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을 금지한 책을 전부 다 갖춰 놓고 싶었다. 책이 커다란 탑처럼 쌓여 사물함을 꽉 채웠으면 했다. 그책들을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다. - P118
책으로 둘러싸인 침대에 앉았다.크기 순서대로 쌓았다가, 그다음에는 알파벳 순서로 쌓고, 또 내가 읽은 책이랑 안 읽은 책으로 나누어 쌓았다. 책의 무게가, 촉감이, 특히나 책을 열 때마다 찌직 소리를 내며 자글자글한 주름이 생기는 투명한 코팅이 된 책이 좋았다. 어떤건 오래된 책이었다. 심지어 나보다도 나이가 많았다. 어떤 건 완전 새 책이었다. 그리고 모두 다 금지된 책이었다. 여기 쌓인 책들은 보물이었다. - P187
"예의 바른 여자들이 역사를 만드는 일은 별로 없단다. 옳은 것을 위해서 나쁘게 행동하는 걸 이번에 처음으로 맛봤다고 생각하렴." - P284
말로의 4월1일 토요일은 지옥 같았지.
"내일이 초하루군요. 사월 일일입니다. 만우절이죠. 부인이 등기우편을 받는지 확인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모리슨 부인?"노파의 눈이 나를 향해 빛을 발했다. 노파는 웃기 시작했다. 높고 날카로운 소리였다."만우절이라." 노파는 다시 킥킥댔다."아마도 못 받을 테지."나는 노파의 웃음을 뒤로하고 떠났다. 웃음소리가 암탉이 딸꾹질하는 것처럼 들렸다.
"우편물 안 왔다는데요.""그렇지, 안 왔어. 토요일이 초하루였지. 만우절이었어. 히히!"노파는 말을 멈추고 앞치마로 눈을 닦으려다가 그게 고무 앞치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기분이 언짢아졌는지 입이 자두같이 튀어나왔다.
주인공의 심리 변화와 그 묘사 만큼이나 작가 뱅자맹 콩스탕의 인생이 흥미롭다. 어휘 선택을 보면 역자의 심정도 비슷한듯.
1권보다 더 정면으로 질문한다.
에밀 졸라와 졸라의 세번째 소설이자 획기적인 작품인 ‘테레즈 라캥‘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건 아주 청년다운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졸라가 훗날 깊고 어마어마했던 것으로 밝혀질 광맥을 캐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졸라는 현재에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랬고 찰스 디킨스의 끔찍 버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 P11
포크너 놀음은 집어치워도 돼. 일부러 문법을 파괴하지 않아도 돼. 맞춤법을 틀리지 않아도 되고. 원하면 대화에 따옴표를 쓸 수도 있어. - P342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최소 두 번은 쓰여야 한다. 그것이 찰스 디킨슨의 법칙이고, 에밀 졸라의 법칙이다. - P260
"저 옥수수밭". 그는 그녀의 어깨 너머를 돌아보며 말한다. "그리고 태양. 코맥 맥카시 작품 읽은 적 있니?" "아뇨.""읽어봐. <핏빛 자오선>." 그는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 P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