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무코다 구니코의 에세이에 이런 묘사가 있었다.
"요리를 좋아하는 그녀는 외식에서 맛있는 것을 만날 때마다 집중해서 그 맛을 혼에 새겼다." 우와, 진지하시네, 료스케 씨가 놀리는소리가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오는 느낌이었다. - P79

"아, 술을 마시면 탄수화물 필요 없다고 하는 사람, 부럽지만, 그 느낌, 난 잘 모르겠어. 여기요, 한 그릇 더 주시겠어요?" - P237

그 사람, 진보적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니가타 출신 도련님이라 마누라는 집에 있길 바라는 유형이었어요. 여성관이 상당히 보수적이었죠. 그 세대의 좌파 남자들에게 흔히 있는유형이지." - P280

집안일만큼 재능과 에고이즘과 일종의 광기가 필요한 분야도 없을 텐데, - P363

최근에 약간이지만 요리를 하게 된 뒤로, 청소나 요리는 로큰롤이더라. 사랑이나 다정함이 아니라, 가장 필요한 건 힘이랄까……. 일상을 무디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투지랄까 ……. - P469

후하게 대접하려고 지나치게 애쓰는 점이 일본인의 나쁜 습관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완벽하게 하려고 하니까 일본에서는 지인을 편하게 불러서 분위기를 즐기는 습관이 정착하지 못하는 거예요………. - P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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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여름이라는 단어가 그랬듯이 무언가를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도 책등이 오래되고 해진 펭귄 클래식 페이퍼백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는 열여섯 살인가 열일곱 살이 되던 해 여름에 그 책을 읽었다. - P28

애나는 자신이 이토록 수줍음을 타는 사람인지 미처 몰랐다.
애나는 자신이 바깥세상에 나왔을 때 이토록 심하게 이상한 부류임을 발견하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 P60

이걸 찍어 봐, 카메라들아. 내가 오늘 여기 앉아 있는 것을 찍는 것으로 정말로 일어난 일을 아는 것이 얼마만큼이나 가능한지 좀 보자. 자, 찍어서 내가 거기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봐. 내가 거기 있었다는 게 어떤 의미를 띠는지 우리에게 보여줘 봐. - P96

의식하지도 못한 채 이 상태에서 저 상태로 맹목적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인간은 얼마나 적응력이 뛰어난가. 어느 날 아침에 여름을 느꼈는데 그다음에 눈을 떠 보면 일 년이 후딱 지나가 있다. 어느 한순간 서른 살인데 다음엔 예순이 돼 있고, 그다음 해도 눈 깜짝할 사이에 후딱 지나간다. 모든 게 너무 빨랐다. 생각해 보면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는 게 너무 빠르고 너무 매끄러웠으며 한편으로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 P124

겨울, 겨울은 사물을 눈에 보이게 해 준다. - P125

구글은 이상하다. 구글은 모든 것을 약속하지만 거기엔 찾는 게 없고, 우리가 원하는 것의 단어를 입력하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순식간에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된다. 우리가 정말 원하느 것이 어렴풋이 아픈거리기만 하고, 구글은 아무것도 답을 할 수 없다. - P206

하지만 그와 동시에 브룩은 이 농담에서 뱃속이 싸한 느낌을 받는다. 그 느낌은 폭탄을 가지고 공원에 간 남자에 관한 책 같은 것을 읽을 때의 느낌과도 비슷하며, 임의의 문장을 생각할 때의 느낌과도 비슷하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문장 말이다. 소녀는 공원을 달렸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 수식어를 덧붙이지 않는다면 소녀는, 또는 남자든 누구든 명백히 흑인이 아니라 백인이다. 아무도 백인이라고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마치 기사 제목에서 더the를 빼도 사람들은 거기에 더가 있다고 여기는 것처럼 말이다. - P390

책꽂이에 놓인 책은 얼마나 조용한지 생각해 보렴, 그가 말했다. 펼쳐 보는 사람 없이 거기에 가만히 놓여 있을 때 말이다. 그런 다음 네가 그 책을 펼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해 봐. - P420

당신이 남자다운 남자라면 얼마나 좋겠어, 엄마가 말했다. 그리고 <로닌>에 슈워제네거는 안 나온다고. 맞아, 하지만 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온다면 굉장할 거야, 아빠가 말했다. 그리고 우린 그처럼 훌륭한 롤모델을 우리에게 제공한 데 대해 위대한 작가들에게 감사할 따름이겠지. 실베스터 스완. - P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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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 전환기의 여성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외쳤던 사회계약론자이자 위대한 계몽주의 철학자인장 자크 루소가 결정적인 순간, 어떻게 여권女權을 외면하고 다수의 남성 혁명가들을 선택하며, 혁명을 완수했는지를 말이다.

또 라파이에트(Marquis de La Fayette, 1757 ~1834)에 의해 발표된 숭고한,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에 여성의 권리 따위는 없다는 것도 말이다. 혁명 때에는 분명, 성별의 차이를 넘어 같이 연대했던 모두(L‘Homme)의 자유와 평등이, 혁명이 끝나자 남성(Des hommes)만의 자유와 평등으로 바뀌던 순간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용서할수 없는 것은 진보적 페미니스트이자,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을 여성의 입장에서 다시 써서(Déclaration des droits de la femmeEt de la citoyenne, 1791) 루소도 라파이에트도 한 방에 비웃으며 치졸한 그들만의 세상으로 보내버린, 올랭프 드 구즈(Olympe deGouges, 1748~1793)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일일 것이다. 그녀의 죄명은 ‘여성의 권리를 남성에게 위임시킨 죄‘였다. 더욱여성들은 이때 (잠시였지만) 집회, 결사의 자유를 빼앗긴다.어떠한 정치적 활동이나 집단 행동도 금지 당한 것이다. 따라서 백년이 지나, 세기 전환기의 여자들은 좀 더 과격하고, 은밀하고 조직적인 여성운동을 했다.
(233-234)


[마르그리트 뒤랑은] 올랭프 드 구즈가 단두대에서 한 마지막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여성이 사형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당연히 의정 연설 연단에 오를 권리도 있다.˝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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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09 0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평등함을 위해서 노력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도 왜 아직도 이 모양인지..... 기득권이라는건 정말 징글징글합니다그려.....

유부만두 2021-08-09 14:23   좋아요 2 | URL
그 반대 쪽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가봐요. 아 정말 징글능글...

라로 2021-08-09 14: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Marquis de La Fayette 하니까 저는 뉴욕에 있는 제가 좋아하는 옷 브랜드 La Fayette 148 생각남요.^^;;
그런데 불어로는 라파이에트라고 발음 하나요? 여기선 라피에트 비스므리 하게 하는 것 같아요. ˝Laffy-ette˝ 이렇게요.ㅎㅎㅎ
암튼 벨 에포크는 제가 넘 좋아하는 시대인데 인간이 아름다웠던 시대라니,,이 책 저도 보관함에.^^

유부만두 2021-08-10 09:45   좋아요 1 | URL
불어식으론 라파이˝에˝뜨, 로 들리는데요.
이 책 화려한 사진과 그림이 풍부하고요, 특히 무하 챕터가 멋져요. 아름다운 시절의 문제점도 잊지 않고 짚고 있어요. 이 책을 통해서 다른 벨 에포크 책으로 뻗어나가기 좋은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도 엄마는 자기 아들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 거울을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처럼. 하지만 씁쓸한 진실은, 오즈는 누구보다도 엄마랑 가장 닮았다는 것이다. 연한 황금빛 피부, 긴 눈썹과 녹갈색 눈동자. 그렇지만 유령의 집 거울처럼 오즈는 엄마의 왜곡되고 지나치게 확대된 상(像)이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오즈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 아이와 마주하는 것을 거부해 왔다.
엄마는 주먹을 꼭 쥔 채 그 자리에 계속 서서 어두운 밖을 바라본다.

후회란 감정을 갖고살아가는 건 힘든 일이고, 그것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미 벌어진 일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어떻게든 이미 벌어진 일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이기 쉽게 착각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 괴로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방법의 하나지만, 엄마는 그런 착각에 빠지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그런 참회의 결핍이라는 축복을 받지 못했다. 그들의 양심은 끊임없이 아우성을 치고, 그들의 뇌에서는 했어야 할 일〉과 〈했으면 좋았을 일〉들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그들은 지금 자신의 모습을 견딜 수가 없다. 자신들의 진정한 상(像)은 너무나 선명하고, 추하며, 너무 잔혹하고 정직하다. 그리고 나는 어떤 가장된 자아나일말의 무지 없이, 우리가 우리 자신을 그렇게 숨김없이 적나라하게 봐서는 안 되며, 또한 우리의 본성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나서도 안 된다는것을 깨닫는다.
엄마와 모와 클로이 언니는 각기 다른 후회로 고통스럽다. 물론 그 근본적인 원천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고, 운명을 뒤바꾸고 싶고, 그리고 그때의 자신보다 더 나은 자신이기를 바라는 강렬한 욕망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말이다.

「괜찮아, 아가.」 카민스키 아줌마가 달래며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반응을 통제하지 못해. 행동만 통제할 뿐이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하며, 그것도 얼마나 감쪽같이 하는지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모든사람이 그렇다. 언제나. 그들은 어떤말을 하고, 그리고 그것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한다.

「넌 날 잘 모르잖아.」모가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모조차도 자신의 말이 틀리다는 것을 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면서 인생 전반에 걸쳐 드러내는 것들보다 더 많은것들이 그 비극적인 하룻밤 사이에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번에 한 발자국씩이요.」 뭔가심오한 경험과 깊은 통찰력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남자의 대답에, 나는모든 고통은 그 근원과 상관없이 다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아직 여기 있어요.」 그가 계속 말한다. 그러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1센티미터, 10센티미터씩이라도, 꼭 올바른 방향일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그래도 계속 나아가야해요.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것은 흑백으로만 이루어진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하나의 차원이 사라진 것만 같다. 나는 카일의 냄새가 어떤지 궁금하다. 나는 상상으로 그에게선 아무 냄새가 나지 않을 거라는 결론에도달하고는 만족한다. 남자한테서 아무 냄새가 안 나는 것도 드문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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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7-07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밥 아재를 저주한다.
 

라이트 노벨이지만 소설에 대한 애정이 끓어 넘친다. 라이트 노벨이라서 현실 운운하면서 고교생 등단작가 둘이 같은 반이고, 한명은 수십만부 판매의 베스트셀러 작가에 전교 일뜽이다. 라이트 노벨이라 인간관계가 미니멀하다. 라이트 노벨이라 여고생 몸매 묘사가 하루키 만큼 많다. 라이트 노벨이라지만 지루했다. 스포: 소설의 (귀)신은 안 나온다.

청춘물을 쓰려면 좀 더 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야지. 청춘물을 읽는 독자의 대부분은 충실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지금은 이제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옛날을, 적어도 픽션 안에서 즐기고 싶은 중년층 이상이라고. - P64

"이해해. 여기에 있는 소설이 너를 구성하고 있는 걸…….그것이 어렵지 않게 전해져. 여기에 있는 책은, 전부 다 엄청 사랑받고 있으니까."
"별로……. 그렇지 않아."
사랑받는다.
사람에게 사랑받는 책이란, 어떤 책을 말하는 걸까.
코유루기의 시선을 따라 책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벽 한 면을 덮은, 키가 큰 책장. 이곳에 있는 책이 나라는 인간을 구성한다.
변함없이 시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코유루기 시이나라는 사람이 부럽고 질투가 났다. - P184

그 증거로, 지금은 거의 대부분 출판사가 웹에서 작가를 뽑아서 책을 내기 바빠. 큰 출판사 중에는 자체 웹 소설 투고 사이트까지 만들어서 거기서 작가를 뽑으려고 하기도 해, 이제 프로 작가가 뽑은 신인상의 시대는 끝났어.
앞으로는 틀림없이 프로가 뽑은 프로 작가보다 일반인이 뽑은 일반인 작가의 시대가 될 거야. 아니, 이미 되었어. 대개 일반 문예의 신인 작가는 웹 소설 작가의 초판 부수에 압도적으로 지고 있으니까. - P240

"발행 부수구나."
핵심을 찔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5천 부, 였어요."
"문고본이 5천이라……."
카스가이 씨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건…… 힘들겠네."
"저기……. 정말, 놀랐어요……. 1만 부 이하라니 단행본 때와 거의 다르지 않은 숫자잖아요……. 문고본이 되어도 그런숫자라니……."
"요즘의 출판 업계는 정말로 가혹하지."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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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7-01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는 초판이 삼천부 이하라고 들었는데…

vita 2021-07-02 0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일본은 다르네요 초판본 숫자…… 키르케가 더 잼나요? 소설의 신이 더 잼나요?

유부만두 2021-07-02 00:18   좋아요 1 | URL
키르케!!!!!!!! 키르케 입니다.
소설의 신… 은 아휴…. 머 그냥 흔한 청춘물이에요;;;

vita 2021-07-02 00:22   좋아요 0 | URL
키르케 오늘 샀어요 ㅋㅋ 응 읽어볼게요 잘 자요 언니 그나저나 요즘 초딩들은 이 시간까지 안 자고 톡질하네요 에휴 🤦🏻‍♀️ 내일 학교 가면 만날 건데 보고싶어 죽으려고 하네요 켁 그런데 소설의 신_ 좀 유치해도 제목 좋아요 👍🏻

유부만두 2021-07-02 00:2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낚인거죠 ㅎㅎ

moonnight 2021-07-03 1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고생 몸매 묘사가 하루키만큼 많다 에서 막 웃었습니다ㅎㅎㅎㅎ;;; 약간 끌리려다가 유부만두님 리뷰로 만족하고 패스합니다 호호^^

유부만두 2021-07-04 18:39   좋아요 0 | URL
아이고 이 책은 정말 제목으로 사람 홀리고 내용에선 나몰라라 재미 대가리도 없었다고 합니다.
대신 오늘 읽은 추리소설 <체육관 살인>은 은근 제대로 된 본격 살인+추리라 (물론 고등 전교 일뜽이 빠지지 않았지만)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