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감독인 저자 김현우의 작업 엣세이를 겸한 독서 감상문이다. 


그가 읽은 여러 책들은 '타인의 목소리'를 전해준다. 성소수자, 이민자, 장애인, 저임금 노동자 등 그 목소리들은 바로 내 옆이 아니라도 존재하고 나와도 닿아있다. 하지만 쉽게 들리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의 업인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가 읽었던 책과 현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다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며 그 방식을, 공감이라는 강요를, 간과할 수 없는 개개인의 특유한 디테일을 고민한다. 이 정갈한 책은 여러 겹으로 조심스레 접은 타인들의 이야기와 그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 펼쳐 놓는다. 나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그 이야기의 목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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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2-03 1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땡투합니다, 유부만두 님!

유부만두 2022-02-06 09:34   좋아요 0 | URL
땡큐에요, 다락방님!
 

꼼꼼하고 덤덤한 묘사를 따라 읽으며 아일랜드 소도시의 주민들을 상상했다. 코널티 양의 응어리 진 마음과 목걸이, 엘리의 달걀 배달, 그 남편의 목초지 이야기, 플로리언의 방황 등을 따라가다가 지루해서 잠깐 손에서 놓아두었다. 그러다가 새파랑님의 리뷰를 읽고 아, 이것 역시 사랑 이야기구나 싶어서 다시 읽었다. 


마침 가게에서 두 사람이 말을 나눈다. 그러지 말걸, 하면서 인사하고 기다리고 서성거린다. 그리고 엘리는 어쩌면 인생에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누군가를 욕망한다.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 최악을 각오하며 엘리는 문을 밀어 연다. 무언가가 문 뒤에 걸려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엘리 자신이 대면해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엘리보다는 코널티 양에 더 마음이 (아무래도 나이가 ...) 갔다. 그녀의 걱정, 그리고 안심과 다정한 상상 너머에서 뜨거운 여름은 가고 순한 가을이 온다. 다음 여름은 조금 더 수월할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에서 사랑의 도피처로 아일랜드를 찾은 플로리언의 부모, 또 모든것을 뒤로하고 노르웨이로 향하는 아들. 점점 더 추운 곳을 향하는 이 가계도에도 연민을 조금 뿌려주기로 한다. 이렇게 뻔한 사랑 이야기인데 트레버의 소설은 어쩜 이렇게 우아한지. 마음이 아파 ...  


덧: 표지의 저 칼 나도 있는데 안으로 당겨 깎기 보다는 밖으로 내치면서 (사과 말고) 감자 껍질 벗길 때가 더 쓰기 좋다. 사과를 저렇게 깎다가는 손을 다칠지도 모른다. 내가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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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13 16: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뷰에 제 이름을 언급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초반이 좀 그렇긴 하더라구요 ㅋ 누가 주인공인지 감도 잘 안오더라구요 ㅎㅎ 저는 플로리언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

유부만두 2022-01-13 17:34   좋아요 3 | URL
그러셨군요. 플로리언이 그 추운 곳으로 가서 새로운 시작을 잘 했으면 좋겠어요. 설마 몇 년 후 돌아와서 … (네, 드라마를 좀 봤습니다)

미미 2022-01-13 16: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이랑 읽다만 <비온뒤>도 꼭 다시 읽어볼래요^^

유부만두 2022-01-13 17:36   좋아요 3 | URL
초반의 조용함을 지나면 격정의 여름이 있습니다. 가 여름의 끝에 … 우아한 결말이 기다리고요. 멋진 독서가 될거에요.

책읽는나무 2022-01-13 18: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오래 전에 읽었거든요.
책 표지가 넘 예뻐서요~^^
분명 아릿아릿 괜찮게 읽은 것 같은데...음....만두님 리뷰를 읽어도 전혀 기억이 안나네요???
참나~~책을 왜 읽는 건지??🥴🥴
저 책이 좋아서 윌리엄 트레버 더 알고 싶어 <비온 뒤>사다 놓곤 처박아 뒀다는ㅋㅋㅋ
요즘 트레버 얘기 많이 올라와서 어쩐다? 중입니다.
근데 저 과도를 가지고 계신 거에요?
칼을 사용하기가 힘든 거였군요?
사과를 어찌나 못깎았던지??
전 저 예쁜 표지에 한 몫 하려고 일부러 못깎았나?뭐 그런 생각을 했더랬죠ㅋㅋㅋ

유부만두 2022-01-19 11:33   좋아요 1 | URL
기억에 엄청 남는 강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잖아요. 저도 그래서 소설 전반부는 너무 지루해서 하마터번 중도 포기 할 뻔 했어요.
은근 플로리언이 누굴 죽이길 바랐....

그래도 어느 한 여름, 사랑이 있었더랬습니다.

단발머리 2022-01-13 19: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에 읽는 여름. 이야기라니 기대되네요. 책표지가 이뻐서 한눈에 들어오는 책인데 계속 미루고 있어요. 푸하하.

유부만두 2022-01-19 11:26   좋아요 0 | URL
여름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 라기엔 조금 아쉽지만 또 그만큼 더 아련한 기분이 남는 책이에요. 풋 사과에 어울리는 불륜이라기엔 너무 어설픈 만남.

페넬로페 2022-01-13 22: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떤 종류의 사랑이야기인지 궁금해요.
사과 저렇게 깎다간 매번 엄마한테 혼날 것 같아요. 두껍게 깎는다고요.
저 그림에 뭔가 의미가 있겠죠^^

유부만두 2022-01-19 11:27   좋아요 1 | URL
푸른 사과를 깎는 어설픈 손놀림처럼 처음 만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당황하는 사람이야기에요. 지나가 버릴까요, 이 뜨거운 (아니 따수운) 떨림은요?

mini74 2022-01-13 23: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빤한 사랑이야기인데 우아하다는 말 동의합니다 ㅎㅎ 저러다 사과가 뼈만 남을 듯 합니다 ㅋㅋ

유부만두 2022-01-19 11:27   좋아요 0 | URL
그죠? 사과껍질만 따로 모아도 많을거에요. ㅎㅎㅎ
 

팬심, 혹은 덕질에 대한 소설이라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왠걸,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게 만든다. 화자의 육체가 살이 무겁고 인생이 그 의미가 버겁다. 이제 겨우 고등학생인 아카리는 겨우 겨우 최애 가수/배우에 매달려, 그 최애가 붙잡아주는 희망을 숨쉬며, 그가 끌어주는 척추로만 일어서서 살아간다. 우울하고 힘겨운 나날, 최애의 어디까지 내가 닿을 수 있을까, 혹은 나는 최애와 어떻게 결별해야 하는가. 내 인생은 어떻게 붙잡지? 


끝까지 닫히지 않는 북향 창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몹시도 차가운데 따뜻한 물과 온도 차가 나서 기분이 좋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들고 온 휴대폰을 봤다. 어디에 가더라도 최애가 없으면 불안했다. 요 며칠간 이 네모난 기계가 네모난 내 방이 된 기분마저 든다. (91)


어둡고 슬픈, 하지만 생생하게 살아서 독자를 삼키는 소설이다. 아이돌에 많은 애정과 시간 돈을 쏟아붓는 아카리의 현란한 문장을 읽다보면 어지럽게 홀려 들어 그 절망에 빠진다. 같은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보다 훨씬 좋았다. 하지만 그만큼 절망은 깊다. 


덧: 주인공은 최애의 생일 8월15일을 핸드폰 비번으로 쓰는데 일본인들에게 815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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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2-01-10 16: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책이군요^^;;;;

유부만두 2022-01-10 16:52   좋아요 3 | URL
가볍지 않아요. 주인공의 절망과 고독이 실감나고요. 매우 젊은 작가의 소설이라 더 감탄스러워요.

기억의집 2022-01-10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보라색 치마… 완전 병맛이었어요. 뭐 이런 애가 다 있지 했는데..

울 딸이 아이돌에 갖다 바친 돈 시간 생각하면..이 책 주인공하고 비슷하겠어요 ㅠㅠ

유부만두 2022-01-10 20:51   좋아요 1 | URL
이 책 주인공 아카이도 보라색 치마 인물들 만큼 답이 없어요. 그런데 이야기 전개 방식과 묘사/서술이 좋았어요. 그래서 절망감이 더 짙어요.
근데요… 책에 돈 시간 (시력) 다 바치는 전 어느 정도 그 덕질 마음 알겠더라고요. 그 구원, 숨구멍 같은 ;;;

독서괭 2022-01-10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그렇게 무거운 소설이었어요? 이책 제목 알고 있었는데 제목이 주는 느낌과 참 많이 다른가봅니다;;

유부만두 2022-01-13 15:24   좋아요 2 | URL
소재와 제목은 ‘최애‘인데 주인공은 진심으로 온맘과 온몸으로 최애 만을 위해 살거든요. 그러니 엄청 심각해요.

다락방 2022-02-03 1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유부만두 님의 이 글을 읽고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은지 좀 되었는데 오늘 지르기에 앞서 다시 한 번 사도 좋을지 이 글 읽으러 왔습니다. 음.. 망설여지지만 중고로 살 것이므로.. 사겠습니다!

유부만두 2022-02-06 09:31   좋아요 0 | URL
예상과 다른 분위기, 젊은 작가의 첫 작품이라기엔 (이 역시 편견이겠지만) 섬세한 묘사가 좋았어요. 엄청 우울한데 이해가 되더라고요.

아 그런데 다락방님은 다른 감상을 하실지도 몰라요.

persona 2022-02-03 1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절망한 가운데 빛이었던 최애가 스캔들 내버리니까요, 그 최애 자체가 지하아이돌이다 보니깐 더 뭐랄까 반짝임 보단 지침 외로움 우울 고독 이런 게 최애와 팬 간에 형성되는 것 같아요. 저는 문장이 무척 공감을 많이 했어요. 가제본 서평단으로 읽기는 했지만요.
그런데 유부만두님 글 다시 읽고 보니까 새로 한 표지도 좋지만 다크 레드로 타서 재가 돼버린 이미지였으면 독자가 미리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 하고 읽기 좋았을 것 같기도 해요. 가제본은 검정이라서 좀 톤이 맞는 느낌이었거든요.
이희주의 환상통도 그렇고 아이돌과 팬덤 이야기 나오는 이야기들이 생각보다 무거운 책이 많은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2-02-06 09:33   좋아요 1 | URL
맞아요. 다크레드가 더 내용의 분위기였겠네요.
전 환상통을 재미있게 읽어서 이 책의 우울함에 대비가 되어있지 않았어요. 제목의 ‘최애‘는 좋은 어휘 선택이지만 명랑한 분위기니까요.

젊은 작가의 소설이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데 꽤 능숙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작가의 다음 책도 기대가 됩니다.
 

하루키 책 중 이렇게 일러스트 있는 건 <버스데이 걸> 이후 처음인데, 그 책은 독자들의 원성을 살만큼 높은 가격의 얇은 책이었다. 검색해 보니 총 4권의 시리즈라고. 난 이번 도서관 책이 더 마음에 들었다. 괴괴하고 기기하고 쓸쓸하고 또 어딘가 해변의 카프카 생각도 나고. 간 대신 골 빼먹는 늙은 구렁이 사서는 판에 박힌 인물이지만 재미있다. 양 사나이! 내 기억엔 어디 다른데서도 뭔가를 하는 역할이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루키 책은 수백 쪽을 읽어도 덮는 순간, 푸슈슈 김이 빠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왜 나는 계속 하루키를 읽는가. 와카리마셍. 


구원의 여신 역할의 '말 못하는' 희미한 실루엣의 소녀가 나온다. 하지만 소년 화자는 그녀의 멧세지를 알아듣는다. 확실한 액션은 취하지 않는 소녀, 밥만 차려 갖다주는 그 소녀, 그리고 집/부엌 붙박이로 울고 괴로워만하는 어머니 (아이 동선을 생각해서 경찰서 도서관 등을 뒤집어야 할 것 아닙니까)를 생각하면 아, 하루키 센세는 한결같다. 버스데이에서도 밥 카트 끌고와서 (감)방에 넣어주는 갓 20살 된 여자가 나온다. 밥이 중요하다. 그런데 간식도 중요하다. 그걸 양사나이는 알고 손수 도나츠를 만들어 튀긴다. 


나도 도나츠에 레모네이드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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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1-08 14: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두꺼운 하루키를 읽고 나서의 제 느낌이 이거였네요 ㅋㅋㅋㅋ덮는 순간 푸슈슈 김이 빠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읽어보고 싶어요. 네 권이면 좀 많은데요?

유부만두 2022-01-08 19:41   좋아요 1 | URL
각각은 얇은 단편 소설과 일러스트 장정이니까 하나씩 골라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계속 이렇게 기괴하고 어둡지만 책과 연결되는 이야기라면 좋을듯하고요. 전 가끔씩 읽어보려고요. 푸슈슈 날아가더라도요. ^^

mini74 2022-01-08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루키에 제 청춘이 묻어있습니다 ㅎㅎ 20대때 최애직가 ㅎㅎ

유부만두 2022-01-08 19:42   좋아요 2 | URL
미니님의 청춘이 하루키와 함께 했군요.
그 풋풋함은 하루키의 소설에 숨어있을겁니다. 골을 빼먹는 도서관 이야기 속에서 ... 청춘을 다시 만나시는 거죠. 네??!!

책읽는나무 2022-01-08 2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골라 읽은 책이었는데 만두님 리뷰 읽으니, 나쁘지 않았군요.ㅋㅋㅋ
읽을 땐 이상타!!!! 생각 했었는데..시간이 지나도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아래 있는 책 세 권도 비슷한 스타일인가 보군요?
나중에 읽어봐야 겠어요^^

유부만두 2022-01-09 10:19   좋아요 2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익숙한 코드로 환상적이지만 안전한 이야기를 만난 기분이 들어요. ^^

psyche 2022-01-09 0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양사나이에 대한 유부만두에 대한 이야기. 완전 공감해서 웃었어. 읽으면서 양사나이 어딘가 나왔었는데? 어디였지? 했거든. 책을 덮는 순간 김이 빠지는 것도 그렇고. 근데 다시 읽으면 머리 속에 다시 좍 펼쳐지더라고. 신기해라. ㅎ 근데 나는 하루키 읽은 지 오래 된 거 같아. 다자키 스쿠루던가 그게 마지막이었던 듯

유부만두 2022-01-09 10:20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양사나이 좀 두꺼운 책에서 봤는데 .... ㅎㅎㅎ
전 하루키 이젠 그만 읽어야지, 하다가 또 집어들고 있어요. 습관이 이렇게나 무섭네요.
 

There was some open space between what he knew and what he tried to believe, but nothing could be done about it, and if you can‘t fix it you’ve got to stand it.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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