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구수정은 용한 점쟁이에게 스무살 되기 전에 죽는다는 통고, 혹은 예언을 듣고 명을 길게 하려고, 죽기 싫어서 길을 떠난다. 등에는 백설기 가득 지고. 


작가의 말과 해설에 나온대로 '북두칠성과 단명소년'을 토대로 쓰인 소설인데 첫 장과 마지막 장 사이는 어지럽고 복잡한 세계를 주인공 수정이가 쏘다니는 바람에 따라다니는 독자는 '투쟁'을 하듯, 특히나 나이 든 독자는, 허덕거리...다가 생각해 낸다. 이상한 나라의 수정이? 


길가메시, 혹은 앨리스, 오딧세이와 여러 설화와 이야기 속의 목숨 을 건, 내던진, 바라는 영웅들 이야기. 라고 쓰고보니 나도 해설을 흉내내고 앉았... 모든 걸 비유나 상징으로 풀자면 한없는데 그렇다고 깊이 있는 독서 경험도 아닌데다 어쩐지 집중도 안되고 재미도 별로고 지루하기도 하다. (이 얇은 책을 하룻 밤 건너 뛰고 이틀에 걸쳐 읽었다니) 


두 개의 흑 백 가름끈이 표지의 얼굴 만큼이나 당당하다. 그런데, 뭐랄까, 이 소설의 의미는 텍스트 밖에 너머에 있어서 자꾸만 말을 더해야 비로소 .... (이거봐 이거봐 또 평론가 흉내내고 앉았...) 


추신: 수정이에게 불어터진 떡볶이를 권하던 그 새끼는 성매수자 같고, 맞고, 그런데 어떤 남선생과도 겹쳐지고, 이 소설을 읽고 난 직후라 나도 문장이 마구 .... (아 그만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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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1-08-13 1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박지리 문학상이란 것도 있었군요??
책 표지가 서늘합니다.

2학기 전면등교는 애초에 물 건너간거죠!!!!!
그래서 포기한지가 오래지만...
삼 시 세끼도 포기하고 싶을때가 문득문득!!!
하~~~~ 아무생각없이 늘 하루종일
아침 먹으면서 점심 뭐먹지? 점심 먹으면서 저녁 뭐먹지? 저녁 먹으면서 내일 아침은???
심지어 잠을 자면서까지도....내일 세 끼는??
이건 아무생각이 아닌 게 아닌 거죠~ㅋㅋ
웃으려니 갑자기 눈물도 나올뻔 했네요ㅋㅋㅋ
밥 하면서 한 번씩 유부만두님 생각 났었어요.
그 많던 집밥 메뉴들의 사진들!!!
요즘은 뭘 해 드시려나??하면서요^^
그래도 여전히 책 열심히 읽으시고 건재하셨었어요.
제 예상대로요^^

유부만두 2021-08-13 10:58   좋아요 2 | URL
시지프스의 밥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다만 사진 찍기에 물려서 그만 뒀고요. ^^
그냥저냥 메뉴는 반복과 변주를 하고요, 책은 계속 읽고 사고 사고 사고 읽어요.
아, 우리 눈물은 감추도록 하죠, 아직 울 날이 너무 많을 것 같아요.

이 책은 오리지널 작품이라기 보다는 ‘다시 쓰기‘ 성격이 더 강하게 보여요. 그래서 지루했는지 모르겠군요. (끝까지 늙은 독자 감성 탓은 안 하겠읍니다)

파이버 2021-08-13 1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무살이 되기 전에 죽을 운명이어서 단명 소녀였군요... 152쪽이니 얇긴한데 당당한 두 개의 가름끈에서 피식했어요ㅎㅎ

유부만두 2021-08-13 10:59   좋아요 2 | URL
책 내용에 두 개의 칼, 두 개의 명부, 두 명의 인물, 두 갈래 길 같은 생과 사의 이미지가 반복되요. 아마 그래서 의도적으로 두 개의 가름끈을 만들었을 거 같아요. 독자에 따라선 한 호흡에 읽을 수도, 저 처럼 가름끈을 이용해 하룻밤을 보내기도 하겠죠? ^^
 
레베카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나‘와 레베카의 현실과 현재는 상상과 과거와 뒤섞이고 푸른 수염, 제인 에어, 프루스트 까지 가세한다. 평범한 전반부를 견디면 폭주하는 후반부에 독서의 쾌감이 기다린다. 이 재미있는 걸 왜 묵혀놓았지, 과거의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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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7-19 0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더해서 세라 워터스 <리틀 스트레인저>도 생각났다. 연상작용으로 보관함에 콜린스 <흰 옷 입는 여인>을 담았다.

psyche 2021-07-29 13:42   좋아요 1 | URL
리틀 스트레인저 재미있어?

유부만두 2021-08-02 07:30   좋아요 0 | URL
긴장감 조성과 인물 묘사는 멋졌어요. 그런데 결말이 .... 일종의 열린 결말이라 , 이 서스펜스는 어쩔거냐고 저자에게 따지고 싶은...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레베카>가 일뜽이에요.

2021-07-19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9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1-07-19 0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더운 여름에 폭주하며 읽으려고 아껴두신 거 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7-19 16:44   좋아요 1 | URL
그런가봐요! 덥고 찜찜한 이런 날씨와 어울리는 소설이네요.

Falstaff 2021-07-19 1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막판에 뒤통수 한 방 얻어터지고 속이 후련해지는 사이코 적 만족감을 느끼는 게 <레베카>를 읽는 즐거움입니다!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7-19 16:45   좋아요 1 | URL
레베카 정말 정 안가는 인물이다 싶었다가 마지막 한 방에 백점 만점이에요.
 

16세 전지적 혼령 시점의 산속 눈폭풍 조난 이야기. 재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모습이 절반, 사고 이후 후유증 수습과 회복(?)이 후반부 절반이다. 살벌해지려는 찰나 태도를 바꾸는 후반부는 ya 분위기라 달콤하지만 가족, 장애인, 여성에 대한 전형적 표현이 깝깝하다.

작가의 ‘서늘한 체험’에서 소설이 시작했다는 후기를 읽고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양심은 뭘까, 나 너 우리, 이렇게 시작하는 옛날옛적 국민학교 국어 교과서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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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1-07-08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원서 오더블로 들었는데, 연기 너무 잘해서 진짜 웃고 울면서 들었잖아요. 오더블 소설 듣는 재미를 알려준 책.

유부만두 2021-07-08 16:49   좋아요 1 | URL
핀의 (들리지 않는) 외침 부분이 재밌게 표현됐을 거 같아요. 그런데 이야기 전반부랑 후반부 너무 온도차가 크지 않았나요? 작가의 의도나 뭐 다 알겠는데 뒤로 갈수록 순두부라 좀 그랬어요.
 

6월 하순에서 7월 초에 걸쳐 어느 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제목에서 말하듯 체육관에서 학생이 살해당한다.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인데 후반부에 꽤 길게 사건 관계자들 모두를 모아 놓고 '천재' 전교 일뜽 (빼면 일본 소설은 얘기가 안되나봐요) 오타쿠 남학생이 추리 강의를 한다 (푸아로인줄). 더해서 뽀나스로 이 사건의 배후의 더 나쁜 손, 다른 인물을 폭로한다. 


장마비 이야기가 계속 나와서 읽으면서 창문을 자꾸 바라보게 된다. 빗소리와 선풍기소리와 환풍기 소리 (이 더운 날씨에 국을 한솥 끓이는 중이었다. 집나가고 싶어서)에 정신이 사나웠다. 소설은 만화책 같은 표지(노랗거나 빨간 우산을 쓴 여학생은 안나옴)와 적나라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꽤 정석적인 범죄 추리 소설이 펼쳐진다. 


천재 고딩이 학교 동아리실에서 숙식하는데, 그 방/집에 경찰들이 찾아오자 이 녀석은 가만히 앉아있고 친구 여학생과 후배 여학생이 차를 끓이고 과자를 준비해 대접하드라? 가부장제도 선행학습이니. 범인은 잡았으나, 더 독한 사람이 배후에 있었고, 고3 '의리파' 남학생이 죽었으니 슬픈 일이고, 경찰 아저씨들은 어버버 대머리에 땀만 흘린다. 시리즈로 수족관과 도서관에서도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렇게 흉을 봐놓고도 난 아마 다 읽겠지. 여름이니까. 



쾌청한 하늘 위로 작은 구름이 유유히 떠다닌다. 잔 안에 남은 얼음이 상쾌한 소리를 내며 녹았다.
벌써 7월. 여름이 바로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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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7-04 19: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딱 지금 읽기 좋은책이네요^^ 푸와로 아저씨 좋아하는 저로써는 끌리네요...
리뷰 읽다가 가부장제 선행학습에서 빵터졌습니다ㅎㅎ

유부만두 2021-07-05 17:59   좋아요 1 | URL
사람이 죽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장마철에 어울리는 추리/설명 소설이에요. ^^
탐정 주인공 학생이 영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요. (설명하는 장면만 푸와로에요)

붕붕툐툐 2021-07-04 2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 너무 좋다! 여름에 딱!ㅎㅎㅎㅎㅎ

유부만두 2021-07-05 17:59   좋아요 0 | URL
여름 장마철에 딱! 이죠.
 

억울하게 죽은 여자들이, 혼령이 되어 늦게나마 입을 열어 사대부 남자 관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여자 귀(鬼)들은 그 남자들의 시스템 안에서 억울함을 풀고 은혜를 갚는다. 


이 여자들의 죽음에는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전쟁, 질병, 강간, 살해, 명예살인, 처첩 고부 간의 갈등, 계모의 구박 등. 그 죽음의 배경에는 아무 것도 안하거나 적극 범죄에 참여하는 아버지, 오빠, 남편, 나라의 관리들이 있다. 은혜 갚는 대신 화를 불러오며 붙어있는 귀신들도 있고, 연정을 고백한 후 죽어버린 귀신도 있고, 후손들을 보호하려 애쓰는 모성애 넘치는 귀신도 있고, 몇 년 무덤 속에 있다가 다시 살아나는, 시침 뚝 떼고 환생하는 시체들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들이 전해지는 통로가 유학자 남정네들이니 어쩔 수 없이 여자 귀신에 답답증이 도질 즈음, 책의 마지막 부분 <여성, 신이 되다>가 우리 나라의 천지창조 신화에 등장하는, 환웅과 웅녀 이전 시대의 여자 거인 '신'에 대한 이야기의 파편들을 들려준다. 하백의 딸 유화부인이 인간이라기 보다는 농경의 여신이라는 해석, 그녀 역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여신/님프 들 처럼 하늘에서 내려온 '것'에 당해 임신하고 비범한 인물 - 건국 시조를 낳는다는 부분이 흥미롭다. 삼신 할미나 마고 할미, 바리데기가 겪은 여자들의 고초들은 아무리 '신'이 되었다지만 여자 사람들의 기억이 쌓여있는지라 갑갑하기만 하다. 아직도, 여자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목소리를 낼 수가, 들어주질 않아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그녀의 일이 나라 지키는 것이었어도 다르지 않다. 


책에는 수 많은, 겹치기도 하는 억울한 아랑, 장화 홍련,이생규장전 류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고 그에 비해 해석/분석 부분은 탄탄하지 못하다. 10년 전 나온 최기숙의 <처녀귀신>과 많이 겹치는 데 그 책은 처녀, 억울함, 글과 영화에 남은 여자 귀신과 그 한의 정서를 탐구했다면 이번 책은 '왜 여자는 억울하게 죽고 나서야 입을 여는가, 누가 해원을 하는가, 여자 '신'의 존재는 어떤 의미인가'를 고민한다. (별로 다르지는 않...) 끝까지 통쾌함 보다는 고민만 쌓아놓는다. 그러니 우리는 죽기 전에 입을 열고 손을 놀려 이야기를 해야한다. '자궁가족' 이라는 개념으로 결혼 한 여자가 자신의 세를 불리는 과정을 (아들을 낳아야함) 설명하기도 하지만 여자들 사이의 연대는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여자들이 서로 챙기는 것은 만신/무당의 굿에서 서로를 품고 달래는 정도일까. 여러 이야기 들 속에서 서양 신화와 고전에서 읽은 것들과 닮은 장면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하지만 책은 .... 기대만큼 무섭지도 않고, (일단 귀신들이 너무 순해서 가해자들을 찢어죽이질 않음) 유학자 남자들에게 기대기만 해서 아쉽다. 그래서 책을 그만 읽을까, 할 때, 짠, 우리의 할매 신들 이야기가 나와서 다행이었다 (지만 지리함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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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7-01 12: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무섭기만 했던 전설의 고향도 여성주의 시각에서 보면
이젠 무섭기보다 가슴아플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1-07-01 12:48   좋아요 4 | URL
맞아요. 여성들이 왜 죽었는지 부터 고구마에요. ㅜ ㅜ
범죄의 처벌도 제대로 못하는 지금 세태가 실은 더 고구마고요. 마음이 아프고 갑갑하고 그래요. 하지만 할매 신들 이야기들은 흥미로웠어요.

수이 2021-07-01 13: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커다란 가위 들고 막 찢어죽일 거 같은데 ㅎㅎㅎㅎㅎ 근데 이게 또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저도 가만히 있겠죠. 근데 귀신 되면 정말로 커다란 가위 들고 막 자르고 다닐듯 해요 ㅋㅋㅋㅋ 이 책도 흥미로운데 도서관에 곧 들어온다고 하는지라 조만간 읽어볼게요 유부만두님

유부만두 2021-07-01 22:41   좋아요 0 | URL
인용 부분이 많아서 이야기 책 읽는 기분도 들어요. 잘 몰랐던 신화, 전설도 생각해 보는 기회였고요. 하지만 납량 도서는 아니고, 오히려 열받게 만들기도 하니 시원한 음료는 꼭 챙기고 읽으세요. ^^

몰리 2021-07-01 16: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러니 우리는 죽기 전에 입을 열고 손을 놀려 이야기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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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메시지로 삼습니다!

유부만두 2021-07-01 22:41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부지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