맛깔난 번역과 상세한 설명) 문장에 지루할 틈이 없다. 영단어 책이라 당연히 영어가 분문의 1/4를 넘는데 부담스럽지가 않아서 기분이 좋다(?) 다 읽고 나서 책을 덮을 때 영어 단어 실력이 엄청 늘어난다고 할 수는 없고 (성인 독자 대상인 책이라 더더욱 청소년 영어 교육 교재로는 부적합) 아주 재미있어서 뭔가 이 책 얘길 하려면 세세한 단어의 계보를 따질 겸, 사이사이 유머를 즐길 겸, 책을 다시 읽어야 한다. (아, 어쩌나, 또 재미를 봐야겠네) 부록으로 영어 단어 퀴즈가 달려 있는데 인물명, 지명은 빵점이고 일반 단어는 2개 틀리고 다 맞았다. 


요즘 방송에서 보이는 인터넷 은어 '존버'나 '띵작' 등의 어원 설명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 지겠구나 생각 들기도 했다. 비오는 토요일, 정말 지루하다면, 맨날 지기만 하는 시범경기 조차 우천취소 되었을 때 읽으면 좋은 '알쓸신잡 - 영어 단어편' 이었다. 재치있고 성실한 번역이 인상적이라 번역가 홍한결의 다른 책도 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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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소설을, 작가의 소설을, 작가의 인생을, 작가의 단어와 문장을, 문단과 인물들을, 행동과 묘사와 사건을 읽는다. 행간과 문단 사이의 공간을, 장 사이의 공백과 틈을 읽는다. 


인문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논문제출일을 마치며 한 학기 동안 NYU에서 교포를 포함한 미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어 초급 과정을 가르치는 주인공. 그는 한국의 어머니, 여동생, 동창생, (미국에서 다시 만난) 군대 후임 아는 형, 미국에 정착한 사촌 누나네 가족, 옛 여친 등과의 이야기와 수업 진도를 교차하며 풀어놓는다. 자꾸 엇갈리는 한국어와 영어, 다른 상황에서 달라지는 의미. 왜 쓰는가, 의 근본적 질문.


매끄럽고 불량해 보이지만 귀엽게 단정한 소설. 그것이 자신의 한계라고 의식하고 (경고하는) 작가 (아니고 주인공). 장강명 작가가 생각났는데 문지혁 작가는 훨씬 더 매끄럽고 더 순하다. 예측 가능한 결말에 편안하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거의 이십 년 전 교포 학생들에게 한국어 수업을 했던 '시간'이 생각나서 (더하기 슬롯 머신 경험) 격하게 공감하면서 읽었다. 그 아이들은 나에게 과자도 카드도 주지 않았다. 그 아이들은 안녕할까. Are you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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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9 0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29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울한 봄날, 개학인데 개학 아닌 개학. 개같은 나날들. 개의 심장에 대해서, 더 정확하게는 인간의 뇌하수체와 성기를 이식한 개, 그래도 개의 심장을 지닌 개-인간, 샤릭-샤리코프의 이야기를 읽었다. 


차가운 눈바람이 몰아치고 허리에는 화상을 입은 길거리의 개, 자부심은 고고해서 지나가는 인간들을 하나씩 멸시하며 (어이, 그래도 소시지나 좀 조바라) 품평하다 먹이와 따뜻한 잠자리에 이끌려 의사 필립 필리뽀비치네 집에 들어간다. 하지만 의사는 그를 실험대상으로 여기고 있었고 어느날, (아직은 개) 샤릭의 머리가 나쁜 예감으로 쿡쿡 쑤시던 날 그 실험/수술은 이루어진다. 


의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회춘' 대신 '변신'이 이루어지는 샤릭의 몸. 맥줏집에서 칼싸움에 사망한 망나니의 성질이 옮아가 이제 샤리코프는 말을 하고, 직립 보행을 하고, 폭행을 저지른다. (이제는 인간) 샤리코프는 자신을 꾸짖는 의사에게 묻는다. "아빠, 아빠는 왜 그렇게 나를 심하게 학대하고 그러세요?" 그리고 샤릭코프는 여엿한 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공산당에 들어가고 직함을 갖는데 평소 샤릭이 혐오했던 길고양이들을 처리하는 일을 맡았다. 


더이상 샤리코프의 폭력과 비행, 자신의 영역과 권위를 위협하는 것을 참지 못한 의사는 조수 보르멘딸리와 함께 일을 수습하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의사 직과 명예를 걸고, 또한 의사의 윤리에 대해 고민하면서. 저 놈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어. 결자해지. 결국 그 인간말종의 뇌하수체와 성기가 부린 난동을 지우기 위해선 그 원인을 (사회제도나 인간관계가 아니라 글러먹은 그 육체조직) 제거하고 의사의 발 옆엔 (다시 개) 샤릭이 엎드리게 된다. 아직 혀에 남은 인간의 말, 하지만 온순해진 뇌로는 자신의 복받은 환경에 감사하면서. 계속 샤릭-샤리코프의 몸에는 개의 심장이 펄떡이고 있었다. 


인간들 묘사와 대사가 과장되고 희화되어 블랙 코미디 극을 읽는 기분이 든다. 추운 거리의 샤릭의 시점으로 시작해서 3인칭 시점과 묘사-기록-대화 등 여러 형식으로 구성된 짧은 소설은 투박하지만 흡입력이 강하다. 특히 수술장면의 생생한 묘사는 의사 작가의 특기가 살아있다. 수술 장면만 두 번 읽었는데 이런 피냄새 나는 (응?) 묘사를 '프랑켄슈타인'과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서는 만나지 못했기에 더 신선한 기분이 든다. (라고 쓰고 보니 내가 많이 이상한 사람;;;;) 


못 배우고 더러운 것들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의사의 혐오가 큰데 그것을 혁명과 계급에 대한 반동문학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은 던져주었으니 고민은 독자의 몫으로 남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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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21-03-19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특이한 소설이군요. 유부만두님 오랜만. 여전히 읽고 쓰시는 거 보니 반갑.
개학인데 아이 둘의 학교 가는 날이 달라서 급식의 은혜를 못 입고 있어서 너무 우울합니다. 저도.
그래도 봄이니까 잘 지내시죠?!
저는 자주 안 오면서 늘 있는 분들 보면 너무 좋다. ㅎ

유부만두 2021-03-22 11:13   좋아요 0 | URL
북극곰님, 반갑습니다. 저야 별일 없이 밥밥책책밥 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급식의 은혜는 정말 없을 수록 더 크게 느껴지고요. 봄이네요. 겨울옷 아직 입고 밤에만 동네 슈퍼를 가곤 하는데 꽃이 조금씩 보이는 데 더 우울하고 그래요.

이 소설은 20세기 초 러시아 소설인데 투박하고 강렬한데 은근 매력있습니다. <거장과 마가리타> 읽기 전에 준비운동 삼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