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아니라면? (feat. 이성과 감성)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엘리너와 에드워드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녀가 다른 사람을 볼 만큼 봤다면 어떻게 됐을까?그 사람이 아는 게 많으며 그의 관찰이 공정하고 정확하며 그의 취향이 맑고 깨끗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녀가 그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졌을까? 오스틴의 대답은 잔인하리만치 분명했다. 엘리너가 당연히 그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엘리너의 창조자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세상에는 ‘오직 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고! 오스틴에게는 운명이나 소울메이트, 두 번째 자아 따위가 필요치 않았다. 잃어버린 반쪽이나 길잡이 별, 그리스 신화 등, 우리가 사랑을 뭔가 대단하고 신성하고 어마어마한 것으로 포장하기 위해 갖다 붙이는 신비한 스토리가 전혀 필요치 않았다. 관계는 최소한 그 관계의 시작은 운명에 달린 게 아니라 정반대인 운에 달려 있다. - P236
오스틴에게 사랑은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어른이 되는 것이다. - P250
"레이디 러셀이 좋아하실 만한 친구예요. 책을 한 권 주면 아마 하루 종일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서 읽을거예요.""맞아요, 틀림없이 그럴 거예요!" 메리가 비웃듯이 외쳤다. "가만히 앉아서 완전히 책에 빠져 가지고 다른 사람이 자기한테 말을 걸거나 말거나, 가위를 떨어뜨리거나 말거나 무슨 일이 있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을 사람이라고요." - P221
그가 저지른 죄의 몫에 합당한 크기의 벌, 공공연한 치욕의 벌이 따라야 맞겠지만, 알다시피 이것은 사회가 미덕을 위해 마련한 보호벽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세에서는 우리의 기대에 부응할 만큼 공평한 벌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꼭 내세의 더 정의로운 처벌을 고대하노라 할 필요는 없으니, 헨리 크로퍼드 같은 분별력 있는 남자라면 적지 않은 울분과 회환의 벌을 스스로 가하고 있을 거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 P676
고독한 할머니가 만나는 건 가오나시 아니고 죽음의 사신. 사신은 달콤한 빵 케키를 좋아합니다. 당분이 입 안에 퍼질 때 정신이 아득해 집니다. 아… 탄수화물 짱이죠. 그래도 사신은 사신, 자기의 일은 절대 잊지 않습니다. 근데 여기 사신이 여자다요? 두 여자 고수가 생명줄을 두고 기싸움하는 이야기. 빨간 점이 뭘까, 사신의 얼굴이 어디까질까, 생각해보면 이건 역시 귀여운 그림으로 된 아주 무서븐 책. (빵도 먹고 싶어짐) 권장 나이 : 마흔 이상
롬버드는 사람에게 시간보다 잔인한 것이 없다는생각이 들었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지독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 시간, 그러나 시간은 결코 처벌받는 일이 없다. 그는 프로그램은 쳐다보지도 않고 수없이 많은 고생으로 등껍질처럼 거칠은 노파의 손에만 눈길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