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는 본능적으로 안다. 자기가 읽고 있는 책이 저자의 책이자, 출판사의 책이며 동시에 자기 책이라는 걸 말이다. '구매해서 읽고 소장하고 있다'도 아니고 '읽었다(또는 읽다 말았다)'는 것만으로도 그 책에 일정 정도의 지분이랄까 권리(최소한 발언권)를 갖는다는 것도."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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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쓰러진 보디치씨를 위해 911를 부른 찰리. 독한 약을 갖다랄라는 노인의 말에 찰리가 주저하자 노인은 말한다. 


"그냥 줘. 나를 죽이지 못하는 건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니까. 누가 한 말인지 네가 알 리는 없겠지? 요즘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니체요. <우상의 황혼>. 이번 학기에 세계사 수업을 듣거든요."

"제법이네."


2. 금주 모임에 다니는 아빠와 찰리의 대화.

"아빠가 하는 그 프로그램에서는 그러잖아요. 오늘 당장의 일만 생각하라고." 

아빠는 쿡쿡 웃었다.

"과거는 역사고 미래는 수수께끼라고도 하지."


3. 주인공 찰리의 친구 앤디는 중국계다. 학교 운동 코치는 그를 '황색 폭격기'라 부르고, 아이들은 그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며 욕하지만 결국 찰리는 농담으로 그 발언을 반복한다. 친구니까? 그리고 그 중국계 친구가 찰리네 와서 냉장고를 스스럼 없이 열어 꺼내 먹는 음식은 쿵파오 치킨이다. 하하. 


4. 노인의 집에는 묵은 물건들이 오래된 책들이 많다. 새커리 전집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하는 찰리. 


5. 금덩이를 들고 어둠의 거래를 하러 보석상에 간 찰리. 자신이 콩나무를 타고 올라간 잭이 아니라 <보물섬>의 짐 호킨스가 된 기분이 든다. 어딘가에 롱 존 실버가 있을 것만 같다. 난 보물섬을 책이 아니라 애니 시리즈로만 봤는데 아마도 나이가 좀 든 이후였던 것 같다. 왜냐. 주인공이 너무 애송이로 보이고 악당이 멋지더란 기억이 있거든. 


6. 찰리가 정신 없이 읽는다는 댄 J 말로의 <게임의 이름은 죽음The name of the game is death>. 번역본은 없는 옛날 책. 잔인하기 이를 데 없대서 혹하지만 패스.


7. 보디치 씨는 오트밀 아침을 먹으면서 벽돌책 제임스 미치너를 읽고 있다. 찰리가 인사해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한다. 


8. 브래드버리에 대해 뭔가를 아는 게 분명한 보디치 씨. 하지만 말을 아낀다. 스피븐 킹은? 


9. 벤저민 플랭클린의 명언. 세 사람이 비밀을 지킬 수도 있다. 그중에서 둘이 죽으면. 


10. 찰리와 우디(다른 세계에 사는 현명한 노인)의 대화.

"제가 여기서 본 것들이 그 이야기들과 비슷해요."

"자네가 사는 세상의 것들도 그렇겠지. 모든 게 이야기라네. 찰스 왕자."


맞다. 그리고 비슷한 제목의 책이 (내용은 모름) 생각났다.









11. 그 이상한 도시에서 건물들은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찰리가 고개를 돌리고 곁눈으로 보면 분명 꿈틀 움직인다. 찰리는 하울의 성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12. 스티븐 킹 자신의 소설 <다크 타워>의 구절이 인용되기도 한다. 다크 타워는 시리즈 일부의 표지와 부제 때문에 스즈메의 문단속 생각이 났는데 (내 생각에만) 실은 반지의 제왕에서 영감을 받은 서부 총잡이물 변주곡에 다른 세계로 건너 다니는 루프물이라고 한다. 

2권에선 러브크래프트 작품(크툴루의 부름 시리즈) 만큼이나 왕좌의 게임 언급도 많다. 


13. "마법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는데, 희망은 위험한 것이거든." 

동감. 얼마전 무슨 사은행사라며 복권을 받은 적이 있었다. 슈레딩거의 복권으로 일주일 행복했다. 심지어 세금 걱정도 좀 되더라만.  


14. "템푸스 푸지트도 좋은 구절이긴 하지만 시간이 항상 빠르게 흐르지는 않지. 뭘 기다려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겠지만. 템푸스 에스트 움브라 인 멘테가 더 맞지 않을까? 대충 번역하자면 시간은 마음 속의 그림자라는 뜻이야." 


15. 못생기고 다리를 절고 마음이 삐뚤어진 둘째 아들이 형을 죽이고 왕국을 더렵히고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죽인다는 설명은 세익스피어의 리처드3세와 비슷하다. 황정민이 분한 리처드3세 연극을 봤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연극으로 황정민이 서울의 봄에서 그 배역을 차지했다고 한다. 


16. 다른 세계는 한 겹이 아니고 멀티플이다. 그곳에도 그곳의 어두운 우물이 있다.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서 처럼.


17. "막판에 정신을 차렸다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유감스러웠다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면 거짓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어둠의 우물이 있고 그 우물은 결코 마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물을 마시면 자기만 손해다. 그 안에는 독이 들었다." 

하지만 그 독이라도 마셔야 하루 이틀이라도 버티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고요. 


18. 어린 등장인물의 평가라고는 하지만 드라큘라가 프랑켄슈타인보다 훨씬 나은 소설이라고 평한다. 후자는 개똥철학과 조잡한 문장이 한데 어우러진 재미없고 개떡 같다고. 하하 


19. "에드거 앨런 포가 악령이 사는 궁전을 주제로 쓴 시에서 끔찍한 무리들이 영원히 돌진하는데, 웃지만 미소는 결코 짓지 않는다고 했던 구절이 생각났다."라는 찰리.

While, like a rapid, ghastly river,/ Through the pale door/ A hideous throng rush out forever,/ And laugh - but smile no more. (The Haunted Palace) 


20. "복수는 잔인해야 제맛이다." 


** 정리하면서 붙여두었던 태그를 다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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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세상에서 독서를 제일 사랑했다. 그것이야말로 나의 진정한 천직이었다.

첫 문단을 읽자 단어들이 너무도 익숙하게 다가왔다. 책은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진정한 독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책은 그 책을 쓴 시절로 우리를 데려갈 뿐 아니라 그 책을 읽던 내게로 데려간다.

사실 나는 아마 기만을 바탕으로 한 픽션의 왕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탓에 편견이 생겼을 테지만 화자를 믿지 않듯이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도 믿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에게서도 결코 완전한 진실을 얻을 수 없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만나 말을 나누기 전에도 이미 거짓과 절반의 진실이 존재한다. 우리가 입은 옷은 몸의 진실을 가리지만 또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다. 옷은 직조이자 날조다.

히치콕이 그러기를 원했다기보다는 프로덕션 코드(1930년대에 제정되고 시행된 미국 영화 신검열 제도-옮긴이) 때문이었을 겁니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는 인물을 영화에 등장시수 없었을 거예요."
"헤이스 규약 말이군요. 현실도 그렇다면 좋을 텐데요."

렉스 스타우트의 《요리사가 너무 많다》 페이퍼백이었다. 나는 고양이 이름을 네로(《요리사가 너무많다》의 주인공 탐정 이름-옮긴이)로 정했다.

사춘기를 열렬한 추리소설 독자로 보낸 탓에 나는 현실적인 삶에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집으로 걸어가는데 누군가 날 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추리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그런지는몰라도 목덜미에 꽂히는 누군가의 시선이 거의 몸의 감각으로 느껴졌다.

일레인 존슨의 집 내부는 예상대로 지저분하고 먼지투성이였으며 사방에 책이 쌓여 있었다.

나는 후세에 영원히 남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순수문학 작가들이 늘 못마땅했다. 차라리 스릴러소설을 쓰는 작가들과 시인이 더 좋았다. 그들은 자기들이 질 게 뻔한 싸움을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사실 그런 건 없다네."
"뭐가요?" 내가 물었다.
"자네가 쓴 리스트 말이야. 완벽한 살인은 없어."
"소설에서요, 아니면 현실에서요?"
"둘 다. 늘 변수가 너무 많거든. 그 리스트에 뭐가 있었더라?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이 있었지?"

자넨 내게 살인을 소개했고, 또 독서를 소개했어. 그리고 내 삶은 나아졌지."

내가 이 회고록을 쓰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것이다. 정확하게 기록해두고 싶다. 완전한 진실을 밑하고 싶다.
[…]
진부하다고? 나도 안다. 하지만 때때로 진실은 진부한 법이다.

내 죽음이 미스터리로 남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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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17 1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추리만두

유부만두 2023-11-18 09:55   좋아요 0 | URL
ㅋㅋㅋ 요새 좀 그쪽이죠?
 

매일 책 이야기 올리기가 쉬운 게 아니었구나;;;

10월의 두 번째 금요일 오후 6시, 전시회가 시작되었다. 소각식은 11월 1일 오후 6시로 예정되어 있었고, 나는 11월 4일에퇴실 절차를 밟아야 했다. - P272

로버트가 찾아낸 수집품으로 가득한 서재가 떠올랐다. 거기서리나가 즐겨 착용했다는 소품들을 본 적도 있었다. 샘이 하나하나 짚어가며 사연을 소개해준 적도 있었다.
"리나의 것을 자꾸 물어오는 로버트가 발트만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발트만은 자신이 만든 이야기 속에 갇힌 사람이야. 출구를 스스로 봉해버린 사람. 애초에 리나의 냄새라고 하는 것이그 사진 속 여자의 것이었을지도 몰라. 아니면 전혀 다른 사람의 것이었을 수도 있지. - P290

어떤 사람들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고치면서매일을 살아나간다. 발트만이 그런 인물이었다. 이미 지나온 삶에 대해 뒤늦게 꿈꾸는 것이 무모한 일일까. 이미 흘러온 시간은 바꿀 수 없는 것이므로 영 가망 없는 일일까. - P292

"진실이요? 잘 보관하지 못해 부패해버린다면 다 의미 없는이야기죠. 때로는 알맹이가 아니라 껍데기가 중요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로버트 재단의 액자 틀이 있으면 그 안에 있는건 모두 믿고 싶은 얘기가 되지요. 그게 썩지 않는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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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1-04 16: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어려운걸 하고 계신 만두님....

유부만두 2023-11-04 21:45   좋아요 2 | URL
으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