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 성리학적 제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이들은 민간신앙의 영역, 즉 무속과 불교를 통해 모셔졌다. 무속과 불교를 통한 의례는 주로 가정의 주부가 의로하거나 주재하고, 주로 여성인 무당이 그 일을 행함으로써 여성의 의례로 자리를 잡았다. 즉 정상적인 죽음을 당한 사람의 의례는 유교와 남성 사대부의 영역이 되었으며, 비정상적인 죽음을 맞은 이들의 의례는 무속과 불교, 여성에 의해 치러졌다는 이야기다. - P215

신화 속 여성의 신이 되기 위한 여정은 현실의 여성이 겪는 고난을 반영한다. 특히 당금애기와 바리데기가 어머니로서, 그리고 딸로서 겪는 수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당금애기는 혼인하지 않은 처녀가 아이를 낳았을 때 겪을 온갖 고난을 감내했다. 바리데기의 고난 역시 마찬가지다. 딸이라는 이유로 아들을 바란다는 뜻의 이름을 받고 집에서 구박데기로 자라거나, 태어나자마자 살해당하거나, 혹은 부모가 엄연히 살아 있는데도 해외로 입양시켜 버렸다는 이야기들뿐만이 아니다. - P287

<순군부군청기> 순군부의 감옥을 지키는 여신이 꿈에 나와 200년 전 자신의 사연을 말하고 남근목을 바쳐 복을 비는 것 좀 그만두라고 말한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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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
√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어려워한다.
√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내가 읽고 싶은 책만 읽는다.
√ 일을 미루는 편이다.

그렇다면 당신도 ‘겨울서점‘을 좋아할 확률이 높은 사람. ‘겨울서점’은 김겨울이 집 밖에 나가기를 싫어하고,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아 하고, 책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읽고싶어 하고, 독서 모임에 성실하게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시작되었다.

이해가 가지 않던 책이 조금씩 조금씩 이해의 범위 안으로 들어올 때면 찰칵,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퍼즐이 맞춰지는 소리, 혹은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 이 소리가 내 방의 문을 잠그는 소리가 될까 봐 서둘러 다른 책들을 책상 언저리에 쌓는다.
이건 원하는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여러 사람이 평생 연구하고 생각해서 만들어 낸 결과물을 한자리에 앉아 배우는 일.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생각의 근육을 씀으로써 조금 더 오래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일. 세상을 보는 시각을 구석구석 넓히고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는 일. 그리고 학자들조차도 책에 담지 못한 삶의 장면을 가늠해 보는 일. 정신은 맑은물에 씻은 듯 개운해진다.

어린 시절에는 뭘 읽는지도 모르고 읽었던 책이 너무나 많고, 그렇게 읽은 책이 없었다면, 그리고 뭔지도 모르고 신나서 떠든 그 이야기들을 친절히 들어 준 어른들이 없었다면 나는 무척 위축되어 아마 책에 흥미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어린이는 실컷읽고 실컷 떠들도록 두어야 한다.

읽을 책을 고르는 일은 어떤 사람이 될지를 고르는 일과 비슷하다. 나는『음악 혐오』를 읽을 때는 혼란에 빠진 예술가가 되었다가, 『사람, 장소, 환대』를 읽을 때는 책임 있는 시민이 되었다가,『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을 읽을 때는 성실한 작가 지망생이 되었다가, 『유령해마』를 읽을 때는 인공지능이, 『감옥의 몽상』을 읽을 때는 수감자가, 『웃는 경관』을 읽을 때는 경찰이 된다.
나는 그 모두가 되었다가 그중 아무도 아닌 사람으로 돌아온다. 책에서 책으로, 또 책에서 책으로 통과하는 날에는 내가 책이 되어 사는 것만 같다. 전원이 들어오면 정신이 켜지고 전원이 꺼지면 정신도 꺼져서 띄엄띄엄 존재하지만 그걸 자각하지 못하는 인공지능처럼 나는 사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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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27 12: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이책 발췌하신 구절에 공감 가는 문장이 많네요

유부만두 2021-06-27 12:13   좋아요 3 | URL
좋지요? 김겨울 작가의 이번 책 꽤 좋았습니다. ^^

han22598 2021-06-27 13: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서점 자주 보는데, 옷! 말보다 글을 더 잘 쓰시는 것 같네요 ^^

유부만두 2021-06-27 14:00   좋아요 2 | URL
글로 만나면 또 다른 느낌이 들어요. 이번 책은 꽤 좋고요. ^^

붕붕툐툐 2021-06-27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혼자 책 읽는 것도 너무 좋아하는데 나가서 사람들이랑 놀고 싶은 마음도 커서 늘 딜레마를..ㅠㅠ
겨울서점 찾아봐야겠어요!ㅎㅎ

유부만두 2021-06-28 10:17   좋아요 1 | URL
겨울서점 유툽은 분위기가 약간 달라요. 매체에 따라서 작가/크리에이터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 같고요. 작가의 전작들보다 이번 책이, 책에서 책에 대한 한 두 문장을 갖고와서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기대 이상입니다.

난티나무 2021-06-27 23: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윽 첫번째 구절 거의 전부 저예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1-06-28 10:18   좋아요 1 | URL
ㅎㅎㅎ 난티나무님, 저도 그래요.
 

"권력을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속성, 심지어 동사(‘권력하다)로까지 사유하는 것이 권력에 대한 새로운 사유다.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능력, 세상에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 그리고 개인으로서뿐 아니라 집단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권리다. 많은 여성이 갖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 그렇기에 절실히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의 권력이다. 맨스플레인‘이라는 용어가 (많은 남성이 이 용어에 강렬한 반감을 갖는데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그토록 큰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말이 여성들의 심금을 크게 울리는 이유는, 그것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내가 트위터상에서 로마사 강의를 들을 때 느끼는 감정과 매우 유사하다. 이 어떤 느낌인지를 정확하게 건드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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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극이 시작되는 시점은 허기가 우리를 압도할 때, 허기가 언어의 체계화 역량을 초과할 때다. 언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우리는 다시 몸에 의지하게 되고, 우리가 느끼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을 말하려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려는 몸의 행동과 강박과 충동을 허락하게 된다."  


"여자들이 세계 내에서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할 권리를 요구하고 있던 때에, 남자들이 주도하며 동시에 전통적 권력 구조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던(그리고 여전히 그러한) 문화가 여자들에게 반대의 메시지를 날린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여자들이 정신적으로 더 큰 존재가 되자, 육체적으로는 더 작아지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한때 남자들이 장악했던 영역(각급 학교, 스포츠, 직장, 침실)에서 여자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하자, 여성을 어린애로 취급하고 수동적이고 연약하며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로 묘사하는 여성성의 이미지들이 그들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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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이아:
아! 아! 이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영리하다는 소문 때문에손해를 보고 낭패를 당한 것이어디 한두 번이겠습니까.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자식들을 너무 영리하게 키워서는 안 되겠군요.
게으른 것도 모자라 영리하다고시기와 질투를 받게 될 테니까요.
바보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꺼냈다간영리하다고 칭찬을 듣기는커녕쓸모없는 바보 취급을 받을 겁니다.
유식하다고 이름난 이들보다당신이 더 유식해 보이면오히려 질시의 대상이 될 겁니다.
제가 지금 바로 그런 처지예요.

남편과 궁합이 잘 맞아서남편이 싫은 기색 없이 살아 주면 모두들 이를 부러운 생활이라고 하지요.

그러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남자들이란 집안일에 싫증이 나면 집 바깥에서 울적한 마음을 풀 수도 있어요.

친구나 또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여자들은 항상한 사람만을 쳐다보고 살아야 합니다.

남정네들은 말합니다.

여자들은 집에서 편하게 살지만남자들은 창을 들고 싸운다고.

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말입니까?

아이를 낳는 고통을 한 번 겪기보다차라리 세 번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게 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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