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름이군. 마코토 양이 가장 좋아하는 고딕 로맨스는 뭔가?"
갑자기 이름으로 부르는 데 놀라면서, 마코토는 성실하게 대답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역시 『레베카』죠."
" 『레베카』 맨 앞에 나오는 한구절은?"
"어젯밤, 나는 또 맨덜리에 가는 꿈을 꿨다."
"대프니 듀 모리에의 원작 중에서 『레베카』 말고 히치콕이 영화화한 작품은?"
"『새』하고, 음, 일본어 제목은 잊어버렸는데요, 『자메이카 인In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미....있다. 미국의 50-60년대 성차별의 여러 사례를 모으고 나열해서 톡톡 튀는 문장으로 엮어놓았으니까. 현재의 피씨함과 논리로 무장해서 옛잘못을 까부수자. 인용되는 여러 소설 제목들도 반갑고 (개나 유아에게 보바리 부인과 프루스트를 읽어준다는 설정은 과하지만) 개의 심정까지 묘사하는 톨스토이 스타일도 괜찮다. 인생의 비극도 출생의 비밀도 버무리며 테레비 문화도 보여준다. 무엇보다 강한 여성이 나온다. 


하지만 여러 장면들, 사건들이 인물과 큰 서사 흐름과 따로 논다. 1권 초반과 중반, 2권에서 만나는 엘리자베스는 각각 다른 인물같다. 주장이 강한 인물인 건 알겠지만 이런식으로 생방송을 말아먹는 무개념의 이십대 여성이라니 그야말로 전형적 아닌가. 재미있게 모인 에피소드들도 반복되고 쌓여서 길어지니 지루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럴까봐 우연과 운명도 나오지만, 아 그러지 말지 그랬어요. 이렇게 길게 쓰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뭐입니까. 결국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도 남자가 중심이었다? 천재도 사랑도 갈등도 재벌 할머니가 완성해준다? 인간도 탄소 산소 수소의 화학 원소들의 합이다? 하지만 그 배열과 결합 방식에 따라서 어떤 것은 사람이 되고 또 어떤 것은 한여름에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소설이 되기도 한다. 작가의 야심찬 포부는 노골적으로 반복해서 드러나서 모를 수가 없는데 난 덜 웃겨도 되니까 제대로 쓰인 소설, 고민과 성장 혹은 자멸을 보여주는 개연성 있는 인물과 서사를 읽고 싶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2-07-25 2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있어요. 있다는데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요 ㅎㅎㅎ
좀 괜찮으세요? 괜찮으셔야 하는데요....

유부만두 2022-07-25 22:26   좋아요 2 | URL
아직 기침해요. 열몸살은 이삼일 고생했는데 기침이 오래 가네요. 그래도 내일이면 해방입니다. 쿨럭쿨럭

책이 예쁘고 발랄한 전개이긴 한데 길어요. 드라마로 나온다는데 그편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2-07-25 22:30   좋아요 2 | URL
기침에는 도라지즙, 배즙이 좋다고 하던대요. 저도 배즙 많이 먹어서 속이 쓰리고 그랬어요. 얼른 완치되시고 자유롭게 되시길요!!

mini74 2022-07-26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해방되시건가요 유부만두님. 기침은 좀 괜찮아지셨는지..전 이 책 희망도서로 신청해놨는데 연락이 없네요. ㅠㅠ.

유부만두 2022-07-28 17:31   좋아요 0 | URL
여름휴가 책으로 어울리는데요. 얼른 손에 넣으시길요. ^^
이젠 기침만 간간이 합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니님.

2022-07-29 0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등대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6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부를 중심으로 소설을 접으면 1부와 3부가 겹치며 회상하고 되짚고 계속 그린다. 나는 그 두 겹의 이야기 안에 서서 양쪽, 그리고 내 안의 시간과 등대를 그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램지 씨가 부인에게 위안을 짜내고 산책을 나서다 돌아와 막둥이 제임스를 짜증나게 할 때, 그러다 다시 바다 쪽으로 가서 파이프를 채운다. 그의 속에선 온갖 찌질한 철학하는 남자의 고뇌가 펼쳐진다.
불쑥 릴리가 끼어들어 램지 부인을 책망한다. 남편을 너무 떠받든다고. (네, 아이가 여덟… 이 말은 주문 처럼 여러 사람들이 되뇌인다)

잠깐만요, 릴리는 뱅크스 씨랑 (램지 씨 피해서) 산책 간 거 아니었어요???

당신들 어디 가면 간다, 오면 왔다, 한줄 씩 써주기로 해요, 네?

전 이제 77쪽이고요. 등대 아직 안나옴.
어휴 깜딱이야, 뱅크스 씨도 옆에 있었어.
이제 솔직하게 (화자가 ㅡ 누구??) 쓴다. 뱅크스씨는 릴리 좋아함.
79쪽.
릴리는 램지 씨 싫어함. 뱅크스는 친구 램지가 위선적이라고 함. 질투일까.

아… 알겠어요. 램지 부인과 좀 떨어진 곳에 릴리랑 뱅크스 씨가 있군요. 램지 부인에게 직접 그 남편 흉을 본 게 아니고.

단락 사이에 공간을 좀 주세요.

램지 씨가 걸어서 (안보는 척, 생각에 잠긴 척) 그 둘에게 걸어온다. 릴리는 조금 긴장한다. 사랑, 환희에 대해 ‘고개를 숙이고’ 생각한다. 예순 가까운 뱅크스 얼굴의 환희가 (조금 징그럽다), 조금 고맙다. 그런데 릴리는 자기 생각을 자꾸 잊는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2-07-01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77쪽까지 등대 안 나옴 웬일이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게도 등대로가 있는데 말입니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되는 울프를 어쩌면 좋습니다. 아흐~~~~~~~

유부만두 2022-07-07 07:58   좋아요 0 | URL
근데 끝에도 등대가 나오는건가 아닌가는, 그러니까 소설 초중반에 등대가 나오는건가 아닌가는 독자의 판단 아닐까 싶어요.
내 맘 속에 등대 있다아~~~~ 외치면, 아, 자네 울프를 엉덩이로 읽었는가, 하고 대가들은 혼내겠지요? 그런데 실은 저는 욕하는 마음으로 등대로를 읽었습니다. 램지 할배를 향한 미움과 램지 할매를 향한 애증, 그리고 릴리를 향한 깝깝증으로 등대로 계속 갔는데 등대가 등대가 등대가 .... (직접 읽으세요. 추천!)

하이드 2022-07-01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등대 마지막에 나와요. ㅎㅎ 의식의 흐름 버지니아 울프

유부만두 2022-07-07 07:59   좋아요 0 | URL
의식의 흐름이 찐이더군요. 의식의 막 ....그런데 중반부턴 가만히 깊게 생각을 파고 들어서 차라리 따라가기 나았어요.

persona 2022-07-01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진짜 이래서 버지니아 울프 잘 못읽겠숴요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07-07 08:00   좋아요 1 | URL
1부의 초반만 견디시면 되요. 저도 1부 세 번 읽었어요. 너무 모르겠어서요.
그런데 그 깔딱고개 1부11장을 넘기니까, 사람들 이름이랑 얼굴이 보이면서 아.... 램지 부인 이야기랑 릴리 이야기구나 했거등요? 릴리의 그림에 집중해보시면서 (죄송해요, 이거 스포...) 읽어보세요. 제겐 이 여름의 소설이었어요.

책읽는나무 2022-07-01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등대 보려면 끝까지 완독 해야 하는??ㅋㅋㅋ
제게도 등대로 있는데 말입니다.
각 잡고 읽어야 겠군요^^

유부만두 2022-07-07 08:02   좋아요 1 | URL
등대로 각잡고 ... 라기보단 어느정도 포기한 마음으로 읽으시는 편이 나아요. 위에도 썼지만 1부의 중간까진 누가 누고? 맘이었거든요. 릴리의 그림에 중심을 딱, 잡고 읽으니까 좀 낫더라고요. 그런데 다 읽고 나니 그 누구보다 내가, 독자가 주인공이 되어버림;;;;; 저 잘못 읽은 건가요?

라로 2022-07-01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램지 싫다고 하면서 읽었어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2-07-07 08:02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정말요!!!! 이눔의 할배 끝까지 이러다 장수하고 온갖 사람들 괴롭히고 누릴거 다 누리겠죠?!!! (시아부지 생각나서 더 분개함)
 

램지 부인은 창가에 앉아 있었는데… 어느 순간 집 바로 밖인가 싶은 곳에서 릴리를 바라본다. 그녀는 그림 모델을 서는(앉아서) 중이고 무릎 위에는 아들(아마도 막둥이) 가위질을 위한 그림을 골라낼 책이 놓여있다. 램지씨는 잔디와 테러스를 오가며 노래도 말도 아닌 소리로 떠들다가… 조용하다가…사라졌다가….

갑자기 연극대사를 크게 외치며 릴리 쪽으로 돌진하다가 “말을 돌린다.” 손을 휘두르며 말을 타고 있습니까, 램지씨? 이 말이 다른 말입니까?

파도 소리가 잔잔하게, 사람들의 수다 소리가 잦아들면, 들리는 섬의 휴가지에서 이 50대 부인의 묘사는 따라가기 힘들다. 큰소리가 나면 다른 사람에게도 이 소리가 들리는지 고개를 돌려 확인하는 부인, 그녀도 자기의 서술을 믿지 않는 눈치. 우선, 어디 계십니까, 부인? 저는 33쪽 둘째 줄에 있습니다. 지금 마이크는 릴리 양이 (뱅크스 씨도) 잡고 있는 것 같고요.

ㅡㅡ
66쪽에 이르렀습니다. 암탉 에피소드와 24세에 쓴 논문, Q에 머무르고 있는 램지 씨 이야기를 읽고 있습니다. (그의 전공이 철학인 거 찰떡) 그래도 아이 여덟은, 아무리 센 머리 휘날리며 비장하게 서 있더라도, 용서가 안됩니다. 더해서 애 앞에서 부인한테 징징대기 까지… 패주고 싶을 정도.
부인의 둥기둥기로 기운을 회복한 그는 (젖을 듬뿍 먹은 아이처럼) 산책을 나서고, 램지 부인은 기가 빨려 지친다.
근데 옆에 있는 막내 제임스를 챙겨야 해서 쉬지도 못해.
불쾌하기만 하다.

근데 묘하게 느슨하게 얽힌 사람들 이야기… 조금 익숙해지니 빨려드는 기분이 드네요. 등대에 과연 갈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